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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4차산업혁명 시대 성철스님기념관의 미래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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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23 년 10 월 [통권 제126호]  /     /  작성일23-10-05 12:12  /   조회2,646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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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를 지나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가 지났건만 지구촌 곳곳이 ‘9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듯합니다. 계묘년 하안거를 마치고 백련암으로 인사를 하러 올라온 상좌들도 “올여름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긴 장마와 더불어 무더위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진의 고삐를 더욱더 조여야만 했습니다. 이 와중에도 많은 분들이 굵은 땀을 흘리며 후원해 주시는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사를 마치고 방을 나서는 상좌들을 따라 백련암 뜰로 나가 성철 종정 예하가 오르내리셨던 환적대를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뭉게구름이 마치 큰 호랑이가 포효를 하고 지나가는 듯하더니 곧 또 다른 모습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사이로 비껴드는 햇살과 바람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변하는 구름의 모양을 보고 있자니 마치 요즘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만큼이나 변화무쌍함에 이런저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겹겹으로 싸인 부처님 세상, 성철스님기념관

 

2001년 3월 30일, 불필스님께서는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퇴옹당 성철 종정 예하의 생가터에 당시 권순영 산청 군수의 뜻깊은 권유와 신도님들의 정성스런 후원에 힘입어 율은고택과 겁외사를 창건하고 회향법회를 봉행하였습니다. 소납은 내심 불자들 말고 누가 이곳을 찾아올까 싶었는데, 그 후 지금까지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분들이 단체 또는 삼삼오오 가족 단위로 다녀가셔서 참으로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진 1. 성철스님기념관 전경.

 

겁외사 창건 후 성철 종정 예하의 탄신 100주년이 되던 2012년 동지쯤 성철스님기념관 설계도를 완성하고 열반 20주년이 되는 2013년 5월에 겁외사 길 건너 맞은편 250여 평의 터에서 착공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4월 24일, 총 110여 평 규모로 1층은 돈황의 월아천月牙泉을 모방하여 반월형 구조를 갖추고 2층은 맞배지붕에 주포집 형식의 목조 건물 양식으로 전통적인 한옥의 양식을 따르는 성철스님기념관(이하 기념관)의 개관식을 봉행하였습니다.

 

사진 2. 성철스님기념관 출입문 좌우 벽면에 새긴 성철 종정 예하의 출가송과 오도송.

 

기념관 1층 입구 중앙 출입문 바로 위에는 청동미륵불 좌상을 배치하였고, 좌우에 금강역사상을 배열하여 신성한 불법이 엄격하게 수호되고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청동미륵불 좌우 벽면은 가야국 시대의 전통을 따라 1천 불의 미륵불을 유약 없이 황토색의 도자기로 구워 배치했습니다. 연화좌대 위에 올린 여덟 개의 기둥은 깨달음과 열반에 이르는 ‘여덟 가지 올바른 길’인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합니다. 여덟 개의 기둥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성철 종정 예하의 출가송을 오른쪽에는 오도송을 석조 부조물로 조각했으며, 출가송과 오도송의 배경으로는 성철 종정 예하와 더불어 수행정진한 여러 도반 스님들의 모습을 사진 그대로 오석판에 새겨 참배객들로 하여금 한국불교 근현대사의 궤적을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사진 3. 이탈리아 카라라 산 하얀 대리석으로 조성한 성철 종정 예하의 설법상.

 

기념관 외벽 1천 미륵부처님의 이끎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면 성철 종정 예하의 친필이 적힌 아치형 ‘성불문成佛門’과 평소에 수행인과 참선인에게 늘 내려주시던 말씀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다시 옷깃을 여미고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면 기념관의 핵심 공간인 설법전說法殿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설법전 중앙에는 이탈리아 카라라Carra 산 하얀 대리석으로 조성한 성철 종정 예하의 거룩한 설법상을 모셨으며, 석굴 전체 둥근 벽은 좌우 30cm 청자 감실 속에 23cm의 금동석가모니상 1,230여 분으로 장엄하였습니다. 이 설법상은 성철 종정 예하가 해인총림의 방장으로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하안거·동안거 결제 때 매월 보름마다 법문하시던 성스럽고 위엄 넘치는 법문 모습을 강대철 조각가의 솜씨로 섬세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사진 4. 가야국 시대의 전통을 따라 유약 없이 구운 황토색 1천 아미타부처님과 아미타불.

