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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  2020 년 11 월 [통권 제91호]  /     /  작성일20-11-25 10:28  /   조회7,98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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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남쪽은 잊어라 

깜깜한 방구석에만 쳐 박혀 있지마라

마음속의 칼은 시퍼렇게 갈아 푸른 바다에 던져버려라

 

붓다가 아난에게 묻는다

새벽은, 

마음이 가장 어두운 자에게 먼저 온다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늦가을 산정에서 홀로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제가 먼저 열반에 들면

더 이상 지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붓다께서는 山上山下唯我獨尊,

홀로 법석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붓다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조용히 뱃살이 늘어가듯

툭 삐져나온 영취산 밑으로 그늘이 쌓일 무렵,

뼈만 앙상한 붓다가 홀로 맨발로 걸어 내려온다

 

아난이 가고,

마지막으로 붓다가 떠나갔다

그늘이 홀로 어둠을 위해 법석을 연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최재목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 영남대 철학과 졸업, 일본 츠쿠바(筑波)대학에서 문학석사・문학박사 학위 취득. 전공은 양명학・동아시아철학사상・문화비교. 동경대, 하버드대,북경대, 라이덴대(네덜란드) 객원연구원 및 방문학자. 한국양명학회장 · 한국일본사상 사학회장 역임했다. 저서로 『노자』, 『동아시아 양명학의 전개』(일본판, 대만판, 중국판, 한국판), 『동양철학자 유럽을 거닐다』, 『상상의 불교학』 등 30여 권이 있고, 논문으로 「원효와 왕양명」, 「릴케와 붓다」 등 200여 편이 있다.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6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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