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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화두의 3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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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15 년 9 월 [통권 제29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4,408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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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에서는 ‘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고우 스님은 출가 후 평생 선원에서 정진해 오셨으며, 지금도 참선 대중화를 위해 진력하고 계십니다. 화두 참선의 의미와 방법, 그리고 효과에 이르기까지 고우 스님이 직접 경험한 내용을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 드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화두 삼요(三要)

 

화두 공부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화두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 간화선은 화두 하나에 몰입하여 일념(一念)이 되면, 바로 삼매가 되어 3일 또는 7일 만에 깨친다고 조사스님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입니다. 화두 참선은 다른 것이 필요 없습니다. 오직 화두 하나가 또렷또렷하게 지속되면 모든 것이 저절로 풀립니다. 또, 화두 참선은 다른 수행과 달리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을 화두 하나로 모아가기 때문에 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름길이라 하지요. 

 

그런데, 이 화두 일념이 잘 안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참선이 지름길이라 하여 많은 불자들이 참선을 하고 싶어 도전합니다만, 중도에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 화두가 잘 안되기 때문이지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화두 공부를 하려는데, 화두가 잘 안된다면, 그것은 중도 정견이 서지 않아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하여 의심이 남아 있어 분별망상에 끄달리거나, 자기 자신이 본래 부처라는 믿음과 단박 깨쳐 부처로 살아가려는 발심이 굳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중도 정견이 서서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하여 더 의심이 없다면 분별망상은 착각일 뿐이니 놓아버리고 오직 화두 하나만 밀고 나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본래 부처라 믿고, 오로지 화두만 참구해서 단박 깨쳐 영원히 행복한 부처로 살아가겠다고 정진할 수 있습니다. 

 

중국 원나라 때 대선지식 고봉(高峰, 1238~1295) 스님은 화두 공부할 때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 이것을 간화선의 삼요(三要)라 합니다.

 

“만약 참선을 착실하게 하자면, 반드시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첫째, 큰 믿음(大信心)이다. 이 일은 수미산을 의지한 것과 같이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둘째, 큰 분심(大憤心)이다. 마치 부모를 죽인 원수를 만났을 때 단칼에 두 동강 내려는 마음이다.

셋째, 큰 의정(大疑情)이다. 마치 어두운 곳에서 한 가지 중요한 일을 마치고 곧 드러내려 하나 드러나지 않을 때와 같은 마음이다.

하루 종일 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춘다면 반드시 하루 안에 공을 성취하여 독 안에 자라가 달아날까 두려워하지 않는다. 만일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마치 다리 부러진 솥이 결국 못 쓰게 되는 것과 같다.”

    - 고봉, 『선요』

 

이 대목은 간화선의 삼요(三要)라 하여 화두 참구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핵심입니다. 고봉 스님 이후 모든 간화선사들은 한결같이 이 삼요를 화두 참구에서 강조하셨습니다.

 

대신심(大信心)

 

큰 신심이란 부처님이 깨친 세계, 영원히 행복한 세계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합니다. 세속의 행복은 상대적인 조건에 따른 행복이지만, 부처님이 깨달은 세계는 절대적인 영원한 행복입니다. 이 절대 세계에는 모두 부처님밖에 없습니다. 중생은 허망한 착각일 뿐 본래는 부처입니다. 우리는 부처님처럼 무한한 지혜와 능력을 다 갖추고 있습니다. 자기자신이 중생이란 것은 착각일 뿐 본래 부처라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성철 스님이 자기를 잡철로 보는 것은 착각이고 본래는 순금이라 했듯이 자기 자신을 바로 보아 절대적이고 무한 능력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야 합니다. 이것이 큰 신심입니다. 

 

더 나아가 화두에 대하여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조사 선지식들께서 화두를 타파하여 생사를 해탈하고 영원한 행복을 성취하였습니다. 화두는 조사가 되는 관문이고 영원한 행복의 길입니다. 이 화두에 대하여 한 생각이라도 의혹이나 혼란이 있어서는 공부가 안 됩니다. 화두가 나로 하여금 생사를 해탈케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이 믿음이 강하면 강할수록 깨달음이 그만큼 빠르게 될 것입니다.