 

설법전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원형 바깥쪽 벽에 유약 없이 도자기로 구운 황토색의 1천 약사여래불이 계시고 중앙에는 보현보살상을 조성하였습니다.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는 부처님의 모습과 성철 종정 예하가 늘 강조하신 ‘보현행원품普賢行願品’의 사상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뜻을 담은 것입니다. 설법전 왼쪽으로 돌아가면 원형 바깥쪽 벽에 역시 유약 없이 도자기로 구운 황토색의 1천 아미타불이 계시는데, 약사여래불을 통해 고통을 치유 받은 중생들을 아미타불이 계시는 극락세계로 인도하고자 하는 뜻을 표현한 것입니다. 무량수 무량광 아미타여래불 가운데에는 관세음보살상을 모셨습니다. 설법전을 중심으로 이렇게 많은 부처님을 모신 것은 이곳을 찾는 모든 분들이 각자의 원願대로 부처님을 친견하고 성철 종정 예하께서 늘 말씀하신 ‘영원한 자유와 행복의 길’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앞서가기엔 일렀던 홀로그램 논의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기념관이 성철 종정 예하의 생애를 전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서히 유행하기 시작한 홀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홀로그램은 3차원의 이미지를 말합니다. ‘모두’라는 의미를 가지는 그리스어 홀로holos와 ‘전달, 메시지’라는 의미를 가지는 그램gramma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그중 플로팅 홀로그램은 연극에서 유래하여 공연 예술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데, 마이클 잭슨이나 휘트니 휴스턴 같은 가수의 사후 라이브 공연, 하츠네 미쿠를 비롯한 VOCALOID 콘서트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여러 관심 있는 신도님들과 홀로그램 설치에 대해서 의논을 하는데 묵묵히 듣고 있던 한 여교수가 한마디를 던졌습니다.

 

사진 5. 1800년대 연극 무대에서 활용한 플로팅 기술을 이용한 공연 모습.

 

“원택스님, 어디서 말씀을 많이 듣긴 들으신 모양입니다. 홀로그램 영상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대중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나중에 세월 따라 뮤지컬이나 연극에서 그런 모습이 자주 공연되어 대중들에게 친숙해지면 모르겠습니다만 지금은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 큰스님께서 허공에 툭 나타나시면 신도님들이 ‘아이구, 우리 스님’ 하고 친근하게 느끼고 반길까요? 아마도 다 놀라자빠지지 않겠습니까?”

 

같이 의논하던 신도님들도 “시절에 앞서가는 것도 문제는 문제죠.”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홀로그램 이야기는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생소한 단어 쳇GPT와의 만남

 

그러던 중에 지금 해인사승가대학 학장으로 있는 보일스님이 인공지능(AI)에 관심을 가지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불교신문>에 ‘보일스님이 들려주는 포스트휴머니즘 이야기’라는 주제로 매주 연재도 하고 있다고 하여 틈틈이 찾아 읽어보기도 하였습니다. 4차산업 운운하며 변화하는 시대에 때맞추어 인공지능을 공부하는 스님이 해인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어느 날 보일스님이 『AI 부디즘(Buddhism)』이라는 책을 발간하였다며 백련암으로 인사를 왔습니다. 소납은 보일스님의 어깨를 다독이며 “박사학위 논문을 어서 받아보고 싶다.”라고 하며 한껏 감사와 격려의 인사를 하였습니다.

 

사진 6. 보일스님이 2021년 10월에 출간한 『A.I 부디즘(Buddhism)』

 

그때가 2022년 정월 대보름 즈음이라 기억됩니다. 보일스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인공지능이라는 단어에 관심이 쏠려 처음엔 열심히 읽었는데 한편으로는 생소한 단어의 연속이라 결국 책상 한 편에 밀어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7월 초에 신문에 ‘챗GPT3.5’의 인공지능 성능이 발표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다양한 기사와 ‘세상이 너무나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들이 연일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챗GPT4’가 발표되고 챗GPT3.5가 갖추지 못한 허점들을 낱낱이 지적하며 완결품 성능의 인공지능이 나왔다며 떠들썩하게 세상이 요동치게 되었습니다. 개발 당사자들도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안전한 프로토콜을 개발하기까지 ‘GPT4보다 강력한 AI 개발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할’ 것을 논의한다는 기사도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에 한두 번 부산에서 서울을 KTX로 오르내릴 때 우등칸에 놓여 있는 여러 신문들 중에서 <전자신문>을 뽑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조·중·동·한경 등의 신문 기사와는 전혀 다른 용어와 편집들에 당황하면서 주로 교수님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평가의 글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챗GPT4의 내용을 찾아 읽으며 <전자신문>에 실린 AI에 대한 기사들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단어와 이해가 미치지 못하여 덮어두었던 보일스님의 책을 다시 펼쳐 들고 단어들을 검색해 가다가 ‘인공지능 챗봇’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물론 충분히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이루어지는 세상은 지금까지의 상식과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충격에 앞으로 전개될 현실이 어떨지 감感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인공지능학 박사 보일스님에게서 얻은 용기와 기대

