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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미국불교를 이끄는 여성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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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3 년 9 월 [통권 제125호]  /     /  작성일23-09-04 21:08  /   조회99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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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9 / 미국 ⑨

 

1844년부터 시작된 미국불교는 인도와 아시아 불교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승가 중심이 아닌 재가신자 중심의 불교이고, 또 하나는 뛰어난 수행과 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불교사에 없는 미국불교의 특징이며, 혁명적인 일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리처드 휴저스 시거가 지은 『미국불교』에도 여성불교에 관해서 특별히 다루고 있다. 

 

미국불교를 특징짓는 여성불교

 

“모든 문화는 영웅이든 종교나 문화적인 중요성을 가진 인물이든지 간에 인물들의 전기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의 문명에서는 영적인 삶을 추구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이 없으므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여성의 이야기가 없다. 이야기가 없이는 경험을 전달할 수가 없다.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여성들은 그녀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방향을 잡을 수가 없다. 여성들은 그녀들의 투쟁의 가치를 배울 기회나, 그녀의 힘을 축하할 기회나, 혹은 그녀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이 그들의 삶을 어떻게 묘사하는지를 듣기를 갈망했기에 저자는 이들 여성들을 침묵으로부터 풀어주어 그들의 경험을 살펴본다. 종교적인 체험에 여성이라는 것이 특정한 요소가 된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종교사상에서 영향을 주는 힘으로서의 여성을 재조명한다는 의미를 담아서, 여성의 영성체험이 재평가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출트림 알리온 저서인 『지혜의 여인들(Women of Wisdom)』에서 인용.

 

사진 1. 북캘리포니아 주 소노마 마운틴 선원의 법회모습. 스즈키 순류스님이 설립한 샌프란시스코 선원 계열인 이 선원에서는 여성법사가 법회를 이끌고 있다.

 

이 글이 아니더라도 세계사에서 남성 위주로 역사가 진행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과 다른 흐름, 기존 전통 불교국가에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와 여성들이 저술한 책이 미국불교에는 나오고 있다. 『미국불교』의 저자 리처드 휴지스 시거는 특히 미국불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창가학회의 임원과 이사직에서 여성들의 숫자가 많다는 것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 여러 차례 언급하였지만 미국불교는 남방불교, 북방불교, 티베트불교 등 세계의 중요한 불교전통이 다 들어와서 변형되고 있는데 여성들에 의해서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도 볼 수가 있다.

 

사진 2. 『지혜의 여인들(Women of Wisdom)』, Snow Lion(2000).

 

카르마 렉쉬 쏘모가 편집한 『여성의 눈으로 보는 불교(Buddhism Through American Women’s Eyes)』에 보면 ‘노라 쿤니 쉬(Nora Kunli Shih)’는 “서양에서 존재하는 모든 불교 전통은 동양 불교의 전통에서 전파되었고, 크거나 작은 모든 분야에서 동양 불교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하여 몇 가지의 의문점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 서양인들은 우리들 자신을 위하여 불교 선원의 개념과 수련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정의를 하여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나의 경험에 의하면 아시아 사람들이 사회의 구조에 대하여 인식하는 것과 많은 서양 여성들이 사회생활에서 준비하고 생활해 나가는 것에는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현재의 가르침이 진실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하여 나는 때때로 심각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나의 의문점은 어떻게 불교수련 과정을 서양사회의 일상생활에 연관을 지울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라고 서양인의 입장에서 서양인과 동양인의 차이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진 3. 『미국 여성들의 눈으로 보는 불교(Buddhism through American Women's Eyes)』, Shambhala(2010).

 

미국불교의 이러한 면 때문에 나는 미국의 여성불교가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미주현대불교>에서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오랜 기간 이에 대해 소개했다. 미국불교는 스님들이 많이 있는 사찰은 별로 없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이 건립한 3곳의 수도원과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중국인 선화대사가 만든 ‘만불사Ten thousand Buddhas Monsatery’에 비구니 스님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사진 4. 마리 데소자 카나바로(Marie De Souza Canavarro, 1849〜1933).

 

90만 평에 이르는 만불사 수도원에는 대략 100명의 스님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비구니 스님은 70명 이상이라고 한다. 이 수도원들은 동양의 스님들이 만든 수도원이고 동양인 스님들이 많다. 미국인 비구니 스님이 많이 사는 곳은 역시 캘리포니아 북부에 있는 담마하리니 선원이다. 이 수도원에는 주로 7〜8명의 서양인 비구니들이 살고 있으며 테라바다의 숲속 수행 전통에 따라 수행하고 있다.

