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의 세계]
관음보살의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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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 2020 년 1 월 [통권 제81호] / / 작성일20-05-22 08:32 / 조회7,579회 / 댓글0건본문
유근자 | 동국대 초빙교수 · 미술사
중생이 부르면 항상 오신다는 관세음보살은 어디에 계실까? 선지식을 찾아 나선 선재동자에게 비슬지라 거사는 말했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보타락가산이 있고 그곳에 관세음보살이 계시니 보살에게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 물으시오.”
보타락가산 찾은 선재 동자
선재동자는 보타락가산에 이르러 관자재(관음)보살을 찾았다. 산의 서쪽 산골짜기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나무숲이 우거져 있었다. 땅에는 부드러운 풀이 자라고 있고 다양한 아름다운 꽃이 찬란하게 장엄되어 있었다. 금강석 위에 앉아 있는 관세음보살 주위를 수많은 보살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법을 구하는 선재동자에게 관세음보살은 자비의 법문을 설하셨다. “나는 여러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의 공포를 없애주고 바른 생각에 머물게 해서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다. 나는 항상 보타락가산에 머물고 있는데 내가 살고 있는 금강굴은 다양한 보배로 장엄되었다. 내가 항상 중생들을 구제하므로 재난을 당해 걱정될 때 밤낮으로 내 이름을 부르면 내가 즉시 나타나 가장 좋은 의지처가 되어줄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설해진 보타락가산의 금강석 위에 앉아 선재동자에게 법을 설하고 있는 관세음보살은 불교미술의 소재가 되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유행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가 대표적이다. 수월관음도는 법을 설하는 관세음보살과 법을 청하는 선재동자가 중심이지만 11세기에 인도에서 조성된 보타락가산의 관(세)음보살은 상주설법처인 보타락가산이 강조되었다(사진1).
사진 . 보타락가산의 관세음보살상, 팔라시대(11세기), 콜까타 인도박물관 소장
죽음이 임박한 제석천이 동굴 속에 계신 부처님께 법을 청하자 설법했다는 <제석굴 설법> 장면의 동굴처럼 관세음보살은 금강굴 속에 앉아 설법하고 있다. 오른쪽 다리를 아래로 내리고 연화좌 위에 편안한 자세로 앉은 관세음보살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아 설법인을 짓고 있다. 보석으로 장식된 관冠 대신에 머리카락을 높게 올려 묶어 만든 발계관髮髻冠의 중앙에는 스승인 아미타여래가 화불化佛로 표현되었다.
관세음보살의 좌우에는 여성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힌두교의 성력性力 신앙의 영향으로 탄생한 여존女尊이 배치되었다. 아치형의 감실 주변에는 블록 형태의 산악이 표현되었는데 많은 선인仙人과 동물들이 배치되어 “관세음보살의 주위를 여러 보살들이 에워싸고 있다”는 경전의 내용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설법자로서 관세음보살을 강조한 <사진 1>에서 주목되는 것은 감실 바깥 중앙에 아미타여래 대신에 대일여래를 비롯한 밀교의 오불五佛이 배치된 점이다.
다양한 모습의 관세음보살상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는 중생이 원하는 바에 따라 관세음보살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성관음(聖觀音, 사진2),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다양한 설법 모습을 상징하는 11개의 얼굴을 가진 십일면관음(十一面觀音, 사진 3, 4) 천개의 눈과 천개의 손을 가진 천수관음千手觀音, 중생의 불안을 없애준다는 오색실로 만든 새끼줄을 들고 있는 불공견삭관음不空羂索觀音, 불법이 번뇌를 깨뜨리고 널리 전파되는 것을 상징하는 윤보輪寶와 소원한 바를 다 성취케 하는 여의보주如意寶珠를 들고 있는 여의륜관음如意輪觀音, 머리에 말머리를 얹고 있는 마두관음馬頭觀音 등이 유명하다.
사진 . 관세음보살상, 백제(7세기), 25cm, 국립공주박물관 소장
사진 . 보경사 11면관세음보살상, 당(8세기), 일본 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사진 . 11면관세음보살상, 11세기, 39.4cm,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관음보살상이 다른 보살상과 구분되는 특징은 보관寶冠 속의 아미타불과 손에 든 정병淨甁과 연꽃이다. 보관 속에 아미타불을 표현한 것은 관음보살이 아미타불을 도와 수행자를 극락으로 맞아들여 진실한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할 때문이고, 손에 든 정병은 중생들의 고통이나 목마름을 없애준다는 감로甘露가 든 물병을 상징한다.
