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 길라잡이 ]
마음의 때를 벗겨내는 능엄주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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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스님 / 2024 년 6 월 [통권 제134호] / / 작성일24-06-05 11:09 / 조회1,838회 / 댓글0건본문
질 문: 능엄주 초보자입니다. 능엄주를 시작한 지 한 달 조금 넘은 듯합니다. 어느 카페 글에서 보니 능엄주는 근기가 약하면 할 수 없고 처음에는 반드시 시험이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너무 초보적인 질문이라 죄송합니다.
나를 바꾸려는 동기를 가진 사람
답 변: ‘근기根機’라….
보통 사람들은 상근기, 중근기 하근기로 나누어 말하곤 하는데, 나는 어디에 속하겠습니까? 그리고 무엇을 기준으로 근기를 나누는 것이겠습니까?
지능일까요? IQ가 높으면 상근기라 할 수 있을까요? 제방선원에 나간 지 얼마 안 된 초참시절, 어른 스님들로부터 “이 공부는 무상無常함을 느끼지 못하면 하기 어려워.”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습니다. 그 뒤로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을 3번이나 훌쩍 보낸 지금, 이런 사람이 바로 상근기이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즉, ‘일찌감치 무상無常의 도리를 실감하여 부질없는 것에 마음이 좇아가지 않고, 진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꾸준히 찾아가는 사람’ 말입니다.
수행의 공부는 ‘자기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겁니다. 부처님이 좋아서도 아니고, 가르침이 훌륭해서도 아닙니다. 지금의 나는 편안하지 않습니다. 이것저것에 끄달리고 동요하며 볶이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 자신을 바꾸어보려는 것입니다.(이것이 사성제四聖諦에서 고성제苦聖諦가 먼저 설해진 이유일 것입니다.)
나 자신을 바꾸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는 부처라는 큰 스승과 그 분의 가르침은 타는 목마름에 청량한 감로처럼 와 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위에 언급한 상근기는 바로 이런 사람일 것입니다. 갈증을 느껴 애타게 물을 찾고 있는 사람 즉, 머리를 잘 굴리는 사람이 아니라 방일하지 않고 꾸준히 행동으로써 찾아가는 의지로 뭉쳐진 사람입니다.
근기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에게 왜 공부가 필요한지 그 이유와 그리고 얼마만큼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나의 현 상태가 공부의 출발점
공부의 시작은 자기 자신의 현재 상태입니다. 그래서 외적인 대상이 아닌 나의 마음을 느끼고 관찰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은 부처인 나의 마음이나 중생이라 불리는 그대들의 마음이나 하등 다를 바가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다만 그대들은 마음에 때가 끼어 있을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때’를 ‘마음의 탐욕’이라 하기도 하고, ‘에고’라고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마음의 때를 벗겨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야 본래의 마음이 드러나게 되고, 그 본래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비로소 차원이 다른, 있는 그대로의 여실한 세계가 펼쳐진다고 하셨습니다.
수행은 마음의 때를 벗겨내는 작업입니다. ‘능엄주’라는 수행법은 마음의 때를 벗겨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어떠한 수행법도 마음을 향해 있지 않은 것이 없고, 그 마음에 끼어 있는 때를 벗겨내는 것에 있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얼마나 집중하여 마음의 세계로 몰입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공연히 근기가 약하니 강하니 하는 것으로 머뭇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또 “능엄주는 강하고 센 주문이니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쓸데없는 말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능엄주를 하는 이유와 목적이 스승의 가르침에 바르게 부합되는지, 아니면 현실적인 이익이나 복을 구하기 위함인지 그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입니다.
능엄주는 하나의 수행방법일 뿐입니다. 길을 가는 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 방법이 길을 가는 데 전부는 아닙니다. 그 방법에 어떤 마음의 내용을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중요한 부분입니다.
능엄주를 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이유가 부처님이 제시한 가르침의 핵심에 부응하는 것인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것이 내 수행의 나아가는 방향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먼저 올바로 잡으면서 거기에 나의 신념과 열정을 쏟아야겠지요. 이런 것을 점검하면서 하는 것이라면 시작이 바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능엄주 자체를 놓고 강하니 세니, 또는 시험이 있느니 위험하니 하며 자신을 혼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습니다. 능엄주는 『능엄경』이라는 출처가 분명한, 부처님께서 시설해 놓으신 훌륭한 방법입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잘못 운용하면 탈이 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중요하긴 하지만 이차적인 것이고(조건에 해당), 가장 중요한 일차적인 문제는 그 방법을 운용해 가는 자기 자신의 마음 상태(원인에 해당)일 것입니다. 바르게 애쓰시고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능엄주가 설해진 배경
참고로 능엄주가 설해진 배경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능엄주는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이하 『수능엄경』)에 설해지고 있습니다. 이 경전에 의하면 능엄주가 설해진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분인 아난阿難존자는 부처님과 사촌동생으로서 어릴 때 출가했습니다. 뒤에 부처님의 시자侍者가 되어 부처님이 열반에 드실 때까지 24년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시봉을 했습니다. 훗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가섭존자의 뒤를 이어 불교 교단을 이끄는 2대 조사祖師가 되었습니다.
