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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빛의 말씀]
붉은 해가 높이 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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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  2019 년 1 월 [통권 제69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5,410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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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 | 대한불교조계종 제6 · 7대 종정

캄캄한 밤중에 붉은 해가 높이 떠서 우주를 밝게 비추니,
서 있는 바위 좋아라고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펄펄 끓는 용광로에 차디찬 맑은 물이 넘쳐흘러
천지에 가득 차니, 마른 나무 꽃이 피어 울긋불긋 자랑합니다.
노담과 공자 손을 잡고 석가와 예수 발을 맞추어
뒷동산과 앞뜰에서 태평가太平歌를 합창하니,
성인 · 악마가 사라지고 천당 · 지옥은 흔적조차 없습니다.
장엄한 법당에는 아멘 소리 진동하고
화려한 교회에는 염불소리 요란하니,
검다 ·희다 시비是非 싸움 꿈 속의 꿈입니다.
길게 뻗친 만리장성은 거품 위의 장난이요, 웅대한 천하통일 어린이의 희롱이니, 나 잘났다고 뽐내며 정신없이 날뛰는 사람들이여,
칼날 위의 춤을 멈추소서.
일체의 본모습은 유무有無를 초월하고,
유무를 포함하여 물심物心이 융화하며
피아彼我가 상통합니다.
설사 허공虛空이 무너지고 대해가 다 말라도
항상 변함 없이 안전하고 자유롭습니다.
끊임없는 욕심에 눈이 가리워 항상 빛나는 본모습을 보지 못하고
암흑세계를 헤매며 엎치락뒤치락 참담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욕심에 가려져 있는 본모습은 먼지가 덮여 있는 구슬과 같아서,
먼지가 아무리 쌓여도 구슬은 변함 없으니
먼지만 닦아내면 본래 깨끗하고 아름다운 구슬은
천추만고千秋萬古에 찬란하게 빛이 납니다.
허망한 꿈속의 욕심을 용감하게 버리고
영원한 진리인 본모습을 빨리 봅시다.
눈부신 광명과 끊임없는 환호 소리가 산천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높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벗 삼아서
황금 병의 감로수를 백옥 잔에 가득 부어 마시고 또 마시며
다 함께 찬양합시다.


│1986년 1월1일, 신년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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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성철스님은 1936년 해인사로 출가하여 1947년 문경 봉암사에서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기치를 내걸고 ‘봉암사 결사’를 주도하였다. 1955년 대구 팔공산 성전암으로 들어가 10여 년 동안 절문 밖을 나서지 않았는데 세상에서는 ‘10년 동구불출’의 수행으로 칭송하였다. 1967년 해인총림 초대 방장으로 취임하여 ‘백일법문’을 하였다. 1981년 1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에 추대되어 “산은 산, 물은 물”이라는 법어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1993년 11월 4일 해인사에서 열반하였다.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우리 곁에 왔던 부처’로서 많은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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