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수도팔계修道八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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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1 년 6 월 [통권 제98호] / / 작성일21-06-04 13:44 / 조회6,073회 / 댓글0건본문
수도자가 지켜야 할 여덟 가지 원칙
1) 절속絶俗 -
세속은 윤회의 길이요, 출가는 해탈의 길이니, 해탈을 위하여 세속을 단연히 끊어버려야 한다.
부모의 깊은 은혜는 출가수도로서 보답한다. 만약 부모의 은혜에 끌리게 되면 이는 부모를 지옥으로 인도하는 것이니, 부모를 길 위의 행인과 같이 대하여야 한다.
황벽희운 선사가 수천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황벽산에 주석하였다.
그때 노모가 의지할 곳이 없어서 아들을 찾아갔다. 희운선사가 그 말을 듣고는 대중들에게 명령을 내려 물 한 모금도 주지 못하게 하였다. 노모는 하도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가다가, 대의강大義江 가에 가서 배가 고파 엎어져 죽었다. 그리고 그 날 밤 희운선사에게 현몽하여 “내가 너에게서 물 한 모금이라도 얻어먹었던들, 다생多生으로 내려오던 모자의 정을 끊지 못해서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너에게 쫓겨나올 때 모자의 깊은 애정이 다 끊어져서 그 공덕으로 죽어 천상으로 가게 되니, 너의 은혜는 말할 수 없다”고 말하며 절하고 갔다 한다.
부처님은 사해군왕四海君王의 높은 지위도 헌신짝같이 벗어 던져 버렸으니, 이는 수도인의 만세모범萬世模範이다.
그러므로 한때의 환몽幻夢인 부모처자와 부귀영화 등 일체를 희생하여 전연 돌보지 아니하고 오직 수도에만 전력하여야 한다.
드론에서 본 백련암 전경. 5월 8일 박우현 거사 촬영
또 수도에는 인정이 원수다. 인정이 두터우면 애욕이 아니더라도 그 인정에 끄달리어 공부를 못하게 된다. 아무리 동성끼리라도 서로 인정이 많으면 공부에는 원수인 줄 알아야 한다. 서로 돕고 서로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것 같지만 이것이 생사윤회의 출발이니
“공부하는 사람은 서로 싸운 사람같이 지내라.”고 고인도 말씀하였다.
일체의 선인악업善因惡業을 다 버리고, 영원의 자유와 더불어 독행독보獨行獨步해야 한다. 일반에 있어서 일대 낙오자가 되어 참으로 고독한 사람이 되지 않고는 무상대도無上大道는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니 일반인과는 삼팔선을 그어 놓고 살아야 한다. 삼팔선을 터놓고 일반인과 더불어 타협할 때 벌써 엄벙덤벙 허송세월 하다가 아주 죽어 버리는 때를 보내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2) 금욕禁慾 -
욕심 가운데 제일 무서운 것이 색욕色慾이다. 색욕 때문에 나라도 망치고 집안도 망치고 자기도 망친다. 이 색욕 때문에 나라를 다 망쳐도 뉘우칠 줄 모르는 것이 중생이다.
그러므로 수도하는 데에도 이것이 제일 방해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런 것이 하나뿐이기 다행이지, 만약 색욕 같은 것이 둘만 되었던들 천하에 수도할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색욕이란 무서운 것이니, 이 색욕에 끄달리게 되면 수도는 그만두고 지옥도 피하려야 피할 수 없으니, 도를 성취하고 실패하는 것은 색욕을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데 달렸다 하더라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무서운 색욕을 근본적으로 끊고자 한다면 도를 성취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부처님도 “도를 성취하기 전에는 네 마음도 믿지 말라”고 하셨다.
만약 ‘색욕을 끊지 않아도 수도하는 데 관계없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자기가 색욕에 끄달리어 남까지 지옥으로 끌고 가는 큰 악마인 줄 깊이 알고 그 말에 절대로 속지 않아야 한다.
영가永嘉스님 같은 큰 도인도 항상 경계하였으니
“차라리 독사에게 물려 죽을지언정 색色은 가까이하지 말아라. 독사에게 물리면 한 번 죽고 말지만 색에 끄달리면 세세생생 천만겁토록 애욕의 쇠사슬에 얽매여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게 되니 피하고 또 멀리하라.” 하였다.
이 얼마나 지당한 말씀인가?
만약 이것을 끊지 못하면 항상 애욕만 머리에 가득 차서 도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리하여 무한한 고의 세계가 벌어지는 것이다.
“색욕을 끊지 못하고 도를 닦으려 한다는 것은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는 것이다.”고 부처님께서 항상 말씀하셨다.
