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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싯다르타의 출가와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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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14 년 3 월 [통권 제1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85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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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출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

 

부처님은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해결하려고 출가하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경전도 그렇고, 불교학자들의 연구도 그렇게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그런데 인도의 암베드카르(1891~1956)라는 분은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 그는 현대 인도 헌법을 기초한 제헌의원이고 네루 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유명한 분입니다. 암베드카르는 인도 카스트계급의 불가촉천민 출신인데, 대학을 나오고 미국과 영국 유학을 해서 법률전문가가 되어 귀국한 뒤 인도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간디와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간디와 카스트제도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를 보여 스스로 불가촉천민 중심의 정당을 조직하여 독립합니다. 1956년에는 힌두교도 수십만 명과 함께 불교로 개종을 선언하고 불교재흥운동을 합니다. 인도에서 이슬람의 침입으로 불교가 소멸된 이후 현대에 와서 암베드카르의 지도 아래 불교가 재흥되어 인도 불자가 1억이나 된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하여튼 이 암베드카르가 지은 불교입문서 『인도로 간 붓다』에 따르면, 부처님의 출가를 일종의 사회적 망명으로 봅니다. 이 견해가 매우 의미가 있어 간단히 소개합니다.

 

싯다르타의 석가족은 20세 성년이 되면 모든 젊은이들이 상가(公會)에 가입했답니다. 상가는 부족의 대사를 의논하여 결정했는데, 싯다르타가 상가 회원으로 가입한 뒤 8년이 지나 나라에 큰일이 일어납니다.

 

석가족은 강을 경계로 콜리야국과 이웃으로 지내며 그 강물을 농업용수로 이용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강물 이용권을 놓고 늘 갈등이 일어났습니다. 싯다르타 태자가 28세 되던 해에 두 나라의 농부들이 크게 충돌했답니다. 그러자 두 나라는 이번에는 전쟁을 해서 끝장내자고 험악한 분위기로 갑니다. 그래서 석가족 군사령관이 전쟁 선포를 위해 상가를 소집합니다.

 

소집된 상가에서 사령관은 콜리야족이 먼저 공격했고, 그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니 이번 기회에 전쟁을 해서 결판을 내자고 제안합니다. 그때 싯다르타 태자가 말했습니다. “나는 반대합니다. 전쟁으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전쟁은 또다른 전쟁의 씨앗을 뿌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먼저 양쪽 대표를 뽑아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나 상가에서 태자의 제안은 부결되고, 전쟁 선포안이 가결됩니다. 이렇게 해서 전쟁은 결정이 났습니다. 석가족 상가법은 젊은 무사계급은 반드시 전쟁에 참가해야 합니다. 이때 싯다르타는 번민에 휩싸이지요. “나는 전쟁에 반대한다. 그러나 전쟁은 상가가 결정한 것이니 만약 내가 전쟁에 참가하지 않으면, 상가는 나를 추방하고 가족의 재산까지 몰수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태자는 깊고 깊은 고민 끝에 상가의 결의를 존중하고 가족도 지키는 방안으로 자신의 출가를 결심하고 사령관에게 제안합니다. “나는 출가하여 이 나라를 떠나겠습니다. 일종의 망명입니다.” 군사령관도 태자의 출가가 좋은 해결책이라 동의했습니다.

 

그리하여 태자는 평소 고뇌하던 출가를 결행하게 됩니다. 싯다르타 태자는 먼저 부왕에게 가서 출가의 뜻을 밝힙니다. 부왕은 기가 막힌 현실에 탄식과 눈물만 흘립니다. 또 부인 야소다라에게도 양해를 구합니다. 남편의 출가를 대하는 야소다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을 반대하는 당신의 결정은 옳습니다. 저도 당신을 지지합니다. 당신을 따라 출가하고 싶지만, 아기 라훌라가 있으니 같이 갈 수는 없군요. 부모님과 아기는 잘 보살피겠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나는 당신이 부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영원한 평화와 행복의 길을 찾아 달라는 것입니다.”

