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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스님 추모 기사]
그리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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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  1998 년 9 월 [통권 제11호]  /     /  작성일20-05-06 08:33  /   조회14,061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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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流千古吟이라!

 

오늘 퇴옹당 대종사께서 그 모습 여의신 지

다섯 해 되는 날입니다
그 헌걸찬 모습 어디입니까
또한 오늘은 당신을 그리워하는
둥근 돌덩어리 놓아
당신의 뜻 저마다 심장 속에
뜨겁게 아로새기는 날입니다
어디입니까

 

산호베개 위 흐르는 두 줄기 눈물이여

한 줄기는 그대를 그리워함이요
한 줄기는 그대를 원망함이로다

 

숲 사이에서 단풍잎 태워 술을 데우고 

바위 위 푸른 이끼 걷고 시를 새긴다

 

당신께서 노래하신 대로 더덩실 춤추신 그대로 

우리들 네 가지 권속들 모여
이 여여한 잔치에 오롯이 서 있으니
어찌 슬프지 않고 기쁘지 않으리오
그 슬픔
그 기쁨
이 산중 골짝에 세워
한 편의 시가 된다면
바위마다 푸른 이끼 도로 덮여서
당신의 서릿발 높은 푸르른 옷자락 아니리오

 

고개 드니 산과 물이었습니다

이제껏 그것 모르고
떠내려 오는 숱한 삶이었다가
당신의 한갓 하품에 놀라
새로운 세상 활짝 열어젖혀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었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나올 구멍 꽉 메우고
한번 나가면 들어갈 쥐 한 마리 없고
들어감도 나감도 없는
허공 중에
철 모르는 해오라기 놀고 있음이여

 

퇴옹당 성철 대종사 각령이여

당신께서 세상 하직하시는 날
온 나라는 하나였습니다
온 세상은 다 엉겨 하나였습니다
성철스님
성철스님
성철스님

 

그 이름이 산천초목이었습니다

성철 사리 1백과
그 이름이 이 강산 풍운이었습니다

 

당신께서 세상 하직하신 뒤로도

온 나라 찢어지고
온 세상 아수라 아귀판이어도
돌아갈 곳은
당신과 멀리 가까이
함께 가는 그 길입니다

수미 정상 큰 구슬에 불 밝히니
날 저물거든
그 불 들고 가야 할 길입니다 

나무 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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