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공과 도자기]
일상의 발우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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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 2020 년 7 월 [통권 제87호] / / 작성일20-07-20 14:39 / 조회8,806회 / 댓글0건본문
김선미 / 도예작가
얼마 전 코로나19로 지원된 재난지원금으로 외식이나 하자며 한 뷔페식당을 찾았다. 종일 나무 나르는 일을 한 터라 시장해 나도 모르게 한 접시를 급하게 비웠다. 잠시 한숨 돌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아 …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왜 그랬을까? 접시에 화려한 음식을 가득 담고 먹는 것에 열중하는 모습이 무섭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코로나로 밖에서 밥 먹는 것이 어려워지고, 정신적으로도 억압당하는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것의 발산인지 비운 접시가 탑처럼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주변 분위기에 질려 서둘러 나왔다. 먹는다는 것. 그것도 화려하고 많은 음식을 …. 그게 내 몸을 즐겁게 해주는 걸까? 몸과 마음을 해치는 불필요한 음식에 미각의 욕구에 말려, 휘둘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태안 앞바다에서 건져진 고려시대 발우를 보고 그에 반해 천년 발우를 만들고는 있지만 정작 제대로 써보지는 않았다. 이 기회에 나만의 발우공양을 소박하게 시작하고 싶었다.
불교에서 음식은 생명의 원천이자 수행의 조건으로 여겨왔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에 바르게 먹는 것이다. 따라서 발우 공양은 정해진 식으로 진행이 되며, 완전한 자연의 밥상을 추구해왔다. 간혹 저렇게 먹으면 영양이 부족하지는 않을까 하고 의아해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국만으로도 조화로운 영양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티베트나 유목민들의 음식은 굉장히 간소해서 보리 가루에 버터차 정도로도 부족함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소박한 밥상은 깨끗한 자연의 재료로 여러 가지를 섞지 않은 본연의 맛을 내는 것이고, 정갈하고 아름다운 품격이 있는 것이다. 내가 지인들에게 도자기 발우를 써보라고 주고나면, 음식이 귀하고 품격 있게 느껴지고, 스스로가 대접받는 느낌과 음식을 소중하게 먹게 된다는 그런 후일담을 듣곤 했다.
발우에 대한 기록을 찾다가 다음과 같은 구절을 만났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직후 사대천왕四大天王이 각각 발우 한 개씩을 붓다에게 바쳤다. 처음에 금발우를 올렸으나 받지 아니하였다. 은발우, 유리琉璃발우, 마노瑪瑙발우를 차례로 올렸으나 모두 거절하였다. 마지막으로 돌발우石鉢를 바치자 마침내 허락하고 네 개의 발우를 포개어 한 벌로 만들었다.” (『본행경本行經』 「사왕헌발四王獻鉢」)
여기서 석발우는 와발우瓦鉢盂를 말한다. 성철 스님께서도 1947년 봉암사 결사에서 17개 항목의 ‘공주규약共住規約’을 정하고 철저히 지켜나갔는데, 그중 아홉 번째 규약이 “발우는 와발우 이외의 사용은 금한다[鉢盂는 瓦鉢以外의 使用을 禁함].”는 것이었다. 결사 정신은 ‘부처님 법法대로 살자’였다.
세속인의 발우공양
절에서 하는 발우공양은 격식 있고 여러 의미가 있지만 실생활에서 지속하기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주로 쓰는 목기는 뜨거운 물에 약하고 습기에 약해 관리가 필요하며, 다뤄지는데 조심스럽다. 일상 속에서 편하게, 소박하면서도 정갈하게, 그리고 절제된 공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안을 하자면, 단발우單鉢盂 식사에 차행법을 곁들인 세속인을 위한 약식 발우 공양이다.
물론 그윽한 산사에서 행해지는 발우공양은 세계 최고의 친환경 식사법이다. 비록 그와 같이 하기는 힘들지라도 일상적으로 단발우로 시작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식사할 때 발우의 가장 작은 그릇에 차를 한 그릇 담아 함께 마시면 또 그 느낌이 다르다!
사진1. 도자기 발우.
나도 일상식日常食을 할 때 늘 사합의 발우를 펴 놓고 먹는 것은 아니다. 가끔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담고 차도 한 잔 담아 밖으로 내와 먹노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사진 1·2). ‘공양 게’를 읊조리면서 ….
밥이 담긴 도자기 발우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수행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모든 욕심 버리고
몸을 지키는 약으로 삼아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시아본사 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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