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마당]
부처님오신날, 당신의 생일입니다
페이지 정보
유철주 / 2016 년 6 월 [통권 제38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747회 / 댓글0건본문
고심정사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모습
지난 5월 7일 서울 종로 일원에서 열린 연등회(燃燈會). 형형색색의 10만 연등이 시내 곳곳을 장엄했다. 거리의 시민들과 연등회를 보기 위해 해외에서 온 외국인들뿐만 아니라 등을 들고 제등행렬에 참여한 불자들의 표정은 ‘기쁨’ 그 자체였다.
특히나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은 성철 스님의 1986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어 ‘당신의 생일입니다’를 노래로 만든 찬불가였다. 신나는 랩과 흥겨운 노래가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교도소에서 살아가는 거룩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술집에서 웃음 파는 엄숙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없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꽃밭에서 활짝 웃는 아름다운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구름 되어 둥둥 떠 있는 변화무쌍한 부처님들, 바위 되어 우뚝 서 있는 한가로운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물속에서 헤엄치는 귀여운 부처님들, 허공을 훨훨 나는 활발한 부처님들, 교회에서 찬송하는 경건한 부처님들, 법당에서 염불하는 청수한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넓고 넓은 들판에서 흙을 파는 부처님들, 우렁찬 공장에서 땀 흘리는 부처님들, 자욱한 먼지 속을 오고 가는 부처님들, 고요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부처님들, 오늘은 당신네의 생신이니 축하합니다.
천지는 한 뿌리요, 만물은 한 몸이라. 일체가 부처님이요, 부처님이 일체이니 모두가 평등하며 낱낱이 장엄합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세계는 모든 고뇌를 초월하여 지극한 행복을 누리며 곳곳이 불가사의한 해탈도량이니 신기하고도 신기합니다.
입은 옷은 각각 달라 천차만별이지만 변함없는 부처님의 모습은 한결같습니다.
자비의 미소를 항상 머금고 천둥보다 더 큰소리로 끊임없이 설법하시며 우주에 꽉 차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 나날이 좋을시고 당신네의 생신이니 영원에서 영원이 다하도록 서로 존경하며 서로 축하합시다.
몇 번을 들어도, 몇 번을 읽어도 가슴에 내리꽂히는 법어다. 금방 귀에 익숙해졌는지 어느새 사람들도 노래로 법어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연등회의 흥이 여전했던 5월 14일 부처님오신날에 부산 고심정사를 찾았다. 시내 한 복판의 도심포교당에도 부처님은 오셨다.
절 입구에서는 몇몇 보살님들이 법요식에 참석하는 불자들에게 꽃을 나눠주고 있었다. 마침 절에 들어선 갈선 거사님에게 명각혜 보살님이 직접 가슴에 꽃을 달아줬다. 어색함은 호탕한 웃음으로 날려 보내고 법당으로 올라갔다. 법요식 봉행 시간이 한참이나 남아 있었지만 적지 않은 불자들이 법당에 있었다.
명각혜 보살님이 갈선 거사님에게 봉축 꽃을 달아 주고 있다
옴 아모가 바이로차나 마하무드라 마니파드마 즈바라 프라바릍타야 훔
(Oṃ amogha vairucana mahāmudrā maṇi padme jvala pravardaya hūṃ)
광명진언 기도 소리가 들려온다. 100여 명의 대중들은 주지 일성 스님의 지도로 1차 ‘광명진언 1080독 100일 기도’를 진행하고 있었다. 수행에는 단 하나의 예외도 두지 않는 ‘백련 불자’다웠다. 기도는 지난 5월 10일부터 시작해 앞으로 3년간 매년 하안거와 동안거마다 계속될 예정이다.