예로부터 참으로 수도하는 사람은 자기의 생명을 버릴지언정 색을 범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니,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서로서로 멀리하여야 한다. 만약 가깝게 하면 결국은 서로 죽고 마는 것이니, 서로서로 범과 같이 무서워하고 독사같이 피하여야 한다.
어떠한 인격자라도 이성異性을 믿지 말고 친근하지 말지니, 성과聖果를 증득하기 전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성들의 호의는 어떠한 형태의 것이든지 사절하여야 한다.
오직 영원한 자유를 위하여 일시적인 쾌락을 끊지 못하면, 이는 인간이 아니요, 금수보다도 못한 것이다.
생사윤회의 근본은 애욕에 있으니 애욕을 끊지 않으면 해탈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남녀가 서로서로 멀리하는 것이 성도成道하는 근본이니, 절대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3) 천대賤待 -
천하에 가장 용맹스러운 사람은 남에게 질 줄 아는 사람이다. 무슨 일에든지 남에게 지고 밟히고 하는 사람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다.
천대받고 모욕 받는 즐거움이여,
나를 무한한 행복의 길로 이끄는도다.
남에게 대접받을 때가 나 망하는 때이다.
나를 칭찬하고 숭배하고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수도를 제일 방해하는 마구니이며 도적이다.
중상과 모략 등의 온갖 수단으로 나를 괴롭히고 헐뜯고 욕하고 해치고 괄시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은인은 없으니, 뼈를 갈아 가루를 만들어 그 은혜를 갚으려 해도 다 갚기 어렵거늘 하물며 원한을 품는단 말인가?
나의 공부를 방해하는 모든 사람들을 제거해 주고 참는 힘을 많이 북돋아 주어 도를 일취월장케 하여 주니, 그보다 더 큰 은혜가 어디 있을까?
칭찬과 숭배는 나를 타락의 구렁으로 떨어뜨리나니 어찌 무서워하지 않으며, 천대와 모욕처럼 나를 굳세게 하고 채찍질하는 것이 없으니 어찌 은혜가 아니랴.
그러므로 속담에도 말하지 않았는가.
“미운 자식 밥 많이 주고, 고운 자식 매 많이 때린다.”
참으로 금옥金玉 같은 말이다.
항상 남이 나를 해치고 욕할수록 그 은혜를 깊이 깨닫고, 나는 그 사람을 더욱더 존경하며 도와야 한다.
한산寒山스님과 습득拾得스님이 천태산 국청사에 있으면서 거짓 미친 행동으로 모든 사람들의 모욕과 천대를 받고 있었다.
그 주의 지사가 성인인 줄 알고 의복과 음식을 올리며 절하니 두 스님이 크게 놀라 외쳤다.
“이 도적놈아, 이 도적놈아!”
그리고는 도망쳐 달아나서는 다시 세상에 보이지 않았다.
또한 나옹懶翁스님은 남에게 대접받지 않고 미움과 괄시를 받기 위해서 일부러 도적질을 다 하였다.
이것이 공부인工夫人의 진실방편眞實方便이다.
최잔고목摧殘枯木!(주1)
부러지고 이지러진 마른 나무막대기를 말함이다.
이렇게 쓸데없는 나무막대기는 나무꾼도 돌아보지 않는다. 땔나무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불 땔 물건도 못 되는 나무막대기는 천지간에 어디 한 곳 쓸 곳이 없는, 아주 못쓰는 물건이니, 이러한 물건이 되지 않으면 공부인이 되지 못한다.
결국은 제 잘난 싸움마당에서 춤추는 미친 사람이 되고 말아서 공부 길은 영영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부인은 세상에서 아무 쓸 곳이 없는 대낙오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영원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희생해서 버리고, 세상을 아주 등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버림받는 사람, 어느 곳에서나 멸시당하는 사람, 살아나가는 길이란 공부 길밖에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불법 가운데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데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천태 지자 대사 같은 천고의 고승도 죽을 때 탄식하였다.
“내가 만일 대중을 거느리지 않았던들 육근청정六根淸淨의 성위聖位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어른노릇 하느라고 오품범위五品凡位를 벗어나지 못하였다.”
지자대사 같은 분도 이렇게 말씀하였거늘, 하물며 그 외 사람들이랴.
4) 하심下心 -
좋고 영광스러운 것은 항상 남에게 미루고, 남부끄럽고 욕되는 것은 남모르게 내가 뒤집어쓰는 것이 수도인의 행동이다.
육조대사六祖大師가 말씀하셨다.
“항상 자기의 허물만 보고 남의 시비, 선악은 보지 못한다.”(주2)
이 말씀이야말로 공부하는 사람의 눈이다.
내 옳음이 추호라도 있을 때에는 내 허물이 태산보다 크다. 나의 옳음을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라야 조금 철이 난 사람이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든지 내 허물만 보이고, 남의 허물은 보려야 볼 수 없는 것이다.
