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수]
세 가지 세계[三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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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스님 / 2022 년 4 월 [통권 제108호] / / 작성일22-04-04 09:49 / 조회5,193회 / 댓글0건본문
삼계三界(Tayo dhātava, Sk. trayo dhātavaḥ)란 중생이 거주하는 세 가지 종류의 세계를 말한다. 이른바 욕계(kāmadhātu)·색계(rūpadhātu)·무색계(arūpadhātu)가 그것이다. 그러나 삼계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세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를 『잡아함경』 제17권 제463경에서 설하고 있다.
삼계, 극복해야 할 세계
“세 가지 출계出界가 있다. 어떤것이 그 세 가지 출계인가? 이른바 욕계에서 벗어나 도달하는 색계, 색계에서 벗어나 도달하는 무색계, 일체의 모든 행과 일체의 의도[思]·생각[想]이 소멸한 세계, 이것을 세 가지 출계라고 한다.”(T2, p.118b) 결국 삼계를 벗어난 멸계滅界가 불교에서 추구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아난다존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말했다.
욕계에서 벗어날 줄 알고
색계를 초월할 줄 알며
일체의 행이 적멸한 세계를 알아
바른 방편을 부지런히 닦아라.
모든 애욕을 끊어버리면
모든 행이 완전하게 멸하리.
남아 있는 모든 것 알아
또는 존재로 돌아오지 말라.(T2, p.118b)
이상에서 보듯, 불교에서 세계를 삼계로 분류한 것은 오도五道와 사생四生을 세계에 배치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사생四生(catasso yoniyo)이란 태생胎生(jalābujā)·난생卵生(aṇḍajā)·습생濕生(saṃsedajā)·화생化生(opapātikā)를 말한다. “태생이란 사람이나 짐승처럼 모태母胎에서 태어나는 것을 말하고, 난생이란 새처럼 알에서 태어나는 것을 말하며, 습생이란 모기처럼 습지에서 태어나는 것을 말하고, 화생이란 천계天界 또는 지옥처럼 앞의 세 가지 생 이외에 자연스럽게 화생하는 것을 말한다.” (MN.Ⅰ.73)
오도와 사생을 세계에 배치한 삼계는 다음과 같다. 욕계란 욕망이 성행하는 곳으로, 지옥에서부터 천天의 일부까지 포함하며, 사생은 모두 욕계에 속한다. 색계와 무색계란 순전히 천계天界인 동시에 모두 화생에 속하며, 둘 다 선정력禪定力이 뛰어난 곳이지만, 색계에는 아직 물질적(신체적) 활동이 남아 있고, 무색계에는 그런 활동이 없으므로, 그 명칭을 따로 구분한 것이라고 한다.
불교의 세계관에 따르면, 삼계는 수메루Sumeru, 수미산須彌山을 중심으로 그 주위에 있다. 욕계는 수메루의 아랫부분에, 색계는 중간 부분에, 그리고 무색계는 그 정상에 있다. 그런데 삼계를 부파불교에서는 실제로 생물이 사는 세계라고 인식했다. 즉 지옥·아귀와 같은 최하위의 세계가 있고, 지상에는 인간계가 수미산須彌山의 사방에 사대주四大洲로 존재한다.
그 위에 욕계라는 여섯 개의 하늘[六欲天]이 있다. 이 육욕천 가운데 사대주를 수호하는 사왕천四王天(동쪽을 지키는 지국천왕, 남쪽을 지키는 증장천왕, 서방을 지키는 광목천왕, 북쪽을 지키는 다문천왕 또는 비사문천을 말함)이 수미산 기슭에 산다. 수미산 위에는 제석천帝釋天을 비롯한 도리천忉利天(tāvatiṃsa, 도리천을 ‘三十三天’으로 번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함)이 궁전을 짓고 거주한다. 이 사왕천과 도리천은 지상에 살고 있으므로 지거천地居天이라고 부른다. 다시 그 위에 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이 있다. 이 네 개의 하늘[天]은 공중에 그 주거를 지어 살고 있으므로 공거천空居天이라고 부른다.