법당을 참배하고 불교대학 강의실과 공양간 등을 둘러봤다. 1년 중 가장 큰 잔칫날이어서인지 절 곳곳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불기 2560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시작됐다. 회주 원택 스님과 주지 일성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과 천진성 고심정사 신도회 명예회장, 법호윤 신도회장 등 300여 대중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광명진언 기도를 하고 있는 불자들
오정례와 개회, 삼귀의, 반야심경, 헌다, 헌향, 헌화에 이어 대중들은 성철 스님의 부처님오신날 법어 ‘자기를 바로 봅시다’(1982년)와 ‘당신의 생일입니다’를 합송했다. 들으면 들을수록 신심이 나는 성철 스님의 말씀들이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
자기는 원래 구원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본래 부처입니다.
자기는 항상 행복과 영광에 넘쳐 있습니다.
극락과 천당은 꿈속의 잠꼬대입니다.
(중략)
자기를 바로 봅시다.
부처님은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이 아니요, 이 세상이 본래 구원되어 있음을 가르쳐 주려고 오셨습니다. 이렇듯 크나큰 진리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참으로 행복합니다.
다 함께 길이길이 축복합시다.
법어 합송이 끝나고 회주 원택 스님의 봉축사가 이어졌다.
“여기 앞에 있는 모습 그대로 아기 부처님은 이 땅에 오셔서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를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오직 나만이 존귀하고 삼계(三界)가 고통 속에 있으니 내가 마땅히 평안케 하리라’는 이 말씀으로 탄생을 알리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부처님의 탄생게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오늘 부처님오신날을 보냈으면 합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사를 하는 회주 원택 스님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올해 부처님오신날 법어를 소개하면서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의 한글법어가 나오게 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1981년 큰스님께서 종정에 추대되시고 첫 부처님오신날을 맞았을 때의 일입니다. 총무원에서 큰스님께 법어를 내려주셔야 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큰스님께 말씀을 드려서 법어를 주시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문투의 상당법어로 쓰셨다가 다음에는 한글 반 한문 반이었습니다. 다시 말씀을 드리니 한글로 된 법어를 주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1981년 부처님오신날 법어입니다.”
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합시다. 만법의 참모습은 둥근 햇빛보다 더 밝고 푸른 허공보다 더 깨끗하여 항상 때 묻지 않습니다.
악하다 천하다 함은 겉보기뿐, 그 참모습은 거룩한 부처님과 추호도 다름이 없어서, 일체가 장엄하며 일체가 숭고합니다. 그러므로 천하게 보이는 파리, 개미나 악하게 날뛰는 이리, 호랑이를 부처님과 같이 존경하여야 하거늘, 하물며 같은 무리인 사람들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살인, 강도 등 극악 죄인을 부처님과 같이 공경할 때 비로소 생명의 참모습을 알고 참다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광대한 우주를 두루 보아도 부처님 존재 아님이 없으며, 부처님 나라 아님이 없어서, 모든 불행은 자취도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영원한 행복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 서로 모든 생명을 부처님과 같이 존경합시다.
대중들은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을 하며 이날 법요식을 마무리했다. 한 번의 관불이지만 아기 부처님께 모든 정성을 쏟아 붓는 모습이 진지했다.
고심정사 ‘핵심’ 불자들에게 부처님오신날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신심(信心)을 다지고 원력(願力)을 세우는 다짐의 발원들이었다.
천진성 명예회장님이 헌화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부처님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날입니다.
저부터 주위의 모든 분들을 부처님으로 더 잘 모셔야겠다
고 다시 다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 법호윤 보살님(고심정사 신도회장)
“제가 가야 할 길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제 가슴속에 되새기는 날입니다. 부처님의 생애를 공부하면서 앞으로 제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봅니다.”
- 오능 거사님(불교대학 경전반 회장)
“부처님의 생일인데 꼭 제 생일처럼 기쁜 날이요.”
- 고승연 양
고심정사 불자들은 저녁예불을 마치고 다시 마당에 모였다. 연등을 밝히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성철 스님의 법(法)대로 살아갈 것을 서원(誓願)했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