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의 세계]
감로탱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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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0 년 9 월 [통권 제89호] / / 작성일20-09-21 11:19 / 조회9,264회 / 댓글0건본문
다양한 존상과 풍속적인 도상들이 어우러져 표현되는 감로탱은 보는 사람에게 인과因果의 엄연함과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업장을 소멸하고 왕생할 수 있는 가르침을 알려준다. 감로탱은 예배 공양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팔상탱이나 구품탱과 같이 교화적 기능도 하는 그림이다. 그래서 다양한 존상이 생동감 있는 자태로 표현되어 있으며, 삶과 죽음의 여러 양상과 이의 극복과정까지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호에서 이러한 감로탱의 도상 가운데 재의식 장면과 그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아귀와 함께 하단에 그려지는 현실 삶의 여러 모습을 통해 감로탱이 전하고자 하는 의미와 가르침을 새겨 보자.
감로탱화의 중앙에는 1위<사진 1 홍익대학교소장 감로탱> 또는 2위<사진 2 불암사 감로탱 부분>의 아귀가 있는데, 아귀 도상은 감로탱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원과 한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고혼을 상징한다. 수륙의궤나 유가의경 등에 아난 존자가 아귀를 비증 보살, 염묵 대사, 면역 대사라 칭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귀는 고혼을 천도하는 보살의 화현을 상징하기도 한다. 도상으로 구분하면 발우를 들고 있는 모습의 아귀는 고혼으로서의 아귀를 말하며,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의 아귀<사진 3 경북대학교박물관 소장 감로탱 부분>는 고혼을 천도하는 보살의 화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때로는 2위의 아귀 가운데 한쪽은 발우를 든 모습으로, 다른 한쪽은 합장 한 모습으로 각각 그려지는 경우도 있다.
사진1.홍익대학교박물관소장 감로탱
이와 같이 감로탱화의 중앙에는 고통 받는 고혼의 상징으로 아귀餓鬼가 있고 그 아귀에게 성찬聖饌, 즉 감로를 베푸는 의식이 묘사되어 있다. 감로탱은 수륙재와 관련 있는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수륙재는 무주고혼을 위해 평등하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고 음식을 베푸는 의식으로 양무제가 505년에 처음 베풀었으며 우리나라는 고려 광종 2년(970)에 수륙도량을 열었다고 전한다.
사진2.불암사 대웅전 감로탱 부분
제단祭壇 왼편에는 법회를 주재하는 승려를 비롯하여 범패梵唄를 하는 승려와 북을 치고 바라춤을 추는 승려가 있으며, 법회 장면 좌우 주변에는 왕후장상王候將相, 비구, 비구니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 아래로는 중생의 여러 가지 죽는 장면들이 풍속도처럼 그려져 있다. 즉 지옥地獄, 아귀餓鬼, 축생蓄生, 아수라阿修羅, 인人, 천天 등 욕계欲界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표현되어 있다. 생사윤회生死輪廻하는 욕계의 육도중생六道衆生들에게 시아귀施餓鬼 의식을 통해, 아귀만이 아니라 욕계의 모든 망령들이 극락왕생, 혹은 불佛의 세계인 해탈解脫의 경지로 인도되는 단계적 상승과정이 전 화면에 가득히 그려진 것이다. 그래서 상단에는 아미타여래를 비롯한 칠여래七如來와 관음, 지장, 인로왕보살 등 영혼을 구제하는 모든 불보살들이 표현된다.
사진3. 경북대학교 소장 부분
언급하였듯이 감로탱의 대체적인 구도와 표현양상을 보면 상단에는 여래상, 중단에는 의식장면, 하단에는 군상들이 그려지며 상단 중앙에는 칠여래<사진 4 원광대학교 소장 감로탱 부분>가 똑같이 합장한 자세로 한 곳을 향하고 있다. 칠여래의 명호는 좌로부터 다보여래多寶如來, 보승여래寶勝如來, 묘색신여래妙色身如來, 광박신여래廣博身如來, 이포외여래離怖畏如來, 아미타여래阿彌陀如來, 감로왕여래甘露王如來이다.
칠여래는 각각의 발원과 권능에 따라 감로탱화에서 그 기능을 발휘한다. 칠여래는 모두 중생을 육도의 몸으로부터 벗어나 극락세계에 왕생케 하는데, 그중에 아미타여래는 극락세계를 관장하는 주불임은 말할 나위가 없겠다.
