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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대승불교의 미국적 변용, 사회참여 불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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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4 년 3 월 [통권 제131호]  /     /  작성일24-03-04 10:49  /   조회1,82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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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불교는 지금 14 | 미국 ⑭

 

중국에서는 당·송 시기에 걸출한 선사들이 쏟아져 나와 중국불교가 활짝 피어났다. 반면 미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50년간 훌륭한 불교인들이 여러 지역에서 많이 배출되었다. 이들 중에는 여성 불교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여성 불교인들도 많았고, 사원과 선방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는 것을 넘어서서 북방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에 입각하여 행동으로 나아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미국의 사회참여 불교 개요

 

인도에서 테레사 수녀가 빈민촌에서 일생을 보내면서 헌신했듯이 미국에서도 이산 도로시 스님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이즈 환자를 돌보다가 자신도 에이즈에 걸려 입적하였다. 또 플리 폴은 마약범으로 구속된 후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에게 명상을 지도하여 재소자로 구성된 호스피스를 조직하여 교도소에서 죽어 가는 사람들을 불교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사진 1. 『사회참여불교』 표지.

 

또 앞에서 소개한 일본 조동종 계열의 매리 스코트 비구니 스님은 전쟁반대와 무기 수출금지를 위한 시위를 줄기차게 벌여 전세계 평화운동가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아시아의 여러 스님들을 스승으로 삼았다. 그들은 스즈키 순류, 마애즈미, 초감 트릉파 린포체, 틱낫한, 중국인 선화선사 등 미국불교에 큰 영향을 미친 스님들이었다. 

 

리쳐드 휴지스의 『미국불교』에 따르면 ‘사회참여불교(Socially Engaged Buddhism)’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다르마를 종교적 자선 혹은 박애보다도 더 포괄적인 사회문제에 적용하는 것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고 있다. 즉 이것은 개인적인 초월 추구에서 집단적 사회변화로 신행의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

 

사회참여 불교의 많은 부분에 적용되고 있는 한 가지 원칙은 북방불교의 불이不二 사상이다. 이것은 존재의 가장 근원적인 차원에서 볼 때 남녀, 빈부, 고용인과 피고용인, 통치자와 피통치자란 상대적 구별일 뿐이며 보편적인 불심佛心 혹은 불성佛性 앞에서는 이러한 구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성, 경제적 계층, 인종 같은 구별에 집착하는 것은 개인의 해탈 체험에 장애가 된다. 이렇듯 궁극적으로 실체 없는 구별에서 나온 사회적 불평등은 자비로운 행동을 통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참여 불교는 아시아 지역분쟁에서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활동으로부터 뉴욕 시에서의 호스피스 운영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가 다양하다.

 

사회참여 불교는 미국불교의 한 특징이라고 평가받기도 한다. 필자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2010년대부터 미국의 불교의 사원과 단체에는 신도들이 전에 비해 두드러지게 감소하게 되었다. 사찰에 가보면 전에 보다 참가자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의 사회참여 불교는 처음에 이 분야를 선도했던 ‘불교평화단(Buddhist Peace Fellowship)’의 존재는 아주 희미해졌다. 그러나 미국의 사회참여 불교는 한때 한국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의 불교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기에 자세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사회참여에 미친 세 가지 영감

 

리처드 휴지스는 미국의 사회참여는 최소한 세 가지 서로 다른 요소를 그 영감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첫 번째는 1960년대로부터 물려받은 진보 좌익적 사회관심사를 표현한 것으로 많은 운동가들이 처음에는 명상을 정치활동의 보완물로 여겼다. 그러나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다르마가 사회변화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점점 많은 미국 불교인들이 운동과 명상을 결합하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자연스럽게 시민의 권리로부터 핵무기, 환경보호,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현대적인 논제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사진 2. 틱낫한 스님.

 

두 번째는 아시아 불교 사회운동들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은 틱낫한이었다. 그는 베트남전 동안 선에 기반을 둔 사회운동사상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사회참여 불교’라는 말을 창안했다. 

 

세 번째는 미국의 개혁 성향이 강했던 개신교 역사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미국 사회참여 불교 노선에 대해 리처드 휴저스 시거는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노선으로 틱낫한 관련 단체들과 불교평화단(Buddhist Peace Fellowship)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외에도 마애즈미 스님의 제자인 버나드 글래스맨이 설립한 ‘선 평화단(Zen Peacemaker Order)’도 매우 중요한 단체라고 평가받는다.

