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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명청 선어록]
『 오등엄통五燈嚴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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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2020 년 8 월 [통권 제88호]  /     /  작성일20-08-28 11:58  /   조회7,90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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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등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비은통용 자신이 편찬한 『 오등엄통목록五燈嚴統目錄』 2권, 『 오등엄통五燈嚴統』 25권, 『 오등엄통해혹편五燈嚴統解惑編』 1권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성격 및 특징

 

  『 오등엄통五燈嚴統』 25권은 명대 말기 임제종의 승려 비은통용(費隱通容, 1593-1661) 및 백치행원(百癡行元, 1611-1662)이 공편한 책으로, 순치順治 10년(1653)에 성립된 선종의 전등사서傳燈史書이다. 비은통용의 속성은 하何씨이고 복주福州의 복청福淸 출신으로 14세 때 출가하여 좌선수행에 힘썼다. 박산무이博山無異 및 밀암원오密庵圓悟에게 참문하였다. 백치행원은 호가 백치白癡이고 『 백치선사어록白癡禪師語錄』 30권이 있다.

 

  『 오등엄통』 25권은 『 오등엄통목록五燈嚴統目錄』 2권 및 『 오등엄통해혹편五燈嚴統解惑篇』 1권과 함께 살펴봐야 된다. 『 오등엄통』은 이전에 출현했던 전등사서의 오등五燈 곧 『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30권(1004), 『 건중정국속등록建中靖國續燈錄』 30권(1101), 『 천성광등록天聖廣燈錄』 30권(1148), 『 종문연등회요宗門聯燈會要』 30권(1189), 『 가태보등록嘉泰普燈錄』 30권(1201-1204), 『 오등회원五燈會元』 20권(1253) 등의 법통法統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한 문헌이다. 이것은 비은통용의 서문에서 힘주어 말하고 있는 것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그러나 비은통용은 정작 임제종만 정통으로 간주하고 있듯이 『 오등엄통』의 내용은 자파의 종파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는 문헌으로서 그 한계가 노출되어 있다. 이를테면 청원행사의 법맥에 속하는 천황도오(天皇道悟, 748-807)를 부정하고 남악회양의 법맥에 속하는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의 사법제자로 연결하였고, 천복승고(薦福承古, ?-1045)의 운문종 사법을 배제하여 법맥 이외로 간주하였으며, 원문정주遠門淨柱가 편찬한 『 오등회원속략五燈會元續略』 4권(1648)에 의거하여 조동종 제13세 천동여정(天童如淨, 1163-1228) 이하의 법통에 대해 사승嗣承의 전거가 상세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특별히 『 오등엄통해혹편五燈嚴統解惑編』 1권을 저술하여 이들 주장에 대하여 나름대로 근거를 마련하여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의 상황은 명대 말기 및 청대 초기, 소위 승쟁시대僧諍時代에 출현한 여러 문헌 가운데 하나에 속한다. 『 오등엄통』에서 보여준 이와 같은 몇 가지 점은 선종사에 많은 문제점을 일으켰다. 특히 우리나라의 선종사에도 영향을 끼쳤다. 곧 조선시대 중기 청허휴정의 『 선가귀감』을 비롯하여 환성지안의 『 선문오종강요』 및 백파의 『 선문오종강요사기』 등에 보이는 임제종만 정통이라는 견해가 그것이다. 『 오등엄통』의 주장에 보이는 선종사적 특징으로서 천황도오와 관련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세존께서 염화로 가르침을 보여주자 가섭이 미소로 의기투합하였고, 아난은 찰간을 꺾어버리고 이에 정법안장正法眼藏과 금란가사金襴袈裟를 받았는데, 교외별전의 도道가 그로부터 일어나서 인도의 28대 조사 및 동토의 6대 조사가 개침[芥針] 아닌 것이 없이 대기大機와 대용大用에 들어맞았다. 깨침의 법맥이 그로부터 유장하고 오래되었는데, 그것은 진실로 이전의 깨침을 이어받아 이후의 깨침으로 계승하게 된 것을 말미암은 것이었다. 이에 종래의 근원을 스승과 제자의 기연이 계합된 것에서 찾아보면 면면하게 오랜 세대에 거쳐 모두가 부족함이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일 뿐만 아니라 융성하고 번창하여 해와 달도 능가하는 깨침의 전등이 간극이 없이 지속적으로 그 광명을 밝게 비춰주는 것이었다. 때문에 종래부터 눈 밝은 존숙들이 마치 천 개의 산과 만 개의 봉우리처럼 수업이 배출되어 모두 각각 법어를 건립하였다. 곧 종래부터 눈 밝은 존숙들이 수없이 배출되어 선종 5가가 우뚝하였다.”

