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묵향을 더듬다]
불교는 우주의 근본 대원칙을 확인한 대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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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섭 / 2017 년 3 월 [통권 제47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485회 / 댓글0건본문
“내 몸에 팔 만이나 되는 털이 있고 털마다에 구억충(九億虫) 있도다[我身中有八萬毫 一一各有九億虫]”(주1)
일호(一毫)에 구억충(九億虫)이라면 보통 현미경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종전에 사용턴 한외현미경(限外顯微鏡)(주2)으로도 불가능하며 최근에 제작된 전자현미경(주3)으로나 엿볼 수 있을넌지 참으로 재삼 경탄치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삼천 년 전에 이렇한 언론(言論)들을 상다반사(常茶飯事)갓치 토(吐)하니 이해는 고사하고 배척 안 바들래야 안 바들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보통에 비하여 민도(民度)(주4)가 저열(低劣)한 인도인지라 그럼으로 석가 자신의 출생지인 인도에서는 불교는 발전을 보지 못하고 도로혀 교리조직이 비속(卑俗)된 인도교(印度敎)에게 축출(逐出) 당함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6a]
이러한 언론(言論)들은 여하(如何)한 기계의 힘을 빌린 것도 안이요, 오즉 자기의 정신력으로써만 통찰한 것이다. 이것은 여하한 과학도 여하한 철학도 도저히 및을 수 없는 우주의 근본 대원칙을 깊히 구명한 초절(超絶)(주5)한 능력을 소유한 대안목(大眼目)이 안이고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사실들이다. 그럼으로 영국의 대학자 웰스(주6)는 말했다.
“세계 개벽 이래로 제일 심원(深遠) 투철(透徹)한 지성인(智性人)이라고 찬탄함에는 누구든지 이의없는 바이다.”(주7)
이것은 과학의 금자탑이라 하여 세계 각국어에 번역 안 됨이 없는 그의 명저 『문화사대계(文化史大系)』 중의 평설(評說)이다. 그러나 『문화사대계』 중에 인용된 불교사상을 보면 파리어(巴利語) 계통의 천열(淺劣)한 소승 교리[6b]들이니 이 교리는 심원한 대승사상과는 천양지감(天壤之感)이 있는 것이다. 천열(淺劣)한 소승사상을 보고도 이렇게 찬탄하였는데 만일 참으로 심원한 대승묘리(大乘妙理)를 보왔던들 그만 경도(驚倒)(주8)하여 무어라 찬사좃차 발(發)치 못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독일의 대철학자 쇼펜하울(주9)은 평하였다.
“기독교가 불교를 공격함은 소총으로 절벽을 쏘는 것과 갓다.”
“미구(未久)에 불교세계 시대는 반다시 도래할 것이다.”
라고 대담한 예언까지 하였다. 이 예언은 실로 불교의 위대성을 다소 짐작하는 것이며 또한 적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 현미경과 망원경의 능력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시도(視度)(주10)에서 논의한 바이다. 그러나 우주의 근본 문제를 [7a] 구명(究明)한 심묘(深妙)한 오의(奧義)는 현미경 망원경 세계의 권내(圈內)가 안이요, 찰라(刹羅)의 과학인 원자과학도 그 일부의 피상적 방증(傍證)은 될지나 심오한 내부 묘리(妙理)는 측도(測度)치 못하는 것이다.
2. 진여상주(眞如常住)와 보존법칙(保存法則)
가. 진여상주
“일체의 법이 생도 없고 일체의 법이 멸도 없나니 만약 이렇게 알며는 모든 부처가 항상 나타나 있으리라[一切法無生 一切法無滅 若能如是解 諸佛常現前]”(주11) 『화엄경』
이것은 불교의 근본경전인 『화엄경』에 있는 언구이다. 그 뜻인즉 정신계 물질계 유생물 무생물 세간법 출세간법 할 것 없이 우주의 일체 만유가 본래로 생멸이 없서 전부가 영원토록 상주불멸하나니 이 진리를 해득(解得)하면은 상주불멸의 표현인 모든 부처가 [7b] 항상 현전(現前)해 있는 것을 본다는 말이다.
주)
(주1) 스님들의 공양의식 중 ‘선도게(先度偈)’의 일부이다.
아신중유팔만호(我身中有八萬毫) 이 내 한 몸 가운데에 터럭 수가 팔만여 개
일일각유구억충(一一各有九億蟲) 하나하나 터럭마다 구 억의 생명 있네
제피신명수신시(濟彼身命受信施) 저들을 제도하고자 시주 은혜 입었거니
아필성도선도여(我必成道先度汝) 마음 다져 성불하여 저들 먼저 제도하리.