 

틱낫한 스님은 미국인들에게 강연뿐만 아니라 많은 책으로 널리 알려졌다. 세계불교계의 평화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그의 철학적 지향점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단체로 베트남에서부터 만든 상즉종相即宗(Tiep Hien Order)이 있다. 사회참여에 관한 그의 중요한 저서는 1985년도에 켈리포니아 버클리에 설립된 페러랙스 출판사(Parallax Press)를 통해 발간되었다. 여기서 출판된 『평화(Being Peace)』와 『인터빙: 참여불교의 14대 지침(Interbeing: Fourteen Guidelines for Engaged Buddhism)』 등에 명확히 표현되어 있다.

 

틱낫한의 사상은 붓다의 가르침, 보살사상, 대승불교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사성제와 오계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것은 매우 독특한 견해로 평가받는다. 그는 금지어로 표현되었던 계율을 어떤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할지가 아니라 어떤 선행을 해야 할지를 강조하는 식으로 재구성했다.

 

사진 3. 버나드 글래스맨.

 

자비행에 관한 틱낫한 스님의 견해에 발맞추어, 그의 제자들은 교육을 지원하고, 죄수를 돕고, 병들어 죽어 가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선활동을 강조한다. 그들은 정치경제적으로 고통에 처한 사람뿐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으로 상처 입은 사람을 위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사회참여 방식의 영적인 특징은 “인과법칙과 만물의 상호연관성이 진리”라는 불굴의 확신에 기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참여 불교의 대표적인 단체는 ‘불교평화단(Buddha Peace Fellowship)’이다. 이 단체는 여러 사람들이 관계되어 있고, 업적이 많아서 따로 소개하기로 하고 그 외의 단체들부터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버나드 글래스맨의 선 평화단

 

선 평화단(Zen Peacemaker Order)은 버나드 글래스맨(Bernard Glassman, 1939~2018)과 그의 아내 샌드라 지슈 홈즈(Sandra Jishu Holmes, 1941~1998)가 함께 창설하였다. 로스 엔젤레스 선원의 마에즈미 스님의 제자인 글래스맨은 미국 불교계에서 매우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으로 큰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사진 4. 그레이스톤 제과점이 있던 건물.

 

나는 이 특별한 스님을 만나려고 노력했는데 만나지 못해 매우 아쉽다. 그는 1990년대에 여러 해 동안 미국 불교사회 운동의 선두에 있었다. 그는 오랜 기간 동안 선 수행과 사업 및 사회참여와 통합하려고 노력하였다. 1979년에 로스엔젤레스에서 뉴욕으로 이전하여 브롱스 리버대일에서 ‘뉴욕 선 공동체(Zen Community in NY)’를 세웠다. 그리고 1982년에 수행 공동체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고자 뉴욕 용커스(Yonkers)에 그레이스톤 제과점을 열었다. 

 

몇 년 후 글래스맨은 용커스를 기반으로 사회 참여적인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였는데, 먼저 용커스 선 공동체 본부를 매각하고 이곳에 있던 천주교 수녀원을 매입하였다. 이곳은 곧 사회변화 세력을 추동하는 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그레이스톤 만다라(Greyston Mandala)’의 발상지가 되었다. 또 제과점 운영의 목표를 확대하여 빈민, 노숙자, 미숙련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였다. 

 

사진 5. 그레이스톤 빵 공장을 방문한 필자(1998년경).

 

필자는 1990년대 말에 그가 운영하는 빵 공장을 직접 가본 적이 있다. 아시아 전통불교와는 다른 그가 시도하는 사업을 보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는 또 오래되고 낡은 집과 건물을 사들여 이것을 개조하여 노숙자들을 수용하는 사업도 했다. 그레이스톤 가족 숙소라는 노숙자 주거 시설을 열었으며, 당시에는 대부분 사람들이 꺼려하는 에이즈 환자, 정신병자, 화학 약물 의존자들을 치료하는 큰 센터를 운영하였다.

 

그때 시 정부나, 주 정부에서 지원받는 돈이 수백만 달러가 될 정도로 큰 규모였다. 비영리 단체로서 이런 큰돈을 지원받으려면 미국사회의 사회복지 제도를 잘 알아야 한다. 그 시대 사회문제를 꿰뚫어 보고,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설득력 있는 제안서를 연방정부와 주정부 나아가 재단 등에 제출해야 받을 수 있다. 당시에 이런 프로그램은 미국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은 글래스맨이 미국의 사회복지제도를 잘 아는 백인이었기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활동에 대한 세 가지 중요한 철학적 원칙이 있다. 첫째는 오직 ‘모른다’로 자신과 우주에 대한 고정 관념을 버린다. 둘째는 삶의 기쁨과 고통에 내 마음을 열어 목격한다. 셋째는 ‘모른다는 것’과 ‘그대로 보기’를 통해 우러난 자애행을 실천한다는 것이다.

