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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의 세계]
『부모은중경』 그림, 열가지 큰 은혜 그림으로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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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1 년 2 월 [통권 제94호]  /     /  작성일21-02-05 10:21  /   조회5,60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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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함께 살펴본 불화들은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모두 소의 경전을 전제로 조성되었다. 그러나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과 관련 그림들은 독립된 형식의 불화로 조성되어진 경우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부모은중경도」는 주로 지장전地藏殿 외벽에 벽화로 그려진다. 예외적으로 심우사尋牛寺에 「일심삼관문탱一心三關門幀」이라는 명칭의 3폭이 한 조로 그려진 특이한 탱화가 전하는데 세 폭 중에 우측 한 폭은 망실되었고 좌측의 한 폭은 『부모은중경』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사진 1). 심우사는 해인사 말사로 경남 거창에 소재하고 있다.  

 


사진 1. 심우사 일심관문탱 

「일심삼관문탱」은 1921년 당대 불모인 금강산 유점사 고산古山 스님과 제자 학송 스님, 그리고 건봉사 초암 스님과 해인사 정순 스님 등이 조성한 것으로 산수경물이나 보궁의 묘사가 조화를 이루는 뛰어난 불화이다. 부모은중경변상도의 성격을 띠는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불화로 유일하게 남아있다.

 

 


사진 3. 회향수미산 부분.  

 

살펴보면, 향수해상香水海上에 수미산을 나타내고, 그 상단에는 도솔천궁兜率天宮에 미륵 보살이 설법하는 장면이 있다. 그 위 양쪽으로는 오색 가운데 자명락自鳴樂을 아름답게 나타내었으며, 그 밑 좌우에는 보배로운 나무[寶樹]로 장식했다. 다시 그 밑에는 일산日傘을 받들고 풍악을 울리면서 상선인上善人을 인도하는 모습을 나타내었으며, 바로 그 아래에는 수선상생修善上生하는 상선인을 구름 위에 그렸다(사진 2). 

 


사진 2. 수선상생修善上生 부분. 

 

그 밑은 수미산인데 좌우에 해와 달을 그렸고, 산 밑쪽에는 부모를 양 어깨에 받들어 모시고 수미산을 도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부모은중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묘사한 것이다(사진 3). 이와 함께 사찰 내 지장전 외벽에 그려지는 『부모은중경』 벽화를 보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효孝를 실천하도록 하는 장면을 시각적으로 잘 구현하고 있다.

 

『부모은중경』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의 약칭으로 한량없는 부모의 은혜에 대해 설한 것으로 특히 유교의 효경孝經이 아버지의 은혜를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점과는 달리 어머니의 은혜를 강조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경이로울 정도로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또한 『부모은중경』에는 부모님과 내가 어떤 인연으로 만났으며, 부모님이 어떻게 나를 낳고 길렀는가, 효·불효는 어떤 것인가, 부모님의 은혜가 왜 소중 한가 등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설해져 있다. 따라서 『부모은중경』을 통해서 관념적이었던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참다운 보은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 준다.

 


사진 4. 수미산을 돌다[周遶須彌]. 

 

지장전 또한 지장 보살과 관련하여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즉 『지장경』 역시 불가佛家의 효경으로 불리고 있다. 『지장경』은 석존께서 어머니인 마야 부인을 위하여 도리천에서 설법하시는 것으로 시작되고, 지장 보살의 옛 인연이 모두 부모님께 효를 실천했던 내용이 설해져 있는 까닭 등으로 해서, 지장전의 벽화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물론 불교미술은 의궤儀軌를 따라 그려야 하는 종교화로서의 제약은 있지만, 벽화 등에 그려지는 주제는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시대적 문화상을 반영하고자 고심한 창의적 역량을 가진 화사畵師의 노력이 돋보이는 「일심삼문관문탱」과 같은 불화와 벽화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하겠다. 벽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어버이의 열 가지 크신 은혜를 각각 그려 나타낸다. 

 

첫 번째 ‘회탐수호은懷眈守護恩’은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를 이르는 것으로, 경문은 아기가 어머니 뱃속에서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는 동안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어머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어머니의 무거운 몸이 큰 산과 같다고 비유하고 있다. 두 번째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은 ‘해산함에 고통을 이기는 은혜’를 설하는 부분이다. 아기가 태어날 때쯤 아무 탈 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기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함축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사진 5. 상계쾌락. 

