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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불교윤리 ]
불교전통과 동성애의 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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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결  /  2024 년 7 월 [통권 제135호]  /     /  작성일24-07-05 09:33  /   조회1,005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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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수행과 깨달음의 길에 장애가 되는 ‘성(sexuality)’을 아무리 외면한다고 해도 인간의 자연적 욕망에서 비롯되는 사건, 사고들을 불교적 관점에서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주1) 이 말은 불교가 역사적으로 발전, 전개되는 동안이나 오늘날에도 승가 주변에는 크고 작은 스캔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자들은 불교 전통 안에서도 많은 다양성이 존재했던 만큼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주2) 

 

불교와 동성애: 인도불교의 경우

 

동성애에 대한 인도불교의 기본입장은 이른바 판다카라고 불리던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paṇḍaka’라는 단어는 어원이 분명하지는 않으나 일반적으로 ‘apa+aṇḍa+ka’, 즉 ‘고환이 없는(사람)’에서 유래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주3) 주석가 붓다고사(Buddhaghosa)에 의하면 판다카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대별된다.

 

사진 1. 성의 다양성을 표현하기 위한 퀴어 붓다.

 

① 물을 ‘뿌리는’ 사람(āsitta-paṇḍaka); 다른 사람의 성기를 입으로 빨아 사정에 이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자.

② ‘질투하는’ 사람(usūya-paṇḍaka); 다른 사람들이 성행위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질투심을 일으킴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는 자, 즉 관음증 환자.

③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opakkamika-paṇḍaka); 어떤 특별한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정액이 분출되도록 하는 자.

④ ‘2주 동안만’ 다른 사람(opakkamika-paṇḍaka); 과거의 업 때문에 음력 한 달 가운데 2주 동안만 판다카가 되는 사람. 즉 다른 2주 동안은 자신의 욕망을 정상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자.

⑤ ‘남성이 아닌’ 사람(napuṃsaka-paṇḍaka); 임신 순간부터 남성성이 결여된 자(주4) 등이 곧 그들이다.

 

사진 2. 버나드 포레의 책 The Red Thread; Buddhist Approaches to Sexuality (1998).

 

이처럼 판다카는 독특한 성 역할과 취향을 가진 사람들로, 말하자면 양성애자나 선천적인 양성구유자, 복장성도착자(transvestite) 또는 동성애자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개념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이들은 정식 출가수행이 거부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판다카들이 같은 승가 구성원들과 동성애나 유사 성행위를 벌임으로써 기존의 교단 질서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주5)이는 넓은 의미에서 수행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는 성행위 일반을 금지하는 조치였을 뿐만 아니라 승가의 화합과 존속을 위한 현실적 요청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주6)

 

불교와 동성애: 티베트 불교의 경우

 

티베트에서 발견되는 동성애의 관습은 ‘다돕(lDab ldobs)’이라고 불리던 울력승들(working monks) 사이에서만 은밀하게 행해지고 있었다.(주7) 다돕은 규모가 큰 사원에서 육체노동을 하거나 지역 내의 각종 운동경기에 참가하면서 일종의 보안요원처럼 활동하던 비정규직 승려들이었다. 골드스타인(Melvyn Goldstein)의 연구에 따르면 그들은 엄격한 규율을 준수해야 하는 승가 공동체에는 어울리지 않은 사람들이었지만, 환속할 경우 예비 승려로 있을 때 보다 사회적 신망이나 경제적 안정을 누리기 어려웠던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주8) 이런 다돕들은 스스로를 가리켜 “우리가 바깥에 서 있는 ‘벽’이라면, 다른 승려들은 안에 들어있는 ‘보석’이다.”(주9)라고 말했다.

 

사진 3. 미국의 사회인류학자이자 티베트 학자 멜빈 골드스타인(Melvyn C. Goldstein, 1938〜).

