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 스님의 화두 참선 이야기]
간화선 대중화 원력을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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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승 / 2023 년 10 월 [통권 제126호] / / 작성일23-10-05 11:38 / 조회2,421회 / 댓글0건본문
2002년 조계종 총무원 기획과장이던 필자(중효거사)는 태백산 각화사 고우스님을 처음 뵌 이래 자주 찾아가서 법을 물었다.
태백산 각화사 서암에서 설법을 시작하다
“불교란 무엇인가요?”
“왜 멀쩡한 양반이 상놈이 되려 합니까?”
(중략)
“한국불교에 희망이 있는가요?”
“희망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겁니다. 밖에서 찾지 마세요.”
“저는 동국대를 다녔고 조계종단에서 일하며 불교를 좀 안다고 생각했는데, 스님 말씀에 꽉 막힙니다. 불교를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보세요. (벽장에서 『백일법문』 책을 가져다 주며) 이 책은 팔만대장경의 핵심을 요약해놓았어요. 지금까지 나와 있는 불교 입문서로는 최고예요. 이 책도 상권의 근본불교사상편을 반복해서 읽어 ‘부처님 깨달음이 중도연기’라는 것을 확실히 이해하면 불교를 다 알게 되고 모든 경전이 회통될 겁니다.”
그때 고우스님은 각화사 선원장하면서 소참법문을 주로 하였다. 조금씩 스님 이름이 알려지면서 봉화와 가까운 대구·경북 지식인 불자들이 간혹 찾아와서 법문을 청하였다. 고우스님은 먼저 성철스님의 『백일법문』으로 불교에 입문케 하고, 『금강경삼가해』, 『육조단경』, 『서장』, 『선요』를 선지식으로 삼아 정진하라고 했다. 이때 가까이서 법문을 듣고 문하에 입실한 이가 동봉 전재강 안동대 교수, 원봉 이강옥 영남대 교수 등이 있었다.
또 정덕행, 원덕행 등 대구 보살님들이 괴산 공림사 탄성스님께 법문을 듣다가 스님이 열반하시자 고우스님께 법문을 들으러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신도가 되었다. 특히 동봉이라 법명을 받은 전재강 교수는 고우스님께 법문을 듣고 『선요』, 『서장』, 『금강경삼가해』를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고우스님 감수’로 하여 운주사에서 책을 펴냈는데 선어록으로는 드물게 몇 쇄씩 나가는 호응이 있었다. 특히 이전의 역주들이 법과 방편을 구분하지 못하고 선을 돈오점수로 보았는데, 고우스님과 전 교수는 이를 세밀하게 바로 잡았으니 안목 있는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때 한 청년이 찾아와 출가의 뜻을 말하여 제자로 받으니 바로 맏상좌가 된 중산스님이었다. 스님은 그때까지도 상좌를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부처님 일불제자이면 되지 따로 당신의 제자를 두지 않으려 했는데, 철산스님이나 가까운 스님들의 강권으로 상좌를 받았다. 이후 중선과 중관스님까지 세 상좌를 받았다.
태백산 암자의 빛나는 생활법문
총무원에서 일하는 필자도 법문을 들으러 자주 서암에 갔다. 필자는 고우스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참으로 희유한 법문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필자는 총무원 기획과장 소임을 맡고 있었으니 조계종 스님들을 두루 아는 편이었는데 고우스님의 말씀은 너무나 지혜롭게 들렸다. 특히 ‘도 닦으며 장사 잘하는 법’은 재가 생활인으로 너무나 놀랍고 감동적인 법문이었다.
당시 각화사에 영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보살님이 불공하러 자주 왔다. 정성스럽게 불공하고 스님들께 시주도 잘 하였다. 하루는 고우스님이 그 보살님에게 차를 대접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보살님이 장사하시죠? 내가 장사 잘 하면서 도 닦는 법을 가르쳐줄까요?”
“예, 스님, 도 닦으며 장사도 잘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좀 가르쳐 주십시오.”
“식당에 오는 손님을 돈으로 보지 말고 ‘은인恩人’으로 보고 장사를 해 보세요. 왜 손님이 은인인지는 알고 해야 하니 알려드릴게요. 보살님이 식당 손님들이 주는 돈으로 가게 월세내고 직원 월급 주고 남는 돈으로 아이들 학교 보내고 저축해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문화생활하며 절에 보시도 하니 손님이 은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그러니 이제부터 가게에 오는 손님을 은인으로 보고 장사를 해보세요.”
