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관연절觀蓮節 세시음식 이야기
페이지 정보
박성희 / 2023 년 8 월 [통권 제124호] / / 작성일23-08-04 22:19 / 조회2,733회 / 댓글0건본문
지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건강을 생각하고 생명존중 사상을 실천하는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에도 올바른 이해가 필요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 속에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고 하였습니다. 먹는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겠지요. 작게는 우리 몸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크게는 자연환경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됩니다. 그러므로 결국은 나와 지구를 동시에 살리는 방법은 올바른 식습관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바야흐로 연꽃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이 계절엔 청아하고 아름다운 연꽃이 전하는 법문을 들을 차례입니다. 연못가에서 펼쳐지는 야단법석에 동참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설레 옵니다. 연꽃이 피면 삼라만상의 모든 것들이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고 만다는데 이 얼마나 영험하고 아름다운 꽃이란 말인가요.
기후 위기 상황에서 지구 온도를 낮추는 데 연못의 역할은 생태계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고 합니다. 연못은 모든 생명의 원천인 물을 머금고 있는 핵심 장소이고, 공중에 습도를 공급해서 식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다고 합니다. 다양한 동물과 곤충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임원林園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 거리
마당에 백련을 심어 놓고 백화주, 연화주, 연엽주를 빚는 지인이 해마다 이맘때면 연꽃을 몇 송이 보내주시곤 합니다. 창의력이 생명이자 재산이라며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부분을 채워주는 소중한 인연입니다. 연꽃을 종이에 곱게 싸서 보내주는 마음을 단순히 택배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아 연꽃편지를 받았노라 자랑하며 채련가의 주인공이 되어 봅니다. 연꽃의 생일을 축하하며 기념하는 일도, 관연절의 의미를 되새기며 풍류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바로 연꽃이기 때문입니다.
연잎은 줄기가 베어지면 바로 시들어 버리지만 연꽃은 꽤 오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문화예술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이운지怡雲志』를 보면 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거리들이 친절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내용을 그대로 전달해 보자면, 저절로 빠진 머리카락으로 절화된 연꽃의 밑동을 얽어매고 진흙으로 구멍을 막은 다음 화병에 넣어 줄기가 바닥까지 닿게 해서 물을 부어 주면 오래 간다고 했습니다. 물이 연꽃 줄기에 난 구멍으로 들어가면 쉽게 썩는다는 기록이 있어서 시험 삼아 한지로 밑동을 막아 화병에 꽂아 두었더니 연꽃을 싱싱한 상태로 꽤 오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조상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염화미소拈華微笑
불교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이 바로 연꽃입니다.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하고 치자꽃 향기가 짙어가는 무렵이면 어김없이 여름 장마가 시작되어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지만 연꽃의 향연은 더욱 깊고 아름다워집니다. 연꽃은 꽃잎이 벌어졌다 닫히는 주야운동을 하는 대표적인 식물입니다. 