세상 모두가 ‘내 옳고 네 그른 싸움’이니, 내 그르고 네 옳은 줄만 알면 싸움이 영원히 그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깊이 깨달아 ‘내 옳고 네 그름’을 버리고 항상 나의 허물, 나의 잘못만 보아야 한다.
법연法演선사가 말씀하였다.
“20년 동안 죽을힘을 다해서 공부하니, 이제 겨우 내 부끄러운 줄 알겠다.”
‘내 잘났다’고 천지를 모르고 어깨춤을 추는 어리석음에서 조금 정신을 차린 말씀이다.
뉴튼I.Newton은 천고千古의 큰 물리학자다.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훌륭하다’고 많이 존경하였으나 뉴튼 자신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였다.
자기가 생각해 볼 때는 자신은 대학자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인데, 왜 자기를 대학자로 취급하는지 의심했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말하였다.
“우주의 진리는 대해大海같이 넓고 깊다. 그러나 나는 바닷가에서 조개껍질이나 줍고 노는 어린아이에 불과하여, 진리의 바다에는 발 한번 적셔 보지 못했다.”
이 말도 자기의 어리석음을 조금 짐작하는 말이다.
서양의 제일가는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는 항상 크게 외쳤다.
“나는 단지 한 가지만 안다. 그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볼 때, 세상 사람들은 참으로 제 못난 줄 아는 사람들이 아니요, 다 제 잘나 자랑하는 사람들이다.
임제종의 중흥조인 법연선사의 말씀을 잊지 말자.
누가 법문을 물으면 항상 말씀하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천하의 어리석은 사람들이여, 무엇을 안다고 그렇게도 떠드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상에서도 가장 존경을 받는 위대한 인물은, 오로지 모든 사람을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자기의 잘나지 못함을 자각하는 만큼 그 사람의 인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잘나지 못함을 철저히 깨달아 일체를 부처님과 같이 섬기게 되면, 일체가 나를 부처님과 같이 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낮고 낮은 곳이 자연히 바다가 되나니, 이것은 일부러 남에게 존경을 받으려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남에게 존경을 받을 생각이 있으면 남이 존경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내 몸을 낮추고 또 낮추어 밑 없는 곳까지 내려가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장 높은 곳에 서 있더라.”
공자孔子가 노자老子를 보러 가니, 노자가 말했다.
“그대를 보니 살과 뼈는 다 썩고 오직 입만 살았구나! 큰 부자는 재산을 깊이 감추어 없는 것같이 하고 어진 사람은 얼굴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과 같이 하나니, 그대의 교만한 행동과 도도한 생각을 버려라. 무엇을 알기에 그렇게 잘난 척하는가?”
공자가 듣고 크게 탄복하며, 노자를 “용과 같다.”고 하였다.
노자가 또 공자에게 말하였다.
“내 부탁하노니 누구든지 총명한 사람이 그 몸을 망치는 것은 다 남의 허물을 잘 말하기 때문이니, 부디부디 조심해서 남의 나쁜 것과 그른 것을 입 밖에 내지 말아라.”
이 두 분은 지상에서 큰 성인이라 존경하는 바이다. 서로 처음 만났을 적에 이런 말로써 경계하니, 누구든지 일생 동안 지켜도 남을 말들이다.
하심下心의 덕목을 몇 가지 적어 본다.
一. 도가 높을수록 마음은 더욱 낮추어야 하니, 모든 사람들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하며 원수를 부모와 같이 섬긴다.
一. 어린이나 걸인이나 어떠한 악인이라도 차별하지 말고 극히 존경한다.
一. 낮은 자리에 앉고 서며 끝에서 수행하여 남보다 앞서지 않는다.
一. 음식을 먹을 때나 물건을 나눌 때 좋은 것은 남에게 미루고 나쁜 것만 가진다.
一. 언제든지 고되고 천한 일은 자기가 한다.
활짝 핀 백련암 봄꽃들. 5월 8일 박우현 거사 촬영
5) 정진精進 -
모든 육도만행六度萬行은 그 목적이 생사해탈生死解脫, 즉 성불成佛에 있으니, 성불의 바른 길인 참선에 정진하지 않으면 이는 고행외도苦行外道에 불과하다.
정진은 일상日常과 몽중夢中과 숙면熟眠에 일여一如가 되어야 조금 상응함이 있으니, 잠시라도 화두에 간단間斷이 있으면 아니 된다.
정진은 필사의 노력이 필수조건이니, 등한·방일하면 미래겁이 다하여도 대도大道를 성취하지 못하나니, 다음 조항을 엄수하여야 한다.
一. 네 시간 이상 자지 않는다.
一. 벙어리같이 지내며 잡담하지 않는다.
