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명청 선어록]
선종혹문禪宗或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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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귀 / 2020 년 10 월 [통권 제90호] / / 작성일20-10-21 10:47 / 조회8,160회 / 댓글0건본문
| 원명청 선어록 10 | 『선종혹문禪宗或問』(주1)
1. 주제
『선종혹문』은 명대 말기 조동종의 제27대 조사인 담연원징(湛然圓澄, 1561-1626)이 지은 것으로 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하여 여타의 종교와 사상과 수행 등과 대비시켜가면서 설명한 책이다. 원징은 19세에 옥봉玉峰에게 출가하여 『법화경』을 읽고, 은봉을 참문하여 좌선을 배웠다. 20세에 천황산天荒山의 묘봉화상妙峰和尙한테 출가하여 염불을 배우고, 이후에 운서雲棲에 나아가 연지대사蓮池大師로부터 구족계를 받고 다시 남종南宗을 참방하여 입문하고 좌선을 익히고 어록을 읽었다. 남종으로부터 ‘불사선不思善하고 불사악不思惡하는 상태에서 참구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고 마음이 활짝 열려서 오도송悟道頌을 바치고는 인가를 받았다. 이후 『능엄억설楞嚴臆說』, 『법화의어法華意語』, 『금강삼매경주해金剛三昧經注解』, 『열반회소涅槃會疏』, 『사익범천소문경해思益梵天所問經解』, 『도태사강주陶太史請注』, 『개고략慨古錄』 등의 저술을 남겼다. (주2)
그 가운데 『선종혹문』(만력 33년, 1605년 4월 간행)은 『종문혹문宗門或問』이라고도 하는데, 명明의 담연원징이 참선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으로 문답 52항이 수록되어 있다. 기타 ‘부록’으로 ‘참선석난혹문보유參禪釋難或問補遺’ 3가지 문답, ‘답명정자문答明鼎子問’ 2가지 문답이 수록되어 있어서 총 57항목에 해당한다. (주3) 이들 내용은 선종의 요계要契 및 수도의 요지要旨 그리고 선종을 중심으로 하여 기타 사상에 대한 같은 점과 다른 점 등을 문답의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체를 대략적인 주제로 보면 첫째로 선과 기타 수행의 관계에 대한 것 14항목, 둘째로 선과 교학의 관계에 대한 것 5항목, 셋째로 선 자체의 성격에 대한 것 30항목, 넷째로 선과 신앙 및 교화에 대한 것 9항목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을 다시 소주제로 세분하면 선과 기타수행의 관계, 선과 기타 종교의 관계, 선과 깨달음의 문제, 선과 복덕, 선과 인가印可의 문제, 선과 언설 및 교학의 관계, 선과 출가 및 재가 여인들의 수행문제, 선과 교화의 관계, 선과 자비의 문제, 선과 생사해탈의 문제 등 10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원징은 이들 주제들과 비교하면서 상호 관련시켜가면서 선의 정체성 및 선과 기타 사항의 관계에 대하여 드러내주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선의 수증문제를 들어서 본분사本分事에 대하여 언급하고, 후자의 경우에 대해서는 선의 응용문제를 들어서 방편사方便事의 활용에 대하여 문답의 형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2. 구성
3. 원징의 선관인식禪觀認識과 그 관점
『선종혹문』의 구성을 분석해보면 선관인식과 관련하여 몇 가지 주제로 분류할 수가 있다. 첫째는 선종에서 선수행을 중심으로 하면서 여타의 수행을 겸수하는 문제에 대한 것으로 제17, 제18, 제19, 제20, 제21, 제22, 제23, 제55, 제56 등 9항목에 걸쳐 있다.
이들의 내용은 참선의 경우에 직지명심直指明心하여 입도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부족해서 다시 삼학과 만행의 방편문을 설명하였는지, 그리고 마음을 궁구하는 것이 입도의 지름길이고 핵심이라면 어째서 예전의 선덕들은 혹 경전을 공부하여 마음을 발명하고, 혹 경전을 독송하여 도를 깨치며, 내지 염불과 주력을 통하여 널리 복덕의 인연을 일으켜 갖가지 수행문으로 각각 해탈한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와 같은 모습은 당시에 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보편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히 제시되는 질문은 곧 정토와 관련된 물음이었다. 때문에 『선종혹문』에서도 선수행과 관련된 정토수행의 문제가 제시되어 있다. 이들 정토와 관련된 물음은 선과 염불수행의 관계는 무엇이고, 선종이면서 정토에 대하여 설명하고 왕생을 권장하는 까닭은 무엇이며, 『법화경』에서도 정토를 설하고, 제방에서 염불왕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며, 참선과 염불의 공덕에 대한 궁금증, 참선 후에 염불을 하는 이유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원징은 선은 염불수행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염불은 선수행의 조도적인 입장이라고 말하면서도 참선을 제대로 하면 반드시 염불이 수행된다고 하여 선과 염불의 상관관계를 말하고 있다. 나아가서 진정으로 깨친 경우라면 반드시 염불수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진정한 공덕이 되고 이익이 된다고 하여 올바른 선수행이 바로 올바른 염불수행이라는 입장에서 선정일치禪淨一致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여기에서 원징은 선종의 조사이면서도 선 수행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있는 것은 조사선풍이야말로 본래성불에 근거하면서도 그것을 반드시 일상의 생활에서 보살행으로 승화시키는 가르침임을 드러내고 있다. 때문에 중생이 가장 쉽게 그리고 가장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불법의 실천을 지향하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 무렵은 이미 선종이 선종으로서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불법의 하나로서 그리고 유자儒者들과 도사道士들에 이르기까지 교양지식으로서 보편화되어 있는 시대임을 긍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선수행 이외에 다양한 수행법이 선수행과 무리가 없이 조도助道의 방편으로 늘상 활용되었다.
