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속 성철 큰스님]
종정 추대식,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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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섭 / 2017 년 12 월 [통권 제56호] / / 작성일20-07-31 12:07 / 조회10,935회 / 댓글0건본문
1981년 조계종 종정에 추대된 성철스님께서는 1월 20일에 열린 종정 추대식에 참석하지 않고 종정수락법어만 발표합니다. 이때 법어에 담겨 있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로 성철스님께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집니다. 지금까지도 성철스님 하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을 떠올릴 만큼 성철스님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습니다. 종정 추대식에 참석하지 않으시면서 생긴 성철스님의 또 하나의 이미지는 두문불출입니다. 이번 호에는 종정 추대식을 전하는 기사와,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모습을 보이신 기사, 그리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말이 얼마나 유행했는지를 알려주는 기사를 봅니다.

종정 추대식 이후 성수 총무원장이 백련암에서 불자를 현정하고 있다.
<경향신문> 1981년 1월 20일 7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

대한불교조계종 이성철 제7대 종정 추대 및 이성수 총무원장 취임식이 20일 상오 11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베풀어졌다.
승려와 신도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취임식에서 이성철 종정은 취임 승낙만 하고 불참, 박기종 원로회의 의장이 종정의 법어를 대독했다. 이성수 총무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재임중 사원 건립보다 사람 만드는 불사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 자리에는 태고종의 정두석 종정이 참석, 축사를 하기도 했다. 취임식에서 낭독된 이성철 종정의 법어는 다음과 같다.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다.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알겠느냐?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동아일보> 1981년 1월 21일 10면
산은 산이요 물은 물…
- 짤막한 법어 … 조계종정 불참한 취임식

