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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의 세계]
간다라 미술로 보는 부처님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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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2019 년 8 월 [통권 제76호]  /     /  작성일20-05-29 10:26  /   조회6,87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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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 · 미술사 

 

부처님께서 짓고 있는 손 모습을 우리는 ‘수인手印’이라고 한다. ‘인印’은 범어 ‘무드라mudrā’의 번역어로 밀교에서는 ‘인’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뜻의 ‘인신印信’으로, 현교에서는 ‘인장印章’으로 이해했다. 약사여래처럼 약그릇을 지물持物로 갖고 있을 때는 ‘계인契印’이라고 한다. 수인은 불상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으며 시대에 따른 교리와 신앙을 파악하는 것을 가능케 한다. 

 

  손 모습과 지물 - 수인과 계인契印

 

석가여래의 수인은 탄생, 수행, 성도, 첫 설법, 교화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석가여래의 근본5인은 선정인禪定印,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전법륜인轉法輪印, 시무외인施無畏印, 여원인與願印 등이다. 이 다섯 가지 수인은 후대 밀교 오불五佛의 오인五印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지인天地印’이 추가되고 ‘시무외인’과 ‘여원인’이 합쳐져 ‘시무외여원인’으로 자리잡는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석가여래 근본5인은 천지인, 선정인, 항마촉지인, 전법륜인, 시무외여원인 등이다. 

 

아미타여래는 극락 왕생을 상징하는 9종류의 아미타구품인阿彌陀九品印을, 법신불인 비로자나여래는 부처님과 중생이 하나임을 상징하는 지권인智拳印을, 약사여래는 중생들의 병을 치유하는 약이 담긴 그릇을 든 약기인藥器印을, 미래불인 미륵여래는 용화수 꽃을 든 용화수인龍華樹印을 짓고 있다. 이들 수인은 다음 호에서 소개하고자 하며, 간다라 불전미술에서 시작된 석가여래의 근본5인의 형성 과정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는 탄생불 - 천지인天地印

 

우리나라 부처님 오신 날의 가장 큰 의식은 탄생불의 머리 위에 물을 부어 목욕시키는 관욕灌浴 또는 관불灌佛 의식이다. 관욕식의 탄생불은 한 손으로는 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는 천지인天地印을 짓고 있다(사진 1). 고대 중인도와 북인도인 간다라 불전 미술에는 탄생하자마자 사방으로 칠보七步를 걸었다는 에피소드가 간략히 표현되었다. 태자가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걷고, “나는 천상과 천하를 구원하고 나고 죽는 고통을 끊으며, 일체 중생들을 언제나 편안히 하게 하리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탄생게는 <보요경>에 기록되어 있다. 

 


 

사진1. 우리나라 탄생불. 백제(왼쪽), 고려(오른쪽), 국립중앙박물관.

 

  

사진2. 두 용왕에 의한 부처님의 관욕, 인도 마투라박물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치는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천지인天地印의 탄생불로 표현했다. 인도와 중국보다는 천지인 탄생불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도상으로 일본에도 영향을 주었다. 천지인 탄생불의 기원은 중인도 마투라의 불전미술에서 찾을 수 있다(사진 2). 불교 경전에는 부처님을 관욕시킨 이로서 용왕 형제, 제석천․범천 그리고 구룡九龍 등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용왕에 의한 관욕은 중인도·중국·우리나라에서 유행했고, 북인도인 간다라에서는 제석천과 범천의 관욕 장면이 주로 선호되었다.

 

<사진 2>는 중앙의 탄생불, 좌우 합장한 용왕, 탄생을 찬탄하는 천상의 악기 등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다. 탄생불의 얼굴은 손상되었지만 왼손은 허리에 대고 오른손은 들어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하는 길로 들어서게 하려고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함’을 선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탄생불에서 볼 수 있는 오른손을 위로 치켜든 도상의 시원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수행과 선정인禪定印

 

선정인은 수행을 상징하는 수인으로 왼손 위에 오른손을 겹친 후 두 손의 엄지를 맞대어 단전 앞에 둔 모습이다. 인도·중국·한국 등 불교국가의 초기 불상은 선정인을 짓는 경우가 많다. 인도에서는 왼손 위에 오른손을,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오른손 위에 왼손을 얹어 손의 위치를 다르게 나타냈다. 인도에서 왼손 위에 오른손을 둔 이유는 오른손은 청정을 상징하고, 왼손은 부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도에서는 부처님을 태양과 동일시 여겼기 때문에 태양이 도는 방향을 신성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간다라 미술에서는 염부수 나무 아래에서 첫 선정에 든 싯다르타 태자(사진 3)와 고행 중인 부처님을 표현한 고행상(사진 4)이 선정인을 한 상으로 유명하다. 

  


 

사진3. 첫 선정에 든 싯다르타,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페샤와르박물관.


 

사진4. 고행상, 간다라(2~3세기),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지신의 공덕 증명 -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

 

항마촉지인은 선정인 자세에서 왼손은 그대로 두고 오른손만 무릎 아래로 내린 손 모양으로 깨달음의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항마촉지인은 항마인·촉지인·지지인指地印이라고도 하는데 마왕의 항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항마인降魔印, 손이 땅에 닿았다는 의미에서 촉지인觸地印, 손가락으로 땅을 가리키기 때문에 지지인指地印이라고 했다. 

