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소리]
산청 경호강 방생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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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9 년 5 월 [통권 제73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6,377회 / 댓글0건본문
원택 스님 | 발행인
성철 스님께서 열반에 드신 후 신도님들 몇 분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스님! 큰스님께서 매월 음력 초 여섯 날에 몇이라도 모여 방생하라고 하셔서, 백련암과 인연 맺은 뒤 수십 년 동안 신도들이 모여 매월 방생放生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스님께서 때로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그들 모르게 끼니를 거르지 않게 쌀독도 채워주라고 하셔서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제 큰스님은 떠나셨는데 계속해야 할지 그쳐야 할지 스님과 논의하고 싶습니다.”
신도님들이 이야기 해주기 전까지는 큰스님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이 없어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도님들이 매월 음력 초 여섯 날에 해왔던 방생과 남모르게 남 도우는 쌀독 채우는 일을 계속 할뿐 아니라, 더욱 활기차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 매년 3월 음력 초 여섯 날은 ‘백련암 문도 전국 방생대법회의 날’로 정해 소규모가 아닌 대규모로 성철 스님 추모행사의 날과 겸해, 남모르게 이웃돕기와 방생을 계속했으면 합니다.”라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 후 2001년 3월 큰스님 생가 터에 겁외사가 창건됨에 따라 ‘성철 스님의 룸비니 동산’을 방문하는 전국방생회를 논의했으며, 그 한 해 전인 2000년부터 산청 경호강에서 방생법회를 거행해 왔습니다. 올해 4월10일 1,000여 명 가까운 대중들이 모여 방생법회를 진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어느 덧 20여 년 동안 뜻깊은 법회를 계속해 온 것입니다.
불교행사 가운데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별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활기찬 행사가 방생법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방생의 역사를 찾아보니, 식육과 살생을 금하고 물고기와 날짐승의 방생이 조직적으로 행해진 시기는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의 제나라와 양나라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양나라 무제는 일찍이 조서를 내려 살생을 금하도록 했습니다. 천태종의 지의대사가 천태산에 머물 때, 근처의 임해현에 사는 주민들이 물고기를 대량 살생하고 물고기를 잡다가 어부들이 죽는 일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지의대사는 자신이 입던 옷과 소지품을 팔아 고기잡이용 통발을 사들이고, 국가에 이곳에서 고기 잡는 일을 금할 것과 이곳을 방생지로 삼아줄 것을 건의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의대사의 노력에 의해 조정朝廷은 일부지역을 방생지로 삼고, 물고기 포획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시대가 흐름에 따라 방생법회가 보급되고 보편화되어 갔습니다. 집안 장례와 같은 큰일이나 부모의 생신 또는 흉사를 막기 위한 기도 등 모든 행사 때 참회의 절을 올리고 방생을 하며, 삼가고 정결하게 생활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생은 불교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하나의 전기가 되었습니다. 불교방생법회는 도교에도 영향을 주는 등 중국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남모르게 쌀독을 채워주는 구빈救貧의 모습은 나라가 서민복지 대책을 잘 세우면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방생도 잡힌 것을 놓아주는 소극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죽을 위험에 처한 생명을 구제하는 행위로 확대되는 것이 ‘보살의 정신’에 더 합당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요즈음 사회에서 들리는 슬프고 안타까운 죽음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현대적인 의미의 훌륭한 방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청 겁외사 앞 경호강에서 4월 10일 거행됐던 방생법회를 맞아 그 의미를 되새겨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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