20일 오전 전 불도(佛徒)들의 비상한 관심 속에 열린 조계종 7대 종정 및 총무원장 취임식 자리엔 정작 윗자리를 잡아 참석해야 할 종정은 식에 아예 참석하지도 않았는가 하면 오히려 그동안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지내던 태고종 종정이 식에 참석해 축사까지 하는 등 ‘진경(珍景)’을 보여 불교계의 화제가 됐다.
우선 종정 취임식에 주인공인 종정이 참가 안 한 것은 조계종 사상 처음 있는 일. 해인사 백련암에 머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문도들에게 설법하기 위해 해인사 대웅전에만 모습을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백련암에만 칩거하며 문외불출(門外不出), 외인(外人)들의 심방도 사절하는 그의 평소 생활태도가 취임식마저도 사양한 것이다.
또 종정의 취임식 불참은 혹시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며 신임 종정의 법음을 듣기 위해 조계사 대웅전에 몰려든 신도들을 실망시키기에 족했다. 종정이 취임식에 불참한 것을 놓고 참석자들은 두 가지 엇갈린 의견들을 내놓았다. 하나는 “그럴 수 있다”는 것과 또 하나는 “아무리 두문불출한다 하더라도 참석했어야 했다”는 얘기. “그럴 수 있다”는 측의 주장은 “그동안 종단의 최고 권위이자 상징인 종정이 너무 쉽게 일반에 나타나지 않았느냐”는 신중파 쪽. 이 때문에 권위가 떨어져 종단의 권위가 약화되는 경향마저 있었다는 것. 또 종교지도자는 그 속성으로 보아도 어느 정도 신비스럽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야 하기 때문에 취임식 불참은 어느 면에서 보면 불교의 권위를 찾는 데 플러스가 된다는 풀이도 한다.
그러나 “참석했어야 한다”는 측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종정의 권위와 불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취임식 주인공인 종정이 불참한다는 것은 “어색한 것”이 아니냐는 것.설령 종정 자신은 수십 년 참선과 수도에만 전념해온 선승으로 그 자신이 자신의 신비나 권위를 올릴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겠지만 1천4백만 불교신도에게 직접 법음을 들려줘 나쁠게 뭐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더구나 현대는 대중사회로 종정이 취임식이나 불탄일 등에 직접 대중 앞에 나와 법어를 함으로써 TV나 신문 등 대중매체를 통한 포교의 영향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모두 71자로 된 짤막한 종정법어(別項)도 화제가 됐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로 법어를 끝맺음하고 있는데 “무슨 뜻”이냐는 것. 이 법어를 들은 어떤 스님은 “진리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반이 알아듣기에는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잘 모르겠기도 하고 “아리송하다”는 말들. 일부 신도들은 또 “더 수도를 해야 법어를 알아들을 것 같다”고 말해 좀 더 설득력 있고 현대 사회에 맞는 법어를 원하는 듯 했다.
또 이날 취임식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대목은 태고종의 정두석 종정이 축사를 한 것. 조계종과 태고종은 일반의 기억에도 생생하듯 54년 비구 대처 분규로 종단이 갈라진 뒤 계속되는 사찰과 재산 싸움으로 도저히 합해질 수 없었던 ‘물’과 ‘기름’ 사이. 그러나 놀랍게도 조계종이 15일 태고종 측에 취임식 축사를 부탁한 것. 이에 정두석 종정은 축사를 하는 것을 쾌히 받아들이고 19일 오전 축사 내용을 미리 조계종 총무원에 보내 조계종 종지에 어긋남이 있는지 의견을 물어보기까지 했다고.
축사 내용에는 “불편했던 종단 간의 사정들도 현실을 긍정하는 차원에서 새 질서를 정립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20일 취임식장에서 만난 정두석 종정과 이성수 총무원장은 정중히 악수를 나누며 미래의 화합을 다지는 듯했다. <임연철 기자>
이성철 종정 법어 <전문>
원각(圓覺)이 보조(普照)하니 적(寂)과 멸(滅)이 둘이 아니라.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시회대중(時會大衆)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불기 2525년 1월 20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철
<동아일보> 1981년 2월 13일 1면
오늘의 초점- 속세 접견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법어만 내놓고 종정 취임식 참석을 거부하고 중생과의 접견마저 극구 사양하던 조계종 종정 이성철 대종사가 드디어 기자 앞에 얼굴을 내보였다. 12일 오전 해인사 백련암에서는 지난 달 출범한 조계종 총무원의 간부스님과 전국 교구본사 주지 20여 명의 종정 신년하례식(음력)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보도진과 맞닥뜨린 성철스님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머금으며 친견을 허용했다.
“본래 불공이든 자비행이든 남모르게 해야 참된 것인데….”
모든 좋은 일은 남이 모르게 해야 가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종정으로서 자신의 처신도 신문에 알려지길 꺼려 그동안 수차례의 면담 요청을 한결같이 거절했다고 말한다.
네 평 남짓한 옹색한 그의 방엔 고색창연한 서안(書案) 1개가 가구의 전부였다. 그밖에 불경을 쓴 머리 병풍과 “은거부하구(隱居復何求)” “무언도심장(無言道心長)”이란 대련(對聯) 족자가 나란히 벽에 걸려 있을 뿐이었다. “은거해 있는데 왜 다시 찾느냐” “무언중에 도심은 커간다”는 대충의 뜻을 헤아려보면 그의 대중을 멀리하는 이유를 알 듯 하다. <임연철 기자>
<동아일보> 1981년 12월 28일 9면
기자방담(記者放談) ’81 ‘말’의 성찬(盛饌)
산수 배웠으면 분수 알라

- 다사다난(多事多難). 매년 연말이면 되씹곤 하는 말이지만 올해처럼 이 말이 실감나는 해도 또 없을 것 같습니다.
- 사건과 사고, 격변이 일어났던 만큼 유행어나 신조어도 난무했어요.
-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연초 이성철 종정이 취임법어를 통해 했던 이 말이 금년 내내 유행했어요. 머릿속이 복잡한 현대인에게 진리가 무엇인지를 통쾌하게 한마디로 알려줬다 해서 화제가 됐었습니다.
- 그전까지는 일반인에게 전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성철 스님을 일약 유명하게 만든 말이었어요.
- 그런데 그 말은 성철스님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중국 선사들이 옛날부터 써왔던 말로 웬만한 승려들은 다 알고 있는 어구지요. 즉 중국 운문선사의 『운문록』에 “산시산(山是山) 수시수(水是水)”란 표현이 나옵니다. 또 “산시비산(山是非山) 수시비수(水是非水)”란 말도 있고요.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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