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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저편 티베트 불교]
밀라레빠의 수행식 쐐기풀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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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  2025 년 1 월 [통권 제141호]  /     /  작성일25-01-05 12:56  /   조회167회  /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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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을 설산 동굴에서 명상수행으로만 일관했던 전형적인 딴트릭 요기(Tantric Yogi)이자 전 세계적으로 널리 회자되며 사랑받고 있는 음유시인 밀라레빠(Jetsün Milarepa, 1052~1135). 그는 티베트 불교사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메이저급 까규빠(Kagyu-Pa) 종파宗派의 토대를 마련한 거목이기도 하다.

 

밀라레빠의 주식 쐐기풀 죽

 

그는 평생을 황량한 동굴에서 살았기 때문에 늘 먹거리가 부족하였다. 그래서 근처에서 자생하는 쐐기풀로 죽을 끓여서 먹는 방법으로 주식主食거리를 삼았는데, 그 풀은 야크와 같은 초식동물들마저도 먹지 못하는 거친 식물이었다. 물론 가끔은 후원자들이 가져다주는 야크 젖으로 만든 야크 치즈(Yak Cheese)와 기(Ghee)라는 유제품과 곡물가루인 짬빠 등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주식이 쐐기풀이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그래서 그의 피부가 연초록색으로 변했다는 대목도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사진 1. 연초록색 피부의 밀라레빠 탕카. 가운데 부분 왼손에 ‘쐐기풀 죽(Sap-Thuk soup)’이 든 사발鉢盂을 들고 있다.

 

수행자로서 그의 삶 자체가 어떠했는지는 그의 이름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겨울철에도 하얀 무명옷만 입고 고행으로 초지일관하였기에 후대에 이르러 그를 ‘하얀 옷을 입은 밀라’라는 뜻의 ‘밀라레빠’로 부르게 되었다. 더불어 그가 철저하게 독신자로서의 계행을(주1) 지켰다는 덕목까지 보태져서 밀라레빠를 티베트 불교사상 가장 걸출한 수행자로, 나아가 ‘수행자의 아이콘(Icon)’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밀레니엄 슈퍼 푸드 쐐기풀

 

우리에게는 흔한 쐐기풀로 알려진 이 다년생 식물의 학명은 ‘우르띠까 디오이까(Urtica dioica)’라고 불린다. 그 어원語源은 라틴어의 ‘불타다’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쐐기풀에 돋아 있는 가시(Thorn)가 인간의 피부에 접촉할 때 생기는 타는 듯한 느낌, 즉 작열감灼熱感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사진 2. 밀라레빠 탕카 속의 죽사발 확대.

 

이 풀의 원산지는 유럽, 북아프리카, 아시아 일대에서 자생하지만, 위험한 가시 때문에 인간뿐만 나아가 초식동물마저도 식용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슈퍼 푸드로서 약효를 인지한 일부 사람들은 조리법을 개발하여 식용으로 사용하였는데, 그 방법이란 바로 센 불로 끓이는 것이었다.

 

그렇게 섭취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밀라레빠였다. 그가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먹었는지, 아니면 슈퍼 푸드로서의 효능을 알고 먹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이 쐐기풀을 주식으로 삼아서 고난도의 수행을 완성하여 최고 수행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사진 3. 『식물도감』에 그려진 쐐기풀(학명 Urtica_dioica Neteele leaf).

 

그런데 밀라레빠의 아이콘(Icon)으로 자리 잡은, 이 쐐기풀이 요즘 시쳇말로 뜨고 있다. 다양한 레시피가 개발되는 것은 물론 항암치료제, 무공해 살충제, 화장품, 소화기 개선, 항염증, 항산화, 해독, 혈액순환 개선, 면역력 강화, 요로결석 예방, 빈혈 예방, 출산 후 수유 원활, 폐경 전후 혈류 개선 등등 다양한 효능이 검증되었다. 현재도 광범위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연구와 개발이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주2)

 

사진 4. 안나푸르나 산기슭에 자생하고 있는 쐐기풀. 네팔에서는 시슈누(Sishnue)라 부른다. 

 

삽툭 수프의 원조 밀라레빠

 

비건(Vegan)의 선구자 밀라레빠는 쐐기풀을 주식으로 삼았기에 몸이 초록색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앞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것을 ‘밀라레빠 삽툭 수프(Sap-Thuk Soup)’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하였다.

 

쐐기풀은 네팔어로는 ‘시슈누(Sishnu)’라고 부르는데, 네팔인들은 옛날부터 수프 또는 감기약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물론 싱싱한 채소는 봄, 여름철에만 맛볼 수 있지만 요즘은 즉석용 가루와 차茶로 응용할 수 있는 제품이 판매용으로 출시되고 있다.(주3)

이 쐐기풀 죽粥의 레시피(Recipe)는 다음과 같다.

 

사진 5. 쐐기풀을 잘라서 집개로 잡아 다듬고 있다.

 

재료

봄철 신선하고 억세지 않은 쐐기풀(반 바구니 정도), 짬빠(구운 보릿가루), 밀가루, 옥수수, 전분, 소금, 매운 사천식 후춧가루, 카레, 고추, 마늘, 양파, 파. 식성에 따라 육류 종류를 추가해도 된다.

 

준비와 과정

① 쐐기풀을 여러 번 깨끗하게 씻은 후 평평한 쟁반에 펴놓고 집게로 잡아서 작은 조각으로 자른다. 반나절 동안 시들게 해서 가시의 숨을 죽인 다음 밀가루 등을 뿌려 가며 여러 번 섞어 놓는다.

