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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와 촛불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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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6 년 12 월 [통권 제44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02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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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개정증보판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초판을 발행하고 신도님들의 법보시 동참에 의해서 군법당 1500권, 전국 교도소 800권, 파라미타청소년협회로 1800여 권을 보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파라미타청소년협회와 의논하여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숫자가 많아 다 나누어주지 못하니 종립학교에는 10~20권씩 학교 도서관으로 기증하고 회원 수가 적은 학교는 3~5권씩 배분하여 학생들이 돌려가며 읽어보기를 권하기로 하였습니다.

 


원택 스님이 수상자들에게 격려 말씀을 전하고 있다 

 

그러다가 논의가 발전되어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중·고등학생들에게 독후감을 공모하여 학생들에게 적지만 장학금도 주고 한편으로는 책도 읽게 하면 좋겠다는 실무자들의 의견에 따라 책을 나누어 주면서 관련 공문을 각 학교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여름방학도 끝나고 매미소리도 잦아들 무렵, 독후감을 제출한 학생들 글이 많지는 않지만 1차와 2차로 나눠 마감하기로 했는데 1차가 9월말로 만료되었습니다.

 

동국대 총장상, 조계종 포교원장상,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회장상 등 각 1명과 우수상 10여 명을 심사로 뽑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상금과 상장 수여식이 11월 12일 오후 2시 조계종 포교원장실에서 포교원장 스님 주재로 열린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때가 마침 백련암에서는 10월 결제에 즈음한 아비라기도 중이었지만 바빠도 서울로 달려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마침 11일 저녁에 올라와서 12일 오후 5시 20분 서울 출발KTX 표를 구매해 놓았기에 망정이지 당일에 오가려고 표 예매를 미루었다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그날 시상식을 잘 마치고 종각역에 도착하니 평소와 달리 사람들로 길이 막혀 지하철 타기가 이만저만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겨우 비집고 올라타서 서울역에 내리니 여기도 타는 사람과 내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오늘 무슨 일이지?” 하는 마음으로 TV 화면을 보니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광화문에서 개최되고 주최 측에서는 100만 명이 참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백련암 아비라기도 때문에 광화문에는 가보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빨리 내려서 TV로라도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서울역을 출발했습니다. 평소에도 광화문에서 큰 집회가 열리면 경찰 추산과 주최 측 추산 인원이 서너 배씩 차이가 나는 발표가 늘 있어 왔다는 기억입니다. 안타까운 마음과 걱정으로 자정뉴스를 보니 참석 인원이 경찰 추산 25만 명,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라고 발표되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어느 종편 토론자가 “일본에서는 경찰 추산으로 광화문에서 25만 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의 100만 운집 발표는 추산이니까 보도하지 않고 공적인 경찰 발표를 믿어 발표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도를 보면 경찰 발표는 요식행위로 주최 측 발표를 더욱 대서 특필 하는 듯합니다.

 

저는 대구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근대화 업적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서 50대를 맞아 민주화세대로 자처하는 분들을 사회에서 만나게 되고,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광주 쪽 스님들에게서 모진 비난을 들으면서 지난 세월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들 속에 동족으로서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원조를 했던 나라들보다 대한민국이 지금은 훨씬 더 잘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으로 자리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민족을 융성케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을 기대하고,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 한이 맺혀 있으니 정치를 잘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랬는데 지난 총선 때 불통의 이미지와 인사불통의 이미지를 씻지 못하고, 친박이네 진박이네 뭐네 하면서 시끄러운 공천을 거치며 마침내 여소야대가 된 결과를 보면서 저도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은 보수세력의 대표는 아니다.”는 생각을 확고히 갖고 솟아나는 울분을 가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을 다녀와서 완전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믿음을 거두고 마음 편히 살자고 다짐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총선 후 그렇게 마음을 바꾼 분들이 저뿐만이 아니라 주위에 의외로 많았습니다. 또 저를 더 낙담시킨 것은 “요즘 TV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박정희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선다는 것이 오래된 일인데 스님은 아직 그것도 모르십니까?”라는 신도의 핀잔이었습니다.