연꽃의 꽃잎이 열리고 닫히는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열리는 시간은 아침 6~7시경으로 비슷하고, 닫히는 시간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처염상정處染常淨, 화과동시花果同時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흙에서 자라도 세상에 물들지 않고 맑은 본성을 지녀 향기로운 꽃으로 세상을 정화하고,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혀 원인과 결과를 함께 가지며, 현재 일어나는 일 속에 미래가 들어 있음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깨달음의 이유가 서로 화합하고 사랑함에 있으니 선행에 마음을 두어 실천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영산회상에서 제자들에게 불법을 전할 때 연꽃을 들어 보이니 마하가섭 존자만이 뜻을 알아듣고 미소를 지었다 하여 염화미소拈華微笑라 합니다.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전했다 하여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염화미소를 떠올리며 연잎밥을 만들고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몇 가지 음식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여름 건강을 위한 연蓮 음식
임원에서 즐기는 청아한 즐길 거리를 소개하고 있는 『임원경제지』에서는 음력 6월 24일을 관연절觀蓮節이라 하여 연꽃을 구경하는 풍류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풍류음식과 풍류놀이를 즐기면서 피서를 즐겼던 관연절에는 연잎의 줄기를 길게 잘라 잎과 줄기가 통하도록 비녀로 구멍을 뚫은 다음 연잎에 술이나 차를 부어 연 줄기를 통해 빨아서 마셨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를 벽통배碧筩桮, 또는 상비배象鼻杯라고 하는데 연잎 줄기를 코끼리의 코처럼 잡아올려 여러 사람이 서로 돌려가며 빨아 마셨다고 하는 기록이 있는 풍류가 넘치는 문화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연꽃축제의 현장에서 관연절의 풍류를 배우고 전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다면 더욱 풍요로운 행사로 거듭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연蓮에 관한 모든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관연절 풍류에는 음악이 있고, 시가 있고, 음식이 있습니다. 연잎밥 이외에 우분죽, 연방만두, 동정의洞庭饐(연잎과 귤잎으로 만든 꿀떡) 등 연을 활용한 다양한 음식들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여름을 대표하는 식재료인 오이와 토마토를 활용한 음식과 곁들이면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연잎밥 만들기
재료
주재료 : 찹쌀, 현미찹쌀, 삼색미찹쌀, 은행, 잣, 약콩, 연잎.
소금물 : 쌀 1kg 기준 - 물 1컵+소금 1t.
만드는 법
1. 찹쌀은 깨끗이 씻어서 6시간 정도 불린 다음 물기를 빼 주세요.
2. 찜솥에 물이 끓으면 면보를 깔고 불린 쌀을 올려 고두밥을 지어 주세요. (40분 정도)
3. 고두밥이 완성되면 불린 약콩과 소금물을 넣고 골고루 버무려 주세요.
4. 연잎을 깔고 버무린 고두밥을 적당히 올린 뒤 잣과 은행으로 고명을 올리고 연잎으로 감싸 주세요.
5. 찜솥에 물을 끓이고 연잎밥을 올려 40분 이상 쪄 주세요.
오이양배추 물김치
주재료: 오이 5개, 양배추 반쪽, 당근, 청양고추 1개, 파프리카 2개, 배 1개, 기장, 소금. 간장.
채수재료: 말린 참죽나무순, 말린 표고버섯, 말린 배껍질, 무, 다시마.
만드는 법
1. 소금1/물2를 끓여서 손질한 오이에 부어서 30분 절여 주고 찬물로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 주세요.
2. 양배추를 적당히 잘라서 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 1T를 넣고 절여 주세요.(20분)
3. 당근과 파프리카는 얇게 썰어서 소금에 살짝 절여 주세요.(30분) - 헹구지 말고 그대로 사용하세요.
4. 기장은 씻어서 밥을 지어 주세요.
5. 채수재료를 모두 넣고 채수를 넉넉히 끓여서 식혀 두세요.
6. 배는 껍질을 깎아 믹서에 갈아 주고, 청양고추는 어슷하게 썰어 두세요.
7. 채수에 기장을 풀고 오이, 양배추, 당근, 파프리카, 청양고추를 모두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하며 가감하세요.
8. 반나절 숙성시켰다가 냉장고에 넣어 두고 드세요.
토마토 양념절임
재료: 토마토, 깻잎(방아잎, 재피, 산초), 적양파, 후추, 통들깨.
양념: 들기름, 간장, 매실액(식초).
만드는 법
1.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십자 모양을 낸 토마토를 데칩니다.
2. 데친 토마토는 찬물에 담가 껍질을 벗겨 준비합니다.
3. 들기름, 간장, 매실액(식초)으로 간을 맞춰 토마토 위에 뿌려줍니다.
4. 입맛에 맞춰 후추 또는 통들깨, 깻잎이나 허브류를 함께 넣어 드시면 좋습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