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술로 엮는 현대불교사]
희양산 봉암사를 결사도량으로 지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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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적(최동순) / 2024 년 4 월 [통권 제132호] / / 작성일24-04-05 11:10 / 조회1,699회 / 댓글0건본문
묘엄스님 ④
▶ 결사를 봉암사에서 시작하게 된 점을 알려주세요.
영산회상, 부처님 당시같이 살아보자 했는데, 그러려면 대중생활을 위해 경제적인 면이 따라야 해요. 그래서 “해인사로 가자!” 그랬는가 봐요. 스님네가 해제하고 봉암사를 결사도량으로 정하게 된 것은 거기 사판승 주지가 성철스님을 만난 것부터 시작이에요. 스님 일행이 해인사에서 뜻대로 되지 않아 나오셨다는 소문을 듣고는 “내가 이 절을 내놓을 테니까, 스님이 하면 아마 식량은 될 것”이라고 그러고, “부족한 것은 신도들에게 좀 협조를 해달라고 하면 되지 않겠나”, 그래서 봉암사를 맡게 됐어요.
봉암사에서 산신각, 칠성각 다 없애고 부처님만 모시자고 그랬어요. “신장님도 부처님의 아들인 우리에게 절 받을 수 없다.” 우리는 복이 많아서 이미 신장 노릇을 하니까요. 예를 들면 인생무상이라는 법문을 일러 달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특히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신중단에 합니다.
탁발하고 귀사길 꽁보리밥 얻어먹고
우리가 죽비를 딱딱 치고 절 세 번만 하고 아무 말 없이 선수행 방식으로 절만 하고, 사시마지 때는 여섯 번 절을 했습니다. 염불을 안 하고 모든 의식을 다 줄여버리고 참선하는데 가만히 앉아서 말을 안 하니까 기운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성철스님이 “일곱 번 절하는 것을 해야 한다.” 이래서 절하고 마지만 올립니다. 그리고 신중단에 가서 『반야심경』만 했습니다.
그 법을 성철스님께서 중국 『중정이과重訂二課』라는 책을 보기도 하고, 운동 겸 참선만 하고 앉았으니까 “우리가 대참회를 하자!” 그랬고. 또 “아침에는 능엄주를 하자!” 그래서 “능엄주는 대중생활에 도움이 되고, 모든 악귀를 다 물리친다”. 그때 내가 그렇게 들었어요. 그러고 “선신들이 와서 보호하는 그런 주문이다.” 나는 진즉 외웠지만은 전체적으로 능엄주를 못 외우면 방부를 받지 않아요.
소유욕을 없애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물건이 생겨도 다 사중에 내놓기로 결정했습니다. 한번은 도우스님이 점촌에 나갔다가 누가 세숫비누 좋은 것을 석 장 줘서 걸망에 넣어 들어왔는데, 그게 좋으니까 자기만 놓고 가만히 쓸라고 안 내놨어요. 그 보살이 와 가지고 “내가 도우스님께 세숫비누 좋은 것 석장 드렸는데요!” 그래서 그걸 알고는 도우스님을 불러 가지고 “그거 내놓으라.”고 그러니까 “여지가 있습니까?” 비누 다 내놓고 새로 타다 쓰는 이런 것을 봤습니다.
봉암사 백련암에 있는 우리는 식량을 큰 절에서 받아오지만, 있고 없는 것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갖다 먹었거든요. 늘 얻어다 먹으니까 참 마음이 안됐어요. 그래서 탁발을 나갔어요. 그때는 봉암사에서 가은이라는 탄광촌까지 아마 사십리 인가 거기까지 걸어다녔습니다. 암만 늦어도 다섯 시 이후에 먹는 것을 금했어요. 봉암사에 돌아왔는데, 성철스님이 “저녁 먹었느냐?”고 물어요. 그러니까 우리는 “얻어먹었습니다.”, “어떻게 얻어먹었느냐?”고 말씀하셔요. 가은에서 들어오는데, 어떤 집을 지나는데 불 때는 소리가 나고 그래서 그 집에 갔는데, 거기서 밥을 푸더라고요. 그랬는데 꽁보리밥입니다.
우주를 덮고도 남는 불성
밥을 퍼 가지고 마루에 앉아서 먹는데, 옛날 시골에는 밥상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마루 바닥에 놓고 밥을 먹는 겁니다. “우리가 봉암사 가는 스님들인데 밥을 좀 먹을 수 있겠느냐?”고 하니까, “그래 들어오라.”고 그래요. 들어가니까 조그마한 바가지 그릇에 밥을 주는데, 자기가 먹던 숟가락을 빨아먹고는 그 숟가락으로 다른 접시에다가 자기가 먹던 밥을 덜어 줍디다. 도저히 못 먹겠어요. 내가 못 먹겠어서 “고추장을 좀 달라.”고 그러니까, “얻어먹는 주제에 고추장이야 된장 찾는다.”고 막 뭐라고 그래요. 성철스님께 그 말씀 드리니, 박장대소를 하시더라고요 “그래 얻어먹어 보기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 먼 길을 걸었군요. 용케도 식사를 민가에서 해결하셨군요?