 

대분심(大憤心)

 

대분심은 크게 분한 마음입니다. 부처님과 조사 선지식은 내가 본래 부처라 했는데, 나는 왜 착각에 빠져 중생이라 억울하게 살고 있는가. 나의 자성은 무아 공이니 부처님과 하등 다를 것이 없는데 어째서 분별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 나는 본래 부처인데, 짜증과 화, 욕심과 어리석음으로 헉헉대고 살고 있는 것에 대하여 크게 분한 마음을 일으켜야 합니다. 화두 참선자는 화가 나거나 이기심으로 가까운 사람들과 갈등을 빚을 때 스스로 크게 분심을 내어야 합니다. 특히, 화두 공부하는 사람은 남들이 공부를 잘 하는 모습을 보면 스스로 자기 공부를 점검하고 분별망상에 허덕이거나 탐진치 삼독심에 집착하는 자신을 경책하고 큰 분심을 내어야 합니다. 이 분심이 클수록 공부에 자극이 되어 화두일념으로 가는 동기 부여가 됩니다.

 

대의심(大疑心)

 

화두를 참구할 때는 화두를 크게 의심해 들어가야 합니다. 화두는 논리나 이치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의심을 지속시켜 가야 합니다. “어째서 삼서근이라 했을까? 어째서…” “어째서 조주는 무라 했을까? 어째서…” “이 몸덩어리 끌고 다니는 이것이 무엇일까? 이뭣꼬?” “부모미생전 본래면목이 무엇인가? 이뭣꼬?” 이와 같이 화두를 순수하게 의심해 가야 합니다. 화두에 대한 의심이 클수록 의정(疑情)이 돈발됩니다. 크게 의심할수록 크게 깨칩니다. 화두 의심이 강할수록 화두 일념이 쉽습니다. 화두 참선은 알 수 없는 화두에 대하여 의심을 크게 일으켜 그 의심이 강하면 공부가 쉽습니다. 화두 의심이 크고 간절하면 번뇌망상은 저절로 사라지고 오직 화두 하나만 또렷또렷하게 의심을 지속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대신심, 대분심, 대의심의 간화선의 삼요가 잘 갖춰져야 화두가 잘 됩니다. 그렇지 않고 어느 하나라도 부실하면 삼륜차의 세 바퀴 중 하나가 빠지면 차가 갈 수 없듯이 화두 공부를 해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화두 참선을 할 때 화두가 잘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화두의 삼요를 점검하고 대신심・대분심・대의심을 일으켜 나아가야 합니다.

 

화두 의정(疑情)으로 바로 들어가라

 

우리가 화두를 참구할 때 도대체 알 수 없는 그 화두를 깊이 의심하고 의심해 들어가야 합니다. 이때 화두에 대한 의심이 하나의 감정 상태로 지속되는 것을 의정(疑情)이라 합니다. 의정은 화두 의심이 하나의 감정(感情)이 된 것입니다. 화두는 생각으로 드는 것보다 감정으로 드는 것이 공부가 더 빠르고 깊습니다. 생각으로 든다는 것은 화두의 언구(言句)를 되뇌이는 것입니다. 화두를 생각으로 들 때는 화두 드는 나와 대상인 화두가 벌어져 있지만, 화두를 감정으로 들게 되면 나와 화두 의심이 하나의 감정으로 되어 쉽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가족이 갑자기 사고로 죽었을 때 주체할 수 없는 슬픈 감정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화두도 그와 같이 감정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화두를 들면 누구나 알 수 없는 막막함과 갑갑함을 느끼게 됩니다. 화두를 모르니 막막하고 갑갑할 뿐입니다. 마치 갑갑한 벽을 마주한 느낌과 같습니다. 화두를 알려고 하나 알 수 없으니 느껴지는 갑갑한 감정 상태가 바로 화두 의정입니다. 화두를 들었을 때 막막하고 갑갑한 감정 상태로 바로 들어가 이것을 또렷또렷하게 지속시켜 나가면 바로 의정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화두 의정이 지속되면 바로 일념이 되어 삼매가 됩니다. 

 

그러므로 처음 화두를 받았을 때 모른다고 어렵다고 하는 생각을 버리고 신심을 내어 바로 화두로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는 흔히 화두를 들려 해도 망상이 물밀 듯이 밀려와 화두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화두 의정이 바로 되면, 화두가 감정 상태로 지속되어 망상은 신경 쓰지 않게 됩니다. 화두 의정이 되면 화두 일념, 즉 삼매도 쉽게 체험하게 됩니다. 그러면 화두 참선에 확신이 서게 될 것입니다. 화두삼매를 한 번이라도 체험하게 되면 이 참선이 흔들리지 않고 더 자신 있게 당당하게 정진해 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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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에서 20여 년간 종무원 생활을 하다가 고우 스님을 만나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통독하고 불교의 핵심인 중도에 눈을 뜬 뒤 화두를 체험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교인재원에서 생활참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유튜브 생활참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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