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마당]
신심과 원력으로 올린 대중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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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주 / 2016 년 8 월 [통권 제40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852회 / 댓글0건본문
백련 불자들의 해인사 산중공양 현장을 가다
백련 불자들의 신심(信心)과 원력(願力)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다. 현장에서 백련 불자들의 ‘힘’을 느낄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열정의 원천이 무엇일까를 따져보면 성철 스님 가르침에 따른 정진과 기도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참선, 삼천배, 아비라기도, 능엄주 독송, 광명진언 독송 등등.
천진성 회장님(가운데) 등이 함께 외친다. 많이 드세요~
백련 불자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에 또 다녀왔다. 1993년 11월 성철 스님 열반 직후부터 매 안거 때마다 진행해 온 백련 불자들의 ‘해인사 산중공양’이 바로 그것이다. 6월 27일~28일의 백련암은 온전하게 실천되는 ‘대중공양’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틀린 일기예보가 반갑기만 한 사람들
조마조마했다. 며칠 전부터 비가 올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자주 빗나가는 일기예보가 이번에도 틀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6월 27일 가야산으로 향했다. 구름이 압도하는 곳에서 해가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예보가 맞나 싶었다. 날씨 걱정을 털어내지 못하고 산중에 들어섰다.
백련암은 분주했다. 법복에 앞치마를 두른 불자들이 곳곳을 청소했다. 날씨는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비가 오든 말든 준비를 잘 해야지요.” 이마의 땀을 쓸어내리는 한 보살님의 표정은 무심했다.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는 불자들
백련암 불자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공양
대안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4월 1일부터 100일기도를 하고 있는 정심행 보살님은 마당청소를 하고 있었다. 보살님은 “산중공양이라고 하는데, 뭐라도 도와드려야 할 것 같아 풀을 뽑고 있다.”며 웃었다.
성공월 보살님의 딸인 최혜원 양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어요. 상 펴고 종이 깔고 주전자도 날랐어요. 내일 공양 때는 비구니 스님들의 신발을 정리하는게 제 일입니다. 하하.”라고 말한다. 혜원이는 담임선생님에게 “절에 봉사활동 갑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청소가 끝나자 음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공양간을 가득 메운 보살님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준비해야 하는 음식은 무려 20여 가지. 메밀, 국물, 겨자소스, 오이채, 무즙, 김, 유부초밥, 김밥, 탕수육, 더덕구이, 연근강정, 오이선, 인삼튀김, 무초말이, 꼬치, 감말랭이, 치즈김말이, 갓김치, 배추김치, 장아찌(매실, 나나스끼, 표고, 새송이), 과일(체리, 골드키위, 수박 등), 떡, 매실, 차 등등.
공양에 앞서 좌선실을 청소하고 있다
갓김치와 배추김치, 장아찌 등 몇 가지는 고심정사에서 만들어 왔지만 ‘메인’ 메뉴들은 새로 해야 한다. 음식의 재료들은 일주일 전부터 장을 보며 준비를 했다.
음식의 종류도 종류지만, 양도 만만치 않다. 무려 300인 분을 준비해야 한다. 이것도 예전 산중공양에 비하면 많이 준 편이다. 그래도 하룻밤 사이에 해야 하는 일치고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백련암 신도회장 천진성 보살님의 ‘증언’을 들어 보니 과거에 비하면 이번 공양은 일도 아니었다.
“예전에는 400명이 넘는 스님들이 오셨어요. 한 달 전부터 준비해서 겨우 겨우 공양을 마친 적이 많습니다. 7~8년전쯤이었는데, 그때 28명이 짝을 지어 직접 감자피자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밤새 감자를 갈아서 피자를 만들었어요.
배달하는 사람까지 피자 만들기에만 아마 40명 이상이 붙었습니다. 스님들께서 감자피자가 맛있다고 포장까지 해갔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그래도 음식이 간소해졌습니다.”
관음전 공양을 준비하는 불자들이 상을 정리하고 있다
공양간과 스님들의 공양 장소인 염화실, 좌선실, 관음전, 정념당, 고심원 1층 책방 등의 불은 밤이 늦도록 꺼질 줄 몰랐다.
