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는 지금]
양성평등과 성 윤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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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광 김형근 / 2023 년 10 월 [통권 제126호] / / 작성일23-10-05 09:57 / 조회2,343회 / 댓글0건본문
세계불교는 지금 10 | 미국 ⑩
미국불교는 초기부터 여성이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였다. 또 미국불교 신도들의 중요 세력은 고학력의 중산층 여성이 많았다. 미국에서 불교가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시기는 1960년대의 비트족과 히피들에 의해서였다. 이들은 반전을 외치고, 환각제, 술, 섹스, 명상을 통해 초월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에게 불교의 계율과 정신건강 같은 문제에 대해 교육시키고 내부 규율을 엄격하게 하는 것은 소홀하게 취급된 것 같다.
양성평등 문제
이 여성들 앞에 등장한 것이 성평등 문제와 스승과 제자인 여성신도 사이의 섹스와 관계된 성 윤리 문제였다. 성평등 문제는 남성 영성과 여성 영성이 같은가 혹은 다른가와 관계된 문제와 게이 및 레즈비언에 관한 것이었다. 남성과 여성의 영성의 차이에 대한 문제는 미국의 여성 불교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내용이다. 한국불교계로 비유하면 조계종단에서 비구니 스님이 총무원장이 될 수 있는가? 혹은 조계종 종회의원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숫자는 공정한가와 같은 문제 제기와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불교사에서도 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수용하고 남성 위주의 조직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는 여성들도 있다. 반대로 이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 또 남성과 여성의 영성은 다르다라는 다양한 관점도 등장한다. 그리고 1980년대에는 이 문제에 대해 학술행사도 몇 차례 하였다.
이러한 예를 몇 개 소개해 본다. “불교, 성, 그리고 성별(Buddhism, Sexuality, and Gender)”의 편집자 호세 카베존(Jose Ignacio Cabezon)인 켈리포니아 산타바바라의 철학과 교수는 “여성들의 영성과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자질에 대해서 남성과 동일하다고 본 부처님이 어째서 여승들의 출가 조건으로 남성우월주의에서 나왔다고밖에는 볼 수 없는 언어도단의 조건을 달은 것인가? 어째서 여성의 출가로 인해 부처의 가르침이 유지되는 것이 천년에서 오백년으로 줄어들 것이라 했는가? 나이 많은 여승이 어린 비구승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경의를 표해야 되고, 승가의 규율을 범한 여승은 남녀 양쪽 승가에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당한 처사인가?” 호세 카베존은 이 기록이 실제로 어느 역사적인 사건의 기록이 아니라 여성승가 문제에 대한 수백 년 동안의 타협과 절충의 과정을 요약해서 기록한 것일 수 있다고 한다.(『미주현대불교』 2019년 3월호, 여성불교에 관한 윤시내의 글).
리타 엠 그로스(Rita M. Gross, 1943~2015)는 콜로라도에 나로파 대학교를 설립한 쵸감 트룽파 린포체의 제자로 미국 여성불교에서 자주 언급되는 사람이다. 그의 저서 『가부장제 이후의 불교(Buddhism after Patriarchy)』는 미국여성불교에서 유명한 책으로 1993년에 출판된 책인데 한국에서도 여성학적 관점에서 몇 년 전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이다. 리타 그로스는 위스콘신대학교 오클레어 캠퍼스의 학자이자 작가로 성과 종교, 특히 성과 불교에 관한 여러 권의 책과 많은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녀가 1975년에 쓴 시카고대학의 박사학위 논문은 종교학 분야에서 최초로 여성학과 페미니즘 방법론을 사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은 역사상 여성들이 불교에서 활동한 부분과 가부장제 성립 이후의 미래에 불교가 어떻게 될지를 조망했다.
종교의 구성으로서 불교에서 발견된 페미니스트에 대한 주요 개념에 대한 최초의 분석을 제공한다. 주요 불교 개념에 대한 페미니스트적인 분석은 탁월하며, 특히 이타심, 감정, 비이중성과 관련하여 남녀의 성별 문제의 논증이 이 책의 중심이다. 불교를 만나는 많은 서양 여성들이 겪는 이러한 불쾌한 문제는 여기서 매우 신중하고 철저한 독창적인 주제로 다루고 있다.(『미주현대불교』 2020년 1월호, 여성불교에 관한 송광섭 글)
미국불교계에서 여성 차별에 대한 문제는 학술행사로도 이어졌다. 첫 번째 행사는 1982년 나로파대학에서 열렸고, 이어서 1983년부터 1985년까지 3년 동안 숭산스님이 건립한 프로비던스 젠 센터에서 개최되었다. 1983년 대회에는 약 70여 명의 불교 여성계 인사와 수련자가 참석하였으며, 주제는 <불교와 여성>이었다. 모임 참석자들은 부처님의 기본 가르침인 불경에 기록된 남녀평등 정신의 현실적 구현, 수행과 교단에서 여성 불자에 대한 기회 균등과 여성 고유의 독창성의 인정을 강조하였다.
