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페이지 정보
성철스님 / 2023 년 1 월 [통권 제117호] / / 작성일23-01-05 14:40 / 조회5,142회 / 댓글0건본문
장엄한 법당에서 우렁찬 종소리 새벽하늘을 진동하니, 꿈속을 헤매는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잠을 깹니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니, 빨리 눈을 뜨고 이 종소리를 들으소서.
영원과 무한을 노래하는 이 맑은 종소리는 시방세계에 널리 퍼져서 항상 계속되어 그침이 없습니다. 이 종소리는 천지가 생기기 전이나 없어진 후에나 모든 존재들이 절대임을 알려
줍니다. 이 종소리는 아무리 악독한 생명이라도 본디 거룩한 부처임을 알려줍니다.

무서운 호랑이와 온순한 멍멍이는 이 종소리에 발을 맞추어 같이 춤을 춥니다. 독사와 청개구리, 고양이와 생쥐들이 이 종소리에 장단 맞춰 함께 즐겁게 뛰어놉니다. 피부 빛깔과 인종의 구별 없이 늙은이·젊은이·아이·어른·남자·여자·잘 사는 사람·가난한 사람 모두 함께 뭉쳐서 이 종소리를 찬미합니다.
아무리 극한의 대립이라도 이 종소리 한 번 울리면, 반목과 갈등은 자취 없이 사라지고, 깨끗한 본모습을 도로 찾아 서로서로 얼싸안고 부모형제가 됩니다.
이 신비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나무장승 노래하고 돌사람 달음질합니다. 넓은 우주의 모든 존재들이 이 종소리에 흥겨워서 즐겁게 뛰노니, 천당과 극락은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이 거룩한 종소리를 듣지 못함은 갖가지 욕심들이 두 귀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인 갖가지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광대무변한 우주 속의 우리 지구는 극히 미소하여, 먼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성현, 재사, 영웅, 호걸들이 서로 뽐내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진시황의 6국 통일, 알렉산더, 나폴레옹의 세계정벌 등은 거품 위의 거품이라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날뛰는 이들이여! 허망한 꿈속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맑은 하늘 둥근 달빛 속에 쌍쌍이 날아가는 기러기소리 우리를 축복하니, 평화와 자유의 메아리 우주에 넘쳐흐릅니다.
- 1987년 1월 1일, 신년법어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카일라스산 VS 카일라사 나트
『고경』을 읽고 계시는 독자께서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현재 필자는 히말라야의 분수령에 서 있다. 성산聖山 카일라스산을 향해 이미 순례길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의 앞다리는 티베트의 땅을 …
김규현 /
-
기후미식의 원형 사찰음식
사찰음식은 불교의 자비와 절제, 공존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니다. 자연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기며, 생명을 해치지 않고도 풍요를 느낄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음식 문화입니다. 인공조미료나 육류를…
박성희 /
-
동안상찰 선사 『십현담』 강설⑧ 회기迴機
성철스님의 미공개 법문 12 회기라! 기틀을 돌린다고 해도 괜찮고, 돌려준다고 해도 괜찮고, 경계에서 한 바퀴 빙 도는 셈이야. 열반성리상유위涅槃城裏尙猶危&…
성철스님 /
-
소신공양과 죽음이 삶을 이기는 방법
만해 선생이 내 백씨를 보고,“범부, 중국 고승전高僧傳에서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니 분신공양焚身供養이니 하는 기록이 가끔 나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아…” 했다.내 백씨는 천천히 입을 …
김춘식 /
-
법안문익의 오도송과 게송
중국선 이야기 57_ 법안종 ❹ 중국선에서는 선사들의 게송偈頌을 상당히 중시하고 있다. 본래 불교는 십이분교十二分敎(주1)로 나누고 있으며, 그 가운데 운문韻文에 해…
김진무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