 

골드스타인의 말을 빌리면 다돕들은 성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어린 소년을 유혹하거나 심지어 납치를 하면서까지 동성애 행위를 즐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주10) 그렇다고 하여 모든 다돕들이 동성애자였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는 대부분의 다돕들이 사원의 법규를 준수했을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로부터 상당한 존경을 받고 있었다는 기록에서도 확인된다.(주11) 여기서 보듯이 티베트 불교는 다돕들의 동성애 행위를 종교적으로 단죄하기보다는 그들의 또 다른 쓸모를 교단 차원에서 인정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불교와 동성애: 중국불교의 경우

 

웰치(Holmes Welch)는 자신의 고전적 저서 The Practice of Chinese Buddhism: 1900-1950에서 그가 만난 중국인들의 절대다수는 동성애적 유혹을 ‘저급한 취향(low taste)’으로 여긴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동성애에 대한 이러한 적대적 태도는 중국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현상인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는 동성애에 대해 혐오적인 태도를 보였던 기독교 선교사들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주12)

 

사진 4. 홈즈 웰치(Holmes Welch)의 책 The Practice of Chinese Buddhism:1900-1950.

 

실제로 근대 이전의 중국불교에서는 동성애의 관습이 존재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가 남아 있기도 하다. 예컨대, 일본 진언종의 창시자인 쿠카이(空海, 774∼835)가 중국에서 동성애의 관습을 들여와 일본에 소개했다는 역사적 기록 등이 바로 그것이다.

 

17세기 무렵 중국에 상륙한 예수회 선교사들의 보고에 의하면 당시 중국에서 동성애 관계는 남자 배우들 사이나 귀족들의 규방 또는 첩들 사이에서, 그리고 매음굴에서도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명대의 문학 속에서 일부 비구니들이 레즈비언 관계에 있었음을 암시하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19세기에는 불교의 영향을 받았던 비단 직조공들의 친목 모임인 금란회金蘭會가 레즈비언 커플을 정식회원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주13) 다만 동성애에 대한 중국불교의 입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언급은 미국에서 활발한 포교활동을 하고 있는 선화宣化 선사의 말을 떠올려 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동성애는 (…) 저급한 중생계로 다시 태어날 씨앗을 심는 일이다.”(주14)

 

불교와 동성애: 일본불교의 경우

 

다른 지역의 불교 전통들에 비해 일본불교에서 동성애는 비밀스럽고 신비한 관습으로 은근히 찬양되거나 장려되고 있었다. 많은 불교문헌들에서 묘사되고 있는 동성애의 전형은 나이 많은 승려가 젊은 행자승을 애인으로 삼는 것이었다. 14세기 문헌인 『치아관음연기稚兒觀音緣起』에는 관세음보살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승려 눈앞에 젊고 아름다운 행자승(치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사진 5. 쿠카이(空海). 일본 헤이안 시대의 승려(774〜835).

 

후대 문헌들에는 9세기 일본 진언밀교의 개창자인 쿠카이가 남성간의 동성애 관습을 중국으로부터 일본에 소개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전한다. 15세기부터 진언밀교의 여러 외전들은 이성 간의 성행위를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로 칭송했을 뿐만 아니라 동성애의 관습을 승려들의 정당한 행위라고까지 말했다.

 

심지어 1598년의 『홍법대사서弘法大師書』에서는 쿠카이의 환영이 나타나 승려들과 행자승들의 성교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있을 정도이다. 1667년에 저술된 동성애 시집인 『돌 진달래』는 어떤 승려가 행자승인 자신의 어린 애인에게 바치는 외설적인 연가로 가득 차 있다.(주15) 그러나 일본불교 교단에서 이와 같은 남성 간의 동성애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었다는 사실과 성기의 삽입을 통한 성적 음란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율장 조항은 원칙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것이었다.(주16) 이는 일본 교단 안에서 동성애의 관습이 조직적으로 은폐 또는 묵인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불교는 동성애의 관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

 

불교의 전통 안에서 동성애를 언급하고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은 동성애와 관련된 계율 위반 사례가 실제로도 드물었던 것이 아닐까? 이와 관련하여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사실은 불교 교단의 역사에서 여성인 비구니들의 동성애 사례를 사실상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동성애 문제를 다루고 있는 카비존과 포르의 연구에서도 비구니들의 동성애, 즉 레즈비언 사례는 매우 드물게 인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주17) 그만큼 은밀했거나 아니면 현실적으로 비구니들의 동성애 행위는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웠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불교 교단이 동성애를 금지한 가장 큰 이유가 동성애 행위 그 자체의 비종교성 때문이라기보다는 교단의 화합과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는 풍기문란 사범이기 때문이었다는 포르의 분석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주18)

 

사진 6. 미국의 티베트 불교학자 호세 카비존(Jose_Ignacio_Cabezon).

