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열반 20주년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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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3 년 10 월 [통권 제6호] / / 작성일20-05-29 13:57 / 조회7,304회 / 댓글0건본문
원택 스님(발행인)
세상에 한 번 왔으니 언젠가 한 번은 가야하는 것이 우리들 인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살다보면 우리 부모님은, 내 형제는, 내 친구는 오래오래 살 것이라는 바람이 원이 되고 마침내는 영원히 살 것 같은 기대감에 빠지는 것이 우리들 인생의 공통된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93년 11월 4일 아침, 가야산이 가을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만산의 붉고 누런 잎들이 낙엽이 되어 땅에 뒹굴면서 나무들은 벗은 몸이 되어 초겨울의 쓸쓸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할 때, 큰스님께서는 “참선 잘 하라.”는 당부의 한 마디 말씀만 남기시고 열반에 드셨습니다.
산중의 관례에 따라 큰스님의 열반을 하늘과 땅에 알리는 108번의 대종소리가 가야산에 퍼져 나갔습니다. 그때까지 큰스님의 떠나심을 알지 못했던 대중스님들은 “누가 돌아가셨나?”하는 어리둥절함 속에서 종단의 종정이시자 총림의 방장이시던 큰스님의 떠나심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산중은 곧 큰 슬픔에 빠져 갔습니다.
7일 동안 수많은 대중들이 가야산을 찾아 큰스님을 추모하였고, 마침내 법구가 연화대로 향하는 날에는 강한 비가 아닌 보일 듯 말 듯한 이슬비 같은 가랑비가 내리며 하늘도 울음을 참는 듯한 슬픔 속에서 다비가 진행되었습니다. 고령IC에서부터 차량행렬이 지체되기 시작하여 해인사IC에서는 출구가 밀리기 시작하자 마침내 누구의 지시랄 것도 없이 대중들은 버스에서 내려 다비장까지 30리 가까운 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느 누가 그 광경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가야산 해인사 창건 이후로 처음 있는 모습에 현장에 참여했던 사부대중은 물론이고 언론에 보도되는 애도의 물결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순간들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저로서는 천년만년 계시리라고만 생각하며 살아 왔는데 백년도 채우시지 않으시고 82세에 사바세계를 떠나시니 안타깝고 안타까운 마음을 어디에 호소할 수도 없는 막막한 설움이 밀려왔습니다.
속가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자식으로서 효도를 다하지 못했다는 죄책감만이 저를 당혹케 하였지만, 큰스님의 열반은 아버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어떤 한과 설움과 아픔이 가슴 가득 밀려오는 말 못할 무거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비 끝에 100여 과의 사리를 모시고 사리친견법회를 열었는데 대중들은 새벽 2시부터 밀려들어 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어 날씨도 추워지고 땅도 미끄러워져 5제까지만 친견법회를 열고 다음해 봄을 기약하고 사리친견법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열반 5주기에 맞춰 사리탑 불사 회향법회를 봉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필 스님이 5년여에 걸쳐 산청군수의 간청과 협조로 2001년 3월 30일에 생가 겁외사 창건 회향법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겁외사를 창건한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마침 때는 봄이라 많은 참배객들이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큰스님 떠나신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생가를 찾는 참배객들이 북적이는 모습이 남달랐던지 중앙일보 이헌익 국장이 “큰스님의 일생을 중앙일보‘남기고 싶은 이야기’에 꼭 연재하고 싶다.”고 제안해왔습니다. 할 수 없다고 버티다 버티다 중앙일보에 ‘산은 산, 물은 물 – 곁에서 본 성철 스님’이라는 제목으로 6개월 가량 연재를 하였습니다. 처음 걱정과는 달리 의외로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저도 뜻하지 않은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일일 뿐입니다. 그 후 연재내용이 김영사에서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로 출간되기도 하여 큰스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리는 데 기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세월을 보내면서 2012년 3월 11일 조계사 대웅전 큰마당에서 ‘퇴옹당 성철 대종사 탄신 100주년 기념법회’를, 올해는 열반 20주기 행사를 진행하게 되었고, 오는 10월 19일에는 ‘모든 중생 행복하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라는 큰스님의 말씀을 따라 천여 명의 대중이 사리탑전에 모여 삼천배 행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큰스님 떠나신 후의 20여 년을 돌아보면서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년 세월을 보내면서 큰스님께서 참으로 대중들에게 바라셨던 뜻이 무엇이셨을까를 가슴 속에서 헤아려 봅니다.
큰스님의 뜻을 따른다는 마음으로 일해 왔다지만 밖으로 열린 마음이 아니라 안으로 닫힌 마음으로 일해왔다는 반성입니다. 「고경」을 다시 창간한 이유도 안으로 닫힌 마음이 아니라 밖으로 열린 마음으로 큰스님의 뜻을 펼쳐 나가야한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로 참회의 마음을 가지는 세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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