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는 불상의 미학]
석가모니 제자는 도솔천에 상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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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 2023 년 5 월 [통권 제121호] / / 작성일23-05-05 13:30 / 조회3,767회 / 댓글0건본문
지난 호에서는 『상생경』에 근거하여 관미륵보살의 대상인 미륵상생보살의 도상을 살펴보았다. 미륵보살은 도솔천 마니전 사자좌에 상생하고 연꽃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미륵이 쓰고 있는 천보관은 백천만억 보석으로 장식되었고, 그 보석이 발하는 광채 안에 화불이 있다. 이는 보살의 불두에 표현된 화불도상을 관음보살도상으로 규정하는 미술사학계의 논란을 종식시키고, 미륵보관에 표현된 화불도상을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만다라꽃 문양이 표현된 화보관은 『상생경』에 근거하여 불법을 전하는 연꽃도상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미륵보살의 화보관은 설법도상을 의미한다. 이번 호는 『상생경』에 근거한 미륵상생보살의 도상 의미 중 죽은 자를 맞이하는 내영도상을 살펴보고, 미륵불감 승려도상의 유형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륵상생보살의 내영수인
윈강 26굴 서벽 미륵불감(사진 1) 본존불은 만다라꽃 화보관을 쓰고 있다. 천의는 어깨와 위팔을 덮고 복부에서 X자형으로 교차하는 북위양식이다. 좌우 협시상은 승려상이다. 미륵의 수인을 살펴보자. 오른손 세 번째 손가락과 엄지손가락을 맞물려 원을 만들고, 왼손은 훼손되었다. 이는 아미타신앙의 구품수인 중 하품중생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미타정인 구품수인은 내영도상의 수인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미륵신앙의 내영도상 수인은 상품수인은 존재하지 않고 중품하생, 중품중생, 중품상생, 하품하생, 하품중생, 하품상생 수인만 있다(사진 2). 도솔천은 아직 아미타불의 서방정토와 같은 등급이 아니고 미래의 정토이기 때문이다. 미륵보살의 정토인 도솔천은 불교의 삼계 중 욕계의 천상도에 속한다. 불교의 삼계는 색계 18천, 무색계 4천 그리고 욕계 6천, 총 28천으로 구성되었다. 욕계 6천은 다시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수라도, 인간도 그리고 천상도로 나뉜다.
윈강 26굴 미륵본존불의 내영수인 하품중생은 필자가 조사한 결과, 수인을 갖춘 예가 거의 유일하다. 이는 미륵상생보살 내영도상으로 그의 협시승려가 도솔천에 상생한 것을 의미하다. 이와 같이 윈강석굴 미륵불감의 본존불과 좌우 승려협시상으로 구성된 불감은 다음과 같다. 윈강 1굴 중앙제탑, 윈강 5굴 서벽(『고경』제120호, 사진 8), 윈강 13굴 동벽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미륵불감의 협시승려는 자력상생인가? 아니면 미륵이 내영하는 타력상생인가? 아미타신앙의 서방정토는 임종 시 아미타불이 내영하는 타력신앙이기 때문이다.
『상생경』 에 근거하여 승려도상을 보자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자 진실된 제자들은 모든 공덕을 쌓으며 존경받을 만한 품행을 갖추고 탑과 길, 법당을 청소하였다. 중생들과 함께 귀한 향과 꽃을 공양하고 관법수행을 하였다. 불경을 옳고 바르게 이해하고 독송하고 염불하였다. 이와 같은 수행으로 제자들은 깨달음에 이르고 스스로 원하지 않아도 6가지 초월적인 힘을 얻게 된다. 번뇌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관법수행을 하고 미륵의 이름을 부른다. 관법수행을 하며 한 번만 염불을 해도 팔계를 얻는다. 이들은 선업을 수행하고 죽은 후에 도솔천에 환생하기를 서원하면, 힘센 사람이 자신의 팔뚝을 한 번 굽힐 순간에 (도솔천) 연화좌 위에 상생한다. (이때) 수많은 천자들이 하늘의 음악을 연주하고 하늘의 만다라꽃과 대만다라꽃을 제자들에게 뿌린다.(주1)
윈강 26굴 미륵불감 협시승려는 아직 번뇌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불경을 올바로 이해하고 선업을 행하고 도솔천에 왕생하기를 서원하여 임종 후 한순간에 도솔천 연화좌 위에 상생하였다. 이와 같은 승려도상은 번뇌를 끊을 수 있는 무루혜無漏慧를 아직 성취하지 못한 승려들이고, 이는 미륵신앙의 특징이기도 하다.