미국불교 교단에서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고, 수행과 일상 수련과정에서 여성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수행 환경의 개선에 대한 의견이 많이 논의되었다. 미래의 불교 혁신을 위한 새로운 불교운동에 여성의 적극적인 참여를 주장하고, 불교 교단의 문화를 개선하여 여성에 대한 전통의 개선, 종교적 박해에 대한 개선을 논의 하였다. 남성과 여성의 영성적 차이와 불교 내에서의 차별 문제에 대한 논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게이, 레즈비언 등 성별 문제
뉴욕 맨하탄에서는 매년 큰 규모로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을 개최한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알리고, 성소수자를 알리기 위한 행사이다. 한국에서는 ‘퀴어문화축제’라고 한다. 나는 1980년대 당시 ‘게이 퍼레이드’라는 이 행사를 보고 그 규모가 매우 크고, 화려함에 매우 놀란 기억이 있다.
한국불교계에서는 게이와 레즈비언, 양성, 트랜스잰더(LGBT: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문제에 대해서 어떤 논의를 하고, 어떤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사회에는 트랜스잰더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불교국가인 태국 방콕에는 이런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백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는 이 문제는 대체로 수용하는 쪽으로 정리가 된 것 같다. 샌프란시스코에는 ‘게이 불교협회(Gay Buddhist Fellowship)’라는 단체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불교, 성, 그리고 성별”의 편집자인 호세 카베존 교수는 책에 수록된 보고서 10편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불교의 여러 가지 다른 종파, 전통, 교리 안에서 성과 성별이 어떻게 다루어졌는가 하는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그리고 더 광범위하게는 성에 대한 우리의 개념과 이해는 각 개인이 살고 있는 지역, 시대, 사회, 문화의 산물이라고 하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성별의 다양화, 즉 남자 여자 두 가지 성으로만 한정되어 있던 성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동성애, 양성, 성전환(LGBT) 등으로 다양하게 변화한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불교에서 성평등 문제는 게이와 레즈비언 문제에 관해서 표현되기도 했는데, 90년대에 이르러 새로운 성 정체성과 종교적 전통주의를 어떻게 관련시킬 것인가를 두고 점차 분열로 치달으면서 이 논제의 중요성은 더 커지게 되었다. 불교 단체에 동성애 혐오증의 잔재는 존속하고 있었지만, 불교도 게이 남성들과 레즈비언 여성들은 승려 및 재가자로서 다양한 불교 공동체의 사회적 조직으로 통합하였다.”라고 리처드 휴저스 시거는 『미국불교』에서 말했다.
게이와 레즈비언 문제로 달라이 라마와 불교인들의 만남에 대해 『미국불교』에서 아주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주 간략하게 요약하면 “1997년 6월 게이 및 레즈비언 불교도들과 달라이 라마 간의 만남은 성평등의 이름으로 전통을 변용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현저하게 부각했다. 이 만남은 불교운동가들의 요청으로 열렸다. 우선은 인권 주창자의 입장에서, 그 다음에는 불교 승려이자 지도자의 입장에서 달라이 라마의 각기 다른 답변은 미국의 진보주의적 이상과 전통에 근거한 종교적 정통성 사이의 균형 유지와 관련된 복잡한 과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권에 관한 한 달라이 라마는 분명하게 친親 게이적인 입장을 취했다. ‘사회가 성적인 성향을 근거로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하면서 그는 완전한 인권을 얻기 위해 여러분이 벌이는 운동은 합당하고 논리에도 맞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 종교 전통의 지도자로서 달라이 라마가 내놓은 답변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그는 불교의 모든 행동규범에 관한 문제는 불교 전통 및 수행의 목표, 즉 번뇌와 집착의 제거라는 목표와 관련지어서 고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전과 전통의 권위가 크기 때문에 심지어 겔룩파 종단의 수장이자 티베트 국민의 영적 지도자인 자신조차도 그것을 일방적으로 바꿀 권한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달라이 라마는 불교 전통이 고대 인도의 아주 독특한 문화적 환경 아래서 형성되었다는 말도 했다. 아시아 불교의 역사를 통틀어서 다르마는 새로운 배경에서 다르게 해석되어 왔다. 그는 대표들이 고대의 문헌들을 현대 미국의 상황에 적합하도록 새롭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불교의 다양한 공동체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 윤리 문제
미국불교계에서 성 윤리 문제, 즉 남성 스님이나 지도자와 여성 신도 사이의 섹스 문제 등이 미국불교사에 크게 문제가 되었다. 섹스 문제는 지금도 미국불교계 일각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고 있다. 이 문제에는 미국불교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일본 조동종 계열의 샌프란시스코 선원과 마애즈미 선사가 이끄는 로스 엔젤레스 선원 그리고 삼발라센터 등이 관련되었다.
