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벽화 이야기]
부처님이 설하신 효, 『부모은중경』 벽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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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2 년 3 월 [통권 제107호] / / 작성일22-03-04 10:28 / 조회5,521회 / 댓글0건본문
불교벽화 이야기3 | 관세음보살 벽화
『부모은중경』은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의 약칭으로 한량없는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설한 경전이다. 특이점은 유교의 『효경孝經』이 아버지의 은혜를 두드러지게 내세우는 점과 달리 어머니의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 『부모은경중』은 어머니가 자식을 잉태하여 출산하기까지의 과정을 경이로울 정도로 세밀하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부모님의 은혜를 높은 산과 넓은 바다에 비유한다. 하지만 우리는 부모님의 은혜가 왜 이처럼 높고 넓은지는 모르고 그저 나를 낳고 기르시다가 고생만 하시기 때문이라는 막연한 고마움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부모은중경』에는 부모님과 내가 어떤 인연으로 만났으며, 부모님이 어떻게 나를 낳고 길렀는가, 효·불효는 어떤 것인가, 부모님의 은혜가 왜 소중한가 등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상세하게 설해져 있다. 따라서 『부모은중경』을 통해서 관념적이었던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될 뿐만 아니라 부모님에 대한 참다운 보은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러한 『부모은중경』은 불화보다 주로 벽화로 그려지며 사찰 내의 전각 가운데 지장전의 외부 벽화로 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까닭으로는 『지장경』으로 불리는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 역시 불가佛家의 효경으로 불리는 경전의 성격 때문이다. 『지장경』은 석존께서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하여 도리천에서 설법하시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점과 지장보살의 옛 인연은 모두 부모님께 효를 행했던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지장전의 벽화로 그려지고 있다.
벽화의 내용은 경전과 관련하여 어버이의 열 가지 크신 은혜를 각각 그려 다음과 같이 나타낸다.
(1) 회탐수호은懷眈守護恩: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
오랫동안의 인연이 귀중하여
금생에 와서 어머니 뱃속에 몸을 맡기네.
달이 지나면서 오장이 생기고
일곱 달로 접어들어 육정이 열리네.
몸이 무겁기는 큰 산과 같고
가고 서고 할 때마다 바람조차 겁을 내며
비단옷이라곤 입어 보지도 않고
단장하던 거울에는 먼지만 쌓여 있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은 아주 오래전에 이 세상에 태어날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인연因緣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아기를 가지게 된 것도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아기는 어머니 뱃속에서 날이 지나고 달이 지나는 동안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한 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아기가 이처럼 어머니의 뱃속에서 변화, 성장하는 동안 어머니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어머니의 무거운 몸이 큰 산과 같다고 비유하였다. 또한 움직일 때마다 몸을 조심해야 하고, 바람만 불어도 걱정한다. 무서운 것과 좋지 않은 것을 보면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 봐 걱정할 뿐만 아니라 먹는 것과 입는 것 등 모든 일에 주의하고 조심하며 아기를 위해 어머니는 세심한 신경을 쓰게 된다.
첫 번째 벽화 【사진 1】은 일반적으로 탁자에 기대어 웅크린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서 그런 조심스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2) 임산수고은臨産受苦恩: 해산함에 고통을 이기는 은혜
잉태한 지 열 달이 다가오니
해산의 어려움이 아침저녁으로 임박했네.
나날이 중한 병든 사람 같고
나날이 정신이 혼미해지네.
무섭고 두려운 마음 표현하기 어려워
하염없이 눈물 흘려 옷깃을 적시네.
슬픔을 머금은 채 친척에게 말하기를
이러다가 이 몸 죽을까 겁이 납니다.
