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및 특별기고]
정법(正法)을 만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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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주 / 2017 년 2 월 [통권 제46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699회 / 댓글0건본문
백련불교문화재단과 파라미타청소년협회는 지난해 하반기에 원택 스님의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로 청소년 독후감 공모전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청소년 불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공모전은 성공적으로 회향하였습니다. 여러 편의 좋은 독후감 중 2차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을 게재합니다. 이 글을 쓴 박경주 양은 백련암에서 100일 동안 기도를 한 인연을 가진 불자입니다. - 편집자
100일 기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원택 스님의 상좌이신 일봉 스님의 추천으로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5월 아비라기도를 시작할 무렵 일봉 스님과의 만남은 예상치 못했으나 정말 감사한 인연이다. 일봉 스님과 잠깐씩 나눈 이야기들이 아직도 기억 속에 많이 남아 있으며 소개해주신 불교 경전과 몇몇 책들은 내 마음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박경주 양
불법(佛法)을 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해인사 백련암과 인연이 되어 100일 기도를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100일 기도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이니 나에게 불교는 마치 갓난아기가 처음 엄마를 보듯이 무지의 상태 그 자체였다. 이건 뭘까 궁금하면서 두렵기도 했던 4월의 나는 신생아나 다름없었다.
무작정 국제학교를 휴학하고 절을 한답시고 백련암에 왔던 그때, 나는 정신적으로 너무 간절했었다. 처음 들어간 국제학교는 화려한 세상이었다. 그리고 내 정신은 그 속에 푹 빠져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국제학교의 삶, 친구관계, 연애 등 모두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세계와 달랐다. 일반 학교의 주입식 교육과 다르게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었지만 공부하려는 아이들보다 놀러 다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되면서 겉모습에 집착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철저히 외부의 기준에 맞춰 옥죄었다. 결국 정신적으로 굶주리며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외부의 기준에 맞추게 되었다. 내 중심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1년을 허망하고 무의미하게 보내다가 이런 삶이 쳇바퀴 도는 것 같아 모든 친구와 연락을 끊고 백련암에 들어갔다. 불교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지만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은 오직 이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상황을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마치 마법처럼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100일 기도와 21일 기도를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마쳤다. 일봉 스님이 추천해 주신 경전과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덕에 100일 기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만약 이 책이 없었더라면 불교 신생아였던 내가 100일 기도를 마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시봉이야기는 불교를 쉽게 접하게 해 주었다. 시봉이야기는 불교를 친근하게 그려 나가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던 불교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원택 스님의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100일 기도 초반에 나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스님의 삶이 편해 보이고 쉬워 보여 스님이 되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스님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게 거의 없는데다가 스님이 되기 이전의 행자 생활이 어떠한지 잘 몰라 막연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시봉이야기를 읽으며 행자 생활의 고달픔을 알고는 ‘나의 길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지금 되돌아보면 속세의 사회나 스님들의 사회나 다른 것이 없다는 걸 느낀다.
책을 읽으면서 이 세상에 결코 쉽고 편안한 곳이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그리고 노력 없이 쉽게 되는 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스님의 길을 걷게 되면 몸은 힘들지라도 마음은 편안하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어 보니 처음 상상하였던 편안하고 마냥 놀 거라 생각했던 스님들의 삶은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실제 스님들의 삶은 많이 달랐고 속세를 벗어나신 스님들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서 지금은 불교 공부를 하면서 몸이 편한 것보다 마음이 항상 여여하고 편안한 것을 추구하게 되었다.
‘백련암의 텔레비전(p.201)’을 보면 원택 스님께서 성철 스님의 심부름으로 서울에 가시게 되었는데 동대문야구장 앞을 지나다가 모교인 경북고가 출전하니 입장권을 사서 들어간 이야기가 나온다. 마침 그때 상좌들과 같이 계셨던 성철 스님께서 안마를 받으면서 텔레비전을 켜게 되었다. 원택 스님의 차림세가 남달라 카메라에 잡힌 순간 마법같이 성철 스님과 상좌들께서 그 장면을 본 것을 재밌게 그려냈다.
사실 이 페이지를 넘기면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일어났다. 스님의 삶이 쉽다고 생각했지만 속세와 인연을 끊고 오직 수행에만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너무나 재미있는 일들 천지이며 맛있는 음식들, 예쁘고 좋은 것들이 가득하다. 원택 스님 또한 그 당시에는 야구 경기도 보고 동창도 보고 싶은 마음에 그만 입장권을 사서 들어갔던 것이 무척 이해되었다. 나 역시 친구들도 보고 싶고 재미있는 야구 경기도 보고 싶어 들어갔을 것 같다.
