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평창 동계올림픽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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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8 년 3 월 [통권 제59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465회 / 댓글0건본문
글 | 원택 스님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의 막이 오르면서 펼쳐지는 화려하고 장대한 장면은 TV로 보는데도 숨을 멎게 할 만큼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나간 평창의 이전삼기(二顚三起)의 순간들이 띄엄띄엄 떠올랐습니다. 8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IOC회의에서 “평창”이 호명되던 날 유치 관계자 여러분들의 환호하는 모습과 모두의 눈가에 맺히는 감격의 눈물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후일의 평창 동계올림픽이 빌미가 되어서 벌어진 국정농단사건은 촛불집회로 이어져 정권이 교체되고 관계된 대통령은 중형이 선고될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평창에서 2018년 2월 9일에서 25일까지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고 발표되었을 때, 그 반대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또 어떠했습니까? “2월 9일은 우리나라에서는 첫 절기인 입춘(立春) 이후로 봄기운이 돌아오는 시절이어서 눈이 쌓이지 않고 녹는 때인데 유럽과 비교되지 않는 강설량에 동계올림픽이 가당키나 한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속담에 “1월 20일 경인 ‘대한(大寒)’이 1월 5일경의 ‘소한(小寒)’ 집에 놀러왔다가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 소한은 비가 내일 정도로 푸근하고 대한도 춥지 않게지나가는 이변 아닌 이변을 보였습니다. ‘이러다가 정말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릴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 아닌 걱정에 젖어있는데 갑자기 입춘을 앞두고 날씨가 추워지니 ‘소한’도 ‘대한’도 입춘절에 와서 얼어 죽는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구의 동계올림픽 개막식 못지않게 추운 날씨라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에 오히려 어리둥절하였습니다. 더욱이 개막식장에 지붕이 없어서 이렇게 동장군이 기승을 떨치는데 오히려 개막식에 사람이 오지 않을까 크게 걱정하는 관계자들의 모습이 TV에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온도가 올라가 개막식도 성대하게 치르고 하늘에 떠오른 1218대 드론의 오륜기 형상은 세계적 뉴스가 되고 기네스북에도 오르는 경사를 맞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막식 무대 위에 펼쳐지는 고구려벽화 속의 옛 민속 모습이 재현되어 펼쳐지니 문득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우리들 반대의 우렁찬 고함을 상징하는가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김영남, 김여정 등의 북한 대표단이 개막식에 참여함으로써 어제까지 일촉즉발의 위기의 분위기에서 남북정상회담도 가능한 평화올림픽의 분위기로 바뀌니 국민들도 어리둥절했습니다. 평화올림픽의 잔칫상은 풍성한 행사로 바뀌고, 시작 전까지만 해도 입장권 판매에 매달려 걱정하더니 22일에는 관람객 100만명을 돌파하였다고 주최측은 싱글벙글로 변하는 모양입니다.
1988년 하계 세계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우리도 세계 문명국가의 공중도덕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은 것이야말로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그 구체적인 변화는 제가 기억하기로는 정찰제의 정착과 새치기 문화의 근절과 길거리 청결화라고 생각합니다.
큰스님께서 1993년 11월 초에 열반에 드시고 11일만에 다비를 마치고 사리친견법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10시에 공개를 하였는데 점점 대중들이 많아져서 할 수 없이 간이로 허리까지 오는 말뚝을 박고 허름한 끈으로 통로를 만들어 두었는데, 사실은 마당에 선을 그은 것이나 다름없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형편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참배객들이 얼마나 밀리는지 마지막 일주일은 새벽 3시부터 문을 열어야 했습니다. 4주 가까이 그렇게 참배객들이 밀려오고 밀려가도 누구 하나 밀치고 새치기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스님! 3시간 기다려 3초 사리 친견하고 갑니다.” 하는 인사도 수없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88 세계올림픽 덕에 국민들의 새치기 없는 높은 공중도덕으로 사리친견 행사를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고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2002년 월드컵대회는 ‘붉은악마’로 대표되는 전 국민의 응원 열기로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습니까? 88올림픽부터 시작된 공공장소의 화장실 청결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화장실 문화를 오늘 이루게 하였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전국 1등’이라는 패가 붙어 있기도 하지만 흙발로 들어가기가 미안할 정도로 가정집 화장실보다도 더 깨끗한 모습입니다. 유럽지역으로 여행 가면 옛 석조건물이 많아 우리처럼 공개되고 깨끗한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사정과 비교하여 중국도 2008년 중국 북경에서 개최된 하계 세계올림픽대회 전후로 몇 년은 공중도덕이 상향되는 듯 했는데 그 이후로는 우리처럼 고양된 공중도덕이 정착하지 못하고 옛날로 도로 돌아가다시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린 이후 활강이나 점프 등 스키종목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름도 듣도 보도 못한 종목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스노보드 빅 에어’라는 종목은 스포츠라기보다는 공중서커스에 가까운 묘기를 보이며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컬링’ 종목에서 경북 의성의 여자팀이 10승 1패라는 엄청난 예선 성적을 거두며 우리 국민들을 한껏 고무케 하였습니다. 실업팀도 아니고 대학팀도 아니고 서울 지역팀도 아니고, 한 산골에서 ‘컬링’이라는 종목에 눈뜨고 “한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뭉쳐 훌륭한 성적을 올리는 모습은 오늘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운 마늘 덕”이라고 고향분들이 그렇게 좋아하며 연세 든 어른들이 평창까지 원정 응원을 오셔서 목청껏 외치는 모습은 평창 동계올림픽만이 보여준 모습입니다.
미지의 종목인 ‘스켈레톤’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윤성빈 선수는 또 얼마나 자랑스럽습니까.
‘쇼트트랙’ 경기에서 그동안 애써온 여자 선수들이 실수하는 모습들이 한없이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1500m 계주에서 힘을 합쳐 역전승하며 다섯 명이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에 우리 국민들도 역경을 이겨준 선수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자세히 알지 못하여 애써준 선수들을 일일이 거명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이번에 한국 평창에서 개최된 23회 동계올림픽 경기도 성공적으로 마침으로써 우리의 국격과 선진국으로 향하여가는 문화시민의 정서를 함양하는 데 크나큰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단일팀으로 입장식을 가지고 여자 아이스하키의 남북 혼성팀은 처음에는 잡음이 있는 듯했으나 감독들의 지도력으로 훌륭히 단합되어 “우리 민족은 하나다.”라는 구호를 끝까지 외칠 수 있어서 민족과 통일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가지게 된 경기로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처음 개회식 전후에 보여준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대화 노력이 평창 올림픽 개최로 결실을 맺어 남북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어 배달민족 한겨레로 창성하는 그날이 올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남북 겨레에게 큰 희망을 준 평창 동계올림픽이 모두에게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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