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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마당]
안거와 산철을 구분하지 않는 불자들의 뜨거운 정진부산 고심정사 동안거 수행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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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  2016 년 1 월 [통권 제3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74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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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에 사는 길상화(59) 보살님은 12월 16일 오후 집을 나서 3시간 30분을 달려 부산대 앞에 도착했다. 부산대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지내고 있는 원룸에서 하루를 보내고 17일 아침 일찍 고심정사로 향했다.

 

마산에 사는 보리좌(53) 보살님과 신행심(53) 보살님은 17일 새벽 5시에 부산으로 출발했다. 두 보살님은 고심정사에서의 기도가 처음이었다.

 

포항과 마산뿐만 아니라 울산, 거제, 대구 등에서 온 불자들과 부산 시내 곳곳에서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로 이른 아침부터 고심정사 법당은 붐볐다.

 


겁외선원에서 정진 중인 불자들 

 

일체 중생을 위한 기도, 광명진언

 

12월 17일 아침 7시. 법당을 가득 메운 200명이 넘는 불자들이 광명진언을 시작했다. 잔잔하면서도 웅장한 진언소리에 법당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Oṃ amogha vairucana mahāmudrā maṇi padme jvala pravardaya hūṃ)~~~

이 대법계에는 어디에나 어느 때에나 영원, 완성, 조화, 통일, 진실, 행복, 자유 그 자체인 법신불의 결정적인 광명이 가득하며, 나 또한 마니요 연꽃이요 광명의 존재이다. 이제 부처님의 대자비광명 속에서 참된 나의 체, 상, 용을 개발하여 생사윤회 세계를 벗어나 참다운 깨달음을 성취하노라.

진언이 녹음테이프 돌 듯 계속됐다. 멈추지 않는 노래였다. 참가자들의 정성이 담긴 진언은 화음을 이뤘다.

 

이날 고심정사 불자들은 하안거와 동안거에 각 한 차례씩 진행하는 광명진언 1만 800독 수행을 시작한 것이다.

 

 

고심정사 법당을 가득 메운 스님과 불자들이 광명진언 독송에 여념이 없다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15시간 동안, 말 그대로 참가자 모두가 ‘돌부처’가 되어 진언삼매에 들었다. 말이 15시간이지, 실제로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진언에 집중하고 소리에 집중하고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 자세 또한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수행이다.

 

다행이라면 고심정사 불자들은 1만 800독을 할 수 있는 기초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신도들은 매월 음력 8일과 15일에 광명진언 1080독을 하고, 매월 둘째주 토요일에는 삼천배(매월 초하루에도 1000배 병행), 매월 음력 18일~20일 3일간은 능엄주 108독 기도를 한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수행이다. 고심정사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이러한 수행 외에도 대부분의 불자들이 일과(日課)를 따로 하고 있기 때문에 1만 800독도 물 흐르듯 계속 이어졌다.

 

사실 광명진언 독송은 ‘백련 문도’들의 공식 의식집인 <전경>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성철 스님이 강조했던 수행이다.

 


기도 회향후 원택 스님이 모래주머니를 불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모습 

 

신라시대 원효 대사는 정토사상을 논술한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에서 광명진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일 어떤 중생이 어디서든 이 진언을 얻어 듣되 두 번 이나 세 번, 또는 일곱 번 귓가에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곧 모든 업장이 사라지게 된다. 만일 어떤 중생이 십악업(十惡業)과 오역죄(五逆罪)의 사중죄(四重罪)를 지은 것이 세상에 가득한 먼지처럼 많아 목숨을 마치고 삼악도에 떨어지게 될지라도 이 진언을 108번 외우고 흙모래를 죽은 이의 시신 위에 흩어주거나 묘나 탑위에 흩어주면, 죽은 이가 지옥에 있거나 아귀, 아수라, 축생세계에 있거나 그 모래를 맞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부처님과 비로자나 부처님 진언의 본원과 광명진언을 외운 흙모래의 힘으로 즉시 몸에 광명을 얻게 되고 모든 죄의 업보가 사라지게 된다. 그리하여 고통 받는 몸을 버리고 서방극락세계에 가게 되어 연화대에 환생한다. 그리하여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다시는 타락하지 않을 것이다.”

 

광명진언이 얼마나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씀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광명진언이 비로자나불의 진언이요 제불보살(諸佛菩薩)의 총주(總呪)이며 부처님의 한량없는 자비와 지혜의 대광명으로, 살아 있는 이와 죽은 이 모두에게 새로운 태어남을 얻게 하는 신령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날 하루 동안의 기도에 함께 하며 대중들을 이끈 원택 스님은 “광명진언을 하면 다생다겁의 업장(業障)을 소멸하여 지혜를 얻고 자유자재함을 얻으며 장수는 물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고 전한다. 죽은 자와 산 자 모두를 위한 기도가 바로 광명진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광명진언 기도는 고심정사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모래를 참가대중에게 나눠주는 것으로 회향했다.

 

보리좌 보살님은 “부산 옥천사에서 백졸 스님을 모시고 능엄주 철야 독송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진다.”고 했다. “광명진언은 능엄주에 비해 짧습니다. 진언이 짧아서 하기는 수월했습니다. 어떤 기도든 집중과 몰입이 중요합니다. 능엄주를 해서 그런지 오늘 광명진언 기도도 집중이 잘 됐습니다.”

