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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소리]
불기 2563년 기해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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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  2019 년 12 월 [통권 제80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233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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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 스님 발행인

 

지난 9월10일 문화관광부 김영수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의 요청으로 세종불자공무원 법회를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KTX를 타고 수없이 서울과 지방을 오르내렸지만 한 번도 세종시에 발자국을 디뎌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종시는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하며 오송역에 내렸습니다. 마중 나온 분들과 함께 승용차를 타고 종합정부청사로 가며 보니 낮은 언덕이 이어지는 세종시는 ‘약간 한적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5층 미만의 건물이 용틀임하듯 길게 늘어져 있는 세종종합정부청사의 모습은 신기했습니다. 연이은 건물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45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 규모가 결코 적은 것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법회시간이 되어 설법장에 들어선 저는 적지 않게 당황했습니다. 보내주신 견본 사진에는 정장한 남자들 20-30여 명이 앉아있는 장면이었는데, 지금 제 앞에는 남자들 20여 명도 앉아 있지만 여자들이 훨씬 많이 참석한 듯했기 때문입니다. 준비해온 법문 대신에 ‘어떻게 해야 이 분위기에 맞는 법문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져간 원고를 참고하며 허둥대듯 40여 분 동안 말을 이어갔습니다. ‘죄송한 마음’은 끝없는데 ‘고마운 박수 소리’가 끊이지 않아 안도하였습니다.

 

점심 먹으러 가며 “사진에는 거사들만 앉아 있었는데 오늘 와서 보니 보살님들이 그렇게 많이 오실 줄은 모르고 제대로 법문 준비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고 김영수 님에게 투정하니 “그러게 말입니다. 청 내에서 지위가 있고 실력 있는 보살님들이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습니다. 그게 다 성철 큰스님의 제자인 스님의 이름 덕입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촉박해 청사 곳곳을 둘러보지 못했으나 세종정부청사의 위용에 놀랐습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표트르 대제의 여름궁전에 있는 분수

 

 

10월4-10일 대한불교조계종 국제포교사회장 김성림(법명 대지심) 보살님의 권유로 원타 스님, 일봉 스님 및 20여 명 가까운 신도 분들과 함께 모스크바 달마사에 가게 되었습니다. 달마사는 사형인 원명 스님이 2000년에 개원한 포교당으로, 모스크바 시내에 30여 평의 아파트를 마련해 대비심 보살 내외분께 위탁해, 원명 스님이 잠깐 잠깐 그곳에 들리며 조계종의 모스크바 포교원 역할을 했었습니다. 2003년 9월 원명 스님이 갑자기 입적한 후 대비심 내외분, 현지 한인들, 러시아 현지인 등 20-30여 명이 지금까지 매달 법회를 열어 달마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지심 회장이 모스크바 달마사를 대한불교조계종 국제포교사회 모스크바 포교당으로 할 수 있는지 탐색 차 다녀왔다고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대비심 보살님과 대지심 회장님이 “원명 스님의 유지를 잘 살려서 꼭 대한불교조계종 모스크바 포교당으로 면모를 갖추자.”는 뜻을 함께 했다고 들었습니다. 3일째는 러시아 문화의 정수인 크렘린 궁전 내부를 보았습니다. 러시아의 상징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인, 각기 모양이 다른 크고 작은 8개의 큐폴라지붕을 가진 바실리 성당이 있는 붉은 광장도 관광했습니다. 4일째인 10월7일 11시30분 모스크바를 출발하여 800km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했는데 1시간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1858년 건축되어 당시 러시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던 성이삭 성당 내부를 보았습니다. 문외한의 안목으로 봐도 ‘성당 내부의 성화와 성화 틀의 장식은 로마 가톨릭성당보다 더 화려하다’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성당에는 앉는 좌석이 많았다는 기억인데, 러시아 동방정교회 성당은 모두 서서 예배를 보기에 의자가 없다고 안내자가 설명했습니다. 성 이삭 성당에는 1만 2-3천 명 정도 입장해 예배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예배 보는 광경이 얼마나 장엄할까’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로마노프 시대의 겨울궁전이자 세계 3대 박물관의 하나로 꼽히는 ‘국립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표토르 대제의 별궁인 찬란한 대궁전(예술의 진주라 불림), 즉 ‘여름 궁전 정원’ 관람은 이번 여행의 백미였습니다. 

 

안내인이 “10월12일이면 폐장되는데 때맞추어 잘 왔다.”며 연신 신기해했습니다. 그 너머로 넘실대는 강물은 강이 아니라 핀란드 해라고 했습니다. 1700년대 이후 표트르 대제가 이끈 로마노프 왕조를 거치며, 러시아가 유럽의 변방에서 당당한 하나의 제국으로 성장해 가는 200여 년의 세월은 러시아에서는 가장 값진 ‘문화 유입·성장 시기’였음을 실감하고, 10월10일 11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성철 스님께서 열반에 드신지 올해가 26주년이 되었습니다. 2013년 20주기 당시 ‘7일7야 8만4천배 참회법회’도 20년을 맞았습니다. 그때 신도들 사이에 이 법회를 그만할지, 계속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4일4야 4만8천배 참회법회’로 계속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성철 스님 사리탑 전 3000배는 매년 거행하되, 칠일이면 언제나 토요일 그대로 지킬 수 있지만 4일 기도를 하면 토요일을 맞출 수 없으니 토요일이 해당되지 않는 해는, 그 앞 토요일로 앞당겨 4만8천배를 거행하자.”고 했는데, 올해가 바로 그런 상황을 맞은 첫해였습니다. 불편하기는 약간 불편했습니다. 

 

10월12일이 토요일이었는데 그날 ‘사리탑 3000배 법회’에 600여 명 정도 모여 성대하고 경건하게 마쳤습니다. 그리고 14일 월요일부터 18일 아침까지 4만8천배를 마치고, 18일 오전 10시30분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26주기 추모법회를 잘 마무리했습니다. 특히 국화 장식을 사리탑 주변에만 쌓지 않고 4각과 원안의 공간에 작은 국화 화분 450개를 진열했는데 ‘황금색이 펼쳐진 모습이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신도들이 이구동성으로 좋아했습니다. 작은 변화에 많은 분들에게 감격함을 보고 열반 30주기가 되는 2023년엔 큰 장식을 해 보자고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음력 10월15일 동안거 결제를 앞두고 올리는 신도님들의 ‘아비라 기도 정근 소리’가 가슴 가득히 묻어옵니다. 아무쪼록 모든 분들이 금년을 잘 마무리 하시고 내년의 새로운 염원도 잘 세우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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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택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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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1971년 백련암에서 성철스님과 첫 만남을 갖고, 1972년 출가했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조계종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도서출판 장경각 대표, 부산 고심정사 주지로 있다. 1998년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 1999년 제10회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환경조형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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