미국불교계의 대표적인 단체들이고, 이 단체를 이끄는 수장들이었기 때문에 미국의 언론에 보도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그 외에도 한국불교계를 포함 다른 단체들도 관련이 있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이 문제는 일본, 티베트, 한국 등 북방 불교권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많지 않지만 테라바다 불교계도 예외는 아니다. 섹스 문제는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 스즈키 순류 스님의 후계자인 미국인 젠타츠 베이커의 비행이 1983년 처음으로 미국불교계에 널리 알려졌다. 그의 사치스런 생활과 복잡한 여성 관계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고, 결국 그는 산타페로 떠났다. 이 사건은 이후 샌프란시스코 선원의 원장 선출과 운영에 큰 영향을 주었다. 또 로스엔젤레스 선원을 창건한 마애즈미 스님은 스즈키 순류나 쵸감 트룽파 린포체보다는 못하지만 미국에 선불교를 널리 전파한 공로가 있는 스님이다.
특히 그의 제자 모임인 ‘화이트 플럼 상가’ 회원들 중에는 미국불교계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런 그였지만 그는 과음과 여성 신도와의 불륜을 본인이 인정하고 알콜 중독자 치료소에 입소하였다.
일본 조동종 계열뿐만 아니라 미국 백인 불교계에서 가장 유명한 삼발라센터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윤리문제가 불거졌다. 삼발라센터와 콜로라도에 나로파대학을 설립한 초감 트룽파 린포체는 미국의 포교에 공적이 많지만 과음과 불륜 문제가 상당히 복잡하다. 삼발라센터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린포체의 불륜에 관해 질문하면 대부분 그 부분을 인정한다.
그러나 트룽파에게서 불교를 배웠던 삼발라센터의 주요 회원들에게는 이 문제는 말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였고, 가능한 한 덮으려는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 트룽파를 살아생전에 많이 만났던 미국불교사에 관한 책 『백조가 호수에 온 이야기』의 저자인 릭 필즈는 트룽파의 여성 문제와 과음 문제를 잘 알지만 그의 책에는 과음에 대해서만 기술하였다. 트룽파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된 오셀 텐진이 에이즈에 걸렸으며, 그 자신이 에이즈 환자라는 것을 알고 있던 오셀 텐진이 이 사실을 숨기고 수십 명과 성적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 뉴욕 타임즈 등 언론에 보도되어 큰 문제가 되었다.
이 문제로 한동안 삼발라센터는 큰 혼란을 겪었다. 그 오셀 텐진을 이어 삼발라센터를 이끌 지도자로 트룽파 린포제의 장남인 샤콩 미탐(Sakyong Mipham)이 1990년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이 샤콩 미탐도 전임 수장들과 같은 문제를 일으켰다. 2018년에 그의 제자들에 대해서 성추행과 권력이 남용되었다는 사실이 나왔으며, 그는 7월에 삼발라에서의 행정 및 교육 책임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하였다.
2022년 2월, 샤콩 미탐과 삼발라 이사회는 앞으로 삼발라센터는 조직 문서를 변경하여 샴발라가 샤콩 미탐으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한다고 하였다. 샤콩 미탐에 대한 성추행과 이에 대한 삼발라센터 측 반응에 대한 이러한 이야기가 삼발라센터 웹싸이트(https://shambhala.org)에 올라와 있다. 일본인 마애즈미 스님과 삼발라센터의 경우를 보면 과오를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임을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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