백련암으로 올라가려면 지증국사 비석을 지나가야 하는데 묘가 하나 있어요. 거기에 커다란 호랑이가 대밭 옆에 있는 묘 쪽에 누웠다가 우리가 오는 걸 보고 벌떡 일어나더라고요. 어찌나 놀랐던지요. 도로 내려와서 봉암사 대문이 있는데, 대문이 딱 잠겨 있으니까 대문 앞에서 둘이서 이야기 하고는 큰절에 들어갈까 말까 하는데 누구 소리가 들더라고요. 그래서 “문 좀 열어주시오.” 그러니까 성철스님이 문 열어주셨는데 “왜 안 올라가고 있느냐?”고 했어요.
“지증국사 비석 옆에 묘소가 있는데 호랑이가 앉았다가 일어나서 사라졌습니다. 무서워서 당최 못 올라가겠습니다.”고 그러니까 담 키워 주시느라고 “가자. 지금 가면 없을 거다.” 그러면서 그 호랑이 있던 지증국사 비석 그 위에까지 데려다 주시더라고요. “그리하고 다녀야지 짐승은 사람 보고 무서워하고, 사람은 짐승 보고 무서워하는데, 너희가 하늘을 덮고 남는 불성을 가진 놈들이 호랑이 하나 무서워서 자기 집에도 못 가는 게 대체 어디 있느냐?”고 용기를 돋아주셨어요. 내 불성이 하늘 덮고 남는 건지 큰 것인지 작은지도 모르면서 그 말에 기운을 얻어서 백련암에 올라갔습니다. 밤중에.
능엄주 외워야 방부 가능
그때 봉암사는 아무나 방부를 받지 않고 ‘정진을 열심히 하고 발심이 잘 된 자’, ‘불교가 아니면 죽겠다고 발심이 된 자’를 받았습니다. 그거를 생사발심生死發心이라 하거든요. 죽고 사는 문제를 해결한 선객들을 생사발심자라 해요.
▶ 결사 중에 대중들을 위한 법문이나 경전 강의가 있었습니까?
그때는 내가 경전 이름을 하나도 모를 때거든요. 『금강경』, 『능엄경』은 들어서 알고 있고, 내 나름대로 번역된 거를 본 것은 백용성스님이 번역한 『화엄경』 책을 성철스님이 서울에 갔다 오시면서 사다 주시더라고요. 책에다 내 이름을 딱 적어 가지고 사 오셨어요. “이것을 읽어라.” 그러는데 모르는 말이 많아요. 그래서 경전 가르치는 문호스님을 소개해 주셨거든요.
▶ 실제로 봉암사에서부터 이미 백일법문을 시작한 것이죠?
지금 성철스님 책자 나온 데서 백일법문이라는 거 있죠. 그것입니다. 그게 봉암사에서 대중을 위해서 한 달씩 또 보름씩 그렇게 법문을 해놓으신 겁니다. 그때는 우리가 받아 적을 줄도 모르고 녹음기도 없고 그래서 그거 기록을 남기지 못했는데, 내가 해인사 가서 백일법문을 들으니까 봉암사서 한 법문하고 같아요. 그래서 나와 가지고 큰스님께 내가 “스님, 봉암사에서 그때 법문하신 게 오늘 백일법문하는 것하고 같지요?” 그러니까, “그래 맞다. 어찌 그래 그거를 기억을 하느냐?” 해요.
내가 이번에 요번에 들어보니까 봉암사서 하시던 거하고 같은 면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글을 몰라서 그랬는데 번뜩번뜩 가끔씩 기억이 나는데 똑같은 소리다, 그리 생각이 든다고 그러니까 맞다고 그러시대요. 자운스님이 계율에 대해서 보살계도 설하고요. 또 그때 점촌, 문경, 예천 신도들이 몇백 명이 와 가지고 처음으로 보살계를 설했는데, 자운스님하고 파계사 계시던 종수스님하고 그 두 분이 번갈아 가면서 보살계도 설하고 보름마다 포살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동산스님이 부산에서 보살계 설하시고 ‘법문 제일 하동산’ 그라거든요. 이쪽 경북 쪽에는 계를 설하는 이가 없었는데, 자운스님, 종수스님이 있었지요.