(주2) 한외현미경(限外顯微鏡, ultramicroscope)은 암시야현미경(暗視野顯微鏡)이라고도 하는데 주로 미립자나 혈액 속의 지방 입자를 관찰하는 데에 사용된다. 어두운 방에 빛이 들면 먼지가 빛나 보이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 후방의 배경이 되는 빛이 입자에 닿아 빛이 산란되면서 미립자의 위치・형태・크기를 알 수 있게 된다.
(주3) 전자현미경은 광원으로 전자를 이용한 현미경으로서 6만볼트의 고전압으로 가속시킨 전자를 이용한다. 진정한 전자현미경은 1933년에 최초로 만들어졌으며 이것이 실용화된 것은 1935년부터이다.
(주4) “국민의 생활이나 문화 수준의 정도”라는 뜻.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화 수준’으로 순화하였다.
(주5) “다른 것에 비하여 유별나게 뛰어남.” 초월(超越).
(주6)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1866~1946). 영국의 소설가, 언론인, 사회학자, 역사학자. 『타임머신(The Time Machine, 1895)」,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1897)』, 『우주전쟁(The War of the Worlds, 1898)』 같은 공상과학소설과 대중을 위한 역사서 『세계문화사대계(The Outline of History, 1920, 개정판 1931)』로 이름을 떨쳤다. SF 소설의 선구자이자 문명비평가로 유명하다. 과학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변해가는 인류 사회의 운명에 관심을 가졌고 런던의 사회주의 단체인 페이비언협회에서 활동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단일 세계국가’라는 구상으로 『세계사문화사대계』를 출간하였다. 사회·역사서를 저술하며 세계평화 운동과 사회개혁 운동을 활발하게 펼쳤다. 참고로 『세계문화사대계』가 한글의 우수성을 소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내용은 웰스의 저술이 아니라 일본어 번역본에 실린 내용이다. 『세계문화사대계』를 일본어로 번역한 기타가와 사부로(北川三郎)의 부탁으로 최현배가 「조선문자 ‘정음’ 또는 ‘언문’」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이다.
(주7) “The fundamental teaching of Gautama, as it is now being made plain to us by the study of original sources, is clear and simple and in the closest harmony with modern ideas. It is beyond all dispute the achievement of one of the most penetrating intelligences the world has ever known.”(Chapter 24. The Rise and Spread of Buddhism, §3 The Gospel of Gotama Buddha, p.315) ; “고타마의 근본교의는 그 원천인 원문을 연구해보면 전절에서 밝힌 것과 같이 결코 난삽하지 않고 분명하고 단순하여 현대사상과 완전한 조화를 이루어 적합함을 보인다. 이것을 세계 개벽 이래 가장 심원투철한 지성인의 창조물이라고 찬탄하는 데에는 누구도 이의가 없다.”(일본어판, 제25장 불교의 흥기와 그 광포(廣布), 제3절 고타마 불타의 복음, p.629)
(주8) “몹시 놀라 넘어짐.”
(주9)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 독일의 철학자. 흔히 ‘염세주의 철학자’로 불린다. 동양학자 마이어와의 교우 관계로 인도 고전에도 눈을 뗬다. 플라톤의 이데아론과 인도 베다철학의 영향을 받아 염세관을 사상의 기조로 한다. 엄격한 금욕을 바탕으로 하여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해탈과 열반의 획득을 궁극적인 이상의 경지로서 제시하였고, 또한 그렇게 하여 자아의 고통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시작되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동정(Mitleid)을 최고의 덕이자 윤리의 근본원리로 보았다. 그의 철학은 만년에 이르기까지 크게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19세기 후반 염세관의 사조에 영합하여 크게 보급되어 실존철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에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세기 유럽의 불교 수용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그의 역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918)』는 ‘고통이 모든 삶의 근본’이라고 보는 점에서 불교와 맥이 통한다. 그런데 염세적인 쇼펜하우어 사상을 불교와 동일시하면서 불교를 염세주의로 파악하는 오늘날도 통용되는 서구인들의 불교에 대한 몇몇 편견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에서 비롯되었다.
(주10) 물리학 용어로서 공기 속에 어떤 물질이 떠 있거나 가스가 섞인 정도를 나타내는 대기의 투명한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볼 수 있는 거리에 따라 0에서 9까지의 번호를 붙여서 구분한다. 성철스님이 사용하신 맥락으로는 물리학 용어를 빌려와 ‘망원경이나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범위’ 정도의 의미이다.
(주11) 60권본 『화엄경』 권7 「보살운집묘승전상설게품(菩薩雲集妙勝殿上說偈品)」10(T9-442b) ; 80권본 『화엄경』 권16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14(T10-8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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