방장스님부터 행자까지 함께 하는 대중공양
잠시 눈을 붙였던 불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김밥을 말고 초밥을 만들었다. 어느새 해가 가야산에 나타났다. 일기예보는 다행스럽게도 빗나갔다.
음식들이 각 전각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공양간에서 제일 거리가 먼 관음전 보살님들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시간이 KTX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가마솥에서 메밀면이 삶아지기 시작했다. 스님들이 올 시간이 임박한 것이다.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 스님과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을 비롯한 원로스님들과 선원, 율원, 강원의 스님들, 산내 크고 작은 암자의 모든 스님과 행자, 해인사 종무소의 재가 직원까지, 가야산에 살고 있는 모든 대중들이 백련 불자들의 정성스런 공양을 받았다. 어른스님들은 ‘상공양’, 강원의 학인 스님들은 ‘뷔페식’이었지만 백련 불자들의 정성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방학을 맞아 엄마 다보월 보살님과 함께 온 최지예 양은 “방송과 실제가 많이 달랐다.”고 고백(?)했다.
“백련암에서 삼천배도 많이 하고 여러 행사에도 참여해왔는데, 산중공양은 처음이에요. 작년에 EBS에서 방송된 산중공양을 보면서 뜻 깊은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직접 참여해 보니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스님들께서 맛있게 드시니 뿌듯합니다.”
대중공양의 메인 메뉴인 모밀을 옮기고 있다
월간 「해인」 편집장 은산 스님은 “제가 밖에서는 메밀을 먹지 않는데, 백련암에만 오면 메밀이 그렇게 맛있습니다. 저의 출가 암자인 원당암과 백련암, 청량사 등이 이렇게 스님들께 대중공양을 올립니다.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정성이 정말 대단합니다.”라고 밝혔다.
음식을 포장한 작은 봉지를 들고 백련암을 내려가던 한 비구니 스님은 “백련암 음식은 정말 정갈하고 맛이 있어요.”라고 한다.
산중공양을 총괄해 진행했던 고심정사 신도회장 법호윤 보살님은 모든 대중스님들이 백련암을 내려가고 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스님들께 공양을 올리는 게 가장 수승한 일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우리 백련 불자님들이 손으로 직접 만들어 공양을 올리니 진심으로 기쁘고 환희롭고 감격스럽습니다. 오늘의 이 대중공양도 작은 공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안거 정진에 진력하시는 스님들께서 하루 빨리 깨치셔서 우리 중생들을 잘 이끌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된 공양은 낮 12시를 훌쩍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공양이 끝났다고 불자들의 일이 끝난 것이 아니었다. 모든 그릇과 도구들을 깨끗하게 씻었다. 그러고 나서야 공양을 했다.
공양에 앞서 해인총림 방장 원각 스님과 원택 스님, 원타 스님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유독 많은 땀을 흘리던 원공화 보살님은 “스님들께서 맛있게 드셔 주시면 그만이지. 하하.”라며 호탕을 웃음을 보여줬다.
경내를 정리한 불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고심원 앞에 모였다. 이때 원택 스님이 뜻밖의 선물을 내놨다. 바로 6월 27일 발행된 성철 스님 우표였다.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큰 어른인 성철 스님이 우표로 대중들에게 다시 다가온 것이다. 사실상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성철 스님 우표에 불자들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피로가 다 달아난 얼굴이다.
“비가 온다는 말에 조마조마 했습니다. 예전에도 날이 흐리다가 대중공양 시간만 되면 비가 그치곤 했어요. 오늘도 우리 불자님들의 신심 덕으로 비도 오지 않고 잘 마무리 된 것 같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원택 스님은 대중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산중공양을 마치고 성철 스님 우표를 들고 함께 한 기념촬영
한 손에는 우표를, 또 한 손에는 가방을 들고 백련암을 나서는 불자들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신심(信心)과 원력(願力)을 빼고 설명이 안되는 백련 불자들의 해인사 산중공양은 열정 그 자체였다.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이렇게 또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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