 

아침 7시 기도 입재에 동참하고 회사에 출근한 뒤 조퇴를 하고 오후 4시부터 다시 기도에 동참한 성묵(60) 거사님은 “제가 평소에 얼마나 잡념이 많았는지를 알게 됐다. 아침 입재 후 사무실에서도 진언 기도를 계속 하다 절에 다시 와서 하니 확실히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집중이 잘 됐다.”며 웃었다.

 

“어렵지만, 오직 한길로”

 

광명진언 기도 후 흩어졌던 40여명의 대중들이 다음날 오전 9시 고심정사 6층 겁외선원(劫外禪院)에 다시 모였다. 이번 동안거에 방부를 들인 사람들이다. 전체 결제대중 50명 중 평균 40명 안팎의 불자들이 매일 선원에서 정진하고 있다. 방부 대중은 46살 ‘신참’에서부터 86살 ‘구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다.

 

전날의 기도 정진 여파로 몇 자리가 비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철저하게 어긋났다. 팔순을 앞두고 있는 선월화(79) 보살님은 “우리 대중들은 평소와 다르지 않게 일상적인 수행을 이어간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겁외선원은 1년 12달 중 10달간 문을 연다. 하안거와 동안거 각 3개월에 봄, 가을 산철결제가 각 2개월씩 이어진다. 스님들이 정진하는 여느 선원과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기간이다.

 


기도에 임하는 불자들의 표정이 진지하다1 

 

새벽 5~6시, 오전 9시~10시 40분, 오후 2시~4시, 저녁 7시~9시에 정진을 하는데, 새벽과 저녁시간에는 직장인 불자들이, 오전과 오후에는 일반 신도들이 주로 정진한다.

 

선원은 입승(立繩)을 맡고 있는 일생 스님의 지도로 운영되고 있다. 출가 이후 줄곧 선원에서 정진해 온 일생 스님은 “당분간(?)” 선원의 불자들을 이끌고 있다.

 

스님은 “선원의 가풍이 엄격하고 질서가 잘 잡혀 있기 때문에 사실 제가 할 일이 별로 없다.”면서도 “보살님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루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이뭣고’ 화두를 들고 있는 보리지(76) 보살님은 “생전 성철 큰스님께서는 진실한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화두를 하라고 하셨다. 죽는 순간까지 화두를 놓치고 싶지 않다. 그게 지금과 앞으로의 유일한 소원”이라고 말했다.

 

보살님은 “겁외선원은 부산시내 시민선원 중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대중들이 공부를 할 때 스님들께서 좀더 적극적으로 점검을 해주시면 훨씬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선월화 보살님은 “백련 불자들이 수행의 방편으로 삼고 있는 삼천배나 아비라기도, 능엄주 독송은 모두 화두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화두를 하기 위한 기본 공부인 것이다. 성철 큰스님께서는 절을 할 때도 아비라를 할 때도 화두를 들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다. 여기 있는 대부분의 대중들은 아마 큰스님의 말씀을 가슴 속에 잘 담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중(淸衆) 소임을 맡고 있는 정만해(75) 보살님은 “부산 도심 한가운데에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신 성철 큰스님과 원택 스님께 보답을 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잘 안 된다.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겁외선원에는 다른 시민선원에서 볼 수 없는 청규가 하나 있다. 바로 사시예불에 동참한 모든 대중들이 능엄주를 1독하고 함께 108배를 하는 것이다. 앞서 선월화 보살님이 밝혔듯이 모두가 화두 공부를 잘 하기 위한 방편으로 하는 것이다.

 

원택 스님은 화두 공부의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두 참구는 생각하고 의심하는 것이지 외우는 게 아닙니다. 너무 급하게도 생각하지 말고 너무 느리게도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의심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좀 어렵긴 하지만 자꾸 해 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화두는 외우는 것이 아니고 어째서 없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공부의 완성에 대한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생전 성철 스님의 당부와 같은 맥락이다.
“제 아무리 일초직입해서 크게 깨쳤다고 해도 숙면일여가 안 된다면 그것은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그런 것은 쓸데없는 망상이고 망념의 근본이니 아무 소용없는 것입니다. 근기에 따라서 삼단(三段)을 다 밟아 가는 사람도 있고, 한 번에 뛰어 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잠 꽉 들은 숙면에서도 일여한가, 그것이 근본입니다.”

 

사람들은 오전 정진을 마치고 예불을 올린 뒤 공양을 하고 잠시 쉬었다 다시 좌복 위에 앉았다. 졸릴 만도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대중들의 동의를 구하고 사진을 찍으며 선원 구석구석을 살피다 성철 스님의 경책 글이 눈에 들어왔다. 8년간의 장좌불와(長坐不臥)와 뒤이은 10년의 동구불출(洞口不出), 그리고 평생 공부만을 위해 살았던 성철 스님의 제자들답게 고심정사 대중들의 동안거는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선방 문을 닫고 나오는 내내 성철 스님의 ‘참선수행자에게 내린 경책 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현세는 잠깐이요, 미래는 영원하다. 잠깐인 현세의 환몽에 사로잡혀 미래의 영원한 행복을 잃게 되면 이보다 더 애통한 일은 없다. 만사를 다 버리고 오직 정진에만 힘쓸 지어다. 화두를 확철히 깨치면 미래겁이 다하도록 자유자재한 대행복을 얻느니라. 깨치지 못하고 무한히 연속되는 생사고를 받을 적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신명을 돌보지 말고 부지런히 참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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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백련불교문화재단 부장. 현대불교신문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월간 <불광> 기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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