 

“딸이 얼마나 정치를 못했으면 아버지가 쌓아 놓은 공덕까지도 물거품으로 만들고 마는가?” 하는 공허감이 엄습해 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짐으로써, 올해 ‘병신년 박근혜’라고 미워했던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그래도 잘해 주기를 숨죽여 기다리던 많은 국민들에게 이렇게 배신감을 안겨주고서도 그 자리에 연연해 하는지 정말 이해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운운하지만 대통령은 법에 명시된 절차에 따라 나라가 계란을 높이 쌓아놓은 듯한 위기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방안을 빨리 선택하는 것이 그래도 국가에 기여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야 모든 정치인들은 사욕을 내려놓고 융성한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 국민의 행복과 평안을 제일로 삼아 힘을 합쳐 주셔야 할 것입니다.

 

11월 20일에는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리게 되어 그 자리에 참석하였습니다.

 

그래서 20일 당일 아침 일찍 올라갔다가 저녁에 내려오려고 표를 예매하려니 그날은 올라가는 차도 내려오는 차도 표가 없어 19일 저녁 늦게야 서울에 왔습니다.

 

서울역에 도착해서 종각역으로 오려고 이동하는데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200여 명의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박근혜 하야’라고 힘차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다음 에스컬레이터에서 6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혼자서 ‘하야 반대’라는 글자를 가슴에 들고 서 계시고 지하철역 입구에서는 50대 중반의 남성이 걸개 그림을 어깨에 메고 ‘박 대통령 하야 반대’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4·19혁명시대나 6·10항쟁시대, 명박산성시대였다면 연세가 들었어도 그 두 분은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혼자 상상하면서 오늘 이 시대의 사회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서로 서로 각자의 입장이 있지만 그럼에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높은 수준의 의식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 주변 사이에 자리 잡아 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감사한 생각을 순간 가져보았습니다. 종각역에 도착하니 엄청난 인파가 몰렸을 것이라는 예상보다는 적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원택 스님과 지홍 스님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자리를 함께 한 모습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을 무사히 잘 마치고 21일 아침 일찍 서울역을 출발하여 김천 구미역에 도착해서 일타 큰스님 17주기 추모다례를 모시기 위해 해인사로 바쁘게 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정치적 이념보다 심정적·지역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조국근대화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선량한 보수적 국민들이 더 이상 절망하지 않도록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친박 비박을 떠나 새누리당은 국민들에게 석고대죄하고 보수세력은 내일의 든든한 통일세력이 되도록 환골탈태하여 새출발을 해야 합니다.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개정증보판을 지난 4월에 출간하였습니다만 그 책을 다시 보노라니 성철 큰스님께서 지금은 백련암에 계시지 않으시지만 지금 새로 출가하여 삶을 개척해가는 행자도 끊어지고 있을 뿐만 아니고, 찻길이 생겨 밤늦게 백련암을 오르내리느라 무서워 옷이 땀에 흠뻑 젖을 일도 없어졌습니다. 김장 배추와 무를 심어 놓고 얼지 않고 초겨울에 하루라도 늦게 뽑아 배추 속이 알차게 하려고 울력하다 큰스님께 크게 꾸중 들을 일도 없어졌습니다.

 


원택 스님이 우수상을 수상한 유승하 양에게 시상을 하고 있는 모습 

 

부엌일도 보살님들이 살펴주시고 쌀도 청정미로 압력솥에서 잘 조절하니 대중들이 돌을 씹을 일도 없어졌습니다. 모든 것이 큰스님 계실 때보다 쉽고 편해졌는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때의 팽팽한 긴장감을 찾을 수 없는 것이 제일 허전하고 아쉽습니다.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대상을 수상한 모꽃노을 양에게 시상을 하고 있다 

 

지난 2주 사이에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독후감 시상식과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창립 20주년 기념식이 없었더라면 접하지 못했을 소중한 ‘광화문 촛불집회의 경험’이었습니다. 국가의 명예가 얼마나 가치있는 자산인지 새삼 실감하는 요즈음 하루빨리 난국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이 무궁하게 발전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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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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