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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벽화 이야기]
부처님이 설하신 효, 『부모은중경』 벽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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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  2022 년 4 월 [통권 제108호]  /     /  작성일22-04-04 11:29  /   조회4,74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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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부모은중경』 벽화 가운데 제1 회탐수호은에서 제5 회간취습은 까지를 도판과 함께 보았다. 이번 호에도 역시 이어서 살펴보고자 한다.  

 

(6) 유포양육은乳哺養育恩: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

 

자비로우신 어머니 땅과 같고 근엄하신 아버지 하늘과 같네. 

고루고루 펴신 은혜 똑같이 베푸시니

어버이의 아기 사랑 그 역시 한 뜻일세.

눈이 멀다 해도 미워하지 않고 손발이 병신이라도 싫어함 없네. 

뱃속에서 길러 친히 낳은 자식이라 온종일 아끼시며 사랑을 베푸시네.

 

어머니의 젖은 어머니의 살이며 피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머니는 아기를 위해서 아낌없이 주는 거룩한 자기희생의 실천자다. 여섯 번째인 ‘유포양육은’, 즉 ‘젖을 먹여 길러 주신 은혜’라 하였고, 벽화 【사진 1】 역시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사진 1. 유포양육은. 

 

그러나 게송의 내용은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모습이나 그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 대신 자식에 대한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즉 어머니의 자비로운 은혜와 함께 아버지의 엄한 사랑이 균형 잡힌 인성을 갖추게 해줌을 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버이는 비록 아기에게 모자란 데가 있다고 해도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대신 오히려 건강한 아이보다 더욱 정성껏 보살펴 준다. ‘유포양육은’은 이런 차별 없는 사랑을 설하고 있다.

 

(7) 세탁부정은洗濯不淨恩: 더러운 것 깨끗이 씻어 주신 은혜

 

생각하니 지난날엔 고왔던 그 얼굴에 맵시 있는 자태는 깊고도 소담해라. 

비취빛 두 눈썹은 버들도 부끄럽고 두 뺨은 분홍빛 연꽃보다 뛰어나네. 

은혜 깊이 더할수록 고운 빛 바래지고 씻고 닦고 하시느라 손발이 거칠었네. 

아들딸을 사랑하는 한마음 쏟는 동안 자비로운 어머니 주름살만 가득하네.

 

‘세탁부정은’에서는 앞의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와는 달리 어머니의 곱던 얼굴이 시들어 가는 모습을 먼저 노래했다. 누구나 젊었을 땐 아름다운 모습이었을 것이다. 살결은 희고 윤이 났으며, 붉은 두 뺨은 연분홍 연꽃 같았고 버들가지같이 예쁜 몸과 함께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과 잘 어울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이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자식 뒷바라지에 야위고 시들어 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기를 훌륭히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정성을 쏟아야 했기 때문이다. 젖이나 우유를 토한 아기의 몸을 한 번 씻을 것을 두 번 씻으면 그만큼 어머니의 고생은 늘어나지만 아기는 깨끗하게 자랄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니는 이러한 아기에 대한 고생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다만 아기가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만을 바랄 뿐이다. 이처럼 어머니의 거룩한 사랑의 실천으로 곱던 얼굴이 차츰 거칠어 가는 반면 아기의 얼굴은 차츰 예쁘고 귀엽게 변해가는 것이다.  

 

사진 2. 세탁부정은. 

 

‘세탁부정은’ 벽화 【사진 2】는 이렇게 아기가 자라는 것은 모두가 어머니의 피와 살을 깎아내는 고통과 정성어린 보살핌의 대가로 가능한 것이었음을 일러준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물은 근원 없이 흐를 수가 없다.”는 말은 세상에 조상과 부모 없이 태어난 사람이 없음을 일컬어 비유한 말이다. 

부모로 인하여 내가 세상에 태어났고, 그 부모로 인하여 길러졌음을 안다면 부모를 받들고 모셔야 할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조건이 있을 수 없고 이유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 자신마저도 아버지인 정반왕이 별세하자 손수 그 상여를 메었다는 기록이 있듯이, 『부모은중경』은 말 그대로 부모의 은혜가 지중함을 가르쳐 설하고 있으며, 벽화는 이를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8) 원행억념은遠行憶念恩: 멀리 떠나면 걱정하시는 은혜

 

죽어 헤어짐도 실로 잊기 어렵지만 살아서 못 만남도 또한 가슴 아파하시네. 

아들딸이 집을 떠나 먼 길을 가게 되면 어머니의 마음 또한 그곳에 함께 있네. 

밤낮으로 자식 쫓아 마음이 따라가니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 천 줄기 만 줄길세. 

원숭이가 울며불며 새끼를 그리듯이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다 끊어지네.

 

‘원행억념은’은 자식이 집을 떠나서 멀리 가 있을 때 걱정하는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자녀가 성장하면 부모의 곁을 떠나서 살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딸의 경우, 부모님의 걱정은 더 심하다. 나이든 딸이 시집을 못 가도 밤낮 걱정이요, 시집을 가면 딸이 시집살이를 잘 하는지, 고생은 안 하는지, 아들딸은 잘 기르고 있는지 등등 걱정이 태산 같다.