두 번째 승려도상은 도솔천 마니전 사자좌에 상생한 미륵상생보살과 같은 불감 안에 표현된 승려들이다. 이들은 미륵의 무릎 높이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서원을 하고 있는 승려상이다. 윈강 6굴 서벽 미륵본존불(『고경』제120호, 사진 6) 무릎 높이 좌우에 승려가 한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있다. 또한 윈강 19굴 입구 동쪽 미륵본존불(『고경』제120호, 사진 7) 대좌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승려상이 있다. 윈강 13굴 동벽 미륵불감(사진 3)을 보자. 미륵이 앉은 불감 입구 벽에 4명의 승려입상이 합장인을 하고 층층이 표현되었다. 미륵과 함께 하나의 불감 안에 표현된 이들은 도솔천에 상생하기를 서원하는 승려도상이다. 이들은 윈강 26굴 미륵불감의 협시승려와 다른 승려도상이며 생전의 십선공덕이 아직 미치지 못하여 미래세에 미륵의 내영을 받아서 도솔천에 상생한다(T14/452/420b6-12). 차후 이들은 미륵하생신앙에서 좀 더 상세히 다루고자 한다.
세 번째 승려도상은 가마쿠라시기의 미륵내영도에서 살펴보자(사진 4). 내영도는 90×47cm 크기이고 비단 위에 그린 채색화이다. 도쿄대박물관 소장이다. 내영도 중심에 있는 미륵보살이 그의 권속과 죽은 자를 맞이하려 내려오고 있다. 미륵보살의 권속은 죽은 자를 환영하며 만다라꽃을 뿌린다. 내영도의 오른쪽 하단을 보면 석가모니가 한 승려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사진의 동그라미). 그리고 승려 앞에 미륵보살과 그의 권속에게 건너갈 수 있는 사다리가 놓여 있다. 이와 같은 승려도상은 어떤 의미이며, 석가모니는 무슨 이유로 앞에 앉은 승려의 머리를 쓰다듬는가?
『법화경』 「보현보살권발품」을 보자.
“『법화경』을 수지하고 독송하고 그 뜻을 이해하고 해설하고 가르침 그대로 수행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사람은 보현행을 행하는 사람이다. 이 수행자는 착한 덕을 심을 사람이어서 부처님이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것이다. 『법화경』은 사경만 하여도 임종 시 도리천에 태어난다. (중략) 또한 『법화경』을 수지, 독송하여 그 뜻을 이해하고 해설하면 임종 시 일천 분의 부처님이 손을 내밀어 3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곧 미륵보살이 상주하는 도솔천에 태어날 것이다.”(주2)
내영도의 승려는 위의 『법화경』에 근거한다. 이 승려는 생전에 보현행 수행으로 석가모니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하는 수마기두手摩其頭 승려도상이다. 즉 미래세에 미륵상생보살이 천주인 도솔천에 상생하는 승려는 『상생경』뿐만 아니라 생전에 『법화경』 보현행을 열심히 수행하고 도솔천으로 왕생하기 원하는 서원을 세운 승려도상을 포함한다.
그렇다면 『법화경』 도상은 언제부터 미륵상생보살 도상과 함께 표현되었을까? 북위시기 『법화경』 도상이 표현된 미륵불감과 이불병좌상을 보자.
윈강 17굴 명창 동쪽(사진 5)에 상하로 위치한 두 개의 불감이 있다. 하층의 이불병좌불감 바로 아래에 있는 명문을 통해, 태화 13년(489) 비구니 혜정이 중병에 걸렸는데 현세의 평화로운 삶과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기 위해 미륵과 석가불과 다보불을 조상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구니 혜정은 불교의 계율을 준수하고 불법을 수행하며 불퇴전을 맹서하였다. 위의 명문은 윈강석굴시기 제작된 교각상이 미륵상생보살 도상인 근거를 제시하고, 『상생경』과 『법화경』 「견보탑품」에 근거한 세 분의 부처님이 함께 조상되는 당시 불교의 추세를 짐작하게 한다.
