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도]
찻잔 속에 달이 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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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1 년 6 월 [통권 제98호] / / 작성일21-06-04 14:27 / 조회5,490회 / 댓글0건본문
한국의 茶道 6 | 지운 스님의 차 명상 1
이번 호부터는 세 번째 차 스승인 지운 스님(주1)의 차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1994년 21년간 봉직했던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상주에 있는 국립 상주대학교로 자리를 옮기자 학교에서 사적인 시외 전화가 쉽지 않아 수원에 있는 가족과의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래서 빠르고 돈 안 드는 PC통신 하이텔HiTEL(주2)을 시작했다. 하이텔은 전화선으로 접속하기 때문에 주로 전화 사용이 적은 저녁 시간에 우리 집 아이들과 채팅하고 이메일을 교환하는 한편, 불교동호회에 가입하여 열심히 활동하다 보니 게시판 시삽(주3), 총괄 시삽, 대표 시삽 등을 맡게 되었다(사진 1).
지운 스님과의 인연
어느 TV 방송에서 불교의 불성佛性과 기독교의 영성靈性에 대해 목사, 신부, 수녀 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것을 보고, 불교 경전을 두루 회통回通한 스님이 있구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하이텔 불교동호회 내에 소모임인 명등계(주4) 게시판에 어느 회원이 당시 송광사 강주인 지운 스님의 글을 17회에 걸쳐 올렸다. 그 내용은 학인 스님들이 차에 관해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을 기술한 작은 책자의 글이었는데, 지운 스님의 말씀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서 필자가 봉직하던 상주대학교 식품공학과 차문화사 수강생들에게, 그리고 1999년부터 시작한 평생교육원 차도茶道 과정 수강생들에게 그 내용을 소개하곤 하였다. 이때부터 지운 스님에 대한 흠모가 시작되었고, 언제 한번 직접 뵈었으면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사진 1, 지운 스님
때 마침 2000년 교수불자회 겨울 방학 수련이 대구 용연사에서 열린다는 공문을 보았는데, 지도 법사에 지운 스님이라고 되어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동참하였다. 1박2일간의 자비수관慈悲手觀 수련을 마치고 스님께 이러 이러한 이유로 스님을 뵙고 싶었다고 하였더니, 오늘 차수행법인 차선茶禪 강의를 처음 시작하려고 한다는 말씀에 그대로 주저앉아 차명상茶瞑想 1기생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찻잔 속에 달이 뜨네』를 교재로 한, 전 세계 최초의 차명상 강의이다.
자비수관
자비수관은 지운 스님께서 여러 대·소승 경전에 나타난 수행방법을 재가자를 위해 정리한 수행법이다. 몸과 마음의 관찰을 통해 존재의 본질인 연기적 삶을 회복해 나가는 불교수행으로 언제 어디서나 수행할 수 있다. 자비수관은 자비손의 자비심慈悲心과 정념正念, 즉 ‘알아차림’이라는 관찰 수단을 통해 몸을 관찰함으로써 마음을 깨쳐가는 수행이다.
연기緣起의 다른 표현인 자비심을 마음의 손에 가득 담아 내 몸에 전달함으로써 비평 비난 불평 불안 우울 등의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해소하여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이때 몸을 구성하고 있는 오대(주5) 기운이 활성화되면서, 몸에서 나타나는 오대 반응의 변화 양상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 상태에서 무상과 괴로움 등의 감정에서 이탈하여, 종국에는 주재하는 자아란 존재하지 않으며, 고정된 실체 또한 없다는 무아無我의 진리를 깨닫게 됨으로써 모든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자비수관은 수행을 통해 몸의 감각이 사라져 감에 따라 몸과 동일시하던 감정과 심리도 사라짐을 알아차리고, 몸의 모든 현상이 심리적 현상임을 체득하는 수행법이라 할 수 있다.
차 수행법
‘차 수행법’ ‘차선’ ‘차명상’은 같은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차명상을 하기 전에 먼저 자비수관을 하여 집중력을 키우기를 권하나, 바로 차명상을 해도 좋다. 차명상은 차를 통해 명상수행을 하는 것이다. 지운 스님은 명상수행瞑想修行에 대한 내용을 한 편의 시詩에 담아 내셨다.
사잔2, 찻잔 속에 달이 뜨네 여러 판본.