 

② 한편 큰 냄비에 찬물을 넣고 가열하여 물이 끓어오르면 준비된 재료를 넣고 15〜20분 동안 국자를 사용하여 휘저어 가면서 푹 끓인다.

 

③ 준비된 곡물가루 2스푼을 작은 컵에 넣고 잘 섞은 다음 소금, 사천 후춧가루 등을 첨가하여 준비해 둔다.

 

④ 다진 마늘과 양파를 기름에 볶은 다음 그것들이 갈색이 되면 ③번 준비물과 함께 끓는 냄비에 붓고 나서 국자를 사용하여 저어 가며 더 끓인다.

 

⑤ 푹 끓고 나서 조금 맛을 보고는 뭔가 부족하면 다시 간을 맞추거나 짬빠 등을 더 넣어서 농도를 조절하여 불을 끄고 뜸을 들인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 흐른 뒤에 죽사발로 옮겨 담아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이때 공양계供養偈로 다음과 같은 ‘밀라레빠 만트라’를 염송하면 금상첨화겠다.

 

옴 아 규루 하사 바즈라 사르바 시디 파라 훔

Om Ah Guru Hasa Vajra Sarva Siddhi Phala Hum.(3번)

 

전통적인 수프 말고도 수제비 식의 ‘밀라레빠 삽툭 텐툭(M. Sap-Thuk Thenthuk)’도 훌륭한 레시피가 될 듯하다. 다른 것은 위의 수프와 같고 다만 밀가루를 반죽할 때 쐐기풀 가루를 적당히 넣어 주물러서 탕이 끓을 때 마치 수제비처럼 얇게 펴서 떼어 넣고 끓이면 된다.

 

사진 6. 쇄기풀 죽을 시식하고 있는 필자(좌). 사진 7. 여러 종류의 네팔산 쐐기풀잎 상품들(우).

 

물론 채식주의자가 아니라면 멸치 또는 육류를 추가해도 된다. 하지만 이 수프의 주인공 밀라레빠가 사슴을 보호하기 위해 사냥꾼의 화살을 대신 맞은 자비심을 생각한다면 이 수프만이라도 비건으로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넓게는 호모사피엔스의 오만으로 이미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푸른 별 지구의 기후변화를 지연시키고 좁게는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선택적 채식주의자 비건(Vegan)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육식주의자 카니보어(carnivore)로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개인에 따라 선택하는 문제겠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 심각하게 숙고해 볼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채식주의자』로 인해 SNS가 뜨겁지만 책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에서 벗어나 주제가 딴 길로 흘러가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다.

 

밀라레빠의 수행법 뚬모란?

 

밀라레빠 같은 요기들은 두꺼운 옷을 착용하지 않고 추운 겨울을 지낸다. 그들은 자연계의 무한한 쁘라나(Prana, 氣)를 끌어들여 불의 에너지로 바꾸어 에너지 통로(Nadi, 經絡)로 흐르게 하여 추위를 이겨낼 수 있기에 오직 무명옷 한 벌로 겨울을 지낸다.

 

사진 8. 시판되는 쐐기풀 상품들을 들고 있는 필자.

 

마치 초능력처럼 보이는 이 술법이 바로 까규빠의 전문 수행법인 ‘나로육법(Six Yogas of Nāropa)’의 기본기인 ‘뚬모(Tum mo, 生熱)’이다. 서양인 최초의 여성 요기로 알려져 있는 데비드 닐(Alexandra David-Neel)은(주4) 이 뚬모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오랜 수련으로 혹독한 추위를 견디어 낼 자신이 있다고 준비된 요기들은, 달 밝고 몹시 춥고 바람 부는 밤, 호수나 강으로 나가 얼음판에 구멍을 뚫고 알몸 상태로 물속으로 들어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찬물에 적신 수건을 몸에 뒤집어쓰고 체온으로 젖은 수건을 말리는, 일종의 자기 점검훈련을 한다. 이런 극한克寒의 행위를 새벽 동이 틀 때까지 계속해서 되풀이하는데, 이렇게 수건을 많이 말린 요기를 그날의 장원으로 뽑고, 이런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레빠’란 호칭을 허락한다. 

 

사진 9. 뚬모수행을 하는 요기의 차크라를 연결하는 에너지 통로를 묘사한 탕카.

 

왜? 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수행자들은 쐐기풀을 먹어 가며 한겨울에 알몸으로 이런 극한의 고행을 사서 하는 것일까? 그 답변을 ‘밀라레빠 만트라’로 대신한다. 

 

<각주>

(주1) 이 주제는 필자가 큰 관심을 갖는 대목이어서 우선 급한 원고부터 처리한 후에 따로 「티베트 

불교에서의 페미니즘」을 주제로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주2) 물론 부작용이 없을 수 없어서 각종 알레르기 반응, 위장 장애, 그리고 임산부나 수유부 등의 경우에는 우선 소량의 테스트를 거친 후 복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3) ‘가리오 시슈누(Ghario Sishnu)’, ‘빠틀(Patle S.)’, ‘반그레이(Bhangrey S.)’, ‘레깔리(Lekali S.), ’투로(Thulo S.)’ 등이 있다.

(주4) 『Magic and Mystery in Tibet』 by Alexandra David-Neel(1868~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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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현
현재 8년째 ‘인생 4주기’ 중의 ‘유행기遊行期’를 보내려고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로 들어와 네팔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틈틈이 히말라야 권역의 불교유적을 순례하고 있다.
suri11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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