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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발효의 미,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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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3 년 12 월 [통권 제128호]  /     /  작성일23-12-04 14:36  /   조회80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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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입니다. 채소발효의 대명사인 김치를 만들어 겨우내 보관하며 먹는 우리 전통문화입니다. 김장은 엄동설한을 위한 채소 저장의 방법으로 입동 전후가 알맞은 시기입니다. 이때 담근 김치를 보통 김장김치라고 합니다. 

 

사진 1. 배추물김치.

 

김장김치는 5℃ 전후의 낮은 온도에서 온도의 변화 없이 익히고 저장하여야 맛이 좋고 변질되지 않으므로 우리 조상들은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보통 김치 광을 따로 두었습니다. 그곳에 김칫독을 묻고 짚방석을 만들어 덮어서 김치를 보관하였습니다. 짚방석을 덮는 풍습은 방한의 효과뿐만 아니라, 볏짚에서 잘 번식하여 김치의 숙성을 돕는 미생물을 번식시키려는 목적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입동 전후에 담그는 김장김치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을 통해 매번 소개하고 있는 정학유의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도 김장의 소중함을 노래합니다. 특히 ‘시월령’의 첫머리는 김장에 대한 노래로 시작합니다. “시월은 초겨울이라 입동 소설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사일을 필하도다. 남은 일 생각하여 집안 일 마저 하세. 무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소금 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두리요 바탱이 항아리라. 양지에 움막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장다리무 알밤 말도 수월찮게 간수하소.” 정학유는 입동에 농가가 할 첫째 일로 김장을 이야기하면서 김장의 재료와 담는 과정, 그리고 김장독 묻는 일까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김치의 형태 

 

김장김치가 지역에 따라 특성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온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위아래로 긴 지형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북쪽은 기온이 낮으므로 김장의 간을 싱겁게 하고 양념도 담백하게 하여 채소의 신선미를 그대로 살리는 반면에, 남쪽지방은 기온이 따스한 관계로 대개 짜게 담급니다. 소금만으로 간을 하지 않고 맛을 돋구기 위해 젓국이나 고기국물을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찹쌀풀을 넣어 짙은 발효미를 더합니다.

 

사진 2. 황실알타리김치.

 

영남·호남 지방에서는 멸치젓을 주로 쓰고, 중부에서는 조기젓과 새우젓을 많이 쓰며, 동해안 지역에서는 갈치·고등어 등을 많이 씁니다. 따라서 북쪽의 김치는 국물이 많고 담백한 신선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쪽의 김치는 고추를 많이 쓰고 국물이 거의 없이 걸죽합니다. 중부지방의 김치는 연분홍의 투명한 색을 배추와 국물에 물들게 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장 발효음식의 대명사, 사찰식 김치

 

그렇다면 사찰의 김치는 어떠했을까요?

사찰의 김치도 지역적인 특색이 분명합니다. 기후에 따라, 지형에 따라, 그리고 지역의 특산물에 따라 김치의 맛과 종류가 다양하게 발달되었습니다. 발효라는 말을 빼고는 한식을 말할 수 없듯이, 사찰음식은 발효음식의 집합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찰음식의 카테고리를 결국 발효음식과 제철음식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사진 3. 고추씨장김치.

 

그렇다면 사찰음식에서 발효음식은 어떻게 발달해 왔을까에 대한 의문이 깊어집니다. 발효음식의 대부분은 저장음식이고, 저장을 돕는 일을 담당하는 것은 소금과 장입니다. 오랜 시간 저장을 하고, 저장되어진 상태에서 발효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늘 기본적으로 준비되어 있는 반찬을 마련하는데 옹기라는 도구에 소금과 장을 활용하여 저장 발효음식을 만들어 오랜 시간 발효숙성합니다. 어쩌면 결핍과 궁핍이 만들어 낸 음식이 바로 발효음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불에 익히지 않았지만 날 것이 아니고, 특별한 조리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훌륭한 요리로 탄생합니다. 발효는 곰팡이, 세균, 효모 등 미생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하모니입니다. 우연히 발견된 우연의 산물입니다. 우리 일상식에 있어서는 보험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불가의 내림음식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발효의 주기 역시 사계절이 뚜렷함을 알 수 있습니다. 봄에는 젓갈을 담그고, 여름에는 식초를 만들고, 가을에는 식재료를 갈무리 합니다. 그리고 겨울에는 김장을 하고 메주를 쑤고 장을 담급니다. 발효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깊어지고 넓어짐을 느낍니다. 사찰음식에 있어서 발효란 그만큼 깊고도 넓다는 의미입니다. 조상의 지혜, 그리고 불가의 지혜를 그대로 내림음식으로 이어받아 산문을 나온 사찰음식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 4. 홍갓물김치, 가지김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스님반 작품).