버들가지로 중생 구제
관세음보살상의 또다른 지물持物로는 버들가지를 들 수 있는데 수월관음도에서는 버들가지가 정병에 꽂힌 채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버들가지를 든 관세음보살상이 7세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정병을 들었고 오른손은 위로 들어 버들가지를 잡고 있다(사진5). 버들가지는 관세음보살의 치병治病과 관련이 있다.
사진 . 버들가지를 들고 있는 관세음보살상, 수(6세기), 43.8cm,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버들가지와 관세음보살을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경전은 <청관세음보살소복독해다리니주경請觀世音菩薩消伏毒害陀羅尼呪經>이다. 이 경전에는 부처님 당시 바이샬리 국에 역병이 돌자 부처님께서 관세음보살에게 버들가지와 깨끗한 물을 바치도록 하고,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게 해 역병을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손에 버들가지를 든 관세음보살은 양류관음楊柳觀音이라고 한다.
아귀餓鬼에게도 감로 보시
<천수경千手經>에는 “내가 만일 아귀에게 가면 아귀가 스스로 배가 부른다[我若向餓鬼 餓鬼自飽滿]”는 구절이 있다. 굶주림의 고통 속에 있는 아귀에게 감로甘露를 베푸는 관세음보살상은 5세기 말부터 인도에서 조성되었다. 연화좌 위에 선 관세음보살상은 아쉽게도 왼손으로 든 연꽃과 오른팔은 파손되었지만 아래로 내린 오른손은 일부가 남아 있다(사진6).
사진 . 감로를 베푸는 관세음보살상, 굽타시대(5세기 말), 137cm, 인도 뉴델리국립박물관 소장
사진 . 아귀상, 그림 6의 세부
오른손을 따라 향좌측 끝으로 시선을 옮겨보자(사진7). 깡마른 두 명의 인물상이 나란히 표현되었는데 고개를 들어 관세음보살을 향해 구걸하는 자세로 두 손을 들고 있다. 유난히 큰 머리는 더욱 목을 가늘게 보이게 하며 앙상한 뼈가 드러난 신체는 배고픔으로 시달리는 아귀의 성격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감로를 베풀고 있는 관세음보살상의 또다른 예로는 8세기 경에 조성되어 인도 나란다고고박물관에 소장된 <사진8>을 들 수 있다. 가장 이른 시기에 등장한 여러 개의 팔을 가진 관세음보살상으로 12개의 팔은 관세음보살의 대자비를 표출한 것이다. 향좌측 하단에는 고개를 들고 두 손을 들어 관세음보살의 감로를 갈구하는 1명의 아귀가 배치되어 있다.
사진 . 12개의 팔을 가진 관세음보살상, 팔라시대(8세기), 176cm, 인도 나란다고고박물관 소장
지성으로 부르면 달려 와 구원
뜻밖의 재난을 만나더라도 관세음보살을 지성으로 부르면 온갖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관음신앙은 다양한 관음보살상을 창출했다. 모든 어려움으로부터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상은 인도 오랑가바드석굴 제7굴에 새겨져 있다(사진9). 왼손으로 연꽃을 들고 있는 관세음보살상의 좌우에는 중생이 겪는 대표적인 여덟가지 재난[8난八難]이 표현되어 있다.
8난은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서술되어 있는 사자·코끼리·뱀·불·물·도적·감옥·귀신으로 인한 재난 등을 말한다. 감옥에 갇혀 손발이 형틀에 묶이고 사나운 짐승에게 둘러싸여 고통을 당하더라도 관세음보살을 염하는 힘으로 풀려나며, 중생이 곤경과 재앙을 만나 어떠한 고통을 받더라도 관세음보살의 미묘한 지혜의 힘에 의해 구제된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무진의無盡意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무슨 인연으로 관세음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한량없는 중생이 여러 가지 고통 속에 있을 때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부르면 관세음보살이 그 소리를 듣고 모두 해탈케 한다. 만일 어떤 이가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받들면 큰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다. 큰물에 떠내려가게 되더라도 그 이름을 부르면 곧 얕은 곳에 이르게 된다. 중생이 보배를 구하려고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폭풍이 일어 그들의 배가 나찰귀羅刹鬼의 나라에 닿게 되더라도 만일 한 사람이라도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여러 사람들이 모두 나찰의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관세음이라 이름한다.”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사진 . 제난구제의 관세음보살상, 굽타시대(6세기), 인도 오랑가바드 제7굴
사진 . 사자의 위협에서 구해주는 관세음보살, 사진 9의 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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