 

미국불교사에 일찍 등장한 여성들 

 

미국불교사를 보면 초기부터 여성들이 등장한다. 가장 먼저 등장한 사람은 신지학회를 이끌었던 헬레나 페트로브나 블라바츠키(1831〜1891)를 위시하여 1893년 시카고 종교회의에 참석했던 일본스님 사쿠소엔을 후원한 알레산더 러셀(Alexander Russel) 부인이 있다. 러셀부인은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공안을 공부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언론이 ‘상가미티 자매’로 불렀던 마리 데소자 카나바로(Marie De Souza Canavarro, 1849〜1933)는 1897년 미국 토양에서 공식적으로 불교로 개종한 최초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스리랑카에서 여성불교도 학교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녀는 샌드위치 섬의 포르투갈 대사의 미국인 부인이며 과거에는 천주교 신자였다. 1897년 담마팔라를 만난 이후 속세의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뉴욕에서 불교로 개종했다. 이후 담마팔라의 요청으로 콜롬보에 와서 스리랑카 최초의 재가수녀원인 상가미타 우파시카라마야(Sanghamitta Upasikaramaya)를 설립하였다.

 

사진 5. 루스풀러 에버트(Ruth Fuller Everett, 1892〜1967).

 

이 사람들 외에도 미국의 여성 불교사에 관련된 책들에 소개된 여성 불교인들을 보면 초기에 등장하는 여성은 스리랑카와 일본 불교계와 관계된 사람들이 많다. 이 중에서 ‘루스 풀러’와 ‘지유 케네’는 이른 시기에 일본에서 선 수행을 한 사람들이다. 1930년대에 활약했던 루스 풀러 에버렛(Ruth Fuller Everett, 1892〜1967)은 시카고 변호사 찰스 에버렛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1930년에 남편과 함께 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다가 일본에 들렀을 때 D.T.스즈키를 만났다. 스즈키는 에버렛 부인에게 자신의 책을 주고 좌선의 기본 원칙을 가르쳐 주었다. 그녀가 2년 후에 일본을 다시 방문했을 때 스즈키는 그를 일본 임제종 스님 난시켄 로시에게 소개하였다. 에버렛 부인은 아침마다 스님들과 3개월 반 동안 일본 교토의 임제종 사찰인 대덕사大徳寺(다이토쿠지)에서 수행했다. 그녀의 첫 남편이 죽은 후에는 1930년 뉴욕시에 미국의 첫 번째 선원인 ‘제일선원(The First Zen Instute)’을 설립한 임제종의 소케이안과 두 번째 결혼을 했다. 대덕사는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이 훔쳐 간 고려불화 등 고려문화재의 보고로 알려진 사찰이다.

 

영국에서 태어난 지유 케넷(Jiyu Kennett, 1924〜1996)도 미국불교사에 등장한다. 지유는 네 살 때 길에서 성직자를 본 뒤에 자기도 자라서 꼭 성직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회에서 몇 년 동안 오르간을 연주하며 영적 수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다가 드디어 남자를 채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교회에 취직을 할 수 있었다. 거기서 10년간이나 박봉으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자리를 원하는 남자가 나타나자 그녀를 해고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지유가 영국 성공회에 파고 들어갈 생각을 포기하고 불교로 입문하는 계기가 된다.

 

사진 6. 사스타 에바 수도원.

 

그녀는 런던불자협회에서 일하게 되었고, 도쿄 소지사의 코호 선사를 영국으로 초청하는 일에 가담하게 되는데, 이것이 훗날 그녀가 일본행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1970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차로 6시간 걸리는 곳에 조동종 계열의 샤스타 수도원을 세웠는데 이것은 여성이 미국에 세운 첫 번째 선원이다. 

 

모린 스튜어트(Maurine Stuart, 1922〜1990)도 매우 독특한 발자취를 미국불교사에 남겼다. 캐나다 출신의 모린 스튜어트는 피아노를 배우던 파리 유학 시절 우연히 『동양사상 개론』이라는 책을 접하고 불교를 알게 된다. 그때 나이 스물셋이었다. 그로부터 21년 뒤 결혼하고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뉴욕에 살고 있던 모린은 또 우연히 ‘Zen Study Society’라고 씌여진 건물 앞을 지나게 된다. 그리하여 1966년 야스타니 로시의 수련센터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되는데 이때 그녀 나이 44세였다. 우연의 연속 같지만 그녀는 자신이 전생에서도 불교신자였을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것이다 끊어진 상태에 들어가 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꼈다고 회상하였다.

