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불교학의 성립과 전개]
조선불교청년회 통도사 지회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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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진 / 2021 년 8 월 [통권 제100호] / / 작성일21-08-04 14:56 / 조회4,625회 / 댓글0건본문
근대불교잡지 산책 8. 『조음』(통권 1호, 1920.12)
『조음潮音』은 통도사에서 간행한 『축산보림』(통권 6호, 1920.1-1920.10)의 후속 잡지다. 『축산보림』 1-4호는 통도사 내 축산보림사에서 간행하였고, 5-6호는 통도사 불교청년회에서 간행하였다. 『조음』은 『축산보림』 종간 후 두 달 후인 1920년 12월 15일 조선불교청년회 통도사 지회에서 발행하였는데,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되었다.
발행정보
『축산보림』의 후반기 발행인과 『조음』의 발행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축산보림』은 편집겸 발행인인 이종천李鍾天(1890-1928)이 발행을 주도하였고, 주필 박병호朴秉鎬(1888~1937), 기자 강성찬姜性璨, 서기 강정룡姜正龍(1898-?)이 함께 참여하였다. 주필인 박병호가 6호에 퇴사를 고지한 것 외에 『조음』의 발행인은 『축산보림』의 체제를 그대로 이어 받았다.
『조음』 창간호의 서두에는 기존의 발행인, 주필, 기자의 논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이종천의 「불교의 정치관」, 박병호의 「사회의 향상과 사상통일」, 몽부생(강성찬)의 「행복자가 되어라」가
그것이다. 박병호가 직전에 퇴사했지만 기존 틀에 변화는 없다. 『조음』은 창간호가 곧 종간호가 되었다(사진 1). 표면상 이유는 자금난 때문이다. 『조음』 1호의 인쇄소 광고에는 창간호의 희망보다는 종간호의 비애가 담겨있다.
“「謹祝潮音」 ‘寶林이 潮音’ - 아, 무정한 경제의 공황이여! 너의 저주와 너의 협박에 拘引되야 장차 우리 잡지의 생명이 何境에 이를ᄂᆞᆫ지? 아마 ‘經濟’ 너의 承許를 엇기ᄭᆞ지는 당분간 停刊이 될 ᄯᅳᆺ하다. 모ᄶᅩ록『조음』의 생명이 길게 이어가도록 독자 제위ᄂᆞᆫ 肉으로 精으로 원만히 愛助하야 주시압. 本社 일동 謹白.(경남양산군 하북면 답곡리 안영리, 마산부 원정 창명인쇄소))”
이는 시대적으로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 불어 닥친 ‘경제 공황’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본지를 인쇄한 창명인쇄소의 광고 중 ‘경제, 너의 승낙을 받기 전까지는 정간이 될 듯하다’는 내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점에 비추어 볼 때, 제명이 『축산보림』에서 『조음』으로, 운영기관이 축산보림사에서 불교청년회로 바뀔 때 김구하가 지원하기로 약속한 천오백 원은 지원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조음』의 등장과 종간은 재정문제와 함께 당시 통도사 내 사중의 문제나 일제의 지나친 간섭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사진 2. 외솔의 논설.
잡지의 제목은 해조음海潮音의 약칭이다. 해조음은 중생의 발원에 응화하시는 불보살의 크고 아름다운 음성을 말한다. 이는 또한 당시 중국에서 대중불교 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한 태허 법사 등이 발기하여 펴낸 불교잡지의 명칭이기도 하다. 1918년 10월 발행된 『각사총서覺社叢書』는 1920년에 『해조음』으로 명칭을 바꾸었는데, 혹 같은 해에 통도사 불교청년회에서 발행한 『조음』의 제명이 이 잡지에서 유래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실 비판과 청년 담론
『축산보림』의 논설은 근대 종교와 불교의 성격과 지향을 개진하여 불교청년들의 교양을 형성하는 다양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일본 불교유학생의 불교적 지식장이 전달되는 근대불교 유입의 장으로, 교양의 장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런데 『조음』은 시사적 비판 의지가 좀 더 강하게 표출되며, 청년담론이 비중 있게 제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종천의 <불교의 정치관>은 ‘사회가 없는 개인의 가치가 어디에 있으며, ○○○○○(“나라가 없는”일 듯 : 필자) 오인의 행복을 어디서 구할까’ 반문하면서 ‘조선의 불교가 조선의 정치를 알지 못한다면 그 또한 우리의 신앙대상이 되지 못할 종교’라 하였다. ‘정치관의 유래’에서는 불교의 정치관이 ‘불전 중 최고最古한 제諸 아함阿含 중에 산설散說’되어 있는 것으로 소개하였다. 조선이 처한 현실 정치를 은근히 비판하면서 불교경전의 정치론의 근거를 소개한 글이다.
