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빛의 말씀]
수행자가 넘어야 할 세 가지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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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23 년 4 월 [통권 제120호] / / 작성일23-04-05 14:28 / 조회2,481회 / 댓글0건본문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한 동빈거사
동빈거사洞賓居士 여순양呂純陽은 당나라의 현종玄宗 천보天寶(742~755)때 하양河陽에서 났습니다. 그 무렵 신선도神仙道를 닦아 크게 유명해진 종리권鐘離權이 동빈을 보고 “세상의 영화榮華는 잠깐 동안이니 장생불사長生不死하는 신선도를 배우라.”고 권하였습니다.
동빈은 그 말을 좇아 종리鐘離를 따라 공부 길을 떠났습니다. 한 곳을 지나다가 종리는 큰 금덩어리를 하나 주어 가지고 대단히 기뻐하며 말하였습니다.
“자네가 도道를 닦으러 가니 하늘이 그것을 알고 도道 닦는 밑천을 하라고 주는 것이니 이것을 팔아서 모든 비용에 쓰자.” 그러면서 동빈에게 그 금덩어리를 주자, 동빈은 크게 성내며 그 금덩어리를 집어던지며 말하였습니다.
“내 들으니 도道하는 사람은 욕심이 없어야 한다는데 금덩어리 하나 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놈이 무슨 도道 닦는 놈이냐? 너는 도인道人이 아니라 분명코 도적놈이니 너 같은 놈은 따라갈 수 없다.”그러고는 뿌리치고 돌아가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종리는 크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금덩어리를 자세히 보라.” 동빈이 자세히 보니 그것은 금이 아니라 썩은 돌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종리가 자기를 시험하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깊은 산골에 가서 움막을 짓고 공부를 하는데, 하루는 종리가 어디 갔다 온다 하며 더 깊은 골짜기에 가서 무슨 약을 캐어 오라 하므로, 동빈은 지시한 곳에 가서 보니 아주 잘 지은 초가집이 한 채 있었습니다. ‘이런 깊은 산골에 어찌 이런 집이 있는고?’ 하는 의아심이 나서 그 집 마당에 가서 보니, 방안에서 세상에 보기 드문 예쁜 여자가 반기며 나오더니, “우리 남편이 먼 길을 떠난 지 오래되어서 대단히 적적하더니 마침 잘 오셨습니다.” 하며 동빈의 손을 잡아당기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동빈이 번개같이 발로 차며 꾸짖기를, “이 요망한 년, 이것이 무슨 짓이냐?” 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집과 그 여자는 간 곳 없이 사라지고 자기 스승인 종리가 허허 하고 손뼉치며 웃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리하여 동빈은 또다시 시험당한 줄 알았습니다.
종리가 하는 말이, “세상에 제일 어려운 것이 재물과 여자인데 네가 그만큼 뜻이 굳으니 이제는 너의 집에 가서 부모를 아주 하직하고 참으로 공부 길을 떠나자.”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종리와 같이 자기 고향에 가서 집으로 갔는데 대문이 잠겨 있고 아무리 소리쳐도 안에서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담을 넘어가 보니 이게 웬일인가. 자기의 부모, 형제, 처자가 누군가에게 맞아 죽어 사지四肢가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 온 마당에 가득 널려 있었습니다.
종리가 이것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벌벌 떨며 동빈더러 “그 시체를 전부 주워 모으라” 하였습니다. 동빈은 처음부터 조금도 놀라는 빛이 없었습니다. 시체를 주워 모으면서 얼굴을 조금도 찌푸리지 않고 마치 나무 막대를 주워 모으듯 아주 태연하였습니다. 종리가 그것을 보고 또 한 번 크게 웃으니 모든 시체는 간 곳 없고 집안에서 자기 가족들이 반기며 쫓아 나왔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종리에게 시험당한 줄 알고 동빈은 크게 탄복하며 수없이 절하였습니다.
그 뒤로 동빈은 신선도를 닦아 세상에 으뜸가는 신선이 되어 공중을 날아다니는 것을 비롯하여 기묘한 재주를 많이 가졌습니다. 그리하여 천하에 자기보다 나은 사람이 없는 줄 알고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황룡산黃龍山에서 회기晦機 선사의 도력道力에 항복하고 그 밑에서 크게 깨쳐 불법佛法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천여 년 동안 그 몸 그대로 돌아다니며 많은 불사佛事를 한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 너무나 유명한 사실들입니다. 일례를 들면, 송나라의 휘종徽宗 선화宣化 원년元年(1119)에 휘종 황제가 임영소林靈素라는 사람에게 속아서 그와 모든 것을 의논하는데, 문득 동빈이 그 자리에 나타나서는 임가를 꾸짖고 황제에게 속지 말라고 타이른 것과 같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미륵불의 화신 포대화상
포대화상布袋和尙이라고 불리는 스님이 있었습니다. 남에게 얻어먹고 다니는 거지 스님인데 살림살이라고는 큰 포대 하나뿐이었습니다. 포대 하나만 들고 다니다가 사람들의 뒤꼭지를 똑똑 치면서 돈 한 닢 달라 하곤 하였습니다. 그것은 일종의 법문이었습니다. 또 예를 들어, 생선 장수를 보면 생선 한 마리만 달라고 하여 한 입만 베어 먹고 포대에 넣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무엇이든 눈에 띄기만 하면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장차 가뭄이 계속될 것 같으면 흐린 날에도 삿갓을 쓰고 다니고, 장마가 계속될 것 같으면 맑은 날인데도 굽이 높은 나막신을 신고 다녔습니다. 이런 식으로 앞일을 예견하는데 하나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포대화상이 돌아가실 때(916년)에는 명주明州 악림사嶽林寺 동쪽 행랑 밑에서 법문을 하면서 앉은 채로 입적했습니다.
그때 이런 게송을 남겼습니다.
미륵진미륵 彌勒眞彌勒
분신천만억 分身千萬億
시시시시인 時時示時人
시인자불식 時人自不識
미륵, 참 미륵이여
천만억 몸을 나투는구나.
때때로 사람에게 보이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구나.
포대화상의 죽은 시체는 전신全身을 그대로 절 동당東堂에 모셔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보니 곳곳에서 포대화상이 돌아다니는 것이었습니다.
- 성철스님의 책 『영원한 자유』(장경각, 2014)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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