 

미국 여성불교사 공부는 세계불교사 공부

 

그동안 미국 전 지역의 마국인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불교단체를 방문한 결과와 기획연재로 소개된 책 『주목할 만한 미국 여성 불교지도자들과의 만남(Meetings with Remarkable Women: Buddhist Teachers in America)』, 『부처의 딸들을 찾아서(in search of Buddha's Daughters: A Modern Journey Dawn Ancient Roads』), 『지혜의 여인들』, 『가장자리에 서 있는 서구 여성 불자들의 현대적 시각들(Buddhist Women on the Edge: Contemporary Perspectives from the Western Frontier』), 『미국여성들의 눈으로 본 불교』, 『보리수 나무 아래 여인들(Women under the bo tree)』등 여러 권의 여성불교와 관련된 책의내용을 종합하면 미국의 여성불교를 공부하는 것은 세계불교사를 공부하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사진 7. 『주목할 만한 미국 여성불교지도자들과의 만남』, Shambhala(2000).

 

스리랑카, 티베트, 일본, 동남아시아 불교국가 등 전통적인 불교국가에 관한 역사적인 것이 많이 나온다. 티베트 비구니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티베트 비구니들이 3만 명 이상 산다고 알려진 사천성 깐즈의 야칭스(亞靑寺) 등에 관한 책은 아직은 볼 수가 없었고 또 대만이 아닌 중국 본토 중국불교 이야기는 아직 못 보았다. 

 

사진 8. 『가장자리에 서 있는 서구 여성 불자들의 현대적 시각들(Buddhist Women on the Edge:Contemporary Perspectives from the Western Frontier)』, North Atlantic Books(1996).

 

미국불교사에 나오는 여성들이 불교에 입문할 때 어느 스님이나 계열로 입문하였는지에 대해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달라이 라마, 초감 투룽파 린포체, 스즈끼 순류, 야스타니 스님, LA선원을 설립한 일본인 마애주미 스님, 틱낫한, 미얀마 스님들, 고엔카의 이름이 종종 나왔다.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은 초감 트룽파 린포체와 스즈끼 순류스님이었다. 스리랑카 구나라타나스님과 숭산스님 이름도 찾을 수 있었고, 그리고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인도에서 활동한 디파마(Dipa Ma)의 이름도 여러 번 나왔으며, 서래사와 인연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여성 불교인들의 역할

 

숫자가 많은 것도 있지만 이들의 역할이 미국불교의 중요한 특징이다. “196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미국 여성 불교인들은 수행자, 선생, 지도자로서 주요 세력이 되면서 아시아 여성들과는 매우 다르게 변했다. 미국불교공동체 내의 모든 논평가들은 성평등에 의해 다르마가 변형되고 있다는 점이 미국불교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휴저스 시거는 말했다.

 

여성 신도가 많고,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여성이 많아짐에 따라 “1990년대에 이르러 성평등의 이상은 어떤 경우에도 개종자 공동체의 문화 간 다르마의 전승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가 되고 있음이 명백해졌다. 몇몇 전문가들은 어떤 종파나 전통에서든 대다수의 진지한 미국 불교신자는 여성이라고 주장한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여성들이 스님이나 재가선생, 지식인, 기관의 지도자, 혹은 문화비평가로서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다르마를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데, 바로 이 점이 불교가 미국의 독특한 문화적 풍토에 적응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휴저스 시거는 말한다.

 

사진 9.『부처의 딸들을 찾아서(In Search of Buddha's Daughters)』, Tantor Audio(2016).

 

강대국 미국에는 명상하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전 세계 명상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불교책이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 미국에서 출간된 여성불교 관련 책이나 여성 불교인들의 저서가 한국에서 번역되어 출판된 책도 많다. 또 한국에서 하는 국제명상행사도 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이 많이 초청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스리랑카, 태국 등 상좌부 불교계에서는 사라진 비구니 계맥을 복원하는 것이 아주 예민한 문제이다. 나는 작년에 스리랑카 불교계를 순례하면서 비구니 사찰도 방문하면서 스리랑카 불교계의 비구니 복원에 대한 것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96세의 구나라타나스님을 비롯해서 스리랑카 불교계는 미국을 활용하여 비구니 계맥을 복원하려고 한다. 

 

 

사진 10. 카르마 렉쉬 쏘모.

 

스리랑카에서는 공식적으로 비구니 계맥을 인정하지 않지만 구나라타나 스님은 비구니 스님을 배출하고 있고, 인도에서 비구니스님 수계식에 계사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스리랑카 스님들이 참여하였다. 카르마 렉쉬 쏘모 샌디에이고대학교 교수가 중요 인사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여성불교 운동인 ‘샤카디타’에서도 상좌부 불교의 비구니 계맥 복원에 큰 노력을 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 여성불교는 세계 여성불교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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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편집인 및 발행인. 전북 김제가 고향으로 전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9년 뉴욕에서 월간 잡지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사단법인 ‘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을 설립하여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북불교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북한사찰순례단을 조직하여 2005 년부터 4차례에 걸쳐 단체로 북한사찰순례를 하면서 북한불교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 금지로 인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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