박병호의 <사회의 향상과 사상통일>은 ‘우리 반도의 사상계가 혼란하고 불통일한 비극적 현상’을 보인다고 하며 민주주의와 평화주의, 관료주의와 군국주의, 사회주의와 무정부주의, 국가주의와 전제주의, 개인주의와 자유주의 등으로 ‘사상 혼란’의 양상을 소개하였다. 결론으로 ‘우리의 사상 통일이 사회의 향상 즉 사회의 개조상 제일 긴절한 근본문제’라 하였다. 약간은 추상적인 문제제기에 그친 감이 있다.
강성찬[夢夫生]의 <행복자가 되어라>는 행복 일반론을 전개한 다음 반만년의 우리 역사에서 행복한 순간의 예로 첨성대 등을 들었다. 최종 문장은 ‘아아 불행복자여, 아아 불행복자여’로 마무리하였다. 그 앞에 2행에 걸쳐 삭제표기(○○)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국권 박탈이라는 불행의 현재 진행형에 대한 폭로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필명 외솔(실명 미상)의 <오인의 급선무는 하인가>는 실업장려를 주제어로 삼고 하위 항목으로 이천만 생령의 생활을 보전키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논한 글이다. ①걸인 많음으로, ②농업뿐임으로, ③○○○○, ④○○○○로 항목을 나누어 개진하였다. 경상도, 황해도의 걸인단이 기십 명에서 기백 명 씩 이동하며, 강원도에 집합처가 있다는 등 당시 민초들의 고초 받는 실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③과 ④장은 모두 결락되었는데 앞서 제시한 고통보다 더 절실한 내용이 담겨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사진 2).
사진 3. 장지연의 논설.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한 분석과 폭로에 이어 청년을 호명하며 그들에 대한 희망과 권면의 내용을 담은 논설이 게재된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하겠다. 경봉鏡峰의 <대몽을 속각하여 분기하라>는 꿈을 깨 보니 우리 가족 문정門庭에 대변大變이 났다는 현실을 제시하고, 꿈을 깨어 맹성猛省 분기奮起하여 용진勇進 역행力行할 것을 주장한 글이다. 시대 인식과 청년들에 대한 권면의 메시지를 담은 법어이다. 오봉빈의 <청년과 희망>은 미래는 청년의 시대라 전제하면서 알렉산더, 나폴레옹, 워싱턴을 부러워말고 실력을 양성하자는 주장을 폈다.
장지연[嵩陽山人]의 <권고불교청년회제군勸告佛敎靑年會諸君>은 불교청년회에 대한 기대를 담은 글이다. 현금세기는 청년의 시대라 전제하며 청년단체 조직의 본의는 일체중생의 구제와 사회 개조에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분발하여 삼천리 청구靑丘 동포로 하여금 신사상을 발휘케 하자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사진 3).
은해사 최진규의 <불교청년에게>는 조선불교계의 현상을 통곡하고 개혁자를 갈망한다는 요지의 글이다. 『조음』의 경우 전문적인 학술 논문은 보이지 않는다. 개혁 정신으로 무장한 불교청년회의 잡지는 학술 기사를 담기에는 발행인이나 독자층 모두 여력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청년의 서정과 추리소설
『축산보림』에 수록된 근대시는 내용과 표현에서 습작 수준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조음』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시상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시 작품으로는 ㅂ생의 <소뢰小.의 운명運命>, 새볫메의 <새 가을 ᄇᆞᆷ>, 솔의 <젊은이들아>, 김성률[曉星]의 <산옹山翁의 부富>와 <하트의 상쳐>가 있다. 한시 작품으로는 김구하金九河의 <산가조추山家早秋>와 이에 대한 화답시인 서해담徐海曇의 <청추여회淸秋旅懷>가 있다.