 

싯다르타는 아내의 말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부인이 이렇게 사려 깊고 당찬 여인인지 미처 몰랐지요. 아내의 말에 더 큰 용기와 마음의 위안을 얻은 싯다르타는 마지막으로 아기 라훌라를 보고 마침내 집을 떠납니다.

 

암베드카르의 이 기록으로 본다면,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는 단순한 한 개인이 생로병사의 고통만으로 출가한 것은 아닙니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이라는 갈등으로 인하여 망명한 것입니다. 물론, 평소 싯다르타는 마음속으로 괴로움을 해결할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밖으로 국가 사이의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와 가족의 안위를 지키려는 동기도 중요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싯다르타의 출가는 한 개인이 진리를 찾기 위한 행동이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결단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른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의 소식과 출가의 재검토

 

싯다르타는 출가하여 마가다왕국 수도 라자그리하(王舍城)로 갑니다. 당시 마가다국은 강대국이었고, 왕사성은 인도 북부지역의 사상과 문화 중심지였습니다. 석가족 왕자 싯다르타가 출가해서 왕사성으로 왔다는 소식은 곧 왕에게 전해졌습니다. 빔비사라왕은 석가족과 우호적인 관계였는데, 젊은 왕자의 돌연한 출가가 놀랍고 궁금했지요. 그래서 직접 싯다르타를 찾아가 대화합니다.

 


가운데 조각 중 왼쪽 아래는 말타고 출가하는 싯다르타. 바로 위는 삭발하는 싯다르타. 인도 뉴델리 국립박물관 소장 

 

“나는 오래 전부터 스님 가족에 친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석가족의 젊고 준수한 인물의 왕자가 어째서 가족과 왕국을 버리고 스님이 되셨습니까? 부모님 왕국을 물려받지 않으신다면 내 왕국의 절반을 가지십시오. 만약 석가족의 자존심 때문에 내 제안을 거절하신다면 나는 스님 왕국과 동맹하여 전쟁으로 적을 쳐부수겠습니다. 부디 나의 우정 어린 호의를 받아주십시오”

 

싯다르타는 이렇게 답합니다.
“왕께서 주신 제안은 순수한 우정과 아량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순수한 마음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왕은 책무가 큰 만큼 그 고뇌 또한 크지요. 왕은 수많은 어려운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왕은 비운의 존재입니다. 자신의 왕권에 확신을 가져도 그것을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일입니다. 온 세상을 정복한 대왕도 사는 곳은 한 마을, 한 집, 한 침대, 한 의자만 있으면 충분하지요. 왕이라도 몇 벌의 옷과 한 그릇의 밥이면 충분합니다. 쾌락은 찰나이고, 사치품과 장식은 오만과 허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만약 이 모든 것들이 만족을 위한 것이라면, 왕국이 없더라도, 쾌락과 사치품이 없더라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왕국이 없어도 만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족을 얻은 사람은 다른 사치품이나 쾌락은 필요하지 않지요. 또 저와 같이 보시로 살아가는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만족과 행복, 그리고 마음의 평안이 있으니 저에게 슬픔이란 없습니다. 온 백성을 부리는 왕일지라도 억만금을 가졌더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하면 두고두고 괴로울 것이니 그런 사람을 불쌍히 여겨야합니다.
제가 출가한 이유는 화가 나서도 아니고 왕권이 찬탈되었기 때문도 아니며, 이 세상의 다툼으로 상처받았기 때문이니 저는 왕의 제안을 거절합니다.”

 

빔비사라왕은 싯다르타 스님의 말에 크게 감동합니다. “스님 뜻대로 하십시오. 만약 스님께서 출가의 뜻이 이루어지면 꼭 다시 나에게 와주시오.”

 

그런데, 이렇게 출가의 뜻을 분명히 한 싯다르타에게 이를 재고케 하는 뜻밖의 소식이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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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20여 년간 종무원 생활을 하다가 고우 스님을 만나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통독하고 불교의 핵심인 중도에 눈을 뜬 뒤 화두를 체험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교인재원에서 생활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유튜브 생활참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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