두 번째 벽화 【사진 2】가 담고 있는 것 역시 경에 나오는 위의 내용과 마찬가지다. 아기가 태어날 때쯤 어머니에게는 여러 가지 징후가 나타나는데 이때 어머니가 겪는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태어날 아기는 어떤 모습일까, 몸은 건강할까, 어느 한 가지 모자라거나 이상한 곳은 없을까, 고통스럽지 않고 순조롭게 아기를 낳을 수는 없을까? 하는 여러 가지 근심과 두려움이 쌓이게 된다. 어머니 뱃속의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인 만큼 어려움과 두려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기도 하다. 「임산수고은」 벽화는 아기가 태어날 때쯤 아무 탈 없이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되기를 염려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함축하고 있다.
(3) 생자망우은生子忘憂恩: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
자비로우신 어머니 그대를 낳을 때에
오장이 모두 터지고 갈라지듯 했고
몸과 마음이 고통으로 혼미해졌네.
흐르는 피는 양을 잡은 듯하지만
낳은 아기 건강하단 말 들으니
반갑고 기쁜 마음 비길 데 없네.
기쁜 마음 가라앉고 슬픈 마음 다시 일어나니
아픔과 괴로움이 온몸에 사무치네.
【사진 3】의 「생자망우은」 벽화는 어머니가 아기를 낳을 때의 고통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무사하게 아기를 낳았다는 그 말에 모든 걱정 근심은 사라지고 새롭게 되살아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막 태어난 아기를 내려다보며 흐뭇해하는 어머니의 표정은 이와 같은 어머니의 마음을 말하고 있다.
(4) 연고토감은咽苦吐甘恩: 쓴 것은 삼키고 단 것은 먹이는 은혜
부모의 은혜 깊고도 중하여
사랑하심을 한시도 잊지 않으시네.
좋은 음식 마다하니 무엇을 잡수시나
쓴 것만을 삼키셔도 그 얼굴 밝으시네.
지중하신 그 사랑에 솟는 정 한이 없고
은혜 더욱 깊으시어 더욱더 애절하네.
어린아이 배부르게 하기 위해서
자비로운 어머니 배고픔도 마다 않네.
【사진 4】의 「연고토감은」 벽화는 어머니가 사랑과 희생으로 아기를 기르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때와 장소가 따로 없다. 먹는 것도 아기가 배탈이 날까 찬 것은 데워서, 뜨거운 것은 식혀서 먹이며, 좋은 것만을 골라 아기에게 먹인다. 그리고 경문은 달콤한 것은 어머니의 입속에 넣다가도 아기 입에 넣어 주는가 하면, 쓴 것은 아기 대신 어머니가 먹으면서도 눈썹 하나 찡그리지 않음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다시 『부모은중경』에 “농작물이 잘되지 않아 먹을 것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당할 때 어버이를 위하여 자기 몸의 살을 도려내어 저미고 부수어 마치 티끌과 같이 하는 것을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하며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하여도 부모의 깊은 은혜는 다 갚을 수가 없다.”라고 하신 것이다. 그래서 벽화에 표현된 어머니의 표정은 한없이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아기를 안고 있다.
(5) 회간취습은廻乾就濕恩: 마른자리 아기 뉘고 젖은 자리에 어머니가 눕는 은혜
어머니의 몸은 모두 젖더라도
아기는 언제나 마른자리에 누이시네.
젖으로 아기의 주린 배를 채워 주시고
비단 옷소매로 찬바람 막아 주시네.
한결같은 사랑으로 잠조차 폐하시고
아기의 재롱에서 기쁨을 찾으시네.
다만 아기를 편케 하려고
자비로운 어머니는 편함을 원치 않네.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닿도록 고생하시네.” 이는 ‘어머니의 은혜’라는 노래의 가사 중 일부로 그 내용이 『부모은중경』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어머니가 아기를 소중히 여긴다는 말로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신다는 말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벽화 【사진 5】도 어머니가 포대기로 감싼 아기의 자리를 갈아 누이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아기에게 먹이고 입히며 품에 안아서 아기에게 편안함을 주고 사랑을 전달하는 어머니! 이렇듯 헤아릴 수 없는 정성으로 밤낮없이 애쓰는 어머니의 은혜를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기가 재롱을 떠는 것을 보면 모든 괴로움을 잊고 마는 것이 우리 어버이들의 모습이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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