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는 지금]
미국 불교의 역사적 흐름과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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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 2023 년 1 월 [통권 제117호] / / 작성일23-01-05 09:54 / 조회3,322회 / 댓글0건본문
세계불교는 지금 1 |미국 ①
필자는 미국에서 1989년부터 『미주현대불교』라는 월간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33년간 이 잡지를 발행하면서 미국의 한국불교계뿐만 아니라 삼발라로 대표되는 백인들로 구성된 미국불교의 주류 단체들을 두루 방문해 왔다. 나아가 필자는 태국, 스리랑카를 비롯한 남방불교국가들, 중국, 일본, 베트남, 그리고 티베트 불교 사찰들까지 방문하며 오랫동안 그들을 살펴볼 기회를 많이 가졌다.
다양한 불서를 출간하는 삼발라
때로는 미국을 너머 세계 여러 나라의 불교성지 순례도 많이 했다. 중국의 동북지방과 실크로드 여행도 했고, 티베트, 부탄, 태국, 라오스, 베트남, 스리랑카를 방문하여 여러 사찰들을 방문했고, 앞으로도 계속하려고 한다. 이런 성지순례는 미국에 있는 여러 나라 사찰들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금 미국에는 아시아의 모든 불교국가의 불자들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로스엔젤레스에서 몽고 불교인들도 많이 만났는데 요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겠다. 인도불교의 경우에는 암베드카르로 대변되는 신불교인들이 미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만난 적은 없다.
현재 세계불교에서 중요한 나라는 미국과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미국불교계는 명상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주 많다. 또 불교관련 책들도 많이 출판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아시아 종교와 철학에 관한 출판사인 삼발라의 경우는 매년 100권의 책을 출판하는데, 이 중에서 80% 이상이 초판이고, 개정판이 20% 정도라고 한다.
요즘 한국에서 출간되는 불교 관련 번역서들을 보면 미국에서 나온 책들이 많다. 동남아시아의 위빠사나 수행 관련 책들이 한국에서 많이 번역되어 출판되었는데, 이중 많은 책들이 미얀마나 태국에서 출판된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 출판된 책들이다. 위빠사나 세계화에 미국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불교에 관한 엄청난 유산이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한동안 몰락 상태로 되었다가 현재는 국가적 차원의 정책으로 사찰을 많이 짓고, 스님들을 많이 양성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출가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본 적이 없지만 세계의 어느 나라보다도 스님 숫자가 많다는 것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미국의 불교 인구는 알 수 없어
한국에서 미국불교가 어떤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미국불교의 현황과 서양문화가 기반인 미국에 동양 종교를 대표하는 불교가 어떻게 변용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미국불교 현황에 관한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대목은 미국에서 백인 불교도들의 숫자일 것이다. 마틴 바우만(Martin Baumann)이라는 학자가 아주 오래전에 미국 불교인들을 300~400만 사이로 추정하였다. 하지만 토마스 A. 트위드(Thomas A. Tweed)는), 리처드 휴지스 시거(Richard Hughes Seager)처럼 미국불교사를 저술한 학자들을 포함해 숫자에 민감한 불교출판사 사장들과 미국 불교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사람 등 소위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미국의 불교인 숫자를 알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인구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에 대한 신뢰이다. 따라서 어떤 기관에서 어떠한 방법으로 조사를 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매 10년마다 인구조사를 하는데, 이것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사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는 종교에 대한 어떤 질문도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표적인 불교단체인 삼발라 경우에도 회원들이 모두 다 불교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단체에서는 불교인과 비불교인에 대한 통계 조사를 하지 않는다. 크고 작은 명상센터에서도 그런 조사를 하지 않는다. 중요한 불교 단체에서 그런 조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불교인 통계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미국에 들어와 있는 여러 국가들의 사찰 숫자도 잘 알 수가 없다. 미국에 진출한 스리랑카 불교계를 수개월 동안 집중 취재를 하면서 미국에 오래 체류한 스리랑카 스님들에게 미국 내 스리랑카 사찰 숫자를 물어보면 답이 일치하지 않는다. 스님들 간에 차이가 많고, 소속 종단이 다르면 별로 연락도 하지 않는다. 태국도 마찬가지로 정확한 통계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태국 불교계도 신흥종단인 담마카야(Wat Phra Dhammakaya)종단과 기존 종단과는 소통이 거의 없다. 티베트 불교도 까규파, 닝마파, 겔룩파, 사카파 등 중요 종단이 다 들어와 있지만 종단이 다르면 교류가 거의 없다.
같은 나라지만 종단이 다르면 미국에 있는 사찰 간에 교류가 거의 없으니 그 나라 사람들도 각 나라별 통계에 대한 정보를 모른다. 그러나 정토진종을 비롯한 일본 쪽 불교계는 대체로 정확한 통계가 있다. 대만 불교계인 불광사 계열은 25개로 정확하다.