 

사진 6. LA선원에 걸려 있는 피스메어커 깃발.

 

그는 뉴욕시를 비롯하여 가는 곳마다 황폐한 구역에서 ‘길거리 안거’를 하여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선 평화단은 한동안 보스톤에서 북쪽으로 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메세추세츠의 몬타그(Montague)에 있었는데 글래스맨이 별세한 후에 많은 변화가 있다. 이 단체의 현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콜로라도 주소가 나온다. 

 

그 외에도 그의 스승 마애즈미 스님이 설립한 로스엔젤레스 선원, 뉴멕시코에 있는 우파야 선원(Upaya Institute and Zen Center), 일본 조동종과 임제종 수행법을 함께 하는 뉴욕 맨하탄의 ‘선 공동체(Village Zendo)’, 그리고 영국과 스위스 등 유럽 센터와 ‘평화추구협회(Peacemaker Institute)’, 그레이스톤 재단(Greyston Foundation), 그리고 버먼트 주에 있는 선 공동체 등 많은 단체로 분화되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안 할리팩스와 우파야 선원의 활동

 

뉴멕시코주에 ‘우파야 선원(Upaya Zen Center)’은 조안 할리팩스(Joan Halifax 1942~ ) 박사가 창립하였다. 그녀는 불교를 아메리카 원주민 및 다른 부족민의 샤머니즘 전통들과 통합하고자 노력한 사람이다. 조안 할리팩스 박사는 1960년 후반부터 불교수행을 시작해 1976년 한국의 숭산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았다. 1990년 틱낫한 스님의 법제자가 되어 ‘접현종接現宗(Order of Interbeing)’의 법사가 되었다.

 

사진 7. 조안 할리팩스.

미국의 일본 조동종 선사들과도 교류가 깊고, 글래스맨 노사와 부인인 지슈 홈즈 선사와 함께 ‘선 평화단(Zen Peacemaker)’의 공동 설립자가 되기도 했다. 틱낫한 스님 계열과 일본 조동종의 재가 법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콜롬비아대학교, 마이애미 의과대학, 신사회과학연구소, 학제간 연구를 위한 나로파 협회와 캘리포니아 협회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문적 지식을 가진 학자이자 교도소 포교의 선구자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진 8. 우파야 선원에 있는 어도비 건축 양식의 건물.

 

특히 조안 할리팩스 스님은 우파야 선원과 미국 간호사협회, 텍사스대학 병원 뉴멕시코대학 병원과 아이레의 성 빈센트 병원 등 미국 내외의 주요 병원 기관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고 인류학 연구의 배경으로 인간의 죽음, 죽음의 과정과 의미 그리고 명상을 통한 호스피스의 역할 연구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 9. 조안 헬리팍스와 숭산스님.

 

우파야 선원의 기능은 크게 네 가지의 분야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1) 불교포교를 위한 불사와 명상 수련센터, (2) 불교의 지혜와 자비를 필요한 사회의 분야에 적용하여 평화를 회복시키는 참여불교 시민운동의 주체, (3) 사회, 정부단체, 병원과 교정기관에 근무하는 불교법사 양성기관, (4) 달라이라마와 티벳 불교단체가 설립한 명상과 정신연구소의 기능이 그것이다. 이들 분야를 통해 다양한 역할과 활동을 소화하고 있다.

 

우파야 선원은 불교포교는 물론 불교 전통을 사회에 적용시키려는 참여불교 사회운동과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다. 그 분야는 사람들의 죽음과 죽음의 과정, 재소자의 교화, 평화운동, 여성학 연구 및 환경 분야 등이다. 이러한 우파야 선원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명상선원을 찾는 모든 수련자들에게 사람, 사회와 환경의 보존에 부응하는 전통적이며 실험적이며 체계적으로 완성된 수련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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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미주현대불교 편집인 및 발행인. 전북 김제가 고향으로 전북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1989년 뉴욕에서 월간 잡지 『미주현대불교』를 창간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사단법인 ‘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을 설립하여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북불교교류 활동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북한사찰순례단을 조직하여 2005 년부터 4차례에 걸쳐 단체로 북한사찰순례를 하면서 북한불교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정부의 북한 여행 금지로 인해 중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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