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시산책]
“대자유의 길을 걷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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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제원 / 2018 년 12 월 [통권 제68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307회 / 댓글0건본문
살아가며 제일 귀한 것이 ‘생명’이다. 자유와 재산권과 더불어 3대 기본권 가운데 하나이다. 통상 ‘생로병사의 작용을 하는 존재’를 생명으로 인식하지만, 반드시 그렇지 않다. 생명의 전통개념인 유기체가 ‘무기물 합성’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자체 에너지를 생산하지 않는 ‘기생 바이러스’를 포함해 ‘인공수정 태아’와 함께 최근 출현하는 ‘동식물 복제물’도 생명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명나라 오승은吳承恩이 지은 소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 분신’도 생명이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생명에겐 먹고 자는 것도 불가결한 조건이지만 꿈도 매우 중요하다. 꿈이 없는 생명은 ‘빛이 없는 태양’이나 ‘물이 없는 강’과 같다. 꿈이 있어 생명은 중중무진, 영원히 행복하게 살아간다.
주인몽설객主人夢說客
객몽설주인客夢說主人.
주인은 손님에게 자기 꿈 얘기하고,
손님은 주인에게 자기 꿈 얘기하네.
금설이몽객今說二夢客
역시몽중인亦是夢中人.
지금 꿈 얘기하는 두 나그네,
이 역시 모두 꿈속 사람이리라.
- 서산(1520∼1604), 세 가지 꿈 이야기[三夢詞].
얘기할 수 있는 꿈은 회상몽回想夢이다. 통상 잠에 든 뒤 90분이 지나면 꿈을 꾼다. 평균 하룻밤에 5번의 꿈을 꾼다고 하는데, 상영시간은 10분에서 최대 40분까지 이어진다. 당일 경험이 꿈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 꿈을 다시 보는 경우는 4일째 최저치를 보이다가, 다시 재생력이 늘면서 일주일 지나면 첫 꿈과 같은 장면을 또 볼 수 있다는 사례연구가 있다. 꿈에도 ‘시차 효과’가 발생한다. 꿈 중엔 자각몽自覺夢이 있다. 100여 년 전(1913) 네덜란드 내과의사 F.V.에덴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스스로 자각한 상태에서 꾸는 현상이다. 꿈을 꾸면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기 때문에 ‘꿈의 내용’까지도 평상시 자기 행동처럼 통제할 수 있다. 몽중일여夢中一如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에 위치한 겁외사 벽해루와 성철 스님상.
사면원래무일물四面元來無一物
부지하처의안문不知何處擬安門.
동서남북 사방이 원래 아무 것도 없으니,
문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네.
저간소실공공적這間小屋空空寂
명월청풍소백운明月淸風掃白雲.
이 조그만 집이 텅 비고 고요한데,
밝은 달 맑은 바람 흰 구름을 쓸어가네.
- 나옹(1320~1376), 허공에 지은 암자[虛菴].
한해를 보내면서 가만 생각하니, 허공에 집을 지은 것 같다. 공수래고수거空手來空手去, 즉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세상에 나올 때도 그랬지만, 올해도 내 자신이 1분 1초를 가져온 것이 없다. 또, 365일 매 순간 움직이면서 차지한 ‘그 많은 공간’도 마찬가지다. 세상과 작별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간’과 ‘광대무변의 공간’속에서도 ‘문門’이 있다. 그런데 집안에 들어가면 터 비고 고요하다. 다만 밝은 달과 맑은 바람이 흰 구름을 쓸어갈 뿐이다. 우주가 한 지붕에서 ‘있는 그대로’ 순환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또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오직 정진하는 씨를 뿌리고, 대자유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꽃씨 하나/얻으려고 일 년/
그/꽃/보려고/다시 일 년
-김일로(1911~1984)의 송산하頌山下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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