미주 한인사회에 대한 종교 통계는 나오는데 불교는 대체로 10% 미만이다. 내가 만든 통계 수치로는 불교와 개신교의 대략적인 비율은 1:40, 혹은 1:50이다. 이 비율이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욕, 로스엔젤레스, 샌프란시스코 지역 등에는 대체적으로 들어맞는다. 뉴욕, 뉴저지 지역에 한국 사찰이 15개가 있다. 그러면 개신교 교회는 600개에서 700개 정도 있다. 이 숫자가 평균인데 만약에 시카고 지역에 한국 사찰이 3개면 교회가 150개 정도면 표준이고, 200개 정도면 교회 세력이 평균보다 강한 곳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주류 불교에는 스님이 없다
불교가 미국사회에 소개될 때 토마스 A. 트위드는 “불교 옹호론자 또는 동조자들은 불교의 전통이 기존의 서양의 신념과 가치와 조화되는 불교전통을 제시하고자 애썼다.”고 주장한다. 또 “불교에 공감했던 19세기 미국인들이 명백한 반대나 무조건적 반대를 일삼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당시 우세했던 종교 및 지배적 문화와는 양면 가치적인 관계를 맺었다.”라고 말한다. 불교가 서양의 기독교와 근본적으로 다르지만 19세기 불교 옹호론자 혹은 동조자들은 불교와 기독교를 동시에 긍정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사회에 토착화하기 위한 불교계의 변용은 미국에 일찍 진출한 일본 불교계 정토진종에서 일찍부터 있었다.
한국 불교계에는 이름이 생소한 정토진종 하와이교구(일본 정토진종은 북미에 하와이 교구, 북미교구, 캐나다와 남미 교구 등 3개의 교구가 있다.) 2대 교구장으로 1900년부터 32년간 봉직한 이마무라 스님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당시 하와이의 미국사회는 일본불교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였다. 따라서 그들의 영어 이름에 ‘Churches(교회)’라는 단어를 넣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 적응하려는 이러한 변용은 아시아에서 온 스님들이나 지도자들에 의해 꾸준하게 일어났다. 샌프란시스코 선원을 설립한 스즈키 순류와 삼발라센터(Shambhala Centre)와 나로파 대학(Naropa University)을 설립한 티베트의 초감 트룽파 린포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미국인 불교도들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일찍부터 불교전통을 미국사회에 맞게 변화시키고자 했다. 미국의 주류 불교계는 출가한 스님들이 없는 것이 대표적 변용이고, 불교가 널리 퍼지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불교의 미국화는 지금도 진행형
‘미국불교’ 저자 리처드 휴지스 시거는 “유럽계 미국인 개종불자 공동체는 1990년대 이른바 가장 미국적이라고 간주되는 불교를 주창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미국불교공동체는 대부분의 아시아 불교공동체보다 좀 더 평등주의적인 듯해서, 여성신도와 재가신도가 더욱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아시아 승가제도에 구애받지 않고, 미국 재가자의 사회적 정서적 요구에 완전히 개방된 것이라고 간주되었다.”라고 주장한다.
나는 미국불교와 한국불교가 세계불교 발전을 위해 어떻게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지를 생각하면서 이 글을 쓰고 싶다. 잡지를 33년간 발행하면서도 항상 이 문제가 화두였다. 그리고 미국불교의 정확한 실상을 전하고 싶었다.
『미주현대불교』에서는 그 동안 여러 사람들이 영어로 된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고 강옥구 보살이 틱냑한 스님의 영어 책 BEING PEACE를 시작으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로 된 책을 번역하여 소개하였다. 특히 미국불교사에 관한 책을 오랫 동안 번역하여 소개한 후에 이를 한국에서 단행본으로 출판하였다. 그동안 영어 책을 번역하여 단행본으로 출판한 책들을 보면 How the swans came to the Lake(한창호 역 『이야기 미국불교사』), The American Encounter with Buddhism(한창호 역 『미국과 불교의 만남), Buddhism in America(장은하 역, 『미국불교』), Shambhala The Sacred path of the Warrior(임진숙 역 『샴발라, 성스런 전사의 길』)가 그것이다.
나는 이 번역서들을 비롯하여 2013년 3월에 뉴욕 불광선원에서 ‘미동부 해외특별교구’와 『미주현대불교』 공동으로 ‘미주 한국불교의 미래 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하면서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여기에는 일본 조동종과 정토진종, 그리고 하와이 정토진종에 관한 중요한 글이 실려 있다. 나는 이 책들을 기준으로 미국의 역사를 대입시키면서 미국불교사를 이해한다. 그리고 가능한한 미국불교가 전개되고 있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상황을 보면서 미국불교를 이해하고 이 책들에 있는 내용들을 중심으로 글을 써 왔다. 여기에 쓰는 글도 대부분 이 책들에서 인용한 것이 많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경험적으로 나에게 미국불교 역사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미국불교의 변용을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미국에는 아시아 모든 국가의 중요한 불교종파가 여러 그룹에 의해 받아들여졌고, 미국문화에 맞게 다양하게 변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미국은 매우 넓다. 동부, 서부, 남부, 중부, 하와이 등 여러 곳에서 여러 그룹에 의해 불교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이 모든 지역을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데, 여행비용도 문제이고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고 자료도 구하기 어렵다.
셋째, 미국에는 아시아 전통 불교국가 대부분이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불교사와 종파사를 개괄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야 미국에 있는 각 나라의 불교현황을 파악할 수가 있다.
넷째, 미국불교사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이름이나 지명이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고 길어서 이들을 외우거나 숙지하는 데 매우 큰 어려움이 따른다.
다섯째, 대학생들을 비롯한 젊은층에 대한 파악은 주로 대학교의 강의가 가장 좋은 장소지만 직접 가 본 경우는 몇 번에 불과하다.
여섯째, 미국불교사는 미국 역사를 많이 공부하면서 그 바탕에서 미국 불교의 흐름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현재 살고 있는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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