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세계]
간다라 미술로 보는 부처님 교화기 미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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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2019 년 4 월 [통권 제72호] / / 작성일20-06-19 14:17 / 조회6,169회 / 댓글0건본문
유근자 | 동국대 겸임교수·미술사
녹야원에서 다섯 제자에게 첫 설법을 한 부처님께서는 45년 동안 중생들을 교화하였는데 그 첫머리를 장식한 것이 성도지인 보드가야 근처에서 수행하고 있던 불을 숭배하던 가섭 3형제를 귀의시킨 사건이다. 이처럼 부처님 일대기에서 불[화火]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가섭 3형제를 귀의시킨 이야기와 함께 왕사성 근처의 동굴에서 제석천에게 설법한 것과, 사위성에서 다른 종교 수행자들에게 신통력을 일으킨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불교도상학에 관한 연구자로 유명한 일본의 미야지 아키라宮治 昭 선생은 ‘불을 표출하는 부처님과 설화 표현’이라는 논문을 통해 불과 관련된 불전 미술을 소개하고 있다.
가섭 3형제를 항복시키는 부처님
녹야원에서 첫 설법을 한 후 부처님은 바라나시 부자의 아들인 야사와 그의 친구들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 후 부처님께선 이들에게 전법의 선언을 한 후 깨달음을 얻기 전 고행하던 니련선하 강 근처에 있는 우루벨라의 세나니 마을로 홀로 전법의 길을 떠났다. 그곳에는 마가다국왕의 신임을 얻고 있던 우루벨라 가섭, 나디 가섭, 가야 가섭 삼형제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소라처럼 상투를 틀고 바라문의 전통에 따라 베다를 읽으며 성스러운 불을 숭배하는 자들이었다.
부처님은 우루벨라 가섭에게 그의 사당에서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하자 그곳에는 독룡이 살고 있어 위험하다고 했다. 부처님께서 화신당火神堂 안에 가부좌를 틀고 앉자 독룡은 연기와 불을 뿜어 위협했지만 결국 삼매 속에서 불을 뿜은 부처님의 신통력에 항복하고 말았다.
화신당 안의 독룡을 항복시킨 이야기는 간다라와 산치 제1탑의 탑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탑으로 들어가는 문기둥의 오른쪽 면에는 위쪽부터 2단과 3단에 우루벨라 가섭 3형제를 항복시킨 이야기가 그것이다. 화면 중앙에는 불이 타오르는 화신당이 있고 그 안에는 부처님을 상징하는 대좌, 부처님을 뒤에서 덮치려는 코브라 머리를 한 독룡, 우루벨라 가섭이 숭배하는 불이 놓여있다(사진 1).
화신당 건물 지붕의 작은 창에는 독룡이 뿜어내는 불과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든 부처님을 상징하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화면 아래의 연꽃과 물새 등이 표현된 물가의 정경은 바로 니련선하를 의미한다. 오른쪽 아래의 움막 안에는 제자에게 이야기를 하는 우루벨라 가섭이 앉아 있고 그 앞에는 제자가 한 명 서 있다. 화면의 왼쪽 아래에 두 팔을 들고 서 있는 두 명의 인물은 부처님의 신통력을 보고 놀라는 우루벨라의 제자로 추정된다. 손에 물병을 들고 강가의 물을 담고 있는 사람은 화신당의 불을 끄려는 우루벨라의 제자일 것이다. 화신당 좌우에는 긴 머리를 상투 튼 우루벨라 가섭 3형제가 손을 들거나 합장한 채로 부처님의 신통력을 찬탄하고 있다.
드디어 우루벨라 가섭과 그의 제자 500명은 긴 머리칼을 자르고 제사에 사용하던 도구들을 니련선하 강물에 던져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나디 강가에 살고 있던 둘째 나디 가섭과 제자 300명, 가야에 살고 있던 막내 가야 가섭과 제자 200명도 차례로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산치대탑의 <사진 1> 장면 아래에는 니련선하 강에 제사에 사용하던 불과 용구 등이 버려지고 있다. 상징으로 부처님을 표현한 중인도의 산치 1탑과 달리 북인도의 간다라인들은 불타오르는 화신당에 선정에 든 부처님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였다(사진 2). 불전佛傳 경전 가운데 ‘화광삼매火光三昧’에 들어 몸에서 불을 내뿜었다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짐작된다. 부처님이 앉은 자리 아래에는 발우와 독룡이 표현되어 있고, 화염에 휩싸인 동굴 속에 앉은 듯한 부처님 주변에는 손에 물병을 들고 불을 끄려는 가섭 3형제가 있다. 특히 부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가섭 3형제 가운데 한 명이 황급히 불을 끄려는 듯 손에 물병을 들고 부처님을 바라보고 서 있다. 고대 인도인들은 가섭 3형제를 제도한 이야기를 대표적인 이교도의 교화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짐작된다.