원자탄을 던지겠다
그러던 중 재미난 일화가 있습니다. 성철스님께서 대중을 다 모아놓으시고 말씀하시길 “그런데 만일에 이거는 가정이다. 만일 ‘불법이 아무것도 아니구나.’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수행해 나가는데 불법을 깨쳐서 부처가 되기를 목적 삼는데, “불법도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때 어떤 처신을 하겠느냐?” 하시고는 대중을 모두 앉혀놓고 그것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 물었습니다.
삼각산 문수사 그 허혜정스님이 “나는 세상만사를 다 버리고 중이 됐는데, 그런데 불법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면 이 세상 사람같이 살아서 뭐하겠냐?”고 그래서 “저 산골 깊은 데 들어가서 감자나 파먹고 돼지같이 살겠다.” 그랬어요. 여러 사람 가지각색으로 재미있어요. 내 차례가 됐어요. 그래서 내가 대답을 안 했습니다. “한 가지 대답할 게 있기는 있는데, 스님이나 순호스님 있는 데서만 하지 할 수가 없다.”고 대답했어요. “여럿이 듣는 데는 못 하겠습니다.” 그러자 큰스님 말씀하시길 “여기서 대답을 받을라고 내가 공사를 시작했는데 어디 가서 가만히 할라고 그러냐, 얼른 대답해라!”고 하셨지요.
그래도 나는 대답 안 했어요. 죽어도 못 한다고 하고 안 하고 앉았으니까, 당신 옆에 놓여 있던 주전자 물이 막 날라와서 나한테 다 덮어씌우고, 거기 화롯불에 남아 있던 재를 덮어씌워서 내이 재덩이가 됐어요. “이래도 대답 안 하겠느냐?”고. 그래도 나는 “안 합니다.” 했어요. (웃음) 죽비로 등짝 때리고, 젓가락으로 문을 잠궈 놓고는 내 대답 듣기 전에 한 사람도 못 나간다고 했어요. “최고집이 있다고 하더니 이고집이로구나.” 그래 나중에 내가 대답하기를 “불법도 아무것도 아니면 죽음밖에 더 있겠습니까? 죽겠습니다. 그런데 나 혼자 안 죽고 원자탄을 두 개 구해 가지고 동양 서양에다가 던지고 싹 다 죽여버리겠다.”고 그랬거든요. 그러니까 성철스님께서 “그래? 중노릇은 하겠다. 어디 다른 데 나가거나 그렇지는 않겠구나.”고 말씀하셨어요.
혜해스님의 소신공양
약상보살도 온몸으로 심지를 삼아서 기름을 뿌리고 소신연비燒身燃臂를 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런 것도 있구나 해서 내가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더라고요. 신계사서 중이 됐다는 혜해 스님, 경주 흥륜사 이차돈 머리 떨어진 데 거기 있는 그 스님인데, 자기가 “세세생생에 악업을 참회하는 뜻으로 연비를 하겠다.”고 했어요. 그 스님 지금 손가락 두 개가 없거든요. 청담스님이 여기 손가락에 삼베를, 초를 만들어서 벌꿀 밀 있잖아요, 그 밀을 가지고 초를 만들어 손가락 심지로 해서 끼웠어요. 그 봉암사 극락전에서 나는 목탁을 치면서 ‘석가모니불’ 정근을 하고, 혜해스님은 거기에 불을 붙였어요. 청담스님이 만든 초를 혜해스님 손가락을 심지로 해서 불을 붙였는데, 네 시간 동안 탔습니다. 이게 그런데 내가 네 시간 동안 석가모니불을 하는데, 시간이 그 정도 지났는지 한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고 열심히 분위기에 빠져서 목탁을 치고 정근을 했어요.
그래 어떤 스님이 나중에 나와서 말하는 걸 들으니까 네 시간 지났다고 그래요. 혜해스님이 손가락 하나 태우는데 옆 손가락이 데였어요. 그래서 손가락 두 개가 탔습니다, 옆에 데여서. 그런데 내가 아무 냄새를 못 맡았어요. 네 시간을 손가락 태웠는데, 나는 와서 방에서 앉았는데, 혜해스님이 날 보고 “아우, 왜 목탁을 안 치고 염불을 안 했느냐?”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아우, 내가 목탁치고 ‘석가모니불’ 정근을 스님 바로 옆에서 했는데, 스님 못 들었어요?” 그러니까, 하나도 안 들리더랍니다. 바늘 끝으로 콕 찔려도 온몸이 오싹해지는데, 생사람 손가락이 타들어가는데 무슨 소리가 들리겠습니까? 그 스님 손가락 한 마디 뼈가 뾰족하게 남았어요. 살은 데여서 다 벗겨지고요. 남은 뼈는 병원 가서 떼 냈습니다. 그때 부처님이 내려오셔서 감사하는 것 같은 그런 벅찬 환희를 느꼈어요. 그날 봉암사에 석가모니불 명호로 가득 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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