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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
지금 바로 이 순간, 연근 톳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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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  2025 년 2 월 [통권 제142호]  /     /  작성일25-02-04 09:34  /   조회139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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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는 있지도 않은 행복을 과장하고 자랑하기 위해 사는 삶보다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사는 삶으로 피로감을 줄이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행복감을 주는지 알아가는 중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트랜드로 보았을 때 명상은 매 순간 우리를 일깨워 주는 소중한 키워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로 표현될 만큼 피로감이 쌓이는 역동적인 삶보다 고요한 삶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보통의 하루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국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템플스테이를 선호하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자신이 행복해야 가족이 행복하고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무엇을 목표로 내달리는지도 모른 체 무조건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래야 인정받는다는 생각으로 살았기 때문에 피로감이 몰려와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습니다.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삶에 직면하는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명상이라고 하는 특효약이 개발된 셈입니다.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사찰음식

 

작년 12월 21일 동지 팥죽을 먹다가 UN이 정한 국제기념일로 세계 명상의 날이 지정되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물론 지정 이전에도 수많은 명상 앱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애플은 마음챙김 앱을 워치의 기본 앱으로 설정했을 뿐만 아니라 마음 상태를 기록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진 1. 겨울철 사찰음식.

 

애플은 마음챙김을 통해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고 관찰함으로써 스트레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을 관리하는 방법을 깨닫게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세계는 명상을 전파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른바 정신문화의 르네상스 시대라고 부를 만합니다. 명상이 정신문화의 르네상스라고 한다면 사찰음식은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이 시대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선 수행과 사찰음식이 K-실크로드의 대표주자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정서적 치유공간 숲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숲을 ‘정서적 치유공간’으로 여긴다고 합니다. 독일어에 ‘숲속에서 느끼는 편안한 고독감’을 뜻하는 ‘발타인잠카이트Waldeinsamkeit’란 고유한 단어가 있을 정도로 치유의 상징이 곧 숲입니다. 숲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평화로워지는 느낌을 받는 것을 보면 영적 가치로써의 숲이 되기도 합니다.

 

산으로 간 불교가 도시로 나와야 포교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많지만 평온함을 찾고자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숲의 가치는 역세권보다 숲세권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숲은 마음먹고 찾아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일상에서 얻게 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러 가는 일상의 숲이 되었습니다. 

 

사진 2. 정서적 치유 공간 숲.

 

우리나라도 산림청과 한국임업진흥원이라고 하는 국가 기관에서 숲을 맑고 푸르게 가꾸면서 소득까지 창출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특히 임산물과 관련해서는 사찰음식의 기본 식재료가 되어 주는 종류들이 많고, 숲 치유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국민의 정신 건강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일은 자연을 거역해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지구를 살리는 사찰음식은 삼덕(청정, 유연, 여법)의 조화로움이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외딴섬에서 만난 스님

 

강화도에서 선농일치의 삶을 살고 계시는 스님께서 연밭에서 연근을 많이 캐 놓았으니 갖고 가라는 연락을 주셨습니다. 겨울철에는 톳과 연근을 넣어 밥을 지어 먹으면 아주 맛이 있다고 하시며 초대해 주셨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알타리 홍시김치를 만들어서 스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임산물, 농산물, 해산물 모두를 자급자족하며 살고 계셨습니다.

 

출가하고 젊은 시절에는 제방 선방에서 참선 수행만 평생 하시다가 중진 스님이 되고 선방을 떠나 줄곧 강화도 작은 섬에서 자급자족하며 수행정진하고 계셨습니다. 일과 수행이 둘이 아님을 깨닫고 선농일치의 삶을 택하신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농사짓는 일에 몰두하고 계셨고, 수확한 작물들은 도반 스님들이나 가난한 절에 보내 드리면서 나누는 기쁨을 만끽하며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사진 3. 스님이 개발한 연국수.