 

항마촉지인이 불교미술에 등장한 최초의 예는 간다라의 항마성도 불전도이다. 즉 항마성도 장면에서 최종적으로 마왕 마라의 공격에 대해 대지의 여신을 증인으로 초청하고 승리를 선언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경주 토함산 석굴암의 본존불은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항마촉지인을 대표하는 불상이다. 항마 이후 선정에 들어 깨달음을 성취했지만 성도상으로 석가여래를 표현할 때 주로 항마촉지인의 수인을 사용하게 되었다. 간다라의 항마성도 불전도를 보자(사진 5). 

 


 

사진5. 항마성도, 간다라(2~3세기), 독일 국립베를린아시아박물관.   

 

 부처님의 성도를 방해한 마왕 마라는 여러 가지 방편으로 부처님을 위협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전생에 쌓은 공덕을 놓고 설전을 나누던 중 부처님께서 마왕에게 “그대는 단 한가지 전생에 착한 일을 한 인연으로 천상에 태어났지만 나는 무수한 세월 동안 공덕을 쌓아왔다”고 말씀하셨다. 이에 마왕은 “그것을 누가 증명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에 부처님께서 손으로 지신을 부르자 부처님 과거생의 공덕을 지신이 증명했다고 한다. 

 

간다라 항마성도 불전도 가운데 공덕을 증명하는 지신이 대좌에 표현된 것으로는 <사진 5>가 있다. 현재 독일의 인도박물관에 소장 중이며 대좌의 풀잎 사이로 고개를 들어 합장하고 있는 여인은 석가여래께서 전생에 쌓은 공덕을 증명하고 있는 지신이다. 간다라에서 처음 나타난 이 도상은 석가여래를 대표하는 ‘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의 기원이 되었다. 간다라에서는 선정인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지신을 부르는 도상보다는 왼손으로 가사자락을 잡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석굴암 본존불과 같은 항마촉지인은 인도에서 5세기 경 굽타시대가 되어야 정착하게 된다. 

  

 첫 설법 - 전법륜인轉法輪印

 

전법륜인은 석가여래께서 첫 설법을 할 때의 손 모양을 말하며 석가여래의 설법이 그치지 않고 전해짐을 전륜성왕의 법륜法輪에 비유한 것이다. 태양이 모든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듯이 불법佛法의 힘이 전우주를 지배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녹야원에서의 첫 설법을 의미하지만 석가여래의 모든 설법을 상징하기도 해 설법인이라고도 한다. 

 

초기 간다라에서는 직접 손으로 법륜을 굴리는 모습(사진 6)과 오른손을 든 시무외인을 짓는 장면(사진 7)으로 구분된다. 초기 불상에서 시무외인은 넓은 의미의 설법인을 상징했다. 5세기 경 굽타시대에 조성된 녹야원 법당에 봉안되었던 불상은 전법륜인을 짓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다(사진 8).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오른손은 손바닥을, 왼손은 손등을 보이게 하고 손가락을 오묘하게 맞대고 있다. 이 수인은 시대가 내려가면 비로자나여래의 지권인으로 변모한다. 

 


 

사진6. 법륜에 손을 얹어 첫 설법을 하는 부처님, 간다라(2세기), 미국 메트로박물관.


 

사진7. 첫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 간다라(2~3세기), 미국 프리어새클러박물관. 

  

사진8. 첫 설법을 하시는 부처님, 사르나트(5세기 경), 인도 사르나트고고박물관. 

 

 데와닷타의 항복 - 시무외인施無畏印

 

시무외인은 모든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오른손은 위로 올려 선서를 하는 듯한 자세를 하고 있다. 시무외인의 유래는 데와닷타(Devadatta의 에피소드에서 유래된 것으로 술 취한 코끼리로 하여금 부처님을 공격하게 한 ‘취상조복醉象調伏’에 연원을 두고 있다. 이 장면은 고대 인도나 간다라 불전도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간다라 불전도에는 석가여래께서 오른손을 내밀어 우리에서 나오는 날라기리 코끼리의 머리를 쓰다듬는 모습으로 표현되었다(사진 9). 코끼리를 조복시키는 손을 위로 들면 시무외인이 된다. 이외에도 부처님의 사위성에서 이교도들을 항복시키기 위해 신통 변화를 보이는 장면에서도 사용되었다(사진 10).

 

시무외인은 선정인과 함께 초기 불상에 가장 많이 표현된 수인이다. 모든 두려움을 없애준다는 것은 결국 부처님의 설법으로 가능했기 때문에 시무외인은 간다라에서 석가여래의 첫 설법 장면에는 설법인으로, 술 취한 코끼리와 이교도를 항복시킬 때는 시무외인으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사진9. 취상조복, 간다라(2~3세기), 인도 찬디가르박물관.

  

사진10. 불과 물을 방출하며 신통한 변화를 보이는 부처님, 간다라(3~4세기), 프랑스 기메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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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 구」로 문학박사학위 취득,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불교미술전공 초빙교수, 강원도 문화재전문위원. 저서에 『조선시대 불상의 복장 기록 연구』, 공동 저서로 『치유하는 붓다』·『간다라에서 만난 부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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