태안 백화산 마애불
그렇다면 이와 같이 윈강 17굴에 표현된 두 개의 불감이 상하로 위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륵상생보살과 이불도상-다보불과 석가모니불이 함께 표현된 조상 예는 태안 동문리 마애불(사진 6)을 해석할 근거를 제공한다. 충남 태안군 백화산에 위치한 마애불은 이불입상과 보살입상 구조이다. 발견 당시 불상의 다리부분이 땅속에 묻혀 있었으나 1995년 발굴 후 연화좌 위의 세 분 부처님 입상임이 밝혀졌다. 이불도상은 왼편에 다보불과 오른편에 석가모니불이 하나의 불감 안에 자리하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태안 마애불은 이불입상 뒤편에 두 분 부처님 어깨 높이 크기의 보살입상이 있다. 이불입상 중 석가모니불 불신은 255cm이며 광배와 대좌까지 포함하면 390cm이다. 수인은 시무외인과 여원인의 통인이다. 다보불의 불신은 240cm 크기이며 광배가 부분적으로 손실되었다. 다보불은 왼손 손바닥 위에 불구佛具가 놓여 있다.
보살상은 이불입상보다 뒤쪽에 자리하며 181cm 크기이다. 보살의 수인은 오른손을 위로 왼손을 아래로 하여 보주를 감싸고 있다. 이불입상의 부처님 형상은 불신이 앞으로 많이 튀어나오게 제작한 고부조이다. 반면에 후면의 보살상은 장대한 두 분 부처님 사이에 마치 얌전하게 두 손을 모은 형상이다.
세 불상이 서 있는 복련연화좌는 불상의 전후 위치와 그 관계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는 윈강 17굴 상층과 하층구조가 『상생경』에 근거한 미륵불감과 『법화경』 「견보탑품」의 이불도상을 표현하여, 상층의 미륵불감은 도솔천의 장소성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에 태안 마애불에서 이불입상과 미륵도상이 전면과 후면구조로 표현된 것은 과거세 다보불과 현세 석가모니불 그리고 미래세 미륵보살의 시간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태안 마애불의 다보불이 소지한 불구는 사천성 중경 대족북산 이불도상(사진 7)에서 그 용례를 찾을 수 있다. 송(960~1279) 때 조상된 다보불 왼손 위에 발우가 놓여 있다. 대족북산 이불도상은 바드라사나 자세로 앉아 있다. 둔황 259굴 서벽 이불도상은 반가 자세로 앉아 있다. 이와 같이 이불도상은 『법화경』에 근거하여 석가모니불과 다보불이 결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 통례이지만 위의 예처럼 다양한 자세의 이불도상도 보인다.
북위시기 축조된 윈강석굴에서 미륵불감과 『법화경』 도상이 함께 조상된 예가 드물지 않다. 윈강 5굴 남벽을 보자(사진 8). 보현보살이 『법화경』을 권할 때 나타나는 육아백상(여섯 어금니) 흰 코끼리와 5층 보탑이 있다. 그 하단에 미륵불감이 있고 미륵불감 하층에 이불병좌불감이 자리한다. 이는 5세기 중엽부터 집중적으로 축조된 윈강석굴시기 『법화경』의 유행을 짐작할 수 있다. (『고경』제122호 계속)
<각주>
(주1) 『佛說觀彌勒菩薩上生兜率天經』(T14/452/420a10-19).
(주2) 『妙法蓮華經』(T9/262/61c1-c10), “若有受持讀誦正憶念 解其義趣 如說修行 當知是人行普賢行 於無量無邊所深種善根 爲諸如來 手摩其頭 若但書寫 是人命終 當生忉利天上 (중략) 若有人 受持讀誦 解其義趣 是人命終 爲千佛授手 令不恐怖 不墮惡趣 卽王兜率天上彌勒菩薩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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