 

평소 다른 스님들을 통해 스님의 선행은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스님께서 남은 생을 위해 마련하신 거처가 궁금했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지난주 폭설과 함께 매서운 추위가 지속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스님의 방은 냉골이었습니다. 주무시는 자리만 난방을 했기 때문에 바닥에 앉아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입에서 김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시골 농가주택을 개조했기에 웃풍도 심했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사시기 때문에 겨울이지만 자잘하게 손질해야 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외딴곳에 스님께서 홀로 지내실 것을 생각하니 적막하고 외로우실 거란 생각이 들어 스님께 여쭈었습니다. 너무 삭막하고 외로울 거 같다고 하니 스님께서는 ‘평화로운 고독감’이라는 표현을 해 주셨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말하는 ‘숲속에서 느끼는 편안한 고독감’과 일맥상통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섬마을 수행자의 월동음식

 

스님께서 말씀하신 평화로움은 무엇이고, 고독감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살아보지 않고는 절대 이러한 시적인 표현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스님은 젊은 시절에는 동안거, 하안거, 산철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용맹정진하셨던 선방 수좌였습니다. 행복을 과장하며 내달리는 삶보다는 자신을 바로 보며 보통의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 수행이라며 보시의 공덕을 쌓는 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진 4. 김치국수.

 

특히 사찰음식을 바르게 알리고 수행의 끈을 놓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행자 시절 스님들께 배운 시주 은혜에 대한 이야기와 공양주, 별좌 소임을 맡으면서 어른 스님들께 배운 사찰음식의 비법 등을 소개해 주시며 재가자로서의 역할도 수행자와 다르지 않으니 사찰음식을 바르게 알릴 수 있도록 정진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출가 이후 큰 절에서 대중 생활만 하시다가 홀로 사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은 자급자족하며 이웃과 나누며 보시하는 기쁨에서부터라고 말씀하시는 스님의 얼굴에서 온화한 관세음보살님의 미소가 보였습니다. 멀리 강화도 외딴섬, 외딴집에서 아주 보통의 하루를 살아가고 계시는 스님의 월동음식을 소개해 봅니다. 

 

연근톳밥

 

연근은 혈압 안정을 돕는 식재료입니다. 염증을 완화하는 작용을 하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톳은 골다공증과 빈혈 예방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항암 효과가 있고 성인병을 예방한다고 하니 연근과 톳을 배합하여 맛있는 톳밥을 만들어 드시면 좋겠습니다.

 

사진 5. 연근톳밥.

 

【 재료 】

연근 300g, 말린 톳(또는 생톳), 멥쌀, 간장, 참기름(들기름), 

양념장(간장, 풋고추, 채수, 통깨 또는 통들깨)

 

【 만드는 법 】

1. 연근을 깨끗이 씻어서 껍질째 송송 썰어 줍니다.

2. 말린 톳은 잘게 부숴 준비합니다.

3. 쌀을 씻어 솥에 넣고 연근과 톳을 올린 다음 물의 양을 맞춥니다.

4. 간장과 참기름을 1T씩 넣고 취사를 시작합니다.

5. 밥이 완성되면 잘 저어주고 양념장에 곁들여 먹습니다.

 

사진 6. 연근물김치.

 

TIP.

- 연근 껍질을 벗겼을 때는 따로 말려 두었다 채수로 사용하면 좋습니다.

- 연근은 겨울이 제철이지만 캐서 보관하기가 어려우니 냉동 보관해야 합니다.

- 연근은 10월~2월이 제철입니다.

- 연근에 수분이 있으므로 밥물은 평소보다 적게 잡습니다.

- 연근 물김치와 양념장을 곁들여 드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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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궁중음식문화재단 지정 한식예술장인 제28호 사찰음식 찬품장에 선정되었다. 경기대학교에서 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음식과 명상을 연구하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38호 궁중음식연구원 과정을 이수하였으며, 사찰음식전문지도사, 한국임업진흥원, 한식진흥원 교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식물기반음식과 발효음식을 연구하는 살림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논문으로 「사찰음식의 지혜」가 있다. 현재 대학에서 한식전공 학생들에게 한국전통식문화와 전통음식을 강의하고 있다.
natureswa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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