 

  그러나 점차 어로불변魚魯不辨으로 흘러가 마침내 용담숭신과 덕산선감의 후손들의 번창도 실제로 마조도일과 천왕도오의 친손들인 줄 모르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그 증거로는 『 오등회원』 제7권의 기록에 분명하고, 회암지소晦巖智昭의 『 인천안목人天眼目』 6권(1188) 및 매옥염상梅屋念常의 『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 22권(원대 성립, 명대 1576년 간행)에서도 또한 그와 같이 기록하고 있음을 언급한다. 또한 『 종문정명록宗門正名錄』(『 오등엄통목록』 [부록])을 살펴보면 그 증거가 더욱더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것은 청원행사靑原行思 – 석두희천石頭希遷 – 천황도오天皇道悟의 법맥임에도 천황도오를 대신하여 마조도일의 법맥에 가공인물인 천왕도오天王道悟를 내세워 천왕도오를 바로 천황도오로 둔갑시켜버린 결과였다. 그럼으로써 천황도오 – 용담숭신龍潭崇信 – 덕산선감德山宣鑑 – 운문문언雲門文偃[운문종] 및 덕산선감 – 현사사비玄沙師備 – 나한계침羅漢桂琛 – 법안문익法眼文益[법안종]까지 마조도일 문하의 법맥에 포함시켰다. 이에 선종오가禪宗五家 가운데서 조동종을 제외한 네 종파가 마조도일 문하에서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천복승고와 관련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천복승고는 운문문언(雲門文偃, 864-949) – 동산수초洞山守初 - 복엄양아福嚴良雅를 참문하여 『 운문어록』을 읽고 깨쳤다. 그런 연유로 후에 천복승고는 운문문언의 사법제자嗣法弟子라고 자칭했다. 이로써 천복승고의 경우에 면수面授 면수面授는 스승의 정법안장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것, 불법을 참학하는 모습을 가리킨다. 불법을 참학하고 상승相乘하는 것은 스승과 제자가 직접 가르쳐주고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을 중요시한다. 스승의 입장에서는 면수面授이고 제자의 입장에서는 면수面受이다. 사상思想의 불교를 초월하여 불도佛道의 불법을 참학하는 경우에 스승과 제자가 서로 대면하여 불법의 신심身心을 상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스승과 제자가 직접 만나서 증계즉통證契卽通으로 정법안장을 전승하는 의식이다.

 

가 아닌 사법이었기 때문에 후대後代 사법 문제에 파문이 일어났다. 이 점은 법맥의 전통에서 원사遠嗣의 인정 여부와 관련된 문제로 지금도 목하 진행의 문제이다. 일본의 도원道元은 『 정법안장』 「면수面授」권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면수상전面授相傳이 아니었다는 점을 들어 천복승고를 운문종의 법맥이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조동종의 법맥과 관련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오등회원속략五燈會元續略』은 『 오등회원』 20권(1253) 이후의 법맥에 대한 기록인데, 총 400여 명 가운데 임제종의 승려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러나 정작 편찬자인 원문정주遠門淨柱 자신이 조동종 승려인 까닭에 송대‧원대‧명대의 조동종 계보를 분명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었다. 곧 조동종의 경우는 화장혜조華藏慧祚 및 천동여정天童如淨으로부터 설관지은雪關智誾 및 각랑도성覺浪道盛에 이른다. 그러나 『 오등엄통』은 이에 대해 조동종 법맥의 사승이 자세하지 않다고 비난하며 부정하였다. 이 점 또한 ‘임제종 정통’이라는 종파의식에서 연유된 결과였다.

 

2. 구성

 

(1) 『 오등엄통목록』 2권은 5개의 서문序文, 9항목의 범례凡例, 12개의 부록附錄, 그리고 25권 전체에 대한 상권(1권-10권) 및 (11권-25권)의 목록目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 『 오등엄통』 25권의 본문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본문의 마지막 제25권의 말미에는 「중간오등엄통발병찬重刊五燈嚴統䟦併讚」(1657년에 사법제자 융기隆琦가 붙인 중각발문重刻跋文)이 수록되어 있다.

 

 

  

(3) 『 오등엄통해혹편』 1권은 천황도오와 천왕도오의 법맥 문제, 천복승고의 면수 문제, 조동종의 법맥 문제 등에 대하여 비은통용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부무림월주제진신서復武林越州諸縉紳書」 및 「우부무림제진신서又復武林諸縉紳書」를 제시하여 설명하고 있다.

 

 

봉화 북지리 마애불, 신라, 국보 제2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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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동국대 선학과 대학원에서 <묵조선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및 학술교수 역임. 현재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저서에 <묵조선 연구>,<선의 어록>,<선문답의 세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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