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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산책]
물소리 솔바람 소리 모두가 설법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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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 필자  /  1997 년 9 월 [통권 제7호]  /     /  작성일20-05-06 08:36  /   조회9,04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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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곡은 고려 말의 인물로 이색의 아버지로 더욱 유명하다. 그는 원나라가 고려를 지배했을 때 원나라에서 관리생활을 하였다. 그는 중국의 성리학이 융성하여 고려로 전래되어 고려의 불교와 마주치는 시대에 살았다. 그래서 이곡은 현실적으로는 유학자의 생활을 하였고, 반면에 정신적으로는 산사의 생활을 즐겨하고 선사(禪師)의 생활을 흠모하였다.
다음의 시는  어느 산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자신의 심정을 그려놓은 것이다.

 

    宿長安寺」

曉霧難分跬步前    새벽 안개 자욱하여 앞길도 분간 못하나
日高淸朗謝龍天    아침 해 높이 뜨니 어디론가 사라졌네.
雲連山遠西南北    구름은 산 멀리 서남으로 깔렸고
雪立峯攢萬二千    눈은 겹겹이 만 이천 봉에 쌓였구나.
一見便知眞面目    보자마자 그 진면목 알리니
生多應結好因緣    태어나 응당 좋은 인연 맺으리.
晩來更向蓮房宿    저물자 다시 방에 가서 잠을 자려니
溪水松風總說禪    시냇물 솔바람 소리 모두가 설법이네.

 

장안사는 강원도 금강산에 있는 사찰로 자연의 풍광이 수려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에는 작자의 불교에 대한 강렬한 정서가 자연의 사물과 조화를 이루면서 잘 드러나 있다. 안개,  해, 구름과 눈은 부처님의 자비를 나타내기 위한 구체적 사물이다. 이것들은 각각 ‘태양’과 ‘하늘’, ‘구름’과 ‘산, ‘눈과 ‘봉우리’들이 서로 대를 이루면서 변하는 대상과 변하지 않는 본체를 대비되고 있는 것을 말한 것이다.  ‘보자마자 진면목’이란 것은 첫 순간에 본래 자리를 발견한 것을 말한다. 이것은 속계나 진계에서 한 가지로 보이는 것이지 둘이 아닌 상태를 말한다. 나아가서는 시냇물 소리나 부처님 말씀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모두가 일체인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 일체의 경계에 이르러야 온전한 탈속의, 진계를 벗어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곡은 이러한 상태를 유교적인 것과 불교적인 것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융합된 지점에서 찾으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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