 

불교 전통은 다른 종교들에 비해 성과 관련된 쟁점들에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불교가 출가수행자의 길을 권장했던 반면, 초기 경전들이 ‘마을의 습관’이라고 불렀던 남녀의 성행위를 부정적으로 보도록 가르쳤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주19)그러나 오늘날의 불자는 붓다 당시의 불자들이 아니다. 무상의 본질은 곧 변화의 수용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지향적인 불교는 개개인의 일상적 행복을 존중하는 차원에서라도 동성애를 포함한 성 일반의 향유와 관련된 입장을 포괄적으로 재정립할 때가 되었다는 문제의식의 공유를 제안한다.

 

<각주>

(주1) Bernard Faure, The Red Thread; Buddhist Approaches to Sexuality(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8), p.4.

(주2) José Ignacio Cabez n, “Homosexuality and Buddhism”, in Winston Leyland ed., Queer Dharma: Voices of Gay Buddhists(San Francisco; Gay Sunshine Press Inc.,1998), p.29.

(주3) Leonard Zwilling, “Homosexuality As Seen in Indian Buddhist Texts”, in José Ignacio Cabezón ed., Buddhism, Sexuality, and Gender(Delhi, India; Sri Satguru Publications,1992), p.206.

(주4) Peter Harvey, An Introduction to Buddhist Ethics: Foundations, Values and Issues(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0), pp.414-415.

(주5) Bernard Faure, The Rhetoric of Immediacy: A Cultural Critique of Chan/Zen Buddhism(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1), pp.231-257; Peter Harvey, op. cit., pp.411-434; Leonard Zwilling, op. cit., pp.203-214; José Ignacio Cabezón, op. cit., pp.29-54 등을 참조할 것.

(주6) Leonard Zwilling, op. cit., p.209.

(주7) Peter Harvey, op. cit., pp.424-425; José Ignacio Cabezón, op. cit., pp.41-42 등 참조.

(주8) Melvyn Goldstein, “A Study of the Ldab Ldob”, Central Asiatic Journal, no.9(1964), pp.134-136. 

(주9) Melvyn Goldstein, op. cit., p.136.

(주10) Ibid.

(주11) José Ignacio Cabezón, op. cit., p.42.

(주12) José Ignacio Cabezón, op. cit., p.39의 각주 37) 참조.

(주13) Peter Harvey, op. cit., pp.425-426.

(주14) Ibid.

(주15) Paul Gordon Schalow, “Kūkai and the Tradition of Male Love in Japanese Buddhism”, in José Ignacio Cabezón ed., Buddhism, Sexuality, and Gender, op. cit., pp.215-230 참조.

(주16) 아시아의 다른 불교국가들과 서양 불교단체들이 동성애에 대해 어떤 인식과 관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Peter Harvey, op. cit., pp.423-424 및 pp.428-433을 참조할 것.

(주17) Bernard Faure, The Red Thread; Buddhist Approaches to Sexuality(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8), pp.207-240 및 José Ignacio Cabezón, op. cit., pp.31-35 등 참조. 그리고 포르의 또 다른 저술인 Bernard Faure, The Rhetoric of Immediacy: A Cultural Critique of Chan/Zen Buddhism(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1), pp.231-257도 불교의 동성애 관습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주18) Bernard Faure, The Rhetoric of Immediacy: A Cultural Critique of Chan/Zen Buddhism(Princeton, New Jersey;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91), p.257.

(주19) Damien Keown, op. cit.,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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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결
동국대 국민윤리학과 졸업(문학박사). 영국 더럼 대학교 철학과 방문학자 및 동국대 문과대 윤리문화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로 있다. 역저서로는 『불교윤리학 입문』, 『자비결과
주의』, 『불교의 시각에서 본 AI와 로봇 윤리』 등이 있고, 공리주의와 불교윤리의 접점을 모색하는 다수의 논문이 있다.
hnk@dongguk.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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