원택 스님과 박경주 양. 박 양의 아버지 박승민 씨가 자리를 함께 한 모습
삼천배를 하며 다리도 아프고 힘들다 보니 세속에서 편안하고 달콤했던 기억이 안 떠올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철 스님처럼 8년 동안 눕지 않고 선(禪)을 하신 분도 계신데 삼천배를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나 싶어 이를 악물고 했던 것 같다. 또한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삼천배를 죽어도 못 하겠다 생각하면 진짜 하기 싫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지만 할 수 있다 생각하니 삼천배를 하는데 몸이 그리 가벼울 수 없었다. 모든 것은 나로 인해 시작된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어떤 일이 닥쳐도 덤덤할 수 있게 되었다.
시봉이야기는 시봉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성철 스님의 법문 내용과 불교 교리에 대한 내용이 같이 들어가 있어 재밌기도 하고 진지하게 불교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
해인사와 가까운 마장 마을이 어려울 때 성철 스님께서 당신에게 보시 들어온 내복을 깨끗이 빨아 주시는 장면이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지난 날 내가 잘나고 예쁘다고 생각하며 내 욕심만 챙기고, 남을 시기 질투했던 내가 먼지보다도 작아져 숨어버리고 싶을 만큼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성철 스님이 살아 있는 부처라는 생각을 했다.
11월 11일 입재였던 올해 마지막 아비라기도에 감사히도 동참을 하게 되었다. 항상 아비라기도가 반쯤 끝나면 과일과 떡을 주시곤 한다.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몇 통이나 갈라 먹는지 모를 정도로 많이 먹었다. 성철 스님께서 살아 계실 때 아비라기도를 하면 수박의 빨간 부분을 다 먹지 않은 채 버리는 보살님들이 있었다. 그러면 쓰레기통에 버렸던 수박껍질을 다시 깨끗이 먹게 했다고 한다. 이번 아비라기도 중반쯤 그 장면이 생각나 보살님들이 깎아 놓고 남아 말라 비틀어졌던 몇몇 과일들을 성철 스님께 혼날까 다 먹어치웠던 기억이 난다.
5월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100일 기도와 21일 기도를 마친 지금, 예전보다 더 성숙하고 생각이 더 깊어져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출가에 대해 마음이 호의적으로 바뀌어 출가할 생각이 조금 있기도 하다. 한번 본 책은 다시 펼치지 않는 나지만 이 책은 여러 번 심도 있게 읽었다. 출가한 삶이 보통 일은 아니지만 영원한 진리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열반에 드신 성철 스님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자꾸 생각난다.
포교원장 지홍 스님과 원택 스님을 비롯한 수상자들이 자리를 같이 했다.
요즘에는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깊게 고민하고 있다. 사실 100일 기도와 21일 기도를 끝낸 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 학교 다니며 친구들과 추억 만들고 연애하고 결혼하는 평범한 삶을 생각했었다. 아직 세속에 미련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후감을 쓰다 보니 정신적으로 허망하고 무상했던 기억이 나면서 그나마 연락했던 몇몇 친한 친구들과도 인연을 끊어버렸다.
시봉이야기를 다시 읽고 독후감을 쓰게 되면서 진짜 내가 가야할 길을 찾은 듯하다. 출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하겠지만 때가 되면 하리라 믿는다. 이 독후감을 쓰는 동안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고 점검할 수 있었으며 불교에 대해 더 깊고 심도 있게 생각할 수 있었다. 한 글자씩 써 내려갈 때마다 태어날 때 잃어버렸던 나의 뜻과 길이 조금씩 드러나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태어날 때 가지고 왔던 뜻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시봉이야기는 중요한 시기에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책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 내가 해야 할 일은 불교 공부를 하여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뿐이라는 것을 깨닫도록 해주었다. 봉암사 3년 결사를 읽으면서 발심하여 성철 스님처럼 진짜 나를 찾을 수 있도록 정진해야겠다는 생각이 굳게 들었다. 더 나아가 한국 불교를 이끄는 사람이 되리라 다짐하였다.
정법(正法)을 만나 읽은 많은 책들 중에 나에게 처음으로 불교의 문을 열어준 이 책이 지금까지도 매우 고맙다. 원택 스님께서 성철 스님을 시봉하시면서 그려나갔던 에피소드들이 재밌기도 하고 대중들이 읽기에도 부담이 적어 자연스럽게 읽는 이의 마음에 불교가 녹아질것 같아 불교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나 궁금해 하는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그리고 성철 스님의 법을 전하고 계신 원택 스님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성철 스님의 법을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많은 신도 분들이 전하고 있다는 것은 원택 스님이 책으로 큰스님의 법을 힘써 전하여서라는 생각이 든다. 만나기 힘든 정법을 만나게 되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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