아난존자는 기억력이 아주 뛰어났습니다. 그 탁월한 기억력은 부처님을 수행하고 다니며 들은 부처님 법문을 상세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 점은 훗날 부처님이 열반하신 뒤에 가섭존자를 중심으로 경전을 결집結集하게 될 때에 크게 공헌하게 됩니다.
이렇게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아난존자지만 장애 또한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여난女難을 많이 겪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아난존자의 체격이 당당하면서도 용모가 수려하며, 피부가 맑고 부드러웠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뭇 여성들의 선망이 되곤 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난존자는 점심때가 다가오자 발우를 들고 탁발을 나갔습니다. 어느 마을의 우물가를 지나다가 마침 목이 말라 우물가로 다가갔습니다. 그곳에는 한 처녀가 물을 긷고 있었습니다. 아난존자는 그 처녀에게 물 한 그릇을 떠 줄 것을 정중하게 청하였습니다.
처녀는 웬 잘생긴 수행자가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는 이미 가슴이 쿵쿵거리고 있던 터였습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아주 정중한 태도로 부탁하는 것을 보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재차 물을 떠줄 것을 청하는 수행자에게 그 처녀는 물을 떠줄 수 없노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신분이 사성계급 중에서 가장 미천한 ‘수드라’(노예계급)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아난존자는 자신은 세속의 모든 차별에 의미를 두지 않는 수행자이기에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보고 대할 뿐이라고 말하며 재차 물을 떠주기를 청했습니다. 자신의 미천한 신분을 아랑곳하지 않고 미려美麗한 사람이 아주 정중한 태도로 청하는 모습에 그 처녀는 그만 그 수행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그 처녀는 앓기 시작했습니다. 상사병이 생긴 것입니다. 식음을 전폐하며 앓기 시작하는 딸을 보다 못한 엄마가 그 까닭을 추궁했습니다. 그 엄마의 이름은 ‘마등가’였고, 직업은 주술사였습니다. 딸로부터 자초지종을 들은 마등가는 딸을 위해 옳지 못한 일인 줄 알면서도 그 수행자를 유혹하기로 했습니다.
평소에 아난존자가 탁발을 하기 위하여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주술을 걸어 아난존자의 정신을 홀리는 데 성공을 합니다. 주술에 걸린 아난존자는 자신도 모르게 그 처녀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처녀는 엄마의 지시대로 자신의 방을 신방으로 꾸며 놓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아난존자는 그 처녀의 방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때마침 선정에 들어 계시던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과정을 신통력으로써 보시게 됩니다. 급히 제자들을 불러 아난이 위기에 처했음을 알려주시고는 가서 구해 오라고 지시를 합니다. 부처님으로부터 명을 받은 제자들은 무엇으로써 아난에게 걸린 주술을 풀어서 데려올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잘 들으라고 하시고는 다시 선정에 드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선정에 드시자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한 줄기 큰 빛이 뿜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그 빛 속에서 무수히 많은 선정에 드신(좌선의 형태로) 부처님들이 출현하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부처님들이 한결같이 무언가를 암송하고 계셨습니다. 그 외우고 계신 내용이 바로 ‘능엄주’였습니다. 제자들은 이 능엄주를 듣고 외우고는 급히 가서 위기일발의 순간에 처한 아난존자의 주술을 풀어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능엄주는 이렇게 설해졌습니다. 이 능엄주가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나왔다 해서 정수리 정頂 자가 들어간 ‘대불정능엄신주大佛頂楞嚴神呪’라는 명칭이 붙여졌습니다. 혹 어떤 사람들은 능엄주가 ‘귀신을 쫒아주는 주문’이라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만 이것은 능엄주를 잘못 알고 하는 말들입니다.
『수능엄경』 제7권에 부처님께서 대불정능엄신주를 설하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시었다.
“아난아, 이 부처님의 정수리 광명이 모이어 된 시타타파트라 비밀한 가타 미묘한 글은 시방의 온갖 부처님을 내는 것이니, 시방여래가 이 주문으로 인하여 위없는 삼먁삼보리를 이루는 것이며…”
여기에 분명히 업급되어 있습니다. 이 주문은 온갖 부처님을 낼 뿐만 아니라, 이 주문으로 인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이룬다고. 따라서 단지 삿된 기운을 몰아내거나 어떤 영험을 바라고 하는 주문이 아니라 자신을 닦아나가는 참된 수행법으로서 누구나 할 수 있는 훌륭한 수행법입니다. 다음 호에는 능엄주를 하는 방법 등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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