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다도]
헌차獻茶를 생활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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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룡 / 2022 년 5 월 [통권 제109호] / / 작성일22-05-04 10:16 / 조회4,350회 / 댓글0건본문
한국의 茶道 17 | 신념·나눔·베풂
명등계의 활동 중 중요한 것으로, 1994년 법주사 조사전을 시작으로 헌차하는 것을 발굴하여 보급해 오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번에는 헌차에 대해 잠깐 설명해 드릴까 한다.(주1)
욕심은 적게 서원은 크게
세상에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것은 우리들 인간이 사는 세상이 욕망의 세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의 목표 성취를 바라며 남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내재해 있다. 그래서 인간세상에서는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공부나 게임 등등 모든 것은 이루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어, 성취되면 그것은 욕심이 아니고 자신의 삶에 대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적당한 욕심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니 자신의 삶에 대한 욕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욕심欲心은 되도록 적게 가지고, 서원誓願은 되도록 크게 가지라고 말하곤 한다. 왜냐하면 욕심은 나만을 이롭게 생각하는 마음이고, 서원은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로운 너와 나는 하나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마음이기 때문이다. 즉, 욕심은 나를 중시하여 나를 집착하며 채우려고 하는 것으로 애착심이 커지고 결과를 중시하는 인간의 마음이다. 그리나 서원은 우리 모두를 위하고 더불어 사는 삶에 바탕을 두고 베풂을 실천하여 비우려고 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하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고마워하는 마음의 힘
필자가 식품과 비물질에너지학 강의 시간에 GMO2)와 GMO 아닌 것을 눈으로 보고 즉석에서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을 시키면서 잘 되지 않은 학생은 그날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 아버지 고맙습니다’를 천 번 이상 외우고 오라고 하였더니, 그 다음 시간에 전원이 정답을 맞혀 필자 자신도 놀랐었다. 고마워하는 마음이 무의식에 입력이 되면 무의식에 있는 정보를 쉽게 찾아내어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다섯 문장을 항상 생각하면서 생활하게 되면 이 세상에서 못 이룰 일은 없다고 본다. 모든 것은 마음에 있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하여, 서원을 크게 가지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 나를 낳아서 길러주신 부모님과 여러 조상님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를 자라고 활동하게 해 준 음식,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에게 하루라도 없으면 생활할 수 없는 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나에게 잠시라도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공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 모든 생명체의 에너지가 되는 햇빛,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신념信念이 마력
나쁜 일이 닥치면 굳은 마음으로 ‘좋아질 것이다’ ‘좋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면 점점 좋아지게 되는 것이고, 좋은 일이 생겨도 ‘나빠질 것이다’ ‘나빠질 것이다’ 하면 우리의 삶은 차츰 나빠지게 된다. 그래서 항상 무슨 일이든 다음과 같은 세 문장을 되뇌면서 일을 하면 반드시 성취된다고 본다.
- 이 일은 반드시 할 수 있다.
- 이 일은 반드시 될 수 있다.
- 이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나눔의 미학美學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의하면 헌식獻食은 기재일이나 49재 제사를 지내고 난 뒤의 제물이나 대중이 식사할 때에 생반生飯을 조금씩 떼어내어 아귀餓鬼에게 음식을 베푸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하는 말이 바로 헌식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필자가 자란 경북에서는 ‘고시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들이나 산과 같이 실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나 제사 고사 등을 지낸 뒤에 내가 음복飮福하기 전에 천지신명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는 일 또는 던질 때 하는 말이다. 표준말은 ‘고수레’이고, ‘고시례高矢禮’나 ‘고시래’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 중에 하나로 야외에서 음식을 먹을 때 고수레 하는 습관이 있었다. 또한 자신이나 가정에 문제가 있을 때 보통 먹는 밥도 먹기 전에 조금 떼어내어 산이나 냇가의 정갈한 곳에 놓아두는 헌식을 했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에게 전승되어 오는 나누는 문화의 한 예가 아닌가 싶다.
베풂과 발복發福
베푸는 일은 가진 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부유한 사람의 베풂은 자기가 지은 업장을 소멸하는 것이 될 수 있고, 가난한 이들의 베풂은 자신의 복을 이룰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돈이 없이도 베풀 수 있는 방법이 많이 있다. 호감을 가지는 눈, 편안한 얼굴, 정다운 말씨, 깨끗하고 바른 몸가짐, 자리를 양보하는 일, 주위를 청결하게 하는 것 등등이 소소 한 베풂의 방법들인 것이다.