작은 싹이 피어나 풍파를 겪고 찬란한 꽃과 과실을 맺는 과정을 노래한 산문시(<소뢰의 운명>), 청년의 본뜻을 낙관적으로 전개한 작품(<젊은이들아>), 근대의 삶과 거리가 먼 평범한 촌로의 여유 있는 삶을 부러워하는 작품(<산옹의 부>), 젊은이가 광야에 독보하는 듯 미몽에 반환하는 듯한 삶의 불안한 심리를 영탄조로 토로한 작품(<하트의 상처>) 등이 있다. 내용과 함께 산문시 율격을 채택하는 등 좀 더 다양한 시도가 전에 비해 두드러진다. 한시로는 김구하와 서해담의 화답시가 유일한데 가을 산속의 풍경과 나그네가 느끼는 감상을 읊은 전통적인 칠언절구이다.
소설은 『축산보림』에 이어 <혈가사> 마지막 회차가 연재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소개하면, 먼저 주인공은 이 협판의 딸 이숙자와 안동에서 올라온 고학생 권중식이다. 이 협판의 딸 이숙자는 고등여학교 2학년생으로 친구들과 함께 남산공원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한 청년을 만난다. 그는 안동에서 올라 온 권중식으로,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성에 유학을 위해 왔으나 생활난으로 고향에 편지를 보내고 자살을 시도한 것이다. 이숙자는 권중식을 집안으로 데리고 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3년 후 이숙자는 19세로 학교를 졸업하는데 어머니는 매정하게도 딸을 당시 귀족으로 돈 많고 호색한인 40여세의 반늙은이인 정 남작에게 시집을 보내려 작당을 한다.(그녀는 사실 친어머니가 아니었다) 권중식은 그 사이에 25, 6세의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멋진 청년이 되었는데 탑골공원에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헤어질 때, 정 남작은 멀리서 숙자를 보고 육욕을 참지 못하고 탐을 낸다. 어느 날 밤 열두 시가 넘은 시각에 남산공원에 정 남작이 등장하며 한 남자가 나무에 목을 매고 죽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 돌아가는 장면으로 『축산보림』의 연재는 마무리되었다.
『조음』에서는 남산에서 죽은 또 다른 사람은 정 남작이며, 그의 손에 쥐어진 머리카락은 이숙자의 것으로 밝혀졌다. 탐정 방규일, 윤석배가 서로 추론을 거듭하며 이숙자의 범인 여부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속도감 있는 진행, 비교적 사실적인 장면묘사, 두 수사관의 심리 묘사가 독자를 유인하는 충분한 요소이다. 이 작품은『조음』에 이르러 비로소 추리소설의 성격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사진 4).
사진 4. <혈가사>의 단서.
『축산보림』 6호에 이어 연재된 <무료의 극장>은 양반파, 수전노守錢奴를 등장시켜 시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시사만평이다. 3막에서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양반의 모습을 나열한 후, 지금의 양반은 학교 졸업생이라 평하였고, 4막에서는 돈놀이하는 채권자를 청자로 등장시켜 학교설립, 자선사업, 동포구제에 힘쓸 것을 제언하였다.
『조음』에 수록된 문학 작품으로는 기존 연재하던 소설 <혈가사> 외에 근대시 6편이 주목된다. 비교적 다양한 시상을 담아내었고, 기존의 고답적 창가 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이며, 내적 리듬을 지닌 산문시도 등장하였다. 『조음』에 수록된 문학 작품은 격변하는 시기 불교청년들의 시대인식을 보여주고 청춘 시기의 감성을 소박하게나마 표출하여 불교잡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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