“아이고 스님,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바로 은인이네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장사를 하겠습니다.”
얼마 뒤에 각화사에 온 그 보살님은 고우스님을 찾아와서 “스님, 대박입니다. 손님이 너무 많아서 직원이 열다섯 명으로 늘었습니다.” 하고 말했다. 이 식당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경북 북부 지방에 맛집으로 소문이 났고, 사업이 크게 번창하였다.
이처럼 고우스님은 늘 중도 정견과 화두 참선을 강조하였지만, 일반 불자들에게는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생활법문을 하였다. 이런 법문을 듣고 필자는 ‘고우스님의 중도 정견과 생활법문은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통하겠다’는 확신을 하고 서울에서 법문할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2004년 조계사 초청 선 중흥 대법회 첫 법사로 나서다
희양산 봉암사와 태백산 각화사에서 은둔하다시피 정진하던 고우스님이 세상에 처음으로 대중설법을 시작한 것이 2004년 2월 조계사 주지 지홍스님이 마련한 ‘선 중흥을 위한 선원장 초청 대법회’에서 첫 법사로 나서 법문을 한 것이다.
이 날 조계사에는 5천여 불자들이 전국에서 모였다고 한다. <현대불교신문>에서는 ‘고우스님 초청법회 현장 이모저모’ 제목으로 크게 보도했는데 특이한 것은 고우스님이 법문을 마무리하면서 “성철스님 『백일법문』을 읽어서 부처님 깨달음 중도연기를 이해하라.”고 권한 연유로 조계사 일대의 서점에서 『백일법문』이 다 팔려 더 구할 수 없었다는 뉴스였다. 또 평소 조계사 법회에 거사의 참석이 드문데, 이날은 거사들이 많이 동참하였다.
고우스님의 첫 대중 설법은 큰 호응을 얻었다. 당신의 기질이 대중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는데, 이날 법회 참석 대중의 호응과 언론의 찬사를 보고는 대중과 소통을 더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을 내었다.
조계종 간화선 수행지침서 편찬 불사
이 무렵 조계종 총무원 기획차장이던 필자가 고우스님에게 다음과 같이 제안을 했다.
“스님 덕분에 간화선에 눈을 뜨고 화두 참선을 해 보니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좋은 화두 공부를 자세히 알려주는 이도 드물고, 바른 안목의 책도 없으니 스님 말씀을 정리해서 쉬운 책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이 말에 고우스님은 이렇게 답하셨다. “누가 내 말을 듣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부처님 말씀을 결집하여 경전을 편찬했듯이 전국 선원장 모임이 있으니 거기에서 공의로 간화선 지침서를 만들면 더 좋을 겁니다.”
스님은 개인이 만드는 책보다는 선원의 공의를 모아 간화선 지침서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뜻이었다. 선방 일이나 종단 일에서 늘 공심公心을 앞세웠듯이 간화선 지침서 편찬도 개인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선원장의 공의를 모아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스님은 전국 선원장들과 1년 가까이 논의(반대하는 분들도 있었다)를 해서 전국선원수좌회 차원에서 간화선 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혜국스님을 위원장에 추대하고 고우스님, 무여스님, 의정스님, 설우스님을 위원으로 하여 책 불사를 시작했다. 필자는 당시 포교원장 도영스님과 포교연구실장 진명스님 그리고 교육원장 청화스님, 불학연구소장 화랑스님과 논의하여 이 편찬 불사를 종단 차원에서 뒷받침하기로 했다. 집필위원으로는 고명석 연구원, 충남대 김방룡 교수, 가산불교문화연구원 김영욱 박사 그리고 필자 등이 맡았다.
그리하여 1년 여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1박 2일로 주로 충주 석종사에서 편찬회의를 15차례 이상 한 끝에 드디어 2005년 5월에 『조계종 수행의 길 간화선』(조계종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조계사 대웅전에서 고불식을 하여 편찬 불사를 회향하였다.
이것은 조계종 차원에서 처음 있는 일로 특히 선승들이 뜻을 모아 간화선 수행 지침서를 편찬했다는 데 의의가 컸다. 교계와 일간 언론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책도 2만 권이 넘게 팔리는 성과가 있었다. 이렇게 하여 고우스님의 간화선 대중화의 원력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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