제사가 돌아올 때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오른다. 아버지 대代에 훈장을 하신 전형적인 유학자이셨던 할아버지께서는 정성껏 제사를 모시면 그 공덕의 7분의 1은 제사를 받는 사람에게, 7분의 6은 제사를 지낸 후손에게 돌아온다는 칠분법七分法 말씀을 자주 해 주시곤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불교에서도 돌아가신 분을 위해 가족들이 복을 지어 줄 때 그 공덕의 7분의 1은 망인에게 돌아가고 7분의 6은 산 사람에게 돌아간다고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제사를 올리는 일련의 일들은 결국 본인을 위한 일이 된다.
우주통장에 저축과 대출
우리의 일상생활의 행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주의 질서에 부합되는 것과 부합되지 않는 것, 그리고 부합되지도 않고 부합되지 않는 것도 아닌 행동이 그것이다. 필자는 부합되는 것을 은행에 저축하는 것에, 부합되지 않는 것을 대출하는 것에, 그리고 부합되지도 부합되지 않지도 않는 것은 저축과 대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우리의 삶은 저축이 많으면 풍요롭고 대출이 많으면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욕심은 우주통장에 대출을 하는 일이고 베푸는 것은 우주통장에 저축을 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는 우주통장에 저축을 하는 데 힘써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헌공차례의 시작
우리나라 헌차의 시작은 집안에서 가장 깨끗한 장독대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물통신과 전술한 고소레일 것이다. 불교의 의식차례儀式茶禮 중 하나인 헌공차례獻供茶禮는 B.C. 544년경 석가모니불이 열반涅槃을 한 뒤 사리탑에 차를 달여 올리는 의식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차는 그 당시에는 알가閼伽(argha)라고 하였으며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었는데, 진리의 미묘한 근원[妙源始源], 번뇌망상이 없어진 선정禪定에 들게 하는 물[三昧水], 차 공양을 올리는 의식을 통하여 많은 공덕을 짓게 하는 물[功德水], 수행하여 진리를 깨닫게 함[造道], 참마음자리와 같음[眞如] 등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고대 인도에서는 차가 신을 내리게 하는 물[降神水]로 사용되었으나 당시 불교교단에서는 위대한 신에게 차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깨달은 성자들에게 차를 올렸다. 따라서 차는 깨달은 성자가 마시는 물, 성자에게 공양하여 공덕을 짓는 물, 진리와 실체가 같다는 뜻을 갖고 있다.
차를 통한 욕심 줄이는 연습
우리는 차 한 잔을 마시려면 차, 물, 불, 차도구, 장소, 사람 등 여섯 가지 조건이 잘 갖추어져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차와 물을 생각해 보면, 우선 차를 취할 때 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차가 과하면 맛이 짜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을 부을 때 너무 많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보자. 물이 많으면 차는 싱겁게 되기 때문이다.
사진 3-1. 차를 들고 나아가는 시자.
이렇게 지나치지 않을까 하고 단순히 한번 생각해 볼 뿐인데 이것이 되풀이 되다보면 낙숫물이 단단한 바위를 뚫는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지 과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베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즉 그것이 차를 마시며 욕심을 서서히 줄이 는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차를 마실 때에는 한잔을 세 번 나누어 마신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면서 탐내는 생각을 지운다고 생각하며 마시고, 두 모금을 마시면서 성내는 마음을 버린다고 생각하며 마시고, 세 번째 모금을 마시면서 어리석은 마음을 비워버린다고 생각하며 잔을 비우자. 그것은 곧 절제하는 마음, 안정된 마음 그리고 지혜를 샘솟게 하는 길이 된다.
차인茶人과 헌차獻茶
헌차獻茶, 진차進茶, 차례茶禮의 풍습은 삼국시대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문화이다. 차실의 한쪽 아주 작은 장소일지라도 정갈한 곳을 ‘이곳은 헌차하는 장소’라고 스스로 약속을 하고 최소한 그날 처음 차를 마실 때에는 꼭 한 잔씩 헌차를 하자.
우리의 전통에는 항상 어떤 음식물이든 어른께 먼저 드리고 먹는 풍습이 녹아 있다. 차를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그날 처음 차를 마실 때에는 혼자 마시든 여럿이 마시든 마시는 사람의 숫자보다 한 잔을 더 준비하여 처음 한 잔은 천지신명께 올린 후 마시는 습관을 길러 보자. 그것은 곧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싹트게 하고, 우주통장에 저축하는 베푸는 삶의 실천이며, 더불어 사는 삶의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것이 명등계가 창립부터 지금까지 헌차를 몸에 익혀 습이 되게 하자는 캠페인을 지속해 오고 있는 까닭이다.
습관은 관습이 되고, 관습은 전통으로 이어지고, 전통은 문화로 자리 잡고, 문화는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원 동력이 된다. 우리 차인은 모두 헌차하는 습관을 기르자.
각주)
1) 오상룡, 「헌차하는 습관을 기르자」, 계간 『차생활』 14권 1호, pp13~19(2019).
2)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의 약자로 식품에서는 보통 ‘유전자 조작 식품’이라 번역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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