색계천色界天은 욕망에서는 벗어났으나 아직 형상에 얽매여 있는 세계로, 십칠천十七天 혹은 십팔천十八天이 있다. 무색계천無色界天은 형상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수한 선정禪定의 세계로, 공무변처천·식무변처천·무소유처천·비상비비상처천이 있다. 이러한 삼계는 욕계 6천, 색계 18천, 무색계 4천으로, 합계 28천으로 구성되어 있다.
불멸후 체계화된 삼계설
부파불교에서는 삼계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 세계라고 이해했다. 그러나 삼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실존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의 정신세계를 그 수행의 정도에 따라 스물여덟 단계로 구분한 것에 불과하다. 미즈노 고겐水野弘元은 “부파불교에서와 같이 욕계·색계·무색계의 삼계를 생물이 생존하는 구체적인 세계로 상세하게 서술한 것은 석존 자신도 알지 못했던 것”(水野弘元, 『原始佛敎』, p.77)이라고 했다. 삼계설은 불멸후佛滅後 부파불교 시대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체계화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붓다 자신이 욕계·색계·무색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붓다는 삼계를 실존의 세계라는 의미로 사용하지 않았다.
색계천과 무색계천을 검토해 보면 삼계가 실존하는 세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선정에는 그 정신통일 상태의 높낮이에 따라 초선·제이선·제삼선·제사선이라는 네 가지 선정[四禪定]의 단계가 있다. 또 그 위에 공무변처정·식무변처정·무소유처정·비상비비상처정의 사무색정四無色定의 단계가 있다. 업설에 따르면, 현세에서 이와 같은 선정을 닦은 자는 사후에 그 과보로 그에 상응하는 선정의 세계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형상화한 것이 색계천과 무색계천이다.
색계의 경우, 현세에서 초선정을 닦아 얻은 자는 사후에 초선천에 태어난다. 초선정 중에서도 상·중·하의 단계가 있는데, 하급의 선정을 얻은자는 초선천의 최하위인 범중천梵衆天에, 중급의 선정을 얻은 자는 중급의 범보천梵輔天에, 상급의 선정을 얻은 자는 최상의 대범천大梵天에 태어난다.
제이선정·제삼선정에도 각각 세 단계가 있는데, 그것에 통달한 자는 사후에 그에 상응하는 각급의 천계에 태어난다. 제사선천에 대해서는 부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7단계에서 9단계의 천계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도 제사선정의 수행 정도에 따라 얻게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최고의 높은 단계인 무색계천도 사무색정을 닦은 과보로 사무색계천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무색계천은 하늘[天]이라고 보기보다는 실제로 선정을 닦아 얻은 경지를 네 단계로 구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의 삼계설은 불교 성립 이전부터 있었던 베다 시대의 천天·공空·지地라는 삼계의 개념을 채용하여 조직화한 것이다. 이것은 업보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붓다 시대에도 삼계를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세계로서 이야기한 것이었다기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세계를 의미한 것이었다. 욕계·색계·무색계라는 것도 인간의 정신상태 중에서, 감각기관의 욕구가 많은 경우를 욕계라고 하고, 초선에서 제사선까지의 선정의 상태를 색계라고 하고, 더욱 적정한 정신통일의 상태를 무색계라고 말한 것이다.”(水野弘元, 『原始佛敎』, p.80)
또한 출세간이라고 하는 성자의 세계가 삼계 밖에 있다고 하는 것도 성자의 정신 상태로서의 깨달음의 세계를 지칭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부파불교에 이르러 삼계를 생물이 존재하는 구체적인 세계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만일 삼계를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로 보면, 무색계는 물질이 없는 세계라는 뜻인데, 물질이 없는 정신만의 세계라든가 정신만을 가진 생물이라든가 하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존재 현상은 반드시 시간과 공간 가운데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물질이 없는 세계는 공간적 연장선을 갖지 않는 세계인데, 공간성을 갖지 않는 존재가 있다고는 생각될 수 없다. 따라서 무색계천과 같은 세계나 생물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水野弘元, 『原始佛敎』, p.81)
요컨대 삼계는 실존하는 세계가 아니고 우리의 정신세계를 스물여덟 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생사를 되풀이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은 업業으로 말미암아 그 과보를 이 세상에서 받는 것을 윤회라고 해석할 수 있다. 삼계를 도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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