一. 문맹같이 일체 문자를 보지 않는다.
一. 포식·간식하지 않는다.
一. 적당한 노동을 한다.
6) 고행苦行 -
병 가운데 제일 큰 병은 게으름병이다. 모든 죄악과 타락과 실패는 게으름에서 온다. 게으름은 편하려는 것을 의미하니, 그것은 죄악의 근본이다.
결국은 없어지고마는 이 살덩어리 하나 편하게 해주려고 온갖 죄악을 다 짓는 것이다.
노력 없는 성공이 어디 있는가?
그러므로 대성공자는 대노력가 아님이 없다. 그리고 이 육체를 이겨내는 그 정도만큼 성공이 커지는 것이다.
발명왕 에디슨T.A. Edison이 항상 말했다.
“나의 발명은 모두 노력에 있다. 나는 날마다 스무 시간 이상 노력하여 연구했다. 그렇게 삼십년 간 계속하였으나 한 번도 괴로운 생각을 해본 일이 없다.”
그러므로 여래의 정법이 두타제일頭陀第一인 가섭존자에게로 오지 않았는가.
총림을 창설해서 만고의 규범을 세운 백장스님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一日不作 一日不食〕”(주3)고 하지 않았는가!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편히만 지내려는 생각, 이러한 썩은 생각으로서는 절대로 대도를 성취하지 못한다.
땀 흘리면서 먹고 살아야 한다. 남의 밥 먹고 내 일 하려는 썩은 정신으로서는 만사불성萬事不成이다.
예로부터 차라리 뜨거운 쇠로 몸을 감을지언정 신심 있는 신도의 의복을 받지 말며, 뜨거운 쇳물을 마실지언정 신심인의 음식을 얻어먹지 말라고 경계하였다.
이러한 철저한 결심 없이는 대도는 성취하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잊지 말고 잊지 말자.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이라는 만고철칙을!
오직 영원한 대자유를 위해 모든 고로苦勞를 참고 이겨야 한다.
7) 예참禮懺 -
일체 중생의 죄과는 곧 자기의 죄과니, 일체 중생을 위하여 매일 백팔참회百八懺悔를 여섯 번 하되 평생토록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행한다.
그리고 건강과 기타 수도에 지장이 생길 때에는 모두 자기 업과이니, 1일 3천 배를 일주일 이상씩 특별 기도를 한다.
또 자기의 과오만 항상 반성하여 고쳐 나가고, 다른 사람의 시비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8) 이타利他 -
수도의 목적은 이타에 있다. 이타심이 없으면 이는 소승외도小乘外道이니, 심리적·물질적으로 항상 남에게 봉사한다.
자기 수도를 위하여 힘이 미치는 대로 남에게 봉사하되 추호의 보수도 받아서는 아니 된다. 노인이나, 어린아이나, 환자나, 빈궁한 사람을 보거든 특별히 도와야 한다.
부처님의 아들 라훌라는 10대 제자 가운데서도 밀행제일密行第一(주4)이라 한다. 아무리 착하고 좋은 일이라도 귀신도 모르게 한다. 오직 대도를 성취하기 위해서 자성自性 가운데 쌓아 둘 따름, 그 자취를 드러내지 않는다. 한 푼어치 착한 일에 만 냥어치 악을 범하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자기만 손해 볼 뿐이다.
예수도 말씀하지 않았는가.
“오른손으로 남에게 물건을 주면서 왼손도 모르게 하라.”
세교世敎도 그렇거늘, 하물며 우리 부처님 제자들은 어떻게 하여야 할지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천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실행, 실행 없는 헛소리는 천 번 만 번 해도 소용이 없다. 아는 것이 천하를 덮더라도 실천이 없는 사람은 한 털끝의 가치도 없는 쓸데없는 물건이 되는 것이다. 참으로 아는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고인은 말하였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나니, 말하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다.”
또 말했다.
“옳은 말 천 마디 하는 것이 아무 말 없는 것만 못하다.”
그러니 오직 실행만 있을 뿐 말은 없어야 한다.
주)
1) 대매산大梅山 법상선法常禪師의 게송에 나오는 표현으로 『경덕전등록』에 따르면 대매법상의 게송은 다음과 같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T51, 254c), “摧殘枯木倚寒林 幾度逢春不變心 樵客遇之猶不顧 郢人那得苦追尋.”
2) 『육조단경六祖壇經』(T48, 354b), “常自見己過 不說他人好惡.”
3)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T48, 1119a), “常曰 一日不作一日不食.”
4) ‘밀행密行’이란 자신이 하는 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하는 실천을 말한다. 오로지 수행에만 힘쓸 뿐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이다. 십대제자 중에 라후라 존자는 부처님의 아들이었지만 늘 겸손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수행에만 정진하여 밀행제일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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