자식을 공부나 군대나 직장일 등으로 멀리 떠나보내면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걱정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이 ‘원행억념은’은 역시 외지로 떠나게 되거나 또는 떨어져 있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간절한 사랑을 그려 놓았다.

 

(9) 위조악업은爲造惡業恩: 자식 위해 궂은일도 마다않는 은혜

 

어버이의 크신 은혜 강산과 같사오니 깊고 중한 그 은혜 갚을 길 아득하네. 

자식 고생 대신 받기만 원하시니 자식이 고생하면 어머니 마음 편치 않네. 

아들딸 먼 길 떠난다는 말을 듣고 다니다 밤이 되어 찬 곳에 눕지 않나 

자식들이 잠시라도 고통을 받을세라 어머니는 오래도록 마음을 졸이시네. 

 

사진 3. 위조악업은.  

 

흔히 사랑은 내리사랑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배려하고 사랑하는 정도가 더 깊고 자상하다는 의미로 통한다. 그 가운데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은 비할 수 없이 깊고 간절하다고 하겠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두 어깨에 아버지, 어머니를 한꺼번에 메고 수미산을 백천 번을 돌아도[周遶須彌] 【사진 3】 부모의 은혜를 다 갚았다고 할 수가 없다고 하신 것이다.

 

(10) 구경연민은究竟憐憫恩: 끝까지 염려하고 사랑해 주는 은혜

 

그동안은 부모의 은혜가 지중함을 설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벽화로 도설된 그림과 함께 보아 왔다. 현존하는(또는 새로이 그려지는) 『부모은중경』 벽화 도상의 유형은 다양하겠으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화보풍의 중국식 도상이고, 하나는 우리의 장소성과 신체성을 획득하고자 애쓴 한국풍의 도상이다. 또한 근래에 들어 그 사찰의 주위 경관을 벽화 속에 끌어들이는 시도가 간혹 보이는데, 이와 같은 시도는 불교가 벽화라는 형식을 통하여 시대를 드러내는 긍정적인 것으로 더 많은 연구와 적극적인 장려가 필요하다 하겠다. 

 

사진 4. 구경연민은(김홍도 필목판본). 

 

이번에는 『부모은중경』 벽화의 마지막으로 벽화로 제작되는 도상의 본이 된 목판본 【사진 4】을 겸하여 보도록 하겠다. 이 도판은 정조의 발원에 따라 조선조 3대 화가라 일컬어지는 김홍도가 그린 『부모은중경』 변상도를 목판으로 판각한 것이다. 이는 이미 『부모은중경』의 삽도로써 또는 불교 달력으로도 제작, 유포되어서 낯설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어버이의 크신 은혜 깊고도 중하여라. 은혜와 사랑을 끝없이 베푸시네. 

앉고 서나 자식 좇아 마음이 따라가니 멀거나 가깝거나 마음은 자식에게 있네. 

어머니 연세 높아 백 살에 이르러도 팔십된 자식을 항상 걱정하시네. 

이 같은 부모 은혜 언제쯤 끊길런가 목숨이 다한 뒤 그때야 떠나리라.

 

‘구경연민은’은 어버이의 은혜가 계속해서 베풀어 이어진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달리 끝까지 사랑하는 은혜라고도 하고, 끝까지 불쌍히 여기는 은혜라고도 한다. 끝까지라는 말은 게송처럼 죽을 때까지라는 말이다. 앉거나 서거나, 멀리 있거나 함께 있거나, 언제 어디서나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고 아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자식들의 나이가 아무리 많다 해도 어버이 앞에서는 늘 어린애일 뿐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은덕에 대한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부모의 은혜에 보답할 수 있겠는지를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려거든 부모를 위하여 경전을 거듭 만들어 내면 진실로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될 것이다.”고 말씀하셨다. 경전을 펴내는 것은 부처님을 뵙는 것과 다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순화시키고 발심케 하므로 그 공덕이 무량한 것이다. 

 

사진 5. 상계쾌락. 

 

그래서 다시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이 사람이 경전을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게 된다면 여러 부처님이 항상 보호해 주고 감싸 주셔서 그와 같은 일을 한 사람의 부모를 하늘나라로 오를 수 있게 하여 모든 즐거움과 편안함을 누리게 하고 영원히 지옥의 고통에서 멀어지게 하신다[上界快樂]”【사진 5】고 보은의 궁극적인 방법까지 『부모은중경』을 통해 설해 주 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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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위덕대 대학원 박사과정 졸업(철학박사). 김해시청 벽화공모전, 전통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미술실기 전서-산수화의 이해와 실기(공저)
사)한국미술협회 한국화 분과위원, 삼성현미술대전 초대작가. 국내외 개인전 11회, 단체 및 그룹전 300여 회.
다수의 불사에 동참하였으며 현재는 미술 이론과 실기 특히, 한국 불화의 현대성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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