둘째로 선과 교학의 관계에 대한 주제가 논의되고 있다. 선과 교학의 관계는 제6, 제7, 제15, 제28, 제41 등의 5항목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질문은 다양한 선리가 참선의 수행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선리禪理는 선수행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선과 경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이들 다양한 질문에 대하여 원징은 선수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교학에 근거하고 교학을 익혀야 하며 문법問法하고 선리에 정통해야 할 것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언설과 문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것을 초월할 것을 강하게 주장한다. 이와 같은 원징의 주장은 일찍이 보리달마가 이입理入과 사행四行을 논하는 대목에서 이입에 대한 가르침에서부터 엿볼 수가 있다. 달마는 『이입사행론』에서 선과 교학의 입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곧 반드시 교학에 해당하는 경전의 가르침을 통하여 깨달음에 나아간다는 것을 말한다. 달마로부터 시작된 이와 같은 선과 교학의 관계는 이후 선종에서 선수행에 대한 교학의 의미가 어떤 관계로 설정되어야 하는가를 말해주고 있다.
이 주제는 선과 문자의 관계설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선종사에서 선과 교학의 관계는 처음부터 상호 보완의 입장이었다. 달마 이래로 이와 같은 선과 교학의 보완적인 관계는 선종에서 선 수행에 대한 교학의 중요성을 담보해주었다. 때로는 선교일치禪敎一致가 주장되기도 하였고, 선교융합禪敎融合이 대세이기도 하였으며, 선교차별禪敎差別과 선주교종禪主敎從의 입장으로도 출현되는 특수한 상황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선법의 수용에는 교학이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자교오종藉敎悟宗의 입장이었지만 실참의 입장에서는 교학의 초월이 주장되는 사교입선捨敎入禪의 입장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교학이야말로 선법을 깨치기 위한 도구로써 활용되고 있는 일례였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 갖가지 교학을 바탕으로 선법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셋째로 기타 선과 중생의 교화문제 및 일반의 불교신앙 및 불교와 다른 종교와의 관계 등에 대하여 제5, 제10, 제42, 제43, 제44, 제45, 제46, 제47, 제48 등 9항목에 걸쳐서 논의되고 있다. 이들 가운데서 특히 선과 유교와 도교에 대한 삼교三敎의 관계는 제42항부터 제48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드러나 있다. 이들 주제는 심법의 궁구와 도교의 일기一氣 및 불교의 일심과 유교의 일리一理, 그리고 도교와 유교에서 바라보는 선종에 대한 이해 등에 대하여 질문을 한다. 이들 질문에 대하여 원징은 불교의 일심과 도교의 일기一氣의 차이점에 대하여 논의하면서 선종의 가르침이 한 수 위라고 주장한다. 곧 원징은 불교의 일심一心과 선유先儒의 일리一理는 같은 점이 있지만, 불교와 후유後儒의 입장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간주하였다.
또한 후유後儒에 대한 입장을 통하여 불교 나아가서 선종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원징의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아울러서 깨침은 분별의 초월이기 때문에 선의 일심이야말로 유교의 오상보다 뛰어나다는 것이다. 또한 맹자의 인의仁義는 공空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하여 불공不空이라고 주장하는 송유宋儒의 견해는 오해임을 설명해주고 있다.(주4) 이로써 원징은 선종과 기타의 상관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선종 자체의 특수성을 드러내는데 활용하고 있다.
주1)
선종혹문禪宗或問에서 선종은 선의 핵심적인 종지이고, 혹문은 문답식으로 전개한 문장의 스타일을 말한다.
주2)
「회계운문담연증선사행장會稽雲門湛然澄禪師行狀」(『卍續藏』72, pp.841上-843上); 「회계운문담연증선사탑명會稽雲門湛然澄禪師塔銘」Ⅰ(『卍續藏』72, p.839上-下); 「회계운문담연증선사탑명會稽雲門湛然澄禪師塔銘」Ⅱ(『卍續藏』72, pp.840上-841上) 참조.
주3)
『담연원증선사어록湛然圓澄禪師語錄』 권8卷八(『卍續藏』72, pp.843上-859中) 기타 ‘부록’으로 ‘참선석난혹문보유參禪釋難或問補遺’ 3가지 문답, ‘답명정자문答明鼎子問’ 2가지 문답, ‘달관화상초앙전達觀和尚招殃傳’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에 ‘참선석난혹문보유參禪釋難或問補遺’ 3가지 문답, ‘답명정자문答明鼎子問’ 2가지 문답은 앞의 『선종혹문禪宗或問』의 연장이기 때문에 이를 합하여 총 57항목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체를 57항목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달관화상초앙전達觀和尚招殃傳’은 본 문답의 내용과 전혀 다른 성격이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제외한다.
주4)
『湛然圓澄禪師語錄』 卷8 『선종혹문禪宗或問』(『卍續藏』72, pp.855下-856上)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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