 

세 번째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은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를 이르는데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을 겪고서도 아기가 튼튼하게 모든 것을 갖추고 태어나면 언제 괴로웠나는 듯이 오히려 기뻐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연고토감은咽苦吐甘恩’은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먹이는 은혜’라는 뜻이 사랑과 희생으로 아기를 기르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베푼다. 먹는 것도 아기가 배탈이 날까 찬 것은 데워서, 뜨거운 것은 식혀서 먹이며, 좋은 것만을 골라 아기에게 먹인다. 그리고 경문은 달콤한 것은 어머니의 입 속에 넣다가도 뱉어서 아기 입에 넣어 주는가 하면, 쓴 것은 아기 대신 어머니가 먹으면서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음에 이르고 있다고 설한다. 

 

다섯 번째 ‘회간취습은廻乾就濕恩’은 ‘마른자리 아기 뉘고 어머니는 젖은 자리 눕는 은혜’이다. ‘어머니의 은혜’라는 노래의 가사 중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닿도록 고생하시네.”는 내용은 이 ‘회간취습은’에 설해진 경문의 내용이다. 어머니가 아기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신다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여섯 번째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은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이다. 어머니는 아기를 위해 아낌없이 주는 거룩한 자기희생의 실천자다. 어버이는 비록 아기에게 모자란 데가 있다고 해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신 오히려 건강한 아이보다 더욱 정성껏 보살펴 준다. 이런 차별 없는 전체적인 사랑이 부모님의 사랑임을 『부모은중경』은 설하고 있다. 

 

일곱 번째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은 ‘더러운 것 깨끗이 씻어 주신 은혜’이다. ‘세탁부정은’에서 경전의 게송은 앞의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와는 달리 어머니의 곱던 얼굴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먼저 노래하고 있다. 부모로 인하여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그 부모로 인하여 길러졌음을 안다면 부모를 받들고 모셔야 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부처님 자신마저도 아버지인 정반왕이 별세하자 손수 그 상여를 메었다고 하듯이 『부모은중경』은 말 그대로 부모의 은혜가 지중함을 가르쳐 설하고 있으며 벽화는 이를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여덟 번째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은 ‘멀리 떠나면 걱정하시는 은혜’를 설하고 있다. 즉 외지로 떠나게 되거나 또는 떨어져 있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을 그려 놓았다. 

 

아홉 번째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은 ‘자식 위해 궂은일도 마다 않는 은혜’를 말한다. 흔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정도가 더 깊고 자상하다는 의미로 통한다. 그 가운데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비할 수 없이 깊고 간절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두 어깨에 아버지, 어머니를 한꺼번에 메고 수미산을 백 천 번을 돌아도[周遶須彌] 부모의 은혜를 다 갚았다고 할 수가 없다고 하신 것이다(사진 4). 

 

마지막으로 열 번째 ‘구경연민은究竟憐憫恩’은 ‘끝까지 염려하고 사랑해 주는 은혜’를 말한다. 이렇게 ‘구경연민은’은 어버이의 은혜가 계속해서 베풀어 이어진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달리 끝까지 사랑하는 은혜라고도 하고 끝까지 불쌍히 여기는 은혜라고도 한다. “끝까지”라는 말은 “이 같은 부모 은혜 언제쯤 끊길런가! 목숨이 다한 뒤 그때야 떠나리라.”는 게송처럼 죽을 때까지라는 말이다. 

 

부모의 은덕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는지를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려거든 부모를 위하여 경전을 거듭 만들어 내면 진실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경전을 펴내는 것은 부처님을 뵙는 것과 다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순화시키고 발심케 하므로 그 공덕이 무량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은 “이와 같이 사람이 경전을 만들어 내는 데 힘을 쏟게 된다면 여러 부처님이 항상 보호해 주고 감싸주며, 그 같은 일을 한 사람의 부모를 하늘나라로 오를 수 있게 하여 모든 즐거움과 편안함을 누리게 하고 영원히 지옥의 고통에서 멀어지게 하신다[上界快樂].”(사진 5)고 보은의 궁극적 방법까지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통해 설명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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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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