명상수행 이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자기가 자기를 알아가는 것
자기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기의 고통을 자기가 없애는 것
자기의 잘못을 자신이 용서하는 것
내가 나를 깨우는 것
내가 나를 구원하는 것
이것은 안에서 일어나는 혁명
바깥 경계에 전혀 동요되지 않으니
세간의 고통을 구제하는 지혜와 평안의 길
사진3. 지운스님 휘호 茶禪
공부工夫하는 마음
『찻잔 속에 달이 뜨네』는 1999년 초판이 발행된 이래, 여러 번 수정 보완되면서 여러 판형으로 출판되었다(사진 2·3·4). 그 책의 첫머리에 수행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세 가지 가르침을 명시하고 있다. 공부를 해서 얻은 공덕이 나 혼자만 이로우려고 하면 절대 이루어지지 않고,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일에 사용될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나를 도와서 성취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항상 공부를 시작하기 전후,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다음 세 가지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수행 시작하기 전
앞서 쌓은 공덕功德과 오늘 쌓을 공덕이
나와 도반道伴, 이웃에,
기쁨과 평안平安을 얻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모든 사람들의 번뇌煩惱가 사라지기를 기원祈願합니다.
사진4. 지운 스님 서명
수행 끝날 때
오늘 수행을 통해 얻은 공덕功德이
나와 도반道伴, 이웃에,
기쁨과 평안平安한 마음으로 회향廻向 되기를 바라며,
번뇌煩惱가 사라진 마음의 힘이
나와 이웃에게 퍼지기를 발원發願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수행 과정에서 얻은
기쁨과 평안한 마음이
일상에서 다른 어떤 마음보다
먼저 떠오르도록 수행합니다.
지운 스님의 활동
차명상이 시작 된지 십 수 년이 지난 2010년 3월 25일 서울 남산 대원정사에서 사단법인 한국 차명상 협회 창립총회가 있었다(사진 5). 여기에서 지운 스님을 만장일치로 초대 이사장으로 추대하였다. 한편 상임이사에 지장 스님, 이사에는 경북대 오상룡 교수, 부산여대 정영숙 교수, 경기대 이인자 교수, 차인연합회 김배호 씨, 동화사 강사 정산 스님, 그리고 감사에 차담명상원 선업 스님과 봉녕사 적연 스님이 선임되었다. 협회는 매년 2회 학술 대회를 개최하여 차명상에 대한 과학적 기반을 갖추려 애쓰고 있고, 이사장 지운 스님을 중심으로 차명상 종주국에 걸 맞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사진5. (사)한국차명상협회 창립총회, 2010.3,25, 대원정사
지운 스님은 서울과 대구 불교방송 및 불교TV에서 차수행법, 『입능가경』, 『해심밀경』, 자비수관 등을 강의하시며,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있다. 또한 『찻잔 속에 달이 뜨네』, 『몸과 마음이 사라지는 여행』, 『자비수관과 뇌과학』 등 수십 권의 저서를 집필하여 많은 독자들을 무명에서 깨어나게 하였다. 특히 『찻잔 속에 달이 뜨네』와 『차 수행법 입문』은 차수행을 시작하려는 초심자의 교과서로, 차 수행 지도자의 지침서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시면서도 스님께서는 청정한 율사로 아직도 오후불식午後不食을 수십 년간 지속하고 계시다.
주)
1) 원허圓虛 지운智雲 스님은 76년 지성 스님을 은사로 득도, 79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하고, 법주사 강원과 중앙승가대를 졸업했다. 운성 대강백으로부터 전강 받고, 성우 대율사로부터 전계를 받았다. 송광사와 동화사 강주, 대한불교조계종 단일계단 계단위원 및 교수사, 기본선원 교선사를 역임하였으며 『찻잔 속에 달이 뜨네』 등 수십 권의 저서가 있다.
2) 하이텔HiTEL은, 1989년 시작된 케텔KETEL에서 1992년 하이텔로 변경된, 전화선을 통해 atdt01410으로 접속하는 PC통신이다. 2004년 한미르와 합쳐 파란닷컴으로 재출발하였으나 네이버와 다음 등에 밀려 2012년 폐쇄됐다.
3) 시삽은 시스템system과 운영자operator의 합성어로 PC통신의 각종 동호회나 게시판 등을 운영하는 책임자를 뜻하는 말.
4) 명등계茗燈契는 94년 10월 초의선원에서 창립총회를 하고, 2개월에 한 번씩 오프 모임을 하는 하이텔 불교동호회 내의 소모임이다.
5) 오대五大는 지地·수水·화火·풍風·공空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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