 

옛날 우리 부모님들은 대부분 한글 문맹으로 한 세대를 살았다면 오늘 팔십이 다 된 소납은 인공지능의 세계가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도 모르고 “음성 인식 기술이 발달하면 컴퓨터 자판을 칠 줄 모르는 나도 음성으로 컴퓨터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시대가 오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살아왔는데, 이렇게 빠르게 챗GPT4의 세계가 실현되는 현실을 마주 대하니 컴맹 신세로 전락하고만 암울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도 없고, 그 어디에도 부끄러움을 하소연할 수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언젠가 경북 칠곡 어느 마을에 사시는 7~80세 할머니들이 한글을 깨우쳐 시집을 냈다는 기사를 읽으며 슬며시 웃었던 일이 있는데, 이제 누군가 쳇GPT4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 시자’를 데려와 주기만을 기다리며 살아가야 하는가 하고 컴맹이 된 부끄러움에 생기를 잃어가고 있는데 마침 해인승가대학 강주 보일스님과 학감 법장스님이 백련암으로 올라왔습니다. 강주 보일스님이 「원효의 열반관으로 본 포스터휴머니즘의 ‘탈신체성’ 연구 -『열반종요涅槃宗要』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둘이서 삼배를 올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논문이 반가웠고, 또 컴맹의 부끄러움을 토로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나 반갑기 그지없었습니다. 컴맹 앞에 컴퓨터의 날쌘돌이 둘이 찾아왔으니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보일스님에게 해인사승가대학 학장을 맡아 3~40명의 학인스님들을 지도하면서 4~5년의 긴 세월 동안 인공지능을 연구하여 학위를 딴 공덕을 칭송하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사진 7.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에 AI 슈퍼노바 기술로 탄생한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

 

인공지능 박사가 된 강주 보일스님에게 인공지능 시대에 대하여 이것저것 질문을 하다가 7~8년 전에 성철스님기념관 활성화 방안으로 나왔던 ‘홀로그램 설치’ 논의와 이번 제78주년 광복절을 맞아 독립기념관의 콘텐츠와 SK텔레콤의 ICT 기술융합으로 새롭게 개발·조성한 실감형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광복 78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제작된 이번 영상은 SKT의 AI 이미지 복원기술인 ‘슈퍼노바’와 글로벌 보안솔루션 업체인 베리매트릭스의 기술이 활용되었는데, 독립기념관의 자료가 고화질 컬러 이미지로 전환되고 미디어 재현기술reenactment과 립싱크Lip Sync 기술을 적용하여 지금까지 흐릿하게 사진으로만 남아 있던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 등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입체감과 생동감을 가진 모습으로 재현된 것입니다. 

 

“원택 대종사님의 홀로그램 얘기는 이미 옛날이야기이며 SKT의 슈퍼노바의 기술은 인공지능의 기술이 어디가 끝인 줄 모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박물관에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활용하고 콘덴츠를 개발해 에코뮤지엄 시대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성철 종정 예하의 모든 모습을 슈퍼노바의 기술로 개발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니 컴맹이라고 하시며 부끄러워 마시고 용기를 내신다면 불교계에 기여하시는 바가 크실 듯합니다.”

 

인공지능학 박사인 보일스님의 격려를 들으며 감사한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일스님의 첫 저술인 『AI 부디즘(Buddhism)』을 꺼내 읽어보니 책 곳곳에 서산대사, 사명대사, 혜초스님 등이 형상화되어 있는 설명들이 있어서 새로운 감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디지털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성철 종정 예하의 일대기의 탄생을 상상해 보게 되었습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성철 종정 예하의 삶과 말씀 그리고 남기신 여러 자료들이 디지털로 변환이 되어 인터넷이 됐든 메타버스가 됐든 인공지능의 데이터가 됐든 언제 어디서든지 누구나가 손쉽게 듣고 접촉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닐까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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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본지 발행인
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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