화면의 상단 왼쪽에는 망자의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할 인로왕보살이 시립해 있다. 또한 인로왕보살은 고통과 위엄이 강하게 지배하는 전체 화면에 부드러움을 불어 넣는 자비의 화신이기도 하다. 우측에는 백의 관음과 지장 보살이 보운寶雲에 감싸인 채 있다. 보통 아미타불의 협시로 관음과 대세지 보살을 모시는데, 대세지 보살 대신 지장 보살을 협시로 모시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두 보살은 천도의식을 거친 깨끗한 영혼[淸魂]을 맞이하기 위해 우아한 자태로 강림하는 모습이다.
중단 중앙의 제단 위에는 갖가지 음식과 꽃 공양이 정성스럽게 차려져 있고 그 밑에는 두 아귀가 배치되어 있다. 이 아귀는 감로탱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아귀는 인간이 맨 처음 죽으면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중음계中陰界를 떠돌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달리 육도 가운데 배고픔의 고통을 당하는 한 생生을 말하기도 한다.
사진4.원광대학교소장 감로탱 칠여래 부분
그 앞에는 상복喪服을 입은 상주와 유족들이 따로 마련한 제상祭床을 향해 절을 하고 있다. 우측에는 왕후장상王候將相, 문무백관文武百官 등 여러 무리가 제단 앞에 운집하여 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생사기로生死岐路의 필연성에는 지위고하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어서 하단에는 중생계의 여러 장면들을 비교적 여유로운 공간 배치를 통하여 묘사하고 있다. 하단부<사진 5 봉서암 감로탱 하단 부분>의 솟대놀이 장면도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솟대 아래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많은 악사들과 죽방울 돌리기와 부채를 쥔 판소리꾼 등의 공연이 동시에 표현되고 있다. 그 아래에는 조밀하게 표현된 풀들이 나 있는 들판에 전쟁 장면이 펼쳐져 있다.
그 좌측으로 낫을 든 나무꾼이 호환虎患을 당하는 참상이 묘사되어 있고, 장옷을 걸친 모녀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 밑에는 풍랑을 만난 배가 표현되어 있다. 좌측 하단 끝에는 아귀의 무리들이 목마름을 씻어주는 감로를 얻기 위해 의식행사장에 모여드는 모습이 그려져 있고, 옆에는 주인에게 얻어맞는 노비의 모습이 표현되어 있다. 우측 하단의 전쟁 장면 위로는 짐을 가득 실은 달구지에 길 가던 사람이 깔려 있는데 오늘날 이 장면을 표현한다면 자동차에 치인 모습으로 나타낼 수 있겠다. 윗부분에는 바위에 깔려 어이없게 죽음을 맞게 된 사내와 우물에 아이를 빠뜨린 여인의 비통함이 묘사되어 있다. 그 위에는 풍악을 울리며 의식 행사장에 모여드는 사람들과 집을 짓다 무너져 참상을 당하는 장면이 나타나 있다.
사진5.봉서암 감로탱 하단 부분
이런 표현과 함께 감로탱은 제작기법에 있어서도 존상은 불화적인 채색기법으로 그리고, 산수의 표현이나 현실 인물 등을 표현할 때는 청록산수기법이나 수묵담채로 표현해, 일반회화와의 교류도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등장 인물들이 유기적으로 배치되는 점에서 회화적 표현 양상을 뚜렷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아귀와 함께 하단에 그려지는 서민들의 생활과 삶은 천도 대상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한다. 게다가 중생의 삶과 고통을 아우르고, 인과因果의 도리를 깨우치게 하려는 근본적인 가르침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감로탱화는 여러 도상이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불화들을 회통케 하는 종합의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 상단의 불보살 세계는 무색계無色界를, 중단의 시식단施食壇과 작법승중의 의례에 등장하는 비구, 비구니, 사미, 사미니는 청정한 마음을 지닌 출가자들, 즉 성문 연각 등이 머무는 색계色界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단의 여러 장면들은 욕계欲界의 육도六道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에서 감로탱화는 삼계도三界圖를 표현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종합불화로 해석되기도 한다. 물론 시방세계十方世界의 고통 받는 모든 중생들이 의식을 통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믿음을 표현한 그림이 감로탱화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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