어느 날 부처님은 마가다국의 북쪽에 있는 비타산毘陀山의 동굴 속에서 선정에 들었다. 제석천은 부처님께서 선정에 든 것을 알고 먼저 음악신 판차시카를 보내 하프를 연주하며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부르게 했다. 판차시카의 하프 연주와 찬탄을 들은 부처님은 선정에서 깨어나 제석천의 방문을 허락하였다. 이 에피소드를 ‘제석굴 설법’ 또는 ‘제석굴 선정’이라고 한다.
제석굴에서 선정에 든 부처님
간다라에서 즐겨 표현된 「제석굴설법」은 「화신당의 독룡을 항복시키는 부처님」 만큼 극적인 상황이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욕계의 최고신인 제석천이 욕망을 없애고 해탈에 이른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탄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간다라의 「제석굴설법」은 두 가지 형태로 표현되었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음악신 판차시카와 제석천 그리고 동굴이 위치한 산속 의 풍경을 담고 있는 것이 제1형식이고(사진 3), 초월적인 부처님을 강조한 것이 제2형식이다(사진 4).
<사진 3>은 동굴 안에는 풀방석 위에 앉아 선정에 든 부처님이 있고, 부처님 뒤 동굴 밖에는 하프를 연주하는 판차시카와 그 뒤에는 작게 표현 된 제석천이 합장한 채 있다. 부처님 몸에서 난 광채는 동굴 밖에 바람개비처럼 소용돌이치는 무늬로 나타냈다. 동굴 주변의 동물들은 깊은 산중의 동굴임을 암시한다. 동굴 아래 중앙에는 제석천이 타고 다니는 사자가 귀엽게 표현되어 있고 좌우에는 사슴이 있다. <사진 4>는 중앙에 선정에 든 부처님이 정면을 향해 앉아 있고 주위 동굴의 바위산에는 많은 신들과 동물들로 채워져 있다. 하프를 연주하는 판치시카는 화면 왼쪽 나무 옆에 서 있고 제석천이 타는 코끼리는 오른쪽 아래 끝에 있다. 선정에 든 부처님을 크게 표현하고 주위 에피소드와 관련된 것을 작게 표현한 것은, 정면성이 강한 예배 대상으로의 부처님과 설화적인 요소를 융합시킨 것 이다. <사진 4>에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 형식의 「제석굴설법」 장면에는 부처님의 어깨와 동굴 주위에 화염이 표현된 경우도 있다.
<사진 4>와 같은 정면성이 강한 부처님이 등장한 배경에는 부처님의 명상과 선정에 의해 얻은 신통력에 대한 경외감이 반영된 것이다. 간다라 지방의 수행자들은 부처님처럼 실제로 선정과 선관禪觀의 실천을 중시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페샤와르 인근에 위치한 탁티바히 사원지에는 실제로 강당 아래에 명상실이 남아 있어 이러한 사실을 증명한다. 고대 초기 인도의 불전미술은 에피소드를 중시했는데 <사진 4>처럼 초월적인 부처님의 설화를 표현한 기법은 그 뒤 중앙아시아와 중국의 불교미술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중요성이 있다.
사위성에서 신통력을 보이는 부처님
부처님 당시 마가다국과 함께 가장 강력한 나라였던 코살라국의 수도는 사위성(舍衛城, Śrāvasti)이었다. 사위성에서 다른 교단의 수행자들과 부처님이 신통력을 겨룬 유명한 이야기가 바로 ‘사위성신변舍衛城神變’인데 이 가운데 하나가 몸으로 물과 불을 번갈아가며 방출하는 기적인 쌍신변雙神變이다.
사위성에서 쌍신변을 보이는 불전도 가운데 유명한 것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 카피시Kapisi 지방에서 프랑스 조사단에 의해 발견된 것이다(사진 5). 중앙의 예배상처럼 크게 표현된 부처님은 두 어깨로 화염을, 발 바닥으로 물을 방출하고 있다. 오른손은 손바닥을 바깥으로 해 다른 종교인들을 항복시키는 시무외인施無畏印을 하고 있고, 머리 위에는 일산日傘을 든 제석천과 범천이 공중에서 부처님의 신통력을 찬탄하고 있다. 좌우에도 선정에 든 두 부처님이 어깨로 화염을 표출하고 있고, 부처님 발 아래에는 신변을 찬탄하는 두 인물이 합장한 채 부처님을 우러러 보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간다라에서 불을 표출하는 이미지는 부처님 일대기와 관련되어 있는데, 이것은 간다라 불교도들 사이에 선 수행의 실천과 더불어 쿠샨 왕조의 제왕관과도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쿠샨 제국의 비마 카드피세스왕과 카니시카왕이 발행한 금화에는 어깨에 불꽃을 표현한 왕 초상은 세계의 지배자로서 위엄과 힘을 상징하는 제왕의 영광을 상징한다(사진 6). 어깨에 화염이 있는 쿠샨의 제왕상은 불교의 전륜성왕 이미지를 매개로 한 것으로 4세기 이후 간다라 지역에서 표현된 부처님 상에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사진 6. 어깨에서 화염을 방출하는 카니시카왕(왼쪽,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비마 카드피세스 왕(오른쪽, 영국박물관), 간다라(2~3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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