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손가락 사이]
그늘의 법석法席
페이지 정보
최재목 / 2020 년 11 월 [통권 제91호] / / 작성일20-11-25 10:28 / 조회7,988회 / 댓글0건본문
따스한 남쪽은 잊어라
깜깜한 방구석에만 쳐 박혀 있지마라
마음속의 칼은 시퍼렇게 갈아 푸른 바다에 던져버려라
붓다가 아난에게 묻는다
새벽은,
마음이 가장 어두운 자에게 먼저 온다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늦가을 산정에서 홀로 피는 꽃이
가장 아름답게 죽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 아닙니다 붓다여!
제가 먼저 열반에 들면
더 이상 지상엔 아무도 없습니다
붓다께서는 山上山下唯我獨尊,
홀로 법석을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붓다께서는 무슨 말씀을 하시겠습니까?
조용히 뱃살이 늘어가듯
툭 삐져나온 영취산 밑으로 그늘이 쌓일 무렵,
뼈만 앙상한 붓다가 홀로 맨발로 걸어 내려온다
아난이 가고,
마지막으로 붓다가 떠나갔다
그늘이 홀로 어둠을 위해 법석을 연다
저작권자(©) 월간 고경.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많이 본 뉴스
-
‘옛거울古鏡’, 본래면목 그대로
유난히 더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불면석佛面石 옆 단풍나무 잎새도 어느새 불그스레 물이 들어가는 계절입니다. 선선해진 바람을 맞으며 포행을 마치고 들어오니 책상 위에 2024년 10월호 『고경』(통권 …
원택스님 /
-
구름은 하늘에 있고 물은 물병 속에 있다네
어렸을 때는 밤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그 시절에 화장실은 집 안에서 가장 구석진 곳에 있었거든요. 무덤 옆으로 지나갈 때는 대낮이라도 무서웠습니다. 산속에 있는 무덤 옆으로야 좀체 지나…
서종택 /
-
한마음이 나지 않으면 만법에 허물없다
둘은 하나로 말미암아 있음이니 하나마저도 지키지 말라.二由一有 一亦莫守 흔히들 둘은 버리고 하나를 취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기 쉽지만, 두 가지 변견은 하나 때문에 나며 둘은 하나를 전…
성철스님 /
-
구루 린뽀체를 따라서 삼예사원으로
공땅라모를 넘어 설역고원雪域高原 강짼으로 현재 네팔과 티베트 땅을 가르는 고개 중에 ‘공땅라모(Gongtang Lamo, 孔唐拉姆)’라는 아주 높은 고개가 있다. ‘공땅’은 지명이니 ‘공땅…
김규현 /
-
법등을 활용하여 자등을 밝힌다
1. 『대승기신론』의 네 가지 믿음 [질문]스님, 제가 얼마 전 어느 스님의 법문을 녹취한 글을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겨 이렇게 여쭙니다. 그 스님께서 법문하신 내용 중에 일심一心, 이문二…
일행스님 /
※ 로그인 하시면 추천과 댓글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