 

발효음식을 이야기하면 할머니가 떠오르고 엄마가 떠오릅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고 고향이 떠오르는 아득한 맛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사찰음식 속에 발효음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추억의 맛과 향기가 그대로 스며 있으면서 불가의 전통을 이어가고 청규에 나타난 지침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발달해 왔던 것이지요.

 

고조리서를 통해 알아본 사찰의 일상식

 

『산가요록』이나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의 고조리서를 살피다 보면 동시대를 살았을 우리 불가의 음식문화도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짐작합니다. 현재 재가자로서 사찰음식을 이야기하고 스님들과 교류하는 과정을 유추해 보았을 때,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고 육식을 하지 않은 불가의 일상식은 고조리서에 나타난 다양한 조리법과 식재료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자리매김해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찰음식은 그야말로 산중생활을 하셨던 스님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발달해 온 지극히 자연스러운 식생활이었습니다.

 

김치발효의 신비한 메커니즘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 돌아왔고 저장 발효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시원하고 담백한 사찰식 김치를 어떻게 담그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도 많고, 사찰식 장담그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고 신기한 현상입니다.

 

사진 5. 솔잎배추물김치, 연근수수김치(선재사찰음식문화연구원 스님반 작품).

 

우주적 생태 사이클을 고스란히 담은 사찰음식, 그 가운데 김치발효의 신비로운 메커니즘을 다 알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과학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유익균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니 감탄을 아니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만 맛을 낸 우리나라 최초의 김치를 닮은 사찰식 김치의 인기는 날로 높아짐을 느낍니다. 모든 채소를 활용하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복잡한 양념을 삼가는 담백하고 시원한 사찰식 김치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올해는 월간 『고경』과 함께 김장을 맛있게 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배추절이기

1. 소금물은 소금과 물을 10:1로 해 주세요.

2. 배추를 반으로 가르고 소금물에 적셔 줍니다.

3. 소금물에 적신 배추를 차곡차곡 놓습니다.

4. 소금 한 주먹(70g)을 배춧대 사이사이 뿌립니다.

5. 웃소금을 올린 배추는 잎과 뿌리 부분을 엇갈리게 절입니다.

6. 남은 소금물은 배추에 골고루 뿌려 주세요.

7. 총 8시간을 절이고 4시간 후에 위치를 바꿔 절여 줍니다.

8. 골고루 절여진 배추는 2~3번 깨끗이 헹궈 주세요.

9. 헹군 배추는 물기를 쏙 빼 줍니다. 

 

사진 6. 절임배추와 생배추.

 

김치양념 만들기

준비물: 채수, 고춧가루, 건고추, 무, 갓, 홍시, 찹쌀, 간장, 소금, 청각, 생강.

 

양념 만드는 법 

1. 건고추와 배는 채수를 넣고 갈아서 고춧가루와 섞어 줍니다.

2. 찹쌀풀과 홍시는 채수를 넣고 따로 갈아 줍니다.

3. 무와 갓은 썰어서 소금에 절여 둡니다.

4. 생청각은 그대로 사용하고 마른 청각은 채수에 불려 사용합니다.

5. 절인 무와 갓에 갈아 둔 고춧물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확인합니다.

6. 갈아 둔 찹쌀풀과 홍시, 생강즙를 넣고 간장으로 간을 맞춥니다.

7. 간장은 반드시 한식간장을 사용합니다.

8. 간을 맞추고 절임배추에 골고루 양념을 바릅니다.

9. 오래오래 두고 먹을 김치는 간을 조금 더 짭짤하게 해서 보관합니다. 

 

사진 7. 홍시배추김치.

 

TIP.

- 채수는 기본적으로 표고버섯, 다시마, 무를 사용하지만 배 껍질을 말려서 함께 사용하거나 마가목, 참죽나무순, 오가피 등 약용식물을 말려서 함께 사용하기도 합니다. 

- 고춧가루만 사용하는 것보다 건고추를 갈아서 사용했을 때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커피콩을 글라인더에 갈아서 오래 두고 먹으면 풍미가 사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해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채수를 식혀 장김치로 담가 드셔도 좋습니다.

- 사찰식 김치는 오신채 재료인 파와 마늘을 사용하지 않고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만듭니다. 단맛을 내기 위해서는 홍시, 단호박, 매실청 등을 활용하고 찹쌀풀, 기장이나 조를 활용해서 풀이나 죽을 쒀서 사용합니다.

- 산삼보다 영양가가 풍부하다고 하는 무의 계절입니다. 무김치를 담그거나 무를 썰어 말려서 반찬으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무청도 잘 말려 두셨다가 겨우내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으로 만들어 드시면 좋습니다.

- 김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절이는 일입니다. 모든 채소는 절여서 사용하고, 잘 절인 김치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간이 골고